메인화면으로
"소통이 별겁니까? 만나서 얘기 들어주는 것이죠"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소통이 별겁니까? 만나서 얘기 들어주는 것이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04] 전국노래자랑 MC 송 해씨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요즘 같이 대중의 취향이 나날이 변하고 시청률에 따라 프로그램과 진행자가 급박하게 바뀌는 상황에서 지난 25년 동안 시청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은 진행자가 있습니다. 바로 KBS '전국 노래자랑'의 송 해 씬데요, '전국 노래자랑'은 아이돌 스타가 총출동하는 어느 음악프로그램보다도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고 무엇보다 송 해씨의 입담과 재치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초등학생부터 여든이 넘은 출연자까지 맞장구를 쳐주고 친숙하게 대하는 그의 모습에서 요즘 우리 사회가 바라는 진정한 소통의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송 해 씨를 초대해 장수 MC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과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소통의 의미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전국 노래자랑 MC 송 해씹니다. 송 해 씨는 1927년 황해 재령 출신으로 북한 해주 예술학교에서 성악공부를 하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단신 월남했습니다. 1955년 창공악극단 가수로 연예계에 데뷔했으며 KBS 국군방송 위문열차를 비롯해 74년부터는 KBS 라디오 교통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를 17년 동안 진행했고 MBC '웃으면 복이 와요' 등에서 구봉서·배삼룡·박시명 씨 등과 더불어 한국 코미디의 부흥에도 앞장섰습니다. 연예협회 연기분과 위원장과 한국연예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했으며 대통령 표창과 대한민국 연예예술대상 문화훈장, KBS 연예대상 공로상과 올해 백상예술대상 공로상을 수상했습니다. 현재 환갑이 넘어 시작한 '전국노래자랑'을 25년째 진행하면서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최고령 진행자로서 활동하고 있고 한국원로연예인상록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송해 : 안녕하세요.

박인규 :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송해 : 앞에서 너무 그렇게 소개를 해 주시니까. 하하.

▲ ⓒ프레시안

박인규 :
본인께서는 스스로 전국노래자랑에서 '일요일의 남자'라고 하시고, 일반인들은 '국민MC'라고 부르는데, 제가 송해 씨라고 부르기가 민망해서 송해 선생님이라고 하겠습니다.

송해 : 아니에요. 뭐든지 마이크에 앞에 앉으면 동급이니까요.

박인규 : 요즘에도 계속 지방 녹화 다니시는 거죠?

송해 : 그럼요.

박인규 : 바쁘시지 않습니까, 다니시려면?

송해 : 네, 그저 뭐 편안하게 밥 잘 먹고 술 잘 먹고 잘 뛰고 녹화 잘 하고 그렇게 다닙니다.

박인규 : 그래도 연세가 지금 여든이 넘으셨는데, 건강은 괜찮으십니까?

송해 : 아직은 제 자신이 건강 때문에 이상이 있구나, 하는 생각은 안 합니다.

박인규 :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이 지금도 일요일의 음악 프로그램 중에서는 시청률 1등이라고 해요. 많은 분들이 송해 선생님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맡을 걸로 알고 있는데, 전국노래자랑이 처음 생긴 게 언젭니까?

송해 : 시작은 80년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작한 건 84년도부터.

박인규 : 처음부터 맡으신 건 아니군요?

송해 : 네. 제 앞에 몇 분이 수고를 많이 하셨고 잘 닦아 놓으신 가운데, 제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박인규 : 송해 선생님이 진행을 맡게 되신 계기가 있었습니까?

송해 : 제가 '가로수를 누비며'를 진행하면서 상당히 라디오에 대한 애착을 가졌고, 텔레비전과 라디오의 차이를 얘기한다면 아주 집중적이니까. 청취만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다른 잡음, 다른 시선, 흔들림 없이 방송만 듣기 때문에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라디오를 하고 있다가 뜻하지 않게 집안에 사고를 당해서. 이게 여러분들이 다들 관심 있어 하고 좋아해주시는 교통 프로인데, 집안에 이런 일이 있어서 어떡하나.

박인규 : 혹시 모르시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지만, 아드님이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송해 : 네. 대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로 잃어버렸는데, 그 후에 마이크 앞에 앉기가 죄송스럽고, 또 제가 하려고 생각했던 얘기도 잘 안 되는 것 같고. 그러던 찰나에 안인기 씨라고 하는 프로듀서가 그때 전국노래자랑을 하셨는데 연락이 왔어요. 심정도 그렇고 한데, 바람도 쏘일 겸 야전프로 한번 합시다, 그래서 시작이 됐습니다. 경상북도 성주, 수박의 고장, 가요인으로서는 백년설 선생의 고향인데, 거기서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박인규 :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 거쳐 간 피디만 해도 120명이라고 하던데요?

송해 : 네, 참 숱하게들 와서 수고했어요.

박인규 : 25년이면 우리나라에 안 가본 데가 없겠네요?

송해 : 네, 거의 다 가봤습니다. 면면촌촌 구석구석은 다 못 뒤졌지만, 군 단위 이상은 다 가봤죠.

박인규 : 20년 동안 장수한다는 게 쉽지가 않은데, 진행자로서 장수 비결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송해 : 참 어려운 질문이신데, 노래자랑은 다 같이 자기 프로라고 느끼는 게 장점인 것 같아요. 보시는 분이나 나오시는 분이나 다, 내 프로다, 이런 관념이 있는 것 같고, 그러다 보니까 노래자랑은 곧 우리들의 생활이다, 이런 느낌을 받기 시작했죠. 그래서 남이 하는 걸 보면 나보다 못하는 것 같고, 내가 하면 남보다 잘할까? 했는데 못하고, 그래서 그런 데 비교도 하고, 우리 민족은 뭘 해볼까 하는 게 근성적으로 있어서,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고 이런 게 많아서, 많은 참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요즘 참여 민주주의라는 말도 많이 나오는데, 모두가 내 프로그램이다, 이른 바 주인의식. 이게 상당히 중요한 것 같네요. 그래도 사실은 진행자가 잘 이끌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송해 : 뭐, 그런 책임도 있지만 나오는 분들하고 대화를 많이 합니다. 그래서 기성인들도 쉬었다가 마이크 앞에 서면 떨리잖아요. 긴장하고. 그런데 아마추어들이 나오신다는 건, 우선 마음의 안정이다, 그래서 그분이 하고자 하는 것도 되풀이 해 보지만, 그 밖에도 보여줄 만한 재주가 있느냐 대화를 시작하면 걸작이 많아요. 그래서 우선 편안하게 대화하는 가운데 뭐가 나오지 않겠냐.

박인규 : 그리고 출연자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기 전에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나오기 전에 나랑 얘기를 합시다, 하고 많이 얘기를 나누시는 거군요?

송해 : 그럼요. 공식적으로도 하지만 개별적으로도 대화를 해보면 집히는 데가 있죠, 사람이. 그런 점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불러서 얘기를 좀 해보면 상당히 편안하다고 해요.
박인규 : 소통을 많이 하시는군요. 요즘 소통이 유행이던데.

송해 : 소통이라는 게 다른 게 아닌 것 같아요. 우선 만나야 누구하고도 얘기가 되고, 일단 만나면 대화를 해야 되고, 대화 가운데는 내 주장만이 아니고 남의 것을 읽어야 된다.

박인규 : 들어준다?

송해 : 네, 그렇죠. 거기서 제가 가질 걸 가지면 대화가 되고 그게 대화소통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전국노래자랑은 나오시는 분들이 주인이고, 또 나와서 자리도 불편한데 박수 치면서 열광하는 분들이 재산이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박인규 : 장수MC가 그냥 무대에 나와서만 재밌게 하면 되는 줄 알았더니 그냥 되는 게 아니군요.

송해 : 나름대로 노력을 합니다만, 그렇게 비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박인규 : 지방 녹화를 다니시면요, 송해 선생님은 항상 녹화 하루 전 날 내려가신다고 해요. 그래서 꼭 들르시는 데가 있다면서요?

송해 : 네, 대개 하루 전에 갑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지방에 내려가서 하루 쉬는 게 제일 행복해요. 다 잊어버리고. 그리고 우선 사람은 누구나 다 건강이 최고니까, 피로를 풀기 위해 목욕탕에 자주 가고 만인들을 대하면서 격이 없이 대화하는 데가 재래시장, 뭐, 이런 뎁니다. 요새 모든 시장도 대형화되고 하다 보니까 내 것, 필요한 것만 하지 대화가 잘 안 돼요. 그런데 재래시장에 가 보면 정말 파리 날린다는 말이 있잖아요. 장사 안 돼서 심심할 때 그분들이 주고받는 말재주는 참 특이한 게 많아요. 그런 가운데 피로도 풀고, 장사가 안 되는데 재밌게 얘기나 하자, 이런 데도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박인규 : 그러면 녹화하는 지역에 가서 목욕탕도 즐기시고 재래시장에 가서 현지에 계신 분들이랑 대화를 많이 하시는군요.

▲ ⓒ프레시안

송해 :
대화 많이 하죠. 요새 특산품이 많아서 저한테 질문하는 분들이, 거기서 받은 영광이면, 영광 말린 굴비 다 어쨌습니까, 물어보는데, 이제 다 평준화 됐잖아요. 춘천닭갈비 없는 데 없고, 전주비빔밥 없는 데 없습니다. 그러면 그분들하고 그걸 한번 음미하면서 대화를 할 적에 음식 하나가 얼마나 노력의 대가입니까. 거기에서 그분들이 살아가는 생활, 그분들이 느끼는 고충, 하고자 하는 얘기, 이런 것들을 제가 얻을 수가 있죠.

박인규 : 사전에 현지 사정을 굉장히 많이 청취하고 취재를 하시는 거군요?

송해 : 네, 저는 많이 합니다. 그러려고 노력을 하고요.

박인규 : 당일 아침에는 꼭 시장 가서 해장국 드신다면서요?
송해 : 그것도 소통의 과정인 것 같은데, 요새 가정에서 아침 식사를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습관이 돼서 그런지 아침에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서 내 속에 소통을 시켜놔야 움직임도 가벼운 것 같고 대화도 잘 되는 것 같고, 사람 만나면 반가움을 느끼고. 이래서 아침 해장국 한 그릇 먹는 데 소통이라는 시작이 되지 않나, 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 봅니다.

박인규 : 저희가 보면 실제로 방영하는 건 한 시간 정도로 알고 있는데요.

송해 : 지금 한 시간 십 분입니다. 요청이 많아서 십분 연장했어요.

박인규 : 실제로 녹화하면 시간이 많이 걸리시죠?

송해 : 실제 녹화는 두 시간 조금 넘고 그럽니다. 왜냐하면 현장에 오셔서 관람하시겠다고, 여름엔 뜨겁잖아요. 저희가 1시에서 3시 반 사이니까 제일 뜨거울 때입니다. 저희들은 9시까지 도착하는데 그전에 도착하신 분들이 많아요. 그분들이 방영할 것만 1시간 10분만 달랑 녹화하고 그러면 기다린 보람이 없죠. 아쉽죠. 그래서 2시간 내지는 2시간 10분. 그리고 가수 분들이 앵콜도 많이 받아들이고. 정말 예심에 통과는 안 됐지만 이 무대에 나오는 게 내 소원입니다, 해서 나오는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도 좀 하고 하면, 2시간에서 2시간 10분.

박인규 : 전국노래자랑을 TV에서 보면 말이죠, 거의 손자뻘 되는 아주 어린 학생이나 젊으신 아주머니들이 나와서 오빠라고도 하고, 형이라고도 하고, 어떤 때는 지역 특산물이라고 해서 들고 나와서, 거의 억지로 먹이는 때도 있는데 잘 받아주시더라고요. 힘들지 않으세요?

송해 : 요새 건강에 대해서 너무 세밀하게 살피니까, 특히 여름철 녹화할 때는 먹는 거 가지고 나오시면 걱정은 되죠. 특히나 생선이나 회 같은 거 가지고 나오시면 속으로 꺼림칙합니다. 그런데 그분이 그거 한 조각을, 이게 최고의 특산품이라고 말하려고 노력한 게 공이 얼마나 큽니까. 그래서 꿀떡 먹으면, 그렇게 마음먹어서 그런지, 출연자들이 가지고 나온 특산품 먹고 탈 난 적이 없어요. 그것도 마음먹기 달린 것 같아요.

박인규 : 그런데 실제로 출연자들과 어울리시다가 다치시기도 하셨다고요?

송해 : 아니, 뭐, 장정들이 나와서, 요새 헬스보이 유행 아니에요? 이 분들이 놀면서 저보고 안심하고 무등을 타라고 해서 마음 놓고 무등을 탔죠. 그런데 사실 제가 무게가 있는 것 같아요. 일어나려다가 앞으로 그냥. 그거 뭐, 쏟으려고 쏟았겠습니까. 그게 아마 그분들이 단련이 덜 된 것 같아요. 앞으로 쏟아져서 어깨를 다쳐서 고생한 일도 있고, 또, 아까 오빠라고 하고 형님이라고 한다고 하셨는데, 적게는 만 3살, 많게는 103세 되신 백발의 할머니가 여든 한 살 된 따님을 모시고 와서, 따님도 저한테 오빠, 103세 되신 어른도 저한테 오빠, 이런 경우도 있어서 그럴 때 제가 마음으로 흐뭇한 건 말할 수 없죠.

박인규 : 그야말로 노소동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송해 : 한 세기가 놀아요. 한 대가 아니라 한 세기가, 100년이 한 무대에서 놀죠.

박인규 : 그렇게 노는 프로그램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송해 : 네, 그게 또 보람을 느끼고요.

박인규 : 그렇게 25년 동안 진행을 하시면서 이른 바, 펑크를 내신 적이 없다고 해요. 건강 비결이 나름대로 있으신가요?

송해 : 제가 몸이 늘 당당하게 좋은 건 아니고, 사람이 살다보면 갑작스러운 일도 당하고 그러는데, 제가 여름철에 에어컨, 냉방 안 하는 데가 없잖아요. 그 냉방만 만나면 기침을 하고 그래요. 그런데 그렇게 시달리다가도 녹화장에만 가면 뚝 그치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도, 너는 그냥 천상 노래자랑 해라, 명지를 해준 건지. 그래서 다행스럽게도 몸이 아파서 출연 못하고 그런 적은 없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한 기사를 보니까 말이죠, 초당 대학굔가요, 거기에 한 교수님이 우리나라 연예인들의 발음을 조사했는데, 특히 장단음이 잘 안 맞는다, 그래서 대부분이 E등급, A,B,C,D, E등급인데, 송해 선생님만 A등급이다, 발음이 가장 정확한 연예인이라고 그렇게 나왔더라고요. 어떤 비결이 있습니까?

송해 : 점수를 너무 후하게 주신 것 같은데. 제가 그런데 우연하게 진행자를 아나운서들하고 많이 했어요. 지금도 특집 같은 거 할 때 아나운서들하고 하는데, 아주 정확하지 않습니까, 그분들이. 그런데 '가로수를 누비며'를 17년을 했는데, 거기서 저와 진행을 같이한 분이, 유명한 제주도 분, 미스코리아 고려진 씨가 하셨어요. 아나운서로 입사한 분이니까. 아주 목소리도 좋지만 발음도 정확합니다. 그래서 저는 보면, 은쟁반에 옥이 굴러가듯이 한다고 표현을 했는데, 그렇게 많이 하면서 익혀진 것도 있겠지만, 우리말에 대한 건 어렸을 때 호감을 좀 가졌어요. 아버지, 어머니, 형, 누이. 이런 얘기의 근본 풀이도 있고 의미도 있겠지만, 우선 부르기가 아버지, 참 아름다운 분이다, 아버지, 참 벗 같은 분이다, 나의 지주 같은 분이다, 아버지. 제가 이런 생각도 해보고. 어머니, 어디서나 생각나시는 분, 어머니. 머니. 뭐니 뭐니 해도 자식을 사랑하고 돌봐주시고 성장시켜 주시고. 야~ 누이. 이것도 얼마나 좋은 얘기에요. 그래서 관심을 가졌는데 우연하게 한글학자 한갑수 선생하고 인사가 돼서 그분이 말씀하시는 걸 어딜 가나 귀로 듣고 눈여겨보고 이랬는데 우연하게 연결이 아나운서 전영우 씨 있습니다. 지금 교수하시는 데, 그분하고 아는 사이가 돼서 얘기를 많이 배웠고. 그 다음에 세상 떠나셨습니다만, 아나운서 강찬성 선배님은 고향도 같고 해서 대화를 많이 했고, KBS 아나운서 실장을 하고 있는 김상준 씨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말 표준어 쓰기에 앞장서서 열심히 하는데, 그분하고도 제가 굉장히 친해요. 그런데 우연스럽게도 이 프로에서 이 얘기가 나오려고 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어제는 최규환 씨라고 있습니다. 오래된 아나운서인데, 방송사 3국의 아나운서 실장을 다 겪으신 분이고. 어제 만났는데, 여든이 되셨는데 아주 또렷해요. 평소에 만나는 분들의 얘기를 듣다보니까 그런 평이 나지 않았나.

박인규 : 말씀을 듣고 보니까 장수 MC라는 게 그냥 되는 게 아니군요. 한국말에 대해서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해야 되고. 84년부터 2008년까지 25년을 전국을 다니셨는데요, 그 당시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출연자들이라든가 많이 달라졌죠?

송해 : 그럼요. 가끔 우리가 특집 할 때 초창기 화면을 봅니다. 보는데, 우선 사람 모습부터 달라요. 그때 출연자가 14명이면 여자가 7,8 명, 반반이었죠. 요새는 여자가 3분의 2 넘습니다. 그런데 여자 분들이 대개 파마를 했어요, 그 당시 여자 분들은. 그리고 한복이 30%. 그리고 노래하는 분들이 요새같이 막 움직이고 그런 게 없었습니다. 다 서서하고.

박인규 : 요즘은 춤을 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송해 : 움직이지 않으면 심심해서 못 볼 정도죠. 그렇게 달라졌고. 그리고 노래가 얼마나 달라졌습니까. 트로트나 우리가 즐겨 부르는 노래 풍에서, 지금은 뭐, 외세의 바람도 불어왔지만, 우리 곡도 새롭게 많이 변형이 됐어요. 그래서 따분한 점 없이 보게 되고, 나오는 분들이 다양해졌습니다. 일반 건강한 분들만 나오는 게 아니고 장애인분들이 나와서 상 탄 적도 있고, 그래서 의미를 많이 갖죠.

▲ ⓒ프레시안

박인규 :
저희 프로그램에서 몇 달 전에 윤도현 밴드의 윤도현 씨를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윤도현 씨가 자기가 보기에는 전국노래자랑이야말로 우리나라 최고의 라이브 무대다. 그런데 자기가 한번 나가고 싶은데 안 불러준다고 하더라고요. 어떻게 윤도현 밴드를 불러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송해 : 그거는 아마 조금 반대로 얘기한 것 같고, 제가 방송국에 오면 별관 쪽에 젊은 학생들이 아주 바글바글해요. 그래서 오늘 왜들 왔어, 하면 윤도현 쇼 보러 왔다고 하더라고요.

박인규 : 윤도현 씨는 정말 전국노래자랑에 한번 나가서 전국 최고의 라이브 무대에 서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송해 : 그 얘기 좀 꼭 전해야죠. 제가 섭외를 하라고 꼭 그러겠고, 바빠서 그랬겠지, 뭐.

박인규 : 한번 저희가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송해 : 꼭 한번 출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KBS 전국 노래자랑 MC 송 해씨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해주 예술학교에서 공부를 하셨다고 해요. 그러면 성악 공부라는 게 클래식을 하신 겁니까?

송해 : 네. 저쪽의 음악이라고 하면 대개 짐작하시겠습니다만, 클래식에서 조금 벗어나서 우리 형이라고 해야겠죠. 그런데 성악이라고 하기 보다는 골목대장을 노래하고 그래서, 뛰놀고 노래하고 그런 걸 좋아해서. 그때만 해도 이런 학교가 없었어요. 전국적으로 예술이라고 할까, 음악이라고 할까, 이런 학교가 없었어요. 제가 진학할 당시에는. 유일하게 우리 고향 해주에 있었는데, 그때는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는 조금 안정적인 학교를 선택해 보자, 그런 의미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전국노래자랑에서 노래하시는 걸 보면 솜씨가 보통이 아니시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로 연예계 활동은, 요즘은 개그맨이라고 합니다만, 코미디언 활동을 하시게 됐어요. 어떻게 시작하신 건가요?

송해 : 제가 아까 처음에 소개하면서, 창공악극단 얘기하시던데, 제가 첫 경험을 한 악극단인데, 그 악극단이 전국을 다니면서 여러분들께 사랑을 받던 시절은, 노래 한 가지만 해도 밥을 못 먹었습니다. 또 악극만 잘 해도 밥을 못 먹었어요.

박인규 : 이른 바 만능엔터테이너가 돼라.

송해 : 네, 그러니까 최소한도 세 가지에서 다섯 가지는 해야 돼요. 선배들 보따리도 잘 들어줘야 되고 선배들 양말도 잘 빨아줘야 되고, 노래도 잘 해야 되고, 악극도 잘 해야 되겠지만, 막간 희극이 또 있어요. 장치가 바뀌는 동안, 중간막이 내려와서 잠깐 쉬는 동안, 나와서 관객들 심심하지 않게 웃겨주는 이런 것까지 다 해야 그래도 단체에서 붙들고 있으려고 하지, 한 가지만 해서는 빨리 가줬으면, 하던 시절이었으니까.

박인규 : 팔방미인이 돼라. 25년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시면서 미국을 비롯해서 북한까지 안 가보신 데가 없는데요, 전국노래자랑하면서 이 지역에 가서 꼭 해보고 싶다, 그런 데가 있으신가요?

송해 : 그건 고향이죠. 지금 평양 모란봉 공원에서도 하고, 금강산 가는 첫 배가 떴을 때 금강산 가는 배 안에서도 하고 그랬지만, 제 마음으로는 고향에 가서 이걸 해야지, 하는 것은 변치 않았습니다.

박인규 : 아직 못 가 보셨죠?

송해 : 아직 못 가봤죠. 그래서 저희 고향이, 황해도 연백평야라고 하죠. 나무리벌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남쪽의 김제 만경이라든가 어떤 벌하고도 바꿀 수가 없는데, 나머지 벌에다가 무대 근사하게 지어놓고, 한번, 노래자랑~ 하고 외쳐 봤으면 하는 게 제 평생소원이죠.

박인규 : 송해 선생님, 이렇게 뵈니까 아주 건강이 괜찮으셔서 충분히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송해 : 저는 자신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많은 분들이 앞으로도 계속 10년, 20년 송해 선생님의 진행으로 전국노래자랑을 보고 싶어 할 것 같고요, 혹시 제가 여쭙지 못했더라도 청취자 여러분께 못하신 말씀 있으시면, 마지막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송해 : 제가 아까, 팬 여러분들이 3세부터 103세까지 오빠, 오빠, 하고, 초등학생들이 형, 그러니까 더 이상 보람이 없지만, 더 이상 바랄게 없지만, 한 가지 꼭 말씀드린다면, 특히 연세 드신 분들께서 희망이라고 해요, 아, 우리의 희망이요, 우리 자존심입니다, 건강하십쇼. 좀 풀어서 말씀하시면 어떤 말씀이십니까, 하고 물으면, 저런 분이 저렇게 열심히 한 개 분야를 맡아서 노력하는데 우리가 구부릴 게 있느냐. 그래서 노인은 노인정이라든가 조금 적적할 때는 그런 생각을 한다고 해요. 그래서 그것은 제가 그냥 드린 게 아니고 여러분과 만나서 대인들의 기를 저한테 주셔서 제가 그걸 어떻게 잘 요리가 됐을지 모르지만, 행복의 엔돌핀을 던지니까 많이 받으셔서, 그저 건강하면 같이 건강해야지 혼자 건강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건강한 가운데 즐거운 생활 되시기 바랍니다.

박인규 : 요즘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많이 한다던데, 어떤 분보다도 그 말을 실제로 보여주신 분이 송해 선생님 같고요, 국민MC로서 황해도 재령, 연백평야에서 전국노래자랑 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송해 : 오늘 좋은 대화를 이끌어주신 박인규 선생도 초대하겠습니다.

박인규 : 아유, 영광입니다.

송해 : 우리 고향 좋아요.

박인규 : 저희 아버지도 사실은 고향이 거기신데요. 그럴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송해 : 감사합니다.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KBS 전국노래자랑 MC 송해 씨를 초대해, 장수 MC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과 그가 생각하는 진정한 소통의 의미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