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믿음은 능히 산도 움직일 수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서 오바마에 '더블 스코어' 대승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위한 13일 웨스트버지니아주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더블 스코어' 이상으로 대승을 거두며 경선 지속을 위한 불씨를 간신히 살렸다.

힐러리 상원의원은 이날 밤 자정(현지시간) 현재 95%의 개표율을 보이고 있는 웨스트버지니아 예비선거에서 67%의 지지율을 기록, 26%에 그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큰 표차로 이기고 있다.

이 지역은 힐러리의 전형적인 지지기반인 백인 중산층이 많은 반면 오바마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흑인 인구는 아주 적어 이같은 결과는 예상된 것이다. <뉴욕타임스>은 이 지역의 백인 민주당 유권자들이 인종문제를 중시하고 있고, 출구조사 결과 80% 이상의 백인 투표자들이 힐러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웨스트버지니아에는 민주당 대의원이 39명(선출직 28명, 수퍼대의원 11명)에 불과해 힐러리가 압승했다고 해서 오바마의 최종 승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게 압도적인 전망이다.

<CNN> 집계 결과 오바는 현재 1877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매직넘버' 2025명에서 148명 부족한 상태다. 반면 힐러리는 1712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오바마보다 165명이 적다. <AP> 통신은 그 차이가 178.5명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지역별 경선은 오는 20일 켄터키와 오리건, 다음달 1일 푸에르토리코, 3일 몬태나와 사우스다코타 등으로 선출직 대의원 수가 모두 합쳐 60명에 불과하다. 따라서 힐러리가 이들을 모두 가져간다고 해도 오바마를 이기기란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오바마 승리는 대세…'스윙 스테이트' 패배로 본선경쟁력 도마에

더욱이 오바마는 지난 주를 기점으로 그간 열세를 보였던 슈퍼대의원 확보에서도 우세로 돌아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는 13일에도 민주당 전국위원원장을 지낸 로이 롬머 전 콜로라도 주지사, 레이 네이긴 뉴올리언스 시장 등 슈퍼대의원 4명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이에 따라 미국의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 8일 오바마가 오는 20일 켄터키주와 오리건주 경선이 끝나면 승리를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오바마도 대선 후보 지명을 기정사실화하고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한 견제 모드로 돌아섰다.

13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의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는 매케인 후보와의 본선 가상대결에서 51%대 44%로 앞섰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13일 오바마가 힐러리를 확고하게 앞서가기 때문에 웨스트버지니아의 결과가 대세를 바꿀 수는 없다면서도 힐러리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같은 주에서 승리함으로써 오바마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의문을 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로 불리는 14개 주는 특정 정당이 고정적으로 승리하는 나머지 주들과는 달리 선거에 따라 민주당과 공화당이 승패를 주고받는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대체로 이 주들에서 승리한 후보가 대선 승리를 거머쥐었다.

힐러리는 승리가 확정된 뒤 지지자들 앞에 나와 '신심(信心)은 능히 산도 옮길 수 있다'는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후보 사퇴 압박에도 불구하고 경선 레이스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매직넘버를 차지한 후보는 누구도 없다"며 "나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때까지 선거운동을 계속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