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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한번만 갔다 오자' 생각했는데, 어느덧 28주가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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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처음엔 '한번만 갔다 오자' 생각했는데, 어느덧 28주가 됐네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03] 태안 기름방제 봉사단 이상경 회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검은 재앙'으로 불리던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7개월이 돼 갑니다. 그동안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복구 활동으로 이제 태안 앞바다는 옛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고 태안군이 인위적인 방제단계를 끝내고 자연 방제 정책으로 바꾸면서 자원봉사자들이 마지막 봉사 활동을 마쳤는데요. 기름유출 사고가 일어난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주말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28주 연속 봉사 활동을 한 주인공이 있습니다. 바로 태안 기름방제 봉사단의 이상경 회장인데요 오늘은 이상경 회장을 초대해 28주 동안 태안에서 검은 절망을 닦아낸 그녀의 봉사활동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태안 기름방제 봉사단 이상경 회장입니다. 이상경 회장은 1983년 서울 출생으로 태안에서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 지난해 12월 인터넷 카페인 태안기름방제봉사단을 만들어 28주 동안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매 주말 기름방제 봉사활동을 해왔으며 지난 6월 145일 마지막 봉사활동을 마쳤습니다.

박인규 : 보통 회장님 하면 4,50대 아저씨를 생각하는데 20대 아가씨가 회장님이라고 하니 좀 어색하네요.

이상경 : 저도 회장님이라고 불려 본 적이 오늘이 처음이어서, 저희 카페 회원들은 제가 회장인지 잘 몰라요. 봉사를 왔다 가더라도

박인규 : 태안기름방제봉사단, 보통 태기봉이라고 부른다는데 그럼 회장님 말고 뭐라고 부릅니까?

이상경 : 카페 닉네임으로 부르거든요. 별님, 별양, 별아가씨, 태기봉 아가씨 이렇게 부르거든요.

박인규 : 이상경 회장의 별명은 뭐에요?

이상경 : 저는 카페에서는 '별'로 통해요

▲ ⓒ프레시안

박인규 :
별이군요. 지난 12월부터 6월 15일까지 28주 동안 매 주말마다 태안에 내려갔는데 6월 22일부터 안 내려갔잖아요. 첫 주에 어땠어요? 이상하지 않았어요?

이상경 : 제가 7개월 동안 일요일마다 뭔가를 했는데 갑자기 일요일에 계획 없이 쉬려니까 정말 뭘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시간이 남아도는데도 써야 되는 방법을 잊어버려서 그냥 집에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었어요.

박인규 : 잠만 잔 거 아닙니까?

이상경 : 맞아요. 밀렸던 잠을 많이 잤어요

박인규 : 태안이 말하자면 인위적인 방제, 사람들이 가서 기름 걷어내는 건 끝났다. 자연방제로 단계가 옮겨가다 보니까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끝났잖아요. 아쉽지 않던가요?

이상경 : 정말 많이 아쉽고요, 제가 마지막으로 가기 전날 정말 너무 아쉬워서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그리고 정말 조금이라도 더 부지런히 한 번 더 할 걸... 후회도 되게 많이 했고 솔직히 태안에서 정한 거고 그쪽 사정을 뻔히 알기 때문에 서운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박인규 : 그래도 자연방제로 들어갔다는 건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는 거겠죠?

이상경 : 보이는 곳은 정말 깨끗해요. 오셔서 즐길 수 있을 정도로

박인규 : 처음 기름유출사고가 났을 때하고 12월에 내려갔을 때, 그리고 마지막 내려갔을 때하고 많이 달라졌죠?

이상경 : 그렇죠. 우선 계절이 바뀌었고, 그땐 정말 추운 겨울이었는데 이제 여름이잖아요. 많이 깨끗해졌고, 그땐 놀러 오시는 분도 없었는데 요즘은 오셔서 즐기시고 관광객들 정말 많으세요.

박인규 : 다행이네요. 12월 16일부터 태안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서 태안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거에요?

이상경 : 저도 맨 처음엔 정말 무관심했거든요 다른 분들처럼. 그런데 어느 날 사진 한 장을 봤어요. 꽤 유명한 사진인데 가마우지라는 새가 기름에 뒤덮여 있는 사진을 보고서는 제가 두 시간 동안 펑펑 울고서는 나도 한 번만 갔다 오자, 갔다 오면 괜찮아지겠지 생각했거든요. 그 한 번이 한 번 더가 되더니 7개월이 돼 버렸어요

박인규 : 그 당시 제 주변에도 많이 내려가신 분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대개 다른 팀에서 만들면 따라가고 그런 거였는데 이상경 회장은 태기봉이라는 팀을 하나 만들었어요. 어떻게 해서 만들게 된 거예요?

이상경 : 저도 맨 처음에는 환경연합에 신청했어요. 그런데 환경연합에 회비를 냈는데도 제 스스로 장화 우비 방제도구를 사야 되더라고요. 너무 돈이 많이 들어서 내가 가는 걸 준비하는 김에 다른 나 같은 사람도 있겠구나 싶어서, 다른 사람 도와서 같이 가자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제가 가려는 걸 다른 사람도 같이 도와서

박인규 : 인터넷에다가 태안에 봉사 갈 거니까 같이 갈 사람 모여라, 광고하신 거군요. 그렇게 해서 모인 태기봉 회원이 전부 몇 명이에요?

이상경 : 지금 9400명이고요, 만 명을 한 번 채워보고 싶었는데 욕심인지 거기서 그치더라고요

박인규 : 9400명이 매주말 내려가진 않았을 거고 보통 내려가면 얼마나 내려가시나요

이상경 : 많을 때는 170명씩 내려갔거든요. 요즘 좀 줄어들어서 그래도 꾸준히 80명씩은 하고 있어요

박인규 : 7,80명씩 내려가는 것도 만만치 않을 텐데, 차편이나 물품 어떻게 준비해요?

이상경 : 저희 태기봉이 전국구에요. 각 지역별 운영진이 또 있거든요. 대전에도 있고 충청, 부산에도 있거든요. 그 운영진들이 주체가 돼서 버스는 대절하고요, 장비는 태안 구청 아저씨들한테 많이 지원받고 필요한 건 회비 걷어서 그때그때 사서 쓰고요

박인규 :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은데요 다 회비를 내서 충당했나요?

이상경 : 모든 회원들이 회비를 내서 봉사활동을 했거든요
자기 돈 내면서 하는 거죠

박인규 : 대한민국 국민들의 봉사심은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회장이 되신 거예요? 가장 먼저 제안했기 때문에?

이상경 : 가장 먼저 제안했다기보다는 카페를 책임지고 있다 보니 이렇게 커진 거거든요

박인규 : 혹시 이상경 회장처럼 28주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간 회원이 또 있습니까?

이상경 : 솔직히 없고요. 그래도 스무 번 넘는 회원들이 한 5명 정도 있으세요.

박인규 : 그 분들 대단하시군요. 9400명 회원들의 연령분포는 대략 어떻게 됩니까?

이상경 : 겨울방학에는 중고생들 대학생들이 정말 많았는데 개강하고 지금은 거의 2,30대 직장인들이 많이 있으세요

박인규 : 혹시 태기봉처럼 인터넷을 통해서 태안에 자원봉사를 가자, 모임을 만든 단체가 또 있습니까?

이상경 : 토요일에 가는 카페, 섬지역으로 가는 카페도 있고, 그래서 인터넷 다음카페에는 총 세 개 있어요. 네이버에도 있고 다른 저희 말고 숨어 있는 단체들이 많을 거예요

박인규 :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2월 16일에 처음 내려가셨죠? 처음 내려가 보니 어떻던가요?

이상경 : 그때는 정말 바다가 이렇게 생겼나 할 정도로 정말 기름이 많았고, 그때 저희가 처음으로 정말 기름을 퍼 담아봤어요. 그 정도로 기름이 정말 많았고요. 그리고 저희가 천리포라는 곳을 처음 가봤거든요. 그때는 해변이 정말 죄다 기름이니까 모래 하나하나에서 기름을 건져냈고 마루를 걸레질 하듯이 닦잖아요. 해변을 걸레질하듯이 다 닦고 다녔어요.

박인규 : 그럼 28주 내내 기름 닦는 일을 하신 겁니까?

이상경 : 기름 닦는 일도 했고, 저는 계속 내려가다 보니까 태안 사정을 뻔히 아니까 다른 봉사자들 오면 안내도 하고 지원도 하고, 태안에서 필요한 서류 작성하는 일이 있어요. 또 현장에서 서류 작성하는 일도 하고. 그러다 보니 군청 아저씨들도 많이 친해지니까 가끔 제가 봉사자인지 군청 직원인지 헷갈리실 정도로

박인규 : 속된 말로 태안 사정에는 빠삭하시겠네요

이상경 : 제가 군청 아저씨들한테도 태안 행사를 오히려 알려줄 정도로

박인규 : 태안이 지역이 굉장히 넓은데 태기봉은 주로 어느 지역에서 활동했어요?

이상경 : 저희는 맨 처음은 천리포에서 시작했는데 나중에 1월부터 6월 말까지는 태안에 보면 가장 끝에 구례포라는 곳이 있어요. 원북면이라고 구례포에서 주로 활동했어요

박인규 : 주로 구례포 사정은 아주 잘 아시겠네요 지금 어떻습니까

이상경 : 네. 구례포도 해수욕장인데요, 별로 유명하지는 않은 해수욕장이더라고요. 그곳도 맨 처음 갔을 때는 정말 기름냄새 많이 났는데, 요즘엔 그래도 많은 관광객들이 오셔서 몸 담그고 노시고 그런 거 보면 뿌듯합니다.

박인규 : 지금 구례포 계신주민들은 아직은 정상이 아닐 텐데 어떤 도움을 가장 필요로 하고 계세요?

이상경 : 가장 필요로 하는 건 물질적인 지원보다 제가 봤을 때는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손길 한 번이라도 더 왔으면 좋겠고 사람이 한 번이라도 더 와서 숨어 있는 기름을 닦아 줘야 되거든요.

박인규 : 대한민국 국민들이 태안 주민들을 잊지 않고 있다.

이상경 : 그런, 관심이 필요한 것 같아요. 너무 빨리 잊혀지는 걸 가장 마음아파 하시더라고요

박인규 : 실제로 가서 보니까, 초창기에 보상금 지급 문제라든가 여러 가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불협화음이 많았잖아요. 실제로 일하시는 공무원 분들을 보니까 어떻던가요?

이상경 : 딱 보면 공무원 아저씨들 욕하시는 분들 정말 많으세요. 그런데 정말 힘드세요 그 분들도. 7개월 동안 쉬지 않고 교대로 지원하니까요

박인규 : 실제로 공무원 분들도 열심히 하고 있더라. 그런데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는데도 왜 비판이 나올까요?

이상경 : 직업 때문 아닐까요?

박인규 : 보시면 아, 이런 일들을 이렇게 했으면 좀 더 효율적일 텐데, 느껴지는 건 없었어요?

이상경 : 제가 봤을 땐 봉사자들 비위도 다 맞춰주고 그래선지 공무원 아저씨들 욕하는 건

박인규 : 적어도 이상경 회장이 보기에는 열심히 하셨다

이상경 : 네. 정말 열심히 하시거든요. 그래서 뭐라고 말은 못할 것 같아요

박인규 : 태안 기름방제봉사단이 주로 일요일에 내려가서 일한 거죠? 그런데 이상경 회장은 토요일에도 내려갔다면서요? 왜 간 거예요?

이상경 : 바다기 때문에 일주일 사이에 태안의 사정이 자주 바뀌어요. 봉사도 저희만 하러 가는 게 아니라 여러 팀이 오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형이 바뀌었는데 태안에서 어떻게 작업해서 어떻게 기름을 닦아야 되는지를 미리 알아야 되거든요

박인규 : 사전에 정보를 알아야 제대로 계획을 세우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이상경 : 네. 맨 처음엔 저도 대책없이 갔다가 기름 못 찾아서 하루 그냥 버린 날도 있고, 만조 때문에 봉사를 효율적으로 못한 적도 있고 그래서 미리 가서 답사하고 사람 손길 미치지 않은 곳을 찾아서 어떻게 봉사해야 될지 계획 짜느라 하루 전에 가요

박인규 : 그럼 매주 토일 토일 갔다 온 겁니까?

이상경 : 네.

박인규 : 대단하네요.

이상경 : 그렇지는 않아요.

박인규 : 처음에 내려갔을 때 양동이로 기름을 펐다고 하셨잖아요. 처음 내려가신 분 중에 몸이 약하신 분들은 어지럽다. 구토증이 난다고 했는데 이회장은 괜찮았어요?

▲ ⓒ프레시안

이상경 :
저는 정말 튼튼한가 봐요. 여태 그런 일이 없었어요. 그냥 맨 처음 간 날 기름 냄새 때문에 기침을 심하게 한 적은 있어도, 그 이후부터는 계속 괜찮았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처음에는 한 번만 갔다 오자, 그랬다고 하는데 그게 7개월까지 된 이유는 뭘까요? 봉사활동이 그렇게 좋았을까요?

이상경 : 맨 처음에는 제가 정말 바다를 좋아하니까 한번만 갔다 오자 했는데요, 저도 다른 분들처럼 한 한 번만 갔다 오면 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자꾸 눈에 아른거리는 거예요. 그 부분을 내가 마저 닦아줬어야 되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그래서 그게 한 번만 한 번만, 한 달만 한 달만, 이렇게 연기하다가 7개월까지 된 것 같아요

박인규 : 요즘 젊은 사람들 말로 하면 봉사폐인이 되신 거군요

이상경 : 그렇다고 볼 수 있죠

박인규 :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매주 7,80명 많게는 한 200명 가까운 사람들을 조율하려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봉사활동 기획하면서 어려운 점 없었습니까?

이상경 : 맨 처음에는 정말 저도 모르기 때문에 하는 게 정말 많이 힘들었고요. 솔직히 재정적인 문제도 많이 닥쳐서 정말 열심히 돈을 벌어야 된 적도 있었고요

박인규 : 혹시 빚지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이상경 : 그렇지는 않아요

박인규 : 순전히 회원들의 회비로 운영된 겁니까?

이상경 : 네. 그러다가 솔직히 회비로 하다가도 부족한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 건 거의 운영진들 주머니에서 다 나와서

박인규 : 그럼 이상경 회장은 다른 사람보다 더 회비를 많이 냈겠네요

이상경 : 그렇죠. 매주 갈 때마다 또 돈을 내야 되니까요

박인규 : 보통 회비를 얼마나 걷었습니까?

이상경 : 서울 같은 경우는 15000원씩 받고 있고 지방은 거리가 멀어서 두 배로 더 받고

박인규 : 혹시 태기봉의 활동을 보고 참 좋은 일 한다, 그래서 거액이라든가 이런 걸 좀 시사하신 분은 없었나요?

이상경 : 특이하게 그런 분이 한 분도 없더라고요 저희는

박인규 : 완전히 개미군단이었군요

이상경 : 저희도 알게 모르게 활동하기 때문에 저희가 이런 방송을 한 것도 별로 없어서 모르시는 분들이 더 많더라고요.

박인규 : 혹시 이 방송이 나가면 그런 독지가가 나올지 모르겠네요.

이상경 : 그럼 정말 감사드릴 것 같아요.

박인규 : 회원이 9400이라고 했는데, 언제 9400명이 된 겁니까?

이상경 : 많이 금방 모일 줄 알았는데 처음엔 빨리 모이다가 저희가 이 인원을 유지한 게 5월부터 9400명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어요

박인규 : 그럼 계속 늘어났다는 얘기네요. 혹시 봉사활동을 28주 동안 매주 내려갔다면 여러 가지 슬픈 일, 좋은 일, 재미난 일... 있었을 것 같은데 생각나는 에피소드 있습니까?

이상경 : 겨울이 더 많이 생각나는데요. 겨울에는 정말 바닷바람 맞으면서 기름 닦는 게 정말 어렵거든요. 마을 주민들이 몸 녹이라고 모닥불도 피워주시고 그런 것도 기억에 남고. 그리고 저희가 본부에서 기름 닦으러 가는 데까지 3km를 걸어가야 돼요. 요즘은 더우니까 차로 이동했는데 예전 같으면 그걸 왕복으로 어떻게 걸어다녔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들고. 은근히 재밌는 일이 많았던 것 같아요

박인규 : 저희가 최근에 119 탤런트라고 정동남씨라고 구조 전문으로 하시는 분을 인터뷰했는데, 그 분 말씀이 태안 사고가 난 직후 분명히 자살하는 분이 계실 거다... 라고 말씀하셨대요. 실제로 생겼죠. 봉사자들은 나름대로 봉사하시면서 여러 가지로 보람있었겠지만 지금 태안 주민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는 사례는 없었나요?

이상경 : 저희 회원들이 봉사하다가 몇 명씩 울었던 사건이 있었거든요. 봉사자들은 봉사자라는 이유만으로 군청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받아요. 하다못해 빵이나 음료수, 간식도 받을 수 있고 점심도 라면 같은 건 받을 수 있는데 주민들은 추운 겨울에 기름을 닦으시는데도 별다른 지원을 못 받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희가 간식을 나눠드렸는데 그것도 못 드시고 아깝다고 챙겨 가시는 거 볼 때면 정말,,, 저희가 그거 보고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힘든데 도와드리러 한 번 더 가자, 그래서 구례포에 열심히 가게 된 거예요

박인규 : 구례포 사정을 잘 아신다니까 그쪽에서 기름유출사고 때문에 생계에 아주 어려움을 겪는다거나 그런 분들 안 계시던가요?

이상경 : 구례포에도 계시는데 표출은 안 하시죠. 어느 지역이든 다 계실 텐데요. 구례포에 해녀마을이란 곳이 있어요. 그 분들은 양식을 하시다가 그쪽에 해녀로 모이신 분들인데 그 분들 같은 경우 할 일이 없으신 경우가 대부분이고요. 다들 바다에 낚시를... 바다에서 고기를 잡아서 사시는 분들인데 고기를 못 잡으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진 경우가 더 많았어요.

박인규 : 그런 분들이 자신의 어려움에 대해서까지 봉사자들에게 말씀을 잘 안 하시는 모양이죠?

이상경 : 그렇죠. 아무래도 봉사자들한테 부담을 주기 싫으신 것 같아요.

박인규 : 참 안타깝네요. 지금 일단 자원봉사자 활동은 끝난 거 아닙니까. 그럼 태기봉은 해산인가요?

이상경 : 아니오. 해산할 수는 없고요. 태기봉이라는 이름 자체가 너무... 태기봉은 태기봉대로 남아야 돼요 그래서 여름 지나고 가을 지나면 태안에서 봉사하는 방법을 찾을 예정이고요

박인규 : 기름 방제가 아닌 다른 방법으로 봉사활동을 하겠다

이상경 : 네. 바다에 있는 쓰레기를 주울 수도 있는 거고 저희가 여태까지 기름 닦아 놓은 데가 얼마나 깨끗해졌는지 확인할 수도 있고, 거의 태안 쪽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이에요

박인규 : 지금 9400명 회원들도 한 번 모임을 만들었으니까 일단 원래 목적은 달성한 거 아닙니까.

이상경 : 1차적인 목적은 한 거죠

박인규 : 그런데 계속 태안을 위해서 뭔가 하자는 얘기가 많은 모양이죠?

이상경 : 네. 이대로는 아깝다고 태안을 위해, 아니면 바다를 위해 뭔가 하자는 분들이 많으셔서 그렇게 추진하면서 태기봉은 태기봉으로 남을 예정이에요

박인규 : 태기봉은 영원하다, 이렇게 말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볼까 하는데, 사실 저한테 딸이 있는데 우리 딸과 나이가 같으세요. 우리 딸은 아직 공부하고 있는데 봉사활동을 한다니까 대견하기도 하고, 실제로 하시는 일이 뭔지 물어봐도 괜찮아요?

이상경 : IT... 핸드폰 벨소리 만드는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박인규 : 직장인이신 거죠? 원래부터 봉사를 좋아했나요

이상경 : 아니오. 원래 봉사와 저는 완전히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어요.

박인규 : 봉사활동을 한 번도 안 하셨는데 태안 때문에 봉사 전문가가 된 거네요. 28주 동안 매주 토일요일마다 태안에 내려가시면 집안에서는 걱정했을 것 같은데

이상경 : 맨 처음엔 엄마도 지원해 주셨어요. 마스크 착용해라, 가서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기름 냄새 조심해라. 엄마도 맨 처음엔 저러다말겠지 생각하셨대요. 네가 해봤자지, 그런데 장기전으로 돌입하니까 그만 가라고 계속 성화시고... 한 3월부터 그만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한 달만 더 한 달만 더 하다가 정말 집에서 태안 안 가기 각서까지 쓸 뻔했거든요. 새벽에 엄마 잘 때 몰래 도망 나온 적도 있고

박인규 : 어머니 아버지는 말리셨나요?

이상경 : 네. 이제 그만 가라고, 그렇게 시간 버리면서까지 네 시간 그렇게 많이 투자했으면 이제 그만 해도 된다고

박인규 : 봉사가 안 좋아서라기보다도 딸을 걱정해서 그러셨겠지요. 지금은 어떠세요?

이상경 : 지금은 끝났다고 좋아하세요 안 가도 된다고

박인규 : 끝난 것 같지는 않은데, 계속 하신다는데

이상경 : 우선적으로는 당분간은 끝났다고 좋아하셔서, 얼마 전 저희 집에서 카페 회원들끼리 회식도 했거든요. 그런 것도 좋아하셨고

박인규 : 지난 28주 동안 부모님이 같이 따라가 보신 적 있으세요?

이상경 : 저는 측은은 절대 안 데려가요. 제가 데리고 가면 누군가를 챙겨줘야 되기 때문에 저희 회원들 챙기기도... 친구까지 챙길 힘은 없거든요

박인규 : 지금 구례포 주민들과 굉장히 친해지셨겠네요. 내려가면 굉장히 좋아하시나요?

이상경 : 그렇죠. 제가 딱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먼저 알아보시고 인사도 해주시고 저희 구례포 가면 저희 시아버지가 계세요. 우리 아들 줄테니까 시집 오라고 며느리 삼자고 하신 분들 많아서 가면 우리 며느리 왔다고 되게 좋아하시는...

박인규 : 대체로 저희 연배 위의 어른들은 요즘 젊은이들이 자기밖에 모른다, 이기적이라는 선입관들이 있거든요. 그런데 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이상경 : 저도 봉사활동 하다 보면 정말 많이 느껴요. 저런 친구들도 와서 하는구나 생각이 들 정도로, 또 봉사활동을 하는데 자기 돈 내고 와서 봉사활동을 하거든요. 그렇게까지 하는 거 보면 같은 또래지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박인규 : 28주 동안 매주 쉬지 않고 자기 돈 내가면서 거기까지 내려가게 한 원동력이랄까 힘은 어떤 거였다고 생각돼요?

이상경 : 맨 처음에는 정말 바다가 좋았고요, 바다를 유난히 좋아해요. 그게 하루 이틀 되다 보니 회원들 만나는 게 좋아서, 그 다음에는 구례포에 계신 시아버지, 이장님도 만나야 되고 군청 아저씨도 만나야 되고, 보고 싶은 분이 너무 많아지니까 그런 것 때문에 한 번이라도 더 가는 것 같아요.

박인규 : 거기 가시는 분들이 대개 그런 생각으로 내려가신다고 봐야 되겠죠?

이상경 : 매주 다니시는 분들은 저랑 똑같이 보고 싶기 때문에 가는 것 같아요

박인규 :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바람직한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기분 좋기도 하고요. 이상경씨도 봉사라는 걸 전혀 모르다가 태안 사태를 맞아서 전문적으로 봉사에 나섰는데, 저도 사실 그런 걸 해 본 경험은 없습니다만 그런 봉사활동의 즐거움이랄까? 그런 얘기들. 아니면 제가 물어보지 않았더라도 마지막으로 젊은이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마무리말씀 해주세요.

이상경 : 제가 봉사를 하니까 가장 좋았던 건 늘 시간에 쫓기고 살다가 더 여유로워진 것 같고요. 그리고 제가 사실 이기주의적인 면이 되게 많았어요. 남을 배려할 줄 모르고 나만 알고 그런 게 되게 많았는데 봉사 다니면서 여유로움이 생기니까 다른 사람들의 시각이 보이고 배울 점도 많고 느끼는 점도 많았고요. 되게 꿈만 같은 시간이었어요. 할 수 있다면 더 하고 싶어요.

박인규 : 혹시 앞으로의 계획은 계속 봉사하는 겁니까?

이상경 : 할 수만 있다면 제 힘이 필요한 곳이라면 이제는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무슨 봉사를 하든 태안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 ⓒ프레시안

박인규 :
한국사람들이 참 정이 많다고 하는데 이런 인터넷과 만나면서 봉사가 조직화되고, 참 좋은 일인 것 같습니다. 혹시 봉사활동을 하시고 싶은데 어디 가서 뭘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서, 만약 지금이라도 태기봉에 가입하고 싶은 분들은 어떤 절차를 밟아야 되죠

이상경 : 다음 카페는 다들 아실 거예요. 다음 검색어 태기봉이라고 치시면 저희 카페가 나오거든요. 거기 가입하시면 봉사는 언제든 하실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도 좋은 활동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이상경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태안 기름방제 봉사단의 이상경 회장을 초대해 지난 28주 동안 매 주말마다 한 번도 빠짐없이 태안에서 검은 절망을 닦아낸 그녀의 봉사활동에 대해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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