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입니다. 정세현 전 장관은 1945년 만주 출생으로 1971년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통일원 남북대화 운영부장, 민족통일연구원 원장, 통일부 차관을 거쳐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냈습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상임의장을 역임했고 지난해부터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가 사실 5월부터 이른바 촛불정국으로 국내 정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지난주 북한이 핵신고서를 제출했고 또 그 다음날에는 영변 냉각탑을 폭파했어요. 굉장히 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통일정책을 오랫동안 담당해 오신 분으로서 어떻게 보셨습니까?
정세현 : 북핵문제가 이제 해결의 고비를 넘기는 그런 이벤트였습니다. 북핵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이 남북관계에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고, 남북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나가면 결국 우리 경제 살리기에 도움이 됩니다. 남북관계가 안정되면 최소한도 안보 문제와 관련된 신용등급은 유지되는 거니까, 좋아지면 좋아지고. 그래서 저는 그걸 상당히 의미있는 역사적 사건으로 지켜봤습니다.
박인규 : 북한 영변의 냉각탑이라는 게 사실은 특히 일반인들한테 상징적인 시설이라고 할 수 있죠. 북한이 핵활동을 재개했다, 그러면 냉각탑에서 연기가 나왔다, 이런 식으로 보도가 나왔는데 폭파의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정세현 : 이미 사실은 불능화는 끝난 상태였습니다. 못 쓰게 돼 있는데 가장 상징적인, 첨성대 모양으로 생긴, 상징적인 건물이었죠. 그걸 폭파함으로써 북한이 다시는 플루토늄 핵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달하는 의미가 있었죠. 그러니까 지금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서 김정일 위원장이 진심으로 비핵화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에 하는 문제 가지고 그동안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지만 일단 비핵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사표시는 됐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정장관께서는 북핵문제 해결의 한 고비를 넘긴 거라고 말씀하셨는데 일부 보수진영에서는 냉각탑 폭파 같은 경우는 쇼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고 이번 핵신고에 대해서도 북한의 핵물질 프로그램만 나온 거지 핵무기 숫자라든가 핵무기에 관한 거라든가 그동안 문제가 됐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라든가 핵확산 이런 문제는 안 들어가 있지 않느냐. 별 큰 의미는 없지 않느냐라고 보시는 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정세현 : 우선 냉각탑 폭파는 분명히 쇼입니다. 그러나 그냥 쇼를 위한 쇼가 아니라 상당히 거기에 의미를 담아서, 내용이 있는 쇼고. 그것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합의가 돼서 이뤄진 행위고 또 최근 와서 밝혀졌지만 그걸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게 좋겠다는 소위 권고를 우리쪽이 했다는 거 아닙니까 작년에. 그런 의미에서 그건 절대로 의미를 절대로 낮추볼 수 없는 내용이 있는 쇼였다.
박인규 : 기만적인 쇼가 아니라 내용 있는 쇼였다
정세현 : 두 번째 문제 관련해서는, 원래 2005년 9.19 공동선언에서는 핵무기 및 모든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걸로 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만들어 놓은 로드맵이 굉장히 거창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우선 1단계로 핵프로그램 폐기부터 확실히 하자는 식으로 약속이 돼서 2007년 2월 13일에 베이징 6자회담에서 2.13 합의라는 걸 만들었어요. 거기 보면 핵무기는 빠져 있어요. 핵무기는 그 다음단계에 한다는 거죠. 또 2007년 10월 3일 또 베이징에서 있었던 6자회담에서 나왔던 10.3합의에서도 핵물질이라든지 다른 핵프로그램의 폐기까지만 이번에는 매듭을 짓는다. 핵무기는 그 다음 문제라는 식으로 서로 합의됐던 겁니다. 양해가 됐고. 그러니까 이번에 신고에 그게 빠졌다고 트집잡는 건 맥락을 모르는 얘기고. 또 하나, 우라늄 문제나 핵확산 문제는 미국 간에 사실 내막적으로 실체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 그런 데 대해서 우려를 강하게 표시했고 북한은 거기에 대해서 유의한다고 할까 거기에 관심을 갖고 자기들도 노력하겠다는 정도의 양해각서를 주고 받는 걸로 해서 그것도 양해가 돼 있는 겁니다. 6자 간에도. 그러니까 지금 이번 신고에서 그런 것이 빠졌다고 불평하는 건 그야 말로 불평을 위한 불평이지, 그동안 핵문제가 처리돼 오는 과정에서 관련국들이 어떤 얘기를 주고 받았는지에 대해서 모르고하는 얘깁니다.
박인규 : 일단 지금 단계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에 관한 신고를 받고 그걸 폐기하는 단계. 그 다음에 핵무기 단계까지 간다고 봐야 되겠군요. 일단 북한이 자신이 갖고 있는 핵프로그램을 신고했기 때문에 이 문제를 가지고 관련 당사자국의 6자회담이 열려야 될 것 같은데 아직 안 열리고 있어요. 언제쯤 열릴 것 같습니까?
정세현 : 지난주 북한이 신고를 막 끝내고 났을 때만 해도 이번주 열릴 것처럼 얘기가 됐었거든요. 그런데 통상 북한이 베이징에 올 수 있는 게 월요일 목요일 토요일이거든요. 물론 특별기를 띄우면 되지만 대체로 월목토에 다니거든요. 그래서 월요일에 나와서 그날 저녁에 환영 연회 같은 걸 하고 대개 화요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오늘 오전에 들어왔으면 내일부터 시작할 수 있겠지만 아직 그런 얘긴 없고 그런 걸 봐서는 다음주 초에나 열리게 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박인규 : 6자회담이 열린다면 핵신고서를 바탕으로 어떻게 검증하고 어떻게 폐기하고 이런 것들이 논의되는 거죠?
정세현 : 검증과 사찰 문제. 검증이라는 게 결국 사찰... 관계니까 들어가서 봐야 되니까, 어떤 것을 검증할 것이냐. 우선 첫째가 플루토늄 양 문제가 제일 먼저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37kg이나 40kg이냐. 미국의 강경파들이 얘기하는 식으로 하면 한 60kg 된다고 하는데, 신고량과 사용량. 사용량을 밝히는 것은 핵무기를 몇 개 만들었냐 하는 것과 연결돼 있습니다. 그런 데 대한 검증 문제가 있고. 또 하나는 프로그램... 플루토늄 핵물질뿐만 아니라 기타 다른 핵프로그램 관련 시설이나 장소를 방문해서 사찰하는 문제와 관련해서 공개 여부가 또 이슈가 될 수 있습니다. 대체로 북한은 협상전술 차원에서도 군사지역이라고 우선 거부했다가 나중에 보상을 많이 해줄 것 같은 기미가 보이면 슬그머니 열어준다든지 그런 식으로 해왔어요. 그런 문제가 있고. 또 검증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는 이번 7차 6자회담에서는 검증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참가국 나머지 5개국 전체로 할 것이냐, 아니면 소위 핵국가인 미국, 중국, 러시아만 들어갈 것이냐 하는 문제 관련해서 상당히 입장차가 좀 있으리라고 봅니다. 당연히 우리도 들어가야 된다고 생각하고 일본도 들어가고 싶겠지만 일본이 납치 문제 가지고 6자회담의 속도를 상당히 조절해 왔단 말이죠. 우린 최근에 당국자의 북한 방문이 일체 불허돼 있는 상황 아닙니까 3울 26일부터. 이런 문제가 잘못 꼬이면 검증 과정에서 우리가 소외될 수 있는데, 그런 점에서, 그런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빨리 서둘러서 남북관계를 복원하는 쪽으로 정부가 신경써야 되지 않겠는가. 빠지게 되면 모양이 아주 안 좋아지죠.
박인규 : 난감하네요. 진짜 중요한 때는 빠지고 나중에 필요한 보상 때 돈만 내게 되면 곤란하겠죠. 어떻습니까. 지금 성김인가요? 미국무부 한국과장이 엊그제 북한 갔다 오면서 이른바 3단계 핵불능화, 신고, 검증 및 폐기. 이 3단계가 부시 행정부 임기내에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어요. 일반인들 생각하기에도 상당히 빠르다는 느낌이 드는데 이건 어떤 의미를 가진 걸까요?
정세현 : 그때 거기서 말하는 폐기, 검증은 이번에 확실하게 로드맵을 짜야 합니다. 7차 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가 8월 10일 즈음에서 발효되게 돼 있는데 그 전에 그걸 카드로 해서 나머지 5개국이 북한의 검증 문제 관련된 협조적인 자세를 빨리 끌어내야 하겠습니다만, 폐기 대상은 여러 가지가 있죠. 이미 불능화된 시설을 완전히 없애버리는 폐기도 있고 핵물질...
박인규 : 불능화된 시설이라면 재처리시설, 연료봉 제조시설, 그런 거겠네요?
정세현 : 그렇죠. 그것도 냉각탑처럼 아주 해체해 버리는 게 있을 수 있는데 그것도 폐기라고 볼 수 있지만 아마 미국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폐기에서 1차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핵물질, 플루토늄을 반출하고 싶어할 겁니다. 또 하나는 폐기의 대상이 핵무기죠. 2006년 10월 9일 실험에 성공한 걸로 평가되고 있는 핵무기라는 것. 정확하게는 핵폭발장치라고 봐야 되는데
박인규 : 핵폭탄인지 핵미사일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정세현 : 네. 핵폭발장치라고 봐야 되는데 그것도 없애야 된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는데, 그 핵폭발장치 또는 일명 핵무기 폐기 문제는 부시 정부 내에는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는가 생각합니다.
박인규 : 지금 단계는 핵프로그램 단계
정세현 : 그렇죠. 핵물질을 폐기하는, 핵무기 이외의 핵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은 보상을 얼마나 헤주느냐에 따라서 부시 정부 내에 끝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경수로 공사가 지금 중단돼 있는 상태인데 200만kw짜리. 경수로 공사를 재개해 주는 문제가 9.19공동성명에 이미 규정돼 있어요. 그러니까 북한으로서는 그런 데서 상당한 진전이 가시화되면 부시 임기 내에 핵물질 폐기라든지 기왕 불능화된 시설을 폐기하는 데 상당히 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고, 그렇지 않고 보상이 신통치 않으면 다음 정부를 기다리려고 할 겁니다.
박인규 : 부시 행정부 내에서 가장 좋은 환경에서 될 수 있는 것이 북한의 플루토늄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까지. 잘 되면. 우리나라 정부에선 북한에서 갖고 있는 이른바 폐연료봉을 우리 정부에서 보상하고 구입할 용의가 있다는 제안을 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가능성이 좀 있습니까?
정세현 : 폐연료봉이라는 것이 그게 북한이 갖고 있음으로 해서 다시 재처리된다든지 해서 무기화될 수 있는 걸 막기 위해서 반출하려고 하는데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것인지는 좀, 단정하기 어려운 것이, 미국이 사실 허용해야 됩니다. 그런데 아마도 미국은 그것까지도 자기네 관할구역 안으로 가지고 가야 안심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박인규 :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부시 행정부 임기 내에 가장 잘 진행되면 북한의 이른바 이미 불능화된 원자로나 재처리시설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폐기시키고 북한이 갖고 있는 플루토늄이나 폐연료봉을 국외로 반출하는 것까지 되면 상당히 진전됐다고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난관은 어떤 게 있을까요?
정세현 : 보상 문제, 검증의 주체. 두 가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 북한이 폐기에 협조할 것이냐는 보상의 규모가 결정한다고 봅니다. 보상의 규모 문제 관련해서는 결국 나머지 5개국이 얼마씩 부담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나오지 않습니까. 결국 돈 문제인데, 아마도 우리 한반도 안의 문제고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으로 해서 가장 위협을 느끼는 것이 우리기 때문에 미국은 그 전에 94년 제네바 합의 때도 그렇지만 우리로 하여금 가장 많은 부분을 책임지도록 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그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빨리 지금... 우리가 기왕 책임을 져야 된다면 남북관계라도 회복이 돼서 여러 가지 모양 좋게 부담을 지는 게 좋지, 남북관계는 막혀 있는 상태에서 6자회담의 결과로 나온 보상 문제에서 책임만 지는 식으로 돼서는 좀 곤란하지 않겠는가
박인규 : 우리가 굉장히 많은 부담을 질 것은 거의 분명한데 그 과정에서 역할을 못하면 문제가 있다. 남북관계가 중요하다. 남북관계는 조금 있다가 여쭤보기로 하고요, 일단 북미관계는 상당히 좋은 쪽으로 가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일각에서는 지금 8월 베이징 올림픽 때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지도 모른다는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 그 가능성 어떻게 보십니까?
정세현 : 저도 냉각탑이 막 폭파된 직후인가, 어느 방송사와 인터뷰를 하면서 김정일 위원장의 여러 가지 파격적인 행보로 볼 때 베이징에 나타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고 워싱턴 포스트에서도 한 3일 후인가, 가능성이 있다는 식으로 보도했더군요, 최근에 다시, 역시 신변 안전 문제 때문에 김정일 위원장이 다중이 모이는 장소에 나타나는 걸 꺼려하지 않겠느냐. 그러면서 점점 그 가능성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미북 정상회담이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고. 또 김정일 위원장의 그동안 여러 가지 대외적인 행보의 유형으로 봐서 묻어가지고 뉴스에 묻히는 식으로는 움직이지 않을 겁니다. 완전히 독보적으로 아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찬스, 또는 그런 자리에만 나타나려고 하는 성향이 있죠.
박인규 :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높다고 볼 수는 없다. 북미관계나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풀 수 있는 기회가 2000년도에 한 번 있었죠.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울브라이트 장관이 평양에도 가고 그래서 잘 될 뻔 했는데 2000년 미국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이 되면서 무산됐는데, 지금 미국 대선은 앞으로 봐야겠습니다만 민주당 후보가 유력하다고 해요. 예를 들어 민주당 대통령이 탄생하면 또 다시 북미 관계를 리뷰하다 보면 늦어지는 게 아니냐 이런 우려도 있는데 미국의 정권교체와 북미관계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을까요?
정세현 : 이 방송을 북한이 들을지 안 들을지 모르지만 간접적으로 전달될 수도 있고 기사화될 수도 있으니까 한 말씀 하겠습니다. 북쪽에 대해서. 2000년에 잘 나가던 북미관계가 중간에 탄력을 잃게 된 것은 물론 미국의 대선 국면에서 정권이 교체됐기 때문에 그런 측면도 있지만 그때 북한이 너무 많은 걸 한꺼번에 미국으로부터 받아내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기회를 놓친 대목이 있습니다. 이번에도 또 다시 미국이 임기 말 부시정부를 상대로 해서 너무 많은 걸 얻어내려고 버티다가 또 기회를 놓치면 정말 참 설사 다음번에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새로 시작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서양 속담이지만, 햇빛이 비치는 동안 건초를 말리라는 말처럼 지금 부시정부가 이렇게 임기 중에 성과를 내고 싶어서 상당히 적극적으로 나오는 이 기회를 최대한 일단 활용하라. 그래서 국제사회가 북한이 정말 악의 축이다, 여러 가지 평가를 많이 받았지만, 불량국가다, 역시 합리적인 대목도 있구나 하는 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움직여 놓고 그 다음에 다음 미국 정부에서 더 큰 걸 받아내기 위한 협상의 그랜드 스트래티지랄까 이런 걸 세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북한도 최대의 성과를 얻으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일단 타결하는 쪽으로 운영의 묘를 발휘하라. 북한 쪽에서도 이 얘기를 한 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말씀하시는 과정에서, 북한 핵이 풀릴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고비를 지나고 있고 한국도 상당한 역할을 해야 되는데 지금 조금 문제가 있다. 잘못하면 부담만 지울 수 있다고 하셨는데 지금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장 큰 원인 어디 있다고 보십니까?
정세현 : 남북 쌍방이 다 책임이 있죠.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하는 문제처럼 서로 주고 받은 과정에서 이렇게 됐는데. 북쪽은 일단 이명박 정부가 출범해서 상당한 기간이 지날 때까지도 일체 남쪽 새 정부의 선의를 기다리고 있었다고 나는 봅니다. 공격을 안 했었죠. 특히 신년사 같은 데서는 새 정부도 지금까지 해왔던 경제 분야에서의 교류 협력을 적극적으로 장려 지원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식으로 나왔습니다. 그런데 비핵개방3000천이라는 북쪽으로선 좀 자극적인 정책구상을 내놓고 특히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서 무시하는 듯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또 선제타격 발언 같은 것이 나오면서 북한이 남북관계를 좀 경색시키고 남쪽에 대한 공격, 비난이의 수위를 높이면서 반응이 거칠게 나오고 그것에 또 북쪽의 반응이 거칠게 나오면서 이렇게 꼬였는데, 지금 국제정세 자체는 북핵문제를 중심으로 해서 북미관계도 빨리 개선될 전망이고 거기 맞춰서 북일관계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걸 견제하기 위해서 북중관계도 평소보다는 훨씬 긴밀해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까지도 지금 대북 식량지원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자기네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북한을 둘러싼 일종의 쟁탈전
정세현 : 그렇죠. 국외경쟁이 좀 일어나고 있는데 남북관계가 막혀 있단 말이죠. 그래서 나는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일종의 섭섭한 감정이랄까. 또는 그동안 갖고 있던 냉전적 시각을 빨리 벗어버리고 6.15공동선언을 존중한다. 그 다음 10.4선언과 그 이후 합의된 여러 가지 내용들은 그동안 우리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통보했다고 했는데 진지하게 한 번 가슴을 열고 이행 우선순위를 협의해서 결정하고 또 할 수 있는 건 바로바로 시작하자 하는 식으로 제안만 하면 남북관계는 내일이라도 회복되면서 6자회담에서 우리의 입지가 높아지리라고 봅니다.
박인규 :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6.15공동선언이나 10.4합의에 대해서 그걸 존중한다는 것에 대한 공식적인, 아니면 그런 반응만 보여줘도 북한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보시는 겁니까?
정세현 : 북한은 그동안 여러 번 그 얘길 했어요. 자기네로서는 이것이 공식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면 우리는 움직일 수 없다. 자기네의 정치문화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서명한 두 개의 문건이 무시되는 상황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박인규 : 만일 남북관계가 이런 식으로 계속 간다면 그런 상태에서 6자회담에서 북한의 반대랄까 이런 것 때문에 한국의 역할이 많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겁니까?
정세현 : 지난 10년 뭐든지 잘못된 것처럼 얘기되고 있지만 노무현 정부 시기에 6자회담이 시작돼서 9,19공동성명까지 만들어내는 그 과정에서 한미 공조가 긴밀했는데 한미 공조의 기반은 남북 공조였어요. 남북한은 사이가 좋았습니다. 그걸 가지고 한미 공조를 강화하면서 미국이 북한을 잘 관리하도록, 그리고 중국이 북한을 잘 설득하도록 만들어서 이렇게 끌고 왔으니까 그런 상황이, 그런 시대가 있었는데 지금은 남북관계가 꼬여 있는 상태에서 6자회담이 열리더라도 북쪽 대표가 남쪽 대표와 말도 안 하려고 할 겁니다.
박인규 : 지금 한국 정부로서는 레버리지가 없는 상태라고 볼 수 있겠네요. 시간이 얼만 안 남았습니다만 앞으로도 굉장히 할 일이 많을 것 같은데 남북관계 해결을 위해서 이명박 정부에게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간단하게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세현 : 못다 한 말보다는, 다시 되풀이되는 얘기가 되겠는데...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에 정부에서 우리는 6.15나 10.4를 부정한다고 한 적도 없고 그렇다고 인정한다고 한 적도 없다는 식의 애매한 얘기는 상대방을 화나게 만드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인정한다, 존중한다. 그리고 합의사항 이행문제는 우리가 일방적으로 결정한다고 초기에는 그랬는데 현실적으로 보니까 문제가 있더라. 그러니 6.15공동선언을 존중하는 연장선상에서 허심탄회하게 이행 여부와 그 우선순위를 협의해 보자는 식으로 오늘이라고 메시지가 나가면 내일부터 북한은 거기에 호응이 나오리라고 봅니다.
박인규 : 남북문제가 굉장히 중요한 시점에 잘 풀려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정세현 경남대 북한대학원 대학교 석좌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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