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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발견하는 기쁨', 그것이 詩의 감동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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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 그것이 詩의 감동이지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6/27] 시선집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펴낸 안도현 시인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우리에게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와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는 구절의 <너에게 묻는다> 등 잔잔한 서정성이 묻어나는 시들로 잘 알려진 시인, 바로 안도현 시인인데요. 안도현 시인이 지난 1년 동안의 문학 집배원 활동을 마무리 지으며 시선집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를 출간했습니다. 당신도 시의 감동에 감염되기를 바란다며 안도현 시인을 감동시킨 시인 52명의 아름다운 시를 묶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안도현 시인과 함께 그를 감동시킨 아름다운 시와 그의 작품 활동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안도현 시인입니다. 안도현 시인은 1961년 경북 예천 출생으로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돼 시인으로 등단했고 『서울로 가는 전봉준』『모닥불』『그대에게 가고 싶다』『외롭고 높고 쓸쓸한』 『그리운 여우』『바닷가 우체국』『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간절하게 참 철없이』등의 시집과 어른들을 위한 동화 『연어』등을 출간했습니다.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소월시문학상, 노작문학상, 이수문학상, 윤동주상 등을 받았고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작년 5월부터 지난 4월까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집배원'을 맡아 매주 시 한 편씩을 배달했습니다.
  
  안도현 시인이 현재 KBS 전주 총국에 나와 계신데요.
  전주 연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인규 : 안녕하십니까?
  
  안도현 : 예, 안녕하세요. 안도현입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안도현 : 네.
  
  박인규 : 최근에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라는 시선집을 내셨어요. 본인의 시가 아니라 동료, 선후배의 시를 담으신 건데요. 어떻게 책을 내시게 된 겁니까?
  
  안도현 : 예, 제가 지난 1년 동안 한국 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나눔 사무국에서 시 배달 집배원이라는 노릇을 좀 했습니다. 그게 뭐냐면 우리 국민들한테 매주 월요일에 제가 선정한 시 한편을 이메일로 보내주는 그 집배원이었습니다.
  
  박인규 : 매주 월요일에?
  
  안도현 : 예.
  
  박인규 : 제가 재작년인가에 그 첫 사업을 아마 도종환 시인이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때 인터뷰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 문학 나눔 사무국 참 이름이 좋은데요. 지금 문학 집배원 시를 받아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이 늘었다고 그래요?
  
  안도현 : 네 처음에는 한 3만 여명으로 시작을 했는데, 도종환 선배께서 워낙 앞길을 잘 닦아 놓으셔서 지금 뭐 30만 명이 훨씬 넘는 분들이 받아 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어유, 10배가 넘었네요. 그러니까 안도현 시인께서 지난 1년 동안 매주 하나씩 고른 것을 말하자면 집배를 하시고 그걸 책으로 묶은 거네요.
  
  안도현 : 네, 그렇습니다.
  
  박인규 : 어떻습니까? 본인이 직접 시를 쓰는 것도 물론 시인의 본래 일이긴 하겠습니다만, 여러 다른 시인들의 시를 골라내고 거기에다가 해설까지 하시면서 지난 1년 동안 어떤 느낌을 가지셨습니까?
  
  안도현 : 저는 시를 쓰지만 평소에 시를 좀 많이 읽는 편입니다. 음식으로 치면 시를 많이 먹는다.
  
  박인규 : 맛을 본다?
  
  안도현 : 네, 골고루 맛을 많이 보는 편인데요. 편식하지 않고요. 그래서 제가 맛 본 것 중에서 그래도 좀 맛이다. 이렇게 생각한 것들 골라보니까 52편 이렇게 되더라고요.
  
  박인규 : 제가 어떤 언론 보니까, 한 달입니까? 한 1000편을 보신다고 들은 것 같은데요.
  
  안도현 : 하하하, 헤아려 보니까 그 쯤 되는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런데 거기서 1편을 고르시는 게 참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안도현 : 숫자로 나누면 그렇게 되나요? 하하하
  
  박인규 : 책 제목이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라는 건데요. 여기 수록된 허수경 시인의 '혼자가는 먼 집'에서 한 구절을 따 오신 건데 이 구절을 특별히 뽑은 이유가 있으신가요?
  
  안도현 : 시를 읽다가 보면 시 전체의 어떤 그 메시지가 우리한테 주는 감동도 있지만 한 두 마디 말이 이렇게 가슴을 콕 파고 들 때가 있거든요. '당신'이라는 말은 2인칭 대명사인데. 나 아닌 상대방을 부를 때 '당신'이라고 부르죠. 그리고 혹은 남자들끼리 싸움 났을 때 '당신'이라고 삿대질하면서 하기도 하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아주 흔한 말이 '당신'인데. '당신'이라는 말을 또 곰곰이 새겨보면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당신'이라고 말하는 어떤 순간이 있을 것 같아요. 그 때 그 '당신'은 삿대질 할 때 말하는 '당신'하고는 굉장히 다른 거죠. 그래서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라는 허수경 시인의 시를 보면서 저도 모르게 정말 이 말이 좋은 말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박인규 : 요즘 젊은 사람들이 꽂힌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에 꽂히셨군요, 그냥.
  
  안도현 : 네, 네.
  
  박인규 : 책 서문을 보니까 52편의 시를 고르는 기준은 감동이다. 그렇게 말씀을 하셨어요?
  
  안도현 : 감동이란 게 사람의 취향에 따라서 좀 많이 다르리라고 생각합니다. 다른데, 저는 시에서 감동이라는 것은 우리가 평소에는 알고 있었는데 그것을 인식하지 못했거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이 있거든요. 근데 그런 것들을 시인이 새롭게 발견을 해서 시인만의 언어로 보여 줬을 때 새롭게 발견하는 기쁨, 이것을 저는 감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연탄재 시 같은 것을 말씀하시는 거로군요.
  
  안도현 : 하하하, 네.
  
  박인규 : 어떻습니까? 이번 시집은 CD까지 써가지고 예전에는 성우들이 시를 낭송하셨다는데. 직접 시인들이 자신의 시를 낭송했다고 그래요. 어떻습니까? 시를 눈으로 읽는 것 하고?
  
  안도현 : 물론 배달을 할 때는 성우들이 낭송한 시도 있고요. 또 시인들이 직접 육성으로 낭독한 시도 있는데. 이번 <당신이란 말 참 좋지요> 이 시선집에는 우리 시단의 아주 원로 되는 그런 분부터 젊은 시인들까지 시인들이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서 녹음을 해주신 시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이미 여든을 훨씬 넘긴 김남조 선생님, 또 김규동 선생님, 김종길 선생님, 뭐 이런 분부터 아주 20대 젊은 시인들까지 그래서 시인들이 직접 시를 읽으면 비록 그게 좀 매끄럽진 않지만 처음 쓸 때의 어떤 리듬을 독자들이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혹시 이 시집을 읽으신 분이나 낭송을 들으신 분들의 반응을 같은 것을 들어 보셨습니까?
  
  안도현 : 지금 제가 드린 말씀하고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성우들의 유장하고 매끄러운 그 목소리도 좋지만 시인들의 거칠고 그 투박한 목소리가 오히려 참 좋다. 예를 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시인 중에 황동규 시인이 계시는데, 그런데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기억하고 있는 분들은 아 참, 낭만적이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일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시는데 이 녹음한 것을 들어보면 굉장히 70의 연세에 맞지 않게 청년 같은 아주 팔팔한 그런 목소리를 보여주시거든요.
  
  박인규 : 시인의 육성을 직접 들어 본다는 것도 좀 색다른 맛이 있겠네요.
  
  안도현 : 네.
  
  
  박인규 : 사실은 저도 요즘은 시를 많이 안 읽는 편이어서 보니까 알만한 이름은 한 3분의 1정도 밖에 안 되는 것 같은데. 시선집에 수록 된 시를 한두 편 살펴보도록 하죠.
  
  안도현 : 네.
  
  박인규 : 제일 첫 편에 보니까 김남조 시인. 저희 프로그램에도 한 번 나오신 적이 있는데. 참회라는 제목인데 내용은 뭐 사랑에 대한 얘기라고 그래요?
  
  안도현 : 그렇죠. 사랑한 일만 빼고 나머지 모든 일이 내 잘못이었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죠. 참회라는 게 사랑에 실패하고 난 후에 스스로를 반성하는 그런 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젊은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게 금방 왔다가 금방 가는 것처럼 아주 가볍게 여기고 있는 것 같은데. 김남조 선생님은 이 참회라는 시를 통해서 사랑이라는 것은 단단하게 나를 다스리는 일이다. 그 사랑이 진전되는 사랑이든 아니면 실패한 사랑이든 아무튼 나를 다스린다는데 그 사랑의 의미가 있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시죠.
  
  박인규 : 보니까, 시구절에 보니까 '겨우내 돌 위에서 울음 울 것' 상당히 종교적이랄까 경건하다는 느낌도 드는데.
  
  안도현 : 예, 얼마나 차가운 얼마나 또 단단한 그 참회면 겨우내 그 차가운 바윗돌 위에서 울어야 되는지.
  
  박인규 : 이 시가 혹시 김남조 시인이 언제 쓰신 작품입니까?
  
  안도현 : 이것은 아주 오래 전에 쓴 시는 아니고요. 제가 정확한 연도는 모르겠습니다만, 근래에 내신 선생님 시선집에서 고른 시입니다.
  
  박인규 : 네, 그런데 안도현 시인께서 '참회'라는 시를 이 시선집의 첫머리에 장식하셨을 때는 나름 좀 어떤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요?
  
  안도현 : 우선 워낙 우리 문단의 어른이시고 그리고 이 시선집의 모든 시가 다 그렇진 않지만 사람의 사랑, 그 진정한 사랑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그런 것을 이야기하는 시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김남조 선생님 시를 제일 앞에 넣는 게 좋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박인규 : 여기 렴형미 시인의 '아이를 키우며' 라는 시가 있는데, 북한 시인이라고 했는데. 탈북시인이 아니고 북한에 계신 분입니까? 현재북한에 계신 분입니까?
  
  안도현 : 네, 북한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젊은 여성 시인입니다.
  
  박인규 : 네, 그런데 안 시인께서 이 시를 보고나서 가슴이 마구 요동쳤다. 어떤 이유에서 그러신 겁니까?
  
  안도현 : 이 '아이를 키우며'라는 시도 말 그대로 어린 남자아이를 키우면서 쓴 어떤 어미의 마음, 엄마의 마음을 노래한 시인데요. 요즘 뭐 남쪽에서도 아이들 교육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또 북쪽도 마찬가진가 봐요. 뭐 어딘들.
  
  박인규 : 같은 한 민족이니까요.
  
  안도현 : 아이 키우는 일에 뭐 남북이 따로 있겠습니까? 그런데 이 시를 읽어보니까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이 엄마 너의 심장은 낳아 주었지만 그 속에서 한 생 뜨거이 뛰어야 할 피는 다름 아닌 너 자신이 만들어야 한단다.' 그런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 군데군데 보면 놀고 싶으면 놀고, 축구공처럼 뛰고 싶으면 뛰고, 또 풀밭을 염소처럼 뛰어다니려면 뛰어다니고. 이런 것을 보면서 요즘 남쪽 엄마들하고 조금 비교가 됐습니다. 남쪽 엄마들은 어떻게 보면 가둬두고 엄마가 바라는 방향으로 아이를 데리고 가려고 하는데. 저도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의 한 사람으로써 괜히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박인규 : 시대에 뒤떨어지는 질문인지 모르겠지만 요즘 북한에서 사오는 시작들은 많이 읽고 그런가 보죠?
  
  안도현 : 최근에는 6,15 민족문화인 협회라는 게 결성이 되어서요, 남쪽과 북한의 작가들이 같이 상의해서 공동으로 작품을 싣는 잡지도 창간호가 나온 적이 있습니다.
  
  박인규 : 뒤에 보니까 고은 시인의 시가 있는데, 한 줄 짜리더라고요, 별똥이던가요? 이건 그냥 내용을 소개해도 되시겠네요. 한 줄이니까.
  
  안도현 : 시는 농담입니다만 한 줄이든 백 줄이든 원고 량은 똑같습니다. 고은 시인의 별똥이라는 시는 딱 한 줄인데요, 올 커니, 네가 나를 알아보누나. 이걸로 끝입니다. 하하.
  
  박인규 : 예전에 무슨 위인이 태어나면 별이 떨어졌다는 데 그런 거랑 연결이 있는 건가요?
  
  안도현 : 그런데 옳커니 네가 나를 알아보누나.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아마 이 시의 화자는 뭔가 이 세상에 대해서 실망하고 있구나, 아니면 남들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낙망하고 있거나 아마 그런 사람인가 봐요. 그런데 그런 사람이 밤길을 가다가 별똥이 반짝 하고 떨어지는 것을 보고 올커니 네가 나를 알아보누나. 이런 탄성을 지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 보면 안도현 시인께서 이번 시선집 말고, 그 이전에도 별도의 시선집을 내신 걸로 알고 있고, 굉장히 시인이 고르는 시, 또는 낭송도 실리고, 어떻게 보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얼핏 생각 하면 얼마나 요즘 사람들이 시를 안 읽기에 이런 식의 노력을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런 작업이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 하세요?
  
  안도현 : 보통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체로 시를 안 읽죠.
  
  박인규 : 저는 대학 때까지는 읽었습니다. 요즘은 안 읽지만. 하하.
  
  안도현 : 시를 학교에서 시를 공부하면서 시가 어렵고 애매하고 은유와 상징으로 짜여 있고, 이런 것만 주로 공부를 하다 보니까 시를 공부했지 시를 느끼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시도 노래를 흥얼거리듯이 노래를 듣듯이, 혹은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듯이, 자연스럽게 대하면 되는데 그게 조금 일반 독자들이 어려워하는 것 같고 지금 우리나라는 굉장히 많은 시인들이 있고 우리나라만큼 시집이 많이 나오는 나라가 지구상에 거의 없습니다.
  
  박인규 : 오히려 시장이 늘었다고 하더라고요.
  
  안도현 : 시장이요? 시장 자체가 늘어난 것 같지는 않고, 그래도 이런 정부 기관에서 문학 사무국이라든가 이런 데를 통해서 여러 가지 그런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중이어서 요즘은 그래도 가끔 보면 시집을 읽었다, 당신이 낸 시선집을 봤다, 이런 분들을 종종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박인규 : 아까 말씀하시면서 고등학교, 대학교 때까지 공부한다는 말씀 하셨는데, 최근에 한겨레신문인가요? 시와 연애하는 법이란 글을 연재하고 계신데, 시는 공부하기보다 연애하는 게 더 좋은 겁니까, 또 어떻게 하면 연애를 잘 할 수 있습니까?
  
  안도현 : 아마 그게 훨씬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신문에 연재하고 있는 것은 제가 그동안 시를 쓰면서 이러이러한 경험들을 한 게 있는데, 그런 시시콜콜한 그런 경험들을 들려주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박인규 : 오히려 그런 구체적인, 나는 어떻게 시와 이렇게 연애했다는 방법을 알려 주는 거군요?
  
  안도현 : 그렇죠. 연애의 방법? 시작법이라는 말은 좀 딱딱한 것 같고, 시와 연애하는 방법? 이렇게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인규 : 문학 집배원 활동이 안도현 시인은 4월 달에 끝을 내셨는데요, 그 후임은 누구십니까?
  
  안도현 : 지금은 나희덕 시인이 맡아서 계속 잘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혹시 이 문학 집배원 활동을 2주에 걸쳐서 도정환 시인도 방송을 했고 안도현 시인도 끝난 다음에 방송을 했지만 지금이라도 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하는 그 문학 집배원 이메일을 받고 싶다는 분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안도현 : 물론 이메일을 신청하는 것은 무료이구요, 포털 사이트나 이런 데에서 문학 나눔 사무국, 아니면 사이버 문학 광장 이런 것을 치시면 아주 간단하게 신청을 해서 시를 일주일에 한 번씩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박인규 : 어차피 저희 KBS라디오에 출연하신 김에 이번에 수록된 시 중에 한 편을 안도현 시인이 육성을 남겨 주시면 제일 좋을 것 같은데, 하나 해 주시겠습니까?
  
  안도현 : 제가 목소리도 좋지 않고, 길지 않은 시 한 편 읽어 보겠습니다.
  
  박인규 : 시 제목과 시 제목을 말씀해 주시죠.
  
  안도현 : 박형준 시인의 '저 곳'이라는 시입니다. '저 곳', 박형준. 공중이라는 말 참 좋죠.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 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늘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이라는 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 떼.
  
  박인규 :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 오늘은 KBS 전주 총국과 이원 연결로 최근 시선집,<당신이란 말 참 좋지요>를 출간한 안도현 시인과 함께 하고 있는데요, 방금 안도현 시인의 낭독으로 박형준 시인의 '저 곳' 이라는 시 들었습니다. 이 시의 첫 구절도 공중이란 말 참 좋죠. 이네요. 어떤 이유에서 감동을 받으셨습니까? 이 시에서는.
  
  안도현 : 공중이라는 말은 허공이라는 쉽게 생각하면 비어있는 곳인데, 이걸 꽉 찼다고 하는 이 모습은 어떻게 보면 장자에서 읽었던 한 구절 같기도 합니다만 텅 빈 그곳에서 어떤 당신이라는 대상과 사랑을 꿈꾼다는 것, 그걸 뭐라고 할까요, 어떤 무욕, 욕심 없는 사랑, 이런 게 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저는 사실 속인의 생각이긴 하지만 요즘 전부 아파트 살잖아요? 그래서 방을 늘이고 아이를 낳고, 해서 아, 우리 아파트 사는 사람들 사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 해 봤습니다. 하하.
  
  안도현 : 아파트 평수 늘리겠다는 이야기였습니까? 하하.
  
  박인규 : 안도현 시인하면 아마 시를 안 읽는 사람들이라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단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는 구절을 다들 기억 하실 텐데요, 데뷔작은 '서울로 가는 전봉준'이었나요? 민중시였다고 해요? 지금은 본인의 시제와는 달라진 겁니까? 민중시에서?
  
  안도현 : 제가 문학을 제일 처음 시작했을 때가 80년대고, 치열한 문학청년 시절을 보낼 때가 80년대 초였습니다. 저는 간접적으로지만 광주를 아프게 기억하고, 80년대라는 게 아시다시피 전두환 노태우로 상징되는 독재시절이었죠.
  
  박인규 :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시절이었죠.
  
  안도현 : 그런 시대에 문학을 공부 하면서 문학이라는 게 우리가 사는 현실과 따로 놀아서는 안 된다, 문학이라는 게 현실을 바꾸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를 해야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 문학 공부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히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이라는 것은 정치적으로 비민주화 된 암울한 현실이었거든요. 그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 시가 할 수 있는 일이 뭔가를 고민을 계속 해 왔고 그런 시들을 계속 써 왔는데, 우리 대한민국이라는 이 사회가 실은 예를 들어서 어둠, 어둠이라는 은유 아닌 은유를 시인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때가 그렇게 오래 되지 않거든요.
  
  박인규 : 그 당시에는 그런 류의 시를 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그런 말씀이신 거죠.
  
  안도현 : 그렇죠. 그러니까 이 현실이 어둠이다, 그런 비유조차도 실은 쓸 수 없었던 시기가 5공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표현의 자유랄까요?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 그런 눈에 보이는 정치적인 민주화, 이런 것들이 이루어지면서 시인들이 용기를 내서 그런 예민한 발언을 해야 하는 시기가 어느 땐가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예를 들면 요즘도 시인들이 다른 현실적인 이야기, 예를 들면 촛불에 대해서 시를 쓸 수도 있지만 시인들이 이미 늦은 거예요. 지금은 오히려 네티즌들이 빠른 거예요. 그래서 현실을 비판하고 바로 잡아 나가는 기둥을 한 때 시인들이 했었던 시기가 있었고, 지금은 시인들이 아무리 예민해도 네티즌들을 따라 잡기 힘들다, 그런 식인 것 같아요.
  
  박인규 : 안도현 시인 모셨으니까, 연어라는 동화 이야기 안 할 수 없는데, 작년에 100쇄, 100번을 찍었고, 판매 부수가 72만부이다, 이 정도 책은 최인훈의 광장, 조세희의 난쏘공, 조정래의 태백산맥이나 박경리 선생의 토지 정도라, 이렇게 했는데, 연어라는 작품은 어떻게 쓰시게 된 거에요?
  
  안도현 : 제가 연어를 쓰게 된 것은 벌써 12년 정도 되는데요, 제가 그 무렵에는 중고등학교 교사를 하고 있었고, 학생들의 독서 습관을 들여다보면 동화라고 붙은 것들은 초등학교까지만 읽고 중학생이 되면서 어른이 되고 죽을 때까지 소설을 읽거든요? 그래서 그런 동화와 소설 사이의 읽어야 할 장르, 징검다리가 될 만한 장르가 없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고, 그러다 보니까 우리나라에는 그런 책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 착안하게 됐고요, 외국 책으로는 예를 들면 쌩 텍쥐 페리의 어린왕자 같은 책, 어린 왕자 같은 책은 동화이면서 소설이고, 그런 양식의 책을 한 번 써 봐야겠다, 이런 욕심이 처음에 생겨난 거죠. 그래서 연어를 쓰게 됐습니다.
  
  박인규 : 한 인터뷰를 보니까 연어가 글쟁이로서 안도현 시인을 변화 시켰다. 전업 작가로 나서겠다, 그런 의미입니까? 아니면 여러 가지 문학 내부로도 많은 변화가 있었나요?
  
  안도현 :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연어를 내고 나서 제가 10여 년 동안 스스로 전업 작가 생활을 하게 됐고요,
  
  박인규 : 어떤 경제적 토대도 됐군요? 말하자면.
  
  안도현 : 그런 것도 있고요, 또 하나는 연어를 쓰면서 그 시에서도 그 이전까지는 아주 커다란 것, 우리 사회의 문제들, 정의, 민주화, 인권, 통일 이런 문제에 관심이 더 많았었는데, 그런 커다란 것 보다는 작은 것에 관심을 갖으면서 커다란 것을 지향하는 시, 그런 것을 꿈꾸게 된 것도 연어를 쓰면서 마음을 먹게 된 거죠.
  
  박인규 : 작은 것에도 우주가 있더라, 그런 말씀도 하셨어요?
  
  안도현 : 그 비슷한 시가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문학 집배원 활동도 끝내셨고, 최근에 한 언론 인터뷰를 보니까 연어 2를 쓰고 싶다는 그런 말씀도 하셨는데요, 앞으로의 작품 계획과 혹시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청취자 분들에게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도현 : 저는 글 쓰는 사람이니까 무엇보다 글을 열심히 써야 되겠죠. 특히 올 가을에는 두 번째 연어 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번째 권을 준비 중이구요, 그리고 저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앞으로 저녁마다 촛불이 언제 꺼질 지, 어떻게 더 발화가 될지, 지켜보는 일도 제 올 여름의 일 중에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 때의 어떤 상징이 예를 들어서 화염병이라면 이걸 2008년에 와서 촛불로 바꾼 것은 전 우리 국민들의 어떤 위대한 뜻이 그 속에 들어있다고 생각 합니다. 새로운 민주주의를 공부하고 있는 거죠.
  
  박인규 : 안도현 시인께서 문학 집배원 활동을 잘 끝내신 것 축하드리고요, 앞으로도 연어2 같은 좋은 작품과 우리 국민들이 시와 잘 연애할 수 있도록 좋은 해설서 많이 써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 인터뷰, 오늘은 최근 시선집, <당신이란 말 참 좋지요>를 출간한 안도현 시인과 함께 그를 감동시킨 아름다운 시와 그의 작품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 나눴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의 박인규였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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