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두란노 아버지 학교' 김성묵 대표입니다. 김성묵 대표는 1948년 인천 출생으로 73년 고려대 사학과를 졸업했고 현재 횃불트리니티 신학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무역회사를 다니던 지난 1995년 아버지 학교 1기를 수료했고 1997년부터 아버지 학교 운동을 정착시키기 위해 두란노 아버지 학교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아버지 사랑합니다', '고슴도치부부의 사랑',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 등이 있습니다.
박인규 : 바쁘신데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아버지학교가 개설된 지 올해로 14년이 됐고 아버지학교 세미나가 2천 번을 넘었다고 해요. 축하드립니다. 우선 궁금한 건, 아버지학교에서 뭘 가르치고 배우는 겁니까?
김성묵 : 사실 아버지학교에서는 한 남자로 태어나서 어떤 삶을 살아야 되는가. 남자로서 최고의 삶은 아버지로 사는 것이다. 그런 것을 가르치고 있고요. 그러니까 남편의 정체성, 또 아버지의 정체성을 생각해 보고 이런 것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고. 누구든지 그렇지만 인생은 한 편의 스포츠게임 같다고 하지 않습니까. 전반전 후반전이 있듯이 인생도 그런 게 있다는 거죠. 전반전에 어떻게 살았는가를 한 번 돌이켜보고 후반전에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계획해 보는 시간. 하프타임 같은 거죠. 저희들은 아버지학교를 인생의 하프타임이다. 최후의 승리를 위해서
박인규 : 아버지는 남성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다. 아버지의 역할을 어떻게 하면 잘 할 수 있는가, 그런 걸 가르쳐 준다. 자세한 건 나중에 더 여쭤보기로 하고요. 두란노 아버지학교라고 이름이 붙어서, 두란노에 특별한 뜻이 있습니까?
김성묵 :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인데, 잘 아시겠지만 유명한 바울 사도가 성경을 가르쳤던 곳이 두란노입니다. 우리말로 하면 도산서원, 그런 정도의 의미가 있습니다.
박인규 : 사도바울이 성경을 가르치던 데, 아버지학교에 두란노를 갖다 붙이셨을 때는 특별히 아버지의 역할과 관련이 있는 거 아닙니까?
김성묵 : 특별한 관련은 없고요. 사실 두란노서원에서 시작됐는데, 한국에 그런 곳이 있거든요. 아버지학교가 이름을 날리다 보니 명품이 나오면 항상
박인규 : 두란노 아버지학교 같은 비슷한 학교들이 태어났군요.
김성묵 : 그렇죠. 생겨서 우리 자원봉사자들이 차별화시켰으면 좋겠다고 해서 누란노라는 이름을 붙이자. 그래서 그런 이름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박인규 : 원조 아버지학교로서 독창성을 유지하자. 그런 거군요.
14년이 됐고 아버지학교 세미나를 2천 번이나 했다면 졸업생도 굉장히 많을 것 같아요
김성묵 : 졸업생이 지금 14만 명이 넘어섰습니다. 14만 명이면 가족으로 따지면 엄청난 숫자죠. 아버지만 14만 명이니까.
박인규 : 우선 궁금한 건 95년도에 아버지학교를 어떤 분이 왜 만드실 생각을 했을까요?
김성묵 : 95년도에 브라질에서 오셨던 황은철 목사님, 또 그 분의 사모님 두 분이 오셔서 지금 온누리교회 담임목사이신 하용조 목사님과 의논하면서, 한국사회 문제는 가정의 문제고 가정의 문제는 바로 아버지의 문제입니다, 해서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회복되고, 가정이 굳건하게 서야 사회가 건강해진다. 그래서 아버지학교를 만들게 됐죠. 처음엔 세미나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두 분이 2년 동안 7번을 하시고 브라질로 가셨고 그 뒤에 제가 맡아서 단순히 남자들은 가르치기만 해선 안 된다. 그래서 프로그램을 바꿔서 하나의 운동으로 만들자. 그래서 97년도부터 제가 맡은 다음에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하고 하나의 운동으로 해서, 교회뿐만 아니라 사회까지도 우리가 좋은 프로그램을 나눠줘야 한다. 그렇게 진행돼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박인규 : 김성묵 대표는 1기 졸업생이신데, 말하자면 가장 맏선배로서 계속 전수하고 계시는 셈이군요. 사실 요즘 아버지라는 게 비하하자면 돈 벌어오는 기계... 돈만 벌어오면 되지... 이런 게 사실 많은데요. 지금 직장에서도 사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아버지학교 오시는 분들은 아버지 노릇 하기에 어떤 어려움이 있다고 말씀하시나요
김성묵 : 제일 어려워하는 것들이 가치관들이 변하면서 아버지의 위치, 아까 말씀드렸지만 고개숙인 아버지... 가시고시라는 소설... 그 이후에 사실 고개 숙인 아버지, 고개 숙인 남자 이런 얘기들이 나오면서 아버지들의 권위들이 많이 실추됐고. 그것이 돈문제와 관련돼서 돈 잘 버는 아빠가 좋은 아빠. 그러나 지금 돈 잘 벌기가 그렇게 쉽지 않죠. 그리고 사회에서 오는 엄청난 스트레스들이 있는데, 남자들은 또 감정표현을 잘 못하죠. 그래서 감정표현을 못하는 데다가, 일하면서 많은 스트레스가 있고 또 가장 중요한 문제는 뭐냐면 남편의 역할, 아버지역할을 배운 적이 없다는 거예요. 가정의 운전자라고 저희들이 표현하는데 어떻게 운전해야 할지 배운 게 없다는 거죠. 그냥 어깨너머로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배운 거죠.
아빠가 음주운전하면 자기도 하고, 아버지가 난폭운전했으면 자기도 난폭운전을 하고, 과속운전하면 자기도 과속운전을 하고. 결국 이런 것들이 대물림돼서 자기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는데... 거의 똑같이 아버지의 삶을 살고
박인규 : 대개 아버지라는 노릇이라는 것을 자신의 아버지로부터 배우게 되니까. 예전의 아버지세대는 사실 먹고 살기 힘든 세대고.
김성묵 : 생존을 위해 사셨으니까, 참 처절하게 사셨죠
박인규 : 아버지의 권위가 떨어졌다고 했을 때 많은 분들이 IMF위기를 말씀하지 않습니까. 경제적인 능력도 중요하고, 가시고기나 아버지... 그때부터 시작됐는데, 아버지의 역할이 경제적인 게 중요하긴 합니다만 그 외에도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권위가 떨어지고
김성묵 :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우리가 그동안 한국의 잘못된 남성문화의 영향이 아닌가, 저는 그렇게 주장하거든요. 예를 들면 체면문화가 대표적이거든요. 남을 의식하는 문화. 그래서 가족들과 진정한 인격적 만남이 없는, 그래서 예를 들면 체면문화의 잘못된 게 뭐냐면 다른 사람한테는 참 잘해주는데 가족은 등한시하는 거예요. 예를 들면 제가 상담을 받았을 때 어떤 여자분이 저한테 이메일을 보냈어요. 자기 남편은 세상 모든 여자들한테 다 친절하대요. 자기한테만, 가족들한테만 친절하지 않다는 거죠. 무뚝뚝하고
박인규 : 집안에 가서 잘하는 건 사내대장부가 할 일이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시는 모양이죠?
김성묵 : 그렇죠. 아파트에 사는데 어느 날 새댁이 놀러와서 자기 집에 바퀴벌레가 많다고 하니까, 신방에 바퀴벌레가 있으면 되나요... 그러더니 가서 잡아주고, 그것도 부족한지 약국에 가서 약을 사다가 다 쳐주고. 그래서 돌아오니까 아내가 너무 기가 막혀서, 자기야, 우리집에도 바퀴벌레가 많으니까 잡아줘, 그랬더니 남편이, 네가 잡어. 이러더래요. 그래서 저한테 어떻게 이런 사람과 살겠어요. 성격이 안 맞아서 못 살겠어요. 그러면서 분하니까 저한테 메일을 보내셨더라구요.
박인규 : 그 분이 성격이 나쁜 건 아닌데 집안에서 뭔가 잘하는 건 남자가 할 일이 아니다 이런
김성묵 : 옆에 이웃집 아주머니가 작은 거라도 들고 가면 도와주고 싶고 힘들어 보이는데 자기 아내가 양손에 뭘 들어도 모른 척하는 게 한국의 체면문화라는 거죠.
박인규 :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다른 여자들한테 하는 것처럼 하면 되는 겁니까?
김성묵 : 그렇게만 해도 아내들은 굉장히 행복해하죠 사실은. 그런데 그렇게 다른 사람한테 자상한 것도 좋지만 나한테 특별히 자상하고 나한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그게 사실 아내들의 요청이거든요.
박인규 : 아버지학교에서 가르치는 좋은 아버지란 아내한테 자상한 아버지. 또 아이들과의 관계도 있지 않습니까?
김성묵 : 아이들한테도 돈 벌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은 아버지의 등을 보고 자란다고 하죠. 아버지가 어떤 삶을 살았는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고 어떤 삶의 목적을 갖고 있는가. 이것이 아이들의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다. 그래서 돈 벌어다 주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이다.
박인규 : 아이들과 잘 놀아주고 대화하는 아빠
김성묵 : 네. 그것도, 전체적으로 보면 부부관계도 아이들과도 그렇고 의사소통이 중요하더라고요. 의사소통이 사실 거의 되지 않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늦게 들어오면 왜 이렇게 늦게 들어오냐고 하고, 남편은 내가 늦게 들어오고 싶어서 그러냐... 다 일 때문에, 당신 먹여살리려고 그러지. 서로 의사소통이 안 되는 거예요. 그런 것들을 함께 나누자. 남자들은 참 억울하다는 거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그걸 몰라준다는 거죠. 아내들도 다 사실 사랑해서, 남편 사랑하고 아이들은 아빠 보고 싶고... 지금 가정의 문제는 그래서 가정 하나만 가지고 해결이 안 되고 사회 전반적으로 공조가 필요합니다. 요즘 아주 감사한 것은, 일부 기업에서 그동안 자연친화적 기업경영을 얘기했는데, 요즘은 가족친화적 기업경영을 얘기하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매우 중요하죠. 지금 또 아내들이 직장생활을 하지 않습니까. 자녀를 낳아야 되는데 그래서 가정친화적 기업, 이런 걸 모토로 해서 기업을 경영하시는 분들이 있고. 그런 많은 기업에서 가정문제를 다루고, 제가 또 많이 그런 기업을 다니면서 특강을 통해서 가족의 소중함을 반드시 얘기하고요.
박인규 : 제 또래 친구들과 얘기해보면 사실 아버지 노릇이라는 걸 아버님한테 배웠는데 그 당시 아버님들은 사실 먹고 살기 바빴고. 어떻게 보면 중학교 이후로 스스로 커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다 보니 아버지 노릇을 잘 못해요. 그렇다면 두란노 아버지학교에서는 아버지노릇을 제대로 하기 위한 걸 어떻게 가르치시는 겁니까?
김성묵 : 그래서 5주 과정을 보통 하고요. 사실 교회에서 하는 게 있고 직장에서 일반인들을 위한 열린 아버지학교라는 게 있는데 5주 내지는 4주 하거든요
박인규 : 두란노 아버지학교는 기독교인들을 위해서 하는 거고 열린아버지학교는 일반... 교인이 아닌 분들
김성묵 : 일반인들은 대개 4주 과정으로 하거든요. 처음엔 아버지의 영향력에 대해서 얘기합니다. 아버지의 중요성. 그동안은 전부 어머니의 역할에 대해 얘기했는데 사실 요즘 학설들이 좀 바뀌고 있어요. 한 자녀의 삶의 방향과 질을 결정하는 건 아버지다. 그걸 학자들이 파더 팩터라고 얘기합니다. 아버지 요소.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 내 머릿속에 기억 속에 남아있는 아버지의 모습, 아버지의 말, 또 아버지의 미소, 그리고 아버지 삶의 가치관 또 직업윤리 같은 것이 결국 한 자녀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아버지의 영향력을 말하는데. 아까 제가 말씀드렸듯이 유일한 모델이 아버지였기 때문에 그 아버지 그대로 산다는 거죠. 그 영향을 받고 있다는 거죠. 잘못된 영향이 대를 이어내려가기 때문에 어떤 잘못된 영향을 받았나, 그걸 우리 대에서 끊고 자녀, 후손들한테 절대로 나쁜 영향력을 남겨주지 말자
박인규 :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을 알자. 돈 벌어오는 게 다가 아니다. 더 중요한 게 많이 있다는 걸 가르치고
김성묵 : 그렇죠. 그 다음 두 번째는 남자다움이란 게 과연 뭐냐. 우리가 남자로 태어났는데, 남자다움이라는 게 뭐냐. 사실 남자로 태어나서 최고의 자리는 아버지가 되는 거라고 하는데, 사실 아버지가 되는 데는 길이 있거든요. 남자로 태어나서 진짜 남자다운 남자가 돼야 되는 거거든요. 세 번째로는 결혼해서 남편이 되고 자녀를 낳아서 아버지가 되는 거거든요. 남자다운 남자가 돼야 되는데, 우리가 전통적으로 남자다운 남자는 힘이 세고 마초 같은 남자. 돈 있고 권력 있고 여성을 많이 거느리고, 이런 강한 성. 그것이 진짜 남자다움이냐. 이런 것들을 한 번 생각하고 도전하는 시간이고요. 그래서 우리는 남자다움을 지탱시켜 주는 데는 네 가지 요소가 있다고 얘기합니다. 왕 같은 요소, 전사, 스승, 친구 같은 요소. 이 네 가지를 갖춰줘야만 진짜 남자다. 이 네 가지를 가졌을 때 진짜 존경받는 남편, 존경받는 아버지가 될 수 있다. 친구 같은 아버지만 좋은 아빠가 아니라는 거죠. 권위가 있어야 된다는 거죠. 옛날 아버지들은 다 왕 같았죠. 왕도 두 가지 종류의 왕이 있지 않습니까. 폭군도 있고 어진 왕이 있고. 전사도 아주 부드러운 외유내강하신 분이 있고, 큰소리 치지만 무슨 일 있으면 제일 먼저 도망가는 비겁자의 모습이 있죠. 스승도 참된 스승이 있는가 하면 말은 하면서 자기는 그렇게 살지 않는 위선자가 있고. 친구도 다정한 친구 있고 배신자가 있고. 그래서 두 번째 시간에는 여러분의 남자다움은 지금 어느 쪽으로 가고 있습니까. 여러분 가족들은 당신이 어느 쪽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옛날에는 왕 같은 모습만 있었고 요즘 아빠들은 친구 같은데 친구 같은 모습만 있어도 안 된다는 거죠. 아버지는 아버지여야지 친구가 아니라는 거죠.
박인규 : 아버지 노릇이 쉽지 않군요
김성묵 : 그래서 아버지 되기는 쉬워도 아버지 노릇 하기는 어렵다. 그렇게 얘기합니다.
박인규 : 이런 걸 다 배운다 하더라도, 실천하는 것과 배우는 건 약간 다른 거 아닙니까?
해보려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김성묵 : 그래서 숙제를 많이 내줍니다. 첫날 같으면 아버지에게 편지를 쓰게 합니다.
박인규 : 아, 아버지학교에 들어오신 분이 자기 아버지에게
김성묵 : 네. 굉장히 많이 울어요. 힘들어 하고. 아버지를 용서 못해서 어떤 분들은 아버님 전상서... 그리고 통곡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어느날 아버지가 갑자기 딴 여자 데리고 와서 가족들 다 내쫓아서 지하 단칸방 들어가 살면서, 정말 안 해본 일 없도록, 엄마 행상 다니고 자기도 물건 팔러 다니고 학교를 제대로 못 다니고, 나중에 아버지가 병들어서 그 여자한테 버림받고 어머니가 받아주시는 거예요.
박인규 : 무슨 드라마를 보는 것 같네요.
김성묵 : 그런 드라마가 참 많아요. 그래서 이 분이 너무나 화가 나서 싸우고 엄마하고, 어떻게 저런 사람을... 자기도 가출해 버리고. 나와 사는데, 돈을 벌어야 하는데 자기가 식당을 하면서 사는데 똑같은 삶의 패턴으로 간 거예요.
박인규 : 그렇군요. 말하자면 글을 쓰면서 아버지에 대한 원한이랄까 이런 걸 풀고 자기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거군요.
김성묵 : 그러면서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용서하고, 또 나도 그렇게 살지 않겠습니다. 굉장히 힘듭니다. 편지를 제대로, 그냥 쉽게 쓰시는 분들이 거의 없어요. 찢고
박인규 : 하긴 어떤 신문보도를 보니까 자기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집단으로 가족을 꼽은 분이 30%가 넘는다는데, 아버지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군요. 어려운 자리군요.
김성묵 : 어려운 자리죠. 그래서 아버지와 관계가 깨진 사람들은 거의 대인관계가 어렵습니다.
박인규 : 아버지와의 관계의 어려움을 일단 그런 식으로 푼다면 그 다음에는 또 어떤 식으로
김성묵 : 그 다음에 자녀들하고 편지쓰면서 자녀들과의 관계에서 이런 점이 잘못됐다. 또 아내한테 편지를 쓰고
박인규 : 아내와 자식들과 소통을 시키는 거군요.
김성묵 : 네. 그래서 또 숙제를 내는데, 그 가운데 이런 게 있거든요.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 아내를 사랑하는 이유 20가지. 그런데 굉장히 어려워합니다. 미워하고 싫어하는 거 쓰라면 금방 쓰겠는데.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다 쓰시고 더 많이 쓰시는 분도 있어요. 장점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굉장히 이기적이어서 그런지 남의 장점에 대해서 생각은 안 하고 항상 단점에 붙들려 있는데, 아버지들이 하는 고백이 뭐냐면 어떤 분은 장점과 단점을 써봤는데 동전의 양면 같기도 하고 단점은 몇 개 없더라는 거예요. 그런데 거기 묶여서 그냥 애를 힘들게 하고 아내를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이제 긍정적으로 봐야 되는구나. 어떤 아버지는 딸한테 너 왜 이렇게 여자애가 덜렁거리냐 조신하지 못하고.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너 참 쾌활하고 활동적이고 적극적이다. 그렇게 편지를 써서 애들과 데이트를 하라고 하거든요. 1대 1로. 그럼 아이들이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거예요. 아버지가 날 이렇게 보시는구나.
박인규 : 결국 모든 게 소통이로군요. 자신의 아버지와의 소통, 아내와 자식들과의 소통. 그러면 끝나는 건가요?
김성묵 : 그리고 우리가 가벼운 의식 같은 게 있습니다. 남자들이 갖고 있는... 세족식도 하고 태우는 것도 있고요. 왜냐면 우리가 남자로서 잘못한 것들이 많지 않습니까.
박인규 : 많죠. 5주 과정을 대개 끝내고 나면 교육받으신 분들의 변화과정이나, 그 분들은 어떻게 말씀하십니까?
김성묵 : 많은 분들이 충격이라고 얘기하죠. 그리고 왜 이런 걸 빨리 가르쳐주지 않았는지. 어떤 분은 자기가 대학원까지 나와서 배운 것보다 아버지학교에서 4주간 배운 것이 더 많다. 내 인생에 정말 필요한 게 이것이었는데. 내 최종학력은 아버지학교입니다. 그렇게 얘기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박인규 : 혹시 14만 명 중에 이름 대면 알 만한 유명인들도 계신가요?
김성묵 : 많죠. 지금 SK에서 코치 하고 있는 헐크라고 하는 임한수 코치. 그 분은 아버지학교 처음 들어와서 남자는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애들을 야구방망이로 다스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후에 얼마나 가정적으로 변하셨는지
박인규 : 요즘은 야구방망이 안 쓰시겠네요
김성묵 : 아주, 굉장히 가정적이십니다. 완전히 달라졌고요. 또, 한때 정치깡패로... 각목 신민당 습격사건... 용팔이, 그 분도 아버지학교를 해서 참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늘 가족 얘기하면서 눈물 흘리시고, 정말 인생을 헛산 것 같다. 인생의 후반전 가족을 위해서 살겠다. 그렇게 말씀하고 계시고요. 참 많은 다양한 분들이 아버지학교를 하셨습니다.
박인규 : 가족들 반응은 어떻습니까? 졸업식 때는 눈물바다가 된다는 말도 있던데
김성묵 : 아내들이 거의 눈물흘리고 통곡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남편들의 마음을 이해하시고, 우리 남편이 이렇게 사실 사랑했는데 이렇게 표현을 못했구나. 우리 남자들이 남편의 삶이 어렵구나. 그런 것들을 이해하시면서 많이들 우시고 또 남편들이 여보 미안해 사랑해, 그런 얘기를 하면 아내들이 또 다 마음을 열어주시고. 통곡을 하십니다
박인규 : 14년이 되면서 처음에는 교회에서 작게 시작했지만 열린아버지학교라고 해서 비교인들도 가르치시고. 확대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최근에는 태안지역도 갔다 오셨다고요
김성묵 : 네. 태안에서 기름유출사고로 고통당하신 분들이 굉장히 많고. 특별히 가장들이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서
박인규 : 그건 그 분들의 요청이 온 건가요?
김성묵 : 네. 군청 쪽에서 얘기가 돼서. 거기 또 지부가 있거든요. 그래서 저희 지부에서 군청에 연락해서 이러이러한 프로그램이 있는데 한 번 그 분들을 위로하는 차원에서 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군청에서도 아주 흔쾌히 받아들이셔서
박인규 : 김대표님도 참여하셨습니까?
김성묵 : 예. 저도 가서 강의를 마지막날, 아내들이 오는 날 같이 했고요
박인규 : 태안지역 어민들이 가정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고 계신가요?
김성묵 : 우선 경제문제가 무너져서 어렵고, 농촌이나 어촌지역이 거의 전통적인 문화기 때문에 가부장적이고 사랑을 표현할 줄 모르시는 거예요. 어떤 아버지는 60대 후반이신데 결혼한 지 39년이 됐는데 한 번도 사랑한다는 얘기를 안 하신 거예요. 한 번도 미안하다는 얘기 한 적도 없고. 무뚝뚝하게 남자들은 집에 있으면 된다, 이런 생각 하시고. 그 분이 편지 쓰시면서 아내한테 정말 고맙다. 당신을 사랑하고 있다. 아내가 그 편지 받고 통곡하시고, 또 세족식할 때 두 분이 안고, 우리가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데 그때까지 정말 행복하게 살자
박인규 : 아주 좋은 일을 하신 것 같습니다. 물질적으로 어려운 것보다 정신적으로 힘든 게 더 힘들다고 하잖아요.
아버지학교가 태안만 가신게 아니라 교도소에도 가시고 외국에도 나간다고 들었습니다. 소개해 주시죠.
김성묵 : 한 20개 교도소에서 아버지학교를 하고 있고, 2005년도에 법무부에서 주관해서 아시아태평양 교정국장회의를 한국에서 했는데 가장 성공적인 교정프로그램으로 아버지학교를 소개했어요. 본부에서 아주 가장 탁월한 교화프로그램으로
박인규 : 교도소에 계신 아버님들은 가족들한테 사실 굉장히 미안할 텐데
김성묵 : 가족들한테 미안한 것도 있고 성폭력이나 일반 폭행이라든지 절도, 마약중독, 이런 걸 보면 그 뒤에 다 깨진 가정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부재가 있어요. 문제가정에는 거의 결정적으로 누가 있냐면 아버지라는 존재가 있어요. 거의 그 제소자들 치고 아버지와 관계가 깨지지 않은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아버지와의 관계부터 얘기하면 그 분들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회복하면서 굉장히 그 분들도 충격을 받는데, 그렇게 얘기하거든요. 다들 사실은 자녀들한테는 좋은 아빠가 되기 원하거든요. 여러분이 좋은 아버지가 되려면 아들로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립해야만 여러분이 아버지로서 자녀들과의 관계가 새로워질 수 있고 존경받는 아버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서 그 분들이 많은....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여러분이 어떤 삶의 태도, 어떤 가치관을 갖고 사느냐, 그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변화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해외에 있는 한인교포들을 상대로도 하고 있습니까?
김성묵 : 지금 36개국에서 아버지학교를 하고 있는데요, 한인교포사회에서 하고 있고, 또 현지인들한테도 지금 이미 9개국에서는 현지인들을 위한 아버지하교가 개설돼서 현지어로 아버지학교가 개설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또 다른 의미의 한류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김성묵 : 우리는 이렇게 얘기하죠. 영적인 한류다. 그래서 굉장히 지금 아주 인기가 좋고. 제가 지난달 멕시코를 갔다 왔는데 중남미에서도 똑같은 문제 때문에 어려워서, 해달라고 해서 교재가 스페인어로 거의 다 번역된 상태고요. 감사한 것은 최근에는 그동안은 성인을 대상으로 했는데 요즘에는 예비 아버지학교라는 게 생겨서 결혼 전에 총각들 상대로, 군대에서 이걸 하고 있거든요. 사병들한테
박인규 : 그런데 말씀 듣다 보니까 아버지학교가 있으면 어머니학교도 있어야 되는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네요.
김성묵 : 네. 어머니학교도 물론 있습니다. 2년 뒤 97년도에 생겼는데 생긴 동기가 재밌습니다. 아버지학교 수료하신 분들이 집에 가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면 참 좋아하는데, 어떤 분은 쑥스러워서 하던 대로 해라, 또 우리 남자들이 3,40년 살다가 갑자기 5주 교육받아서 또 실수가 많이 있잖아요. 그럼 실수하면 아내들이 또 가만있지 않고, 얼마나 가는지 봤더니 일주일 가는구나, 돈이 아깝다, 막 이렇게 얘길 하니까 남편들이 속상하니까 이거 우리만 해가지곤 안 되겠습니다. 그래서 사실
박인규 : 아버지학교에서 가르친 내용을 계속 유지 관리하기 위해서 만드신 거군요 그러니까
김성묵 : 손바닥이 마주쳐야 된다. 내용이 좋습니다. 어머니학교도 23개국에서, 한국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 여성의 시대라고 하는데 정말 강한 여성이 되는 것이 좋은 거냐...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입니다.
박인규 : 영적인 한류. 대한민국 아버지들의 위상을 높여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질문도 드려볼까 합니다. 아버지학교의 창립자시기보다는 1기 수료생이시고, 약력을 보니까 무역회사를 다니다가 1기 수료생. 그래서 딱 느낌에 그때까지는 문제아버지가 아니셨나 싶은데 어떻게 아버지학교 1기 수료생이 되신 겁니까?
김성묵 : 정확하게 보셨고요. 사실 무역회사 이런 곳이 70년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전쟁이었죠. 일, 접대, 거의 매일같이... 일요일도 마셨으니까요. 불러서 나오라면 나가야 되고. 그래서 술 먹다 보면 여자 문제 있고, 그래서 사실 가정을 돌볼 시간이 거의 없었고요. 불량아버지였죠. 제가 또 그땐 뭐라고 그랬냐면 우리 아들이 식목일에는 그 전에 노는 날이었거든요. 식목일에, 아빠 우리와 좀 놀아줘요, 그랬는데 제가 그때 뭐라고 했냐면, 직원이 100명 있었거든요. 그래서, 아빠는 지금... 집에는 너를 포함해서 내가 돌봐야 할 가족이 세 사람이지만 회사에는 100명이 있단다. 그 가족 하면 400명인데, 아빠가... 그런 얘길 하면서 나왔거든요. 그러면서 저는 아주, 나는 역시 대단한 사람이야. 그러고 나갔어요.
박인규 :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김성묵 : 네. 참 나중에, 우리 아이가 쓸쓸하게 돌아가는 모습이 지금 눈에 선한데 아직도. 참 그렇게 몰상식하게 살았던 것 같아요. 사실 이혼하기 직전까지 가서
박인규 : 굉장히 심각하셨군요
김성묵 : 네. 아내와 가정법원에도 가고, 결정적으로 제 아내가 우리 아들한테, 엄마 아빠 도저히 안 돼서 이혼하려는데 너는 누구하고 살래? 그랬더니 제 아들이 눈물을 뚝 흘리면서, 엄마, 난 엄마도 좋지만 아빠도 필요해. 그랬대요. 그때 제 아내가, 이혼은 안 되겠구나.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구나. 그래서 이혼을 접고, 제가 마침 그때 교회를 다니고 있을 때였는데도 그때 한 프로그램에서 인생의 하프타임을 가졌죠. 아, 내가 잘못 살았구나.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구나. 그래서 돌이키면서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런데 마침 부부의 문제를 다루는 것들에 있어서 공부하면서 아버지학교에 들어가게 됐죠. 그때 결정적으로, 가정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람이 아버지구나. 아버지 한 사람이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서 온 가족이 흔들리고 영향을 받는구나. 그래서 제가 아주, 아, 이게 내 앞으로 인생의 후반전에 내가 진짜 여기 목숨을 걸어야 되겠구나
박인규 : 어떻게 보면 아버지학교의 최대 수혜자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다 하더라도, 꽤 작지 않은 무역회사를 운영하시다가 아버지학교를 말하자면 인생의 목표로 후반전에 하시겠다는 것도 쉽지는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김성묵 : 그래서 사실 갈등도 있었죠. 어려움도 있었고. 큰 어려움이었죠. 그걸 내려놓는 게 쉽지 않았고. 제가 또 2002년도에는 대장임 수술을 했어요. 암 3기로. 굉장히 사실 건강도 잃고 어려웠는데, 그래도 하여튼 이게 중요하다는 사명감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요
박인규 : 벌써 12년째 운영해오시는데 어려움은 없으십니까?
김성묵 : 항상 어렵죠. 이게 사회적인... 요즘엔 많이 이해했지만, 전통적으로 가부장적인, 뭐 아버지가 이러면 됐지. 또 여성들한테는 제가 아주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여기자가 와서 취재를 하면서 자기 부장님이 이걸 하라고 하는데 자기는 하기 싫었다. 기분 나쁘다.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고 하는데, 그동안 아버지들이 그렇게 잘못 살아서 이렇게 우리를 힘들게 만들었으면 됐지 이제 와서 아버지가 살아야 가정이 산다고 얘기하냐. 자기는 사실 취재하기 싫었다. 그런 얘길 하더라고요. 제가 쭉 과정을 설명했어요. 그랬더니 여기자가 눈물을 글썽글썽하면서 아, 이거 꼭 해야 되겠군요.
박인규 : 어떻게 보면 재정적인 어려움보다는 사회적인 인식에서의 어려움이 큰 거로군요.
김성묵 : 인식이 어렵고요, 재정은 그냥 아버지하교 수료하신 분들이 너무나 좋아서 헌금을 해주십니다.
박인규 : 이 방송을 들으신 분들은, 나도 아버지학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실 것 같은데, 우선 수강료가 얼마나 되고 어떻게 신청해야 되는지 소개해 주시죠.
김성묵 : 수강료는 5주과정에 10만원을 받고 있고. 식사도 하시고 교재도 다 드립니다.
박인규 : 토요일에 한 번씩 5번씩 하는 거죠?
김성묵 : 그렇죠. 대개 토요일에 합니다. 직장에서 하게 되면 직장 요청에 따라서... 지금 신한은행, 한전 이런 데서도 하고 있거든요. 그 요청에 따라서도 하고요
박인규 : 어디다 신청합니까?
김성묵 : 전국에 지금 약 100개 도시에서 아버지학교를 하고 있습니까. 인터넷에 아버지학교라고 치면 검색하면 본부가 나오거든요. 저희 홈페이지가 http: //www.fathernet.org거든요.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고요.
박인규 : 아버지학교를 치든가 영어로 http: //www.fathernet.org
김성묵 : 네. 그러면 전 세계 아버지학교 현황이 다 나옵니다.
박인규 : 어쨌든 본인 스스로가 문제아버지였다가 문제아버지를 교정하시는 역할을 하는데요, 마지막으로 우리 시대 아버지들에게 못다 하신 말씀 있으시면 정리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성묵 : 참 아버지로 산다는 건 굉장히 어려운 자리입니다. 힘든 자리인데 그러나 아버지로 산다는 것은 굉장히 영광스러운 자립니다. 직장에서 성공하는 것보다, 또 직장, 사회에서 내가 남길 수 있는 영향력보다 아버지로서 남길 수 있는 영향력이 훨씬 더 강하고 오래 간다는 거죠. 여러분 그런 프라이드를 가지고 어렵더라도 정말 최선을 다한 삶을 사시기 바라고요, 또 늘 우리 자녀들, 우리 후손들이 우리 모습을 닮아간다는 걸 꼭 기억하시고 힘내시길 바랍니다.
박인규 : 제 친구 중에 한 사람이 인간으로 태어나서 할 수 있는 가장 생산적인 일이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거다. 그런 얘길 했는데 저도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 중요한 건 아버지가 아버지답게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아버지학교, 많은 발전 기대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김성묵 :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두란노 아버지 학교' 김성묵 대표와 함께 우리시대 진정한 아버지 상은 무엇이며
가정 안에서 아버지의 존재감을 찾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얘기 나눴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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