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메드베데프, '푸틴 꼭두각시'냐 '제2의 고르비냐"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메드베데프, '푸틴 꼭두각시'냐 '제2의 고르비냐"

[분석]러시아 대선, '기묘한 권력융합' 실험으로 주목

2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은 누가 당선될 것인가보다 선거 후 블라디미르 푸틴(55) 현 대통령과 새 대통령과의 역학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더 관심이 쏠리고 있는 선거다.

이번 대선은 모스크바 시간으로 오전 8시(우리 시간으로 오후 2시)부터 투표가 실시돼, 투표마감(오후 8시) 후 1시간 뒤인 오후 9시(우리 시간으로 3일 새벽 3시)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하지만 현지언론들과 세계 주요 외신들은 이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2) 제1부총리의 승리가 확실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투표율 70%, 70%의 지지율'로 메드베데프가 압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04년 푸틴 대통령도 71.3%의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한 바 있고, 메드베데프는 지금도 80%에 가까운 지지율로 국민의 절대적 신임을 받고 있는 푸틴이 지난해 12월 10일 후계자로 공식 지명하며 국민들에게 표를 몰아줄 것을 호소한 후보이기 때문이다.
▲ 2일 러시아 대선에서 푸틴과 메드베데프가 함께 있는 선거포스터가 메드베데프의 압승을 예고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이번 대선에는 메드베데프 외에도 최대 야당인 공산당의 겐나디 주가노프(63), 자유민주당의 블라디미르 지리노브스키(61), 민주당 당수 안드레이 보그다노프(38)가 후보로 나섰지만, 투표일 직전 가장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세후보의 지지율은 모두 합쳐도 30%를 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70% 투표율, 70% 지지율로 메드베데프 압승 예상"

이에 따라 이들 중 누구도 1차 투표에서 메드베데프의 득표율을 50% 아래로 끌어내려 결선에서 그와 맞붙을 기회를 얻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러시아 헌법상 3연임 금지 조항 탓에 어쩔 수 없이 이번 대선에 출마를 못한 푸틴 대통령이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메드베데프의 총리직 제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푸틴 대통령이 알려진 대로 오는 5월 7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동시에 총리로 자리바꿈을 한다면, 러시아는 물론 세계 정치사에서도 보기드문 사실상 최고권력자와 헌법상 최고권력자인 후계자의 기묘한 '권력융합 정부'가 탄생하게 된다.

일단 메드베데프는 대통령 당선 후 지난 8년간 러시아 경제부흥을 이끌었던 푸틴 대통령의 현 정치노선을 따르겠다는 뜻을 거듭 밝혀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급진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했다"며 "효과적이고 검증된 체제를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등 서방의 많은 언론들은 메드베데프가 러시아 사상 최연소 대통령으로서 푸틴의 '꼭두각시' 역할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푸틴이 메드베데프 뒤에서 수렴청정을 하며 절대권력을 계속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이번 대선이 러시아에 진정한 민주주의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이코노미스트>는 "푸틴이 총리로서 외교와 안보정책을 맡아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임을 시사했고, 메드베데프가 푸틴의 '성공적' 정책을 고수하기로 약속했지만 이 같은 양두 체제가 러시아에 불안정성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메드베데프의 역할은 푸틴이 다시 대통령으로 복귀할 때까지 '과도기 정부'를 이끄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벌써부터 메드베데프가 4년 임기를 못채우고 조기에 물러나는 시나리오도 대두되고 있다.

WP "푸틴과 메드베데프 밀월관계, 언제 돌변할지 몰라"

하지만 메드베데프가 '제2의 고르비(고르바초프의 애칭)'가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 헌법 상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된 체제에서 일단 메드베데프가 대통령 직에 오르면, "최고 권력은 나눠 가질 수 없다"는 냉엄한 정치현실에 비춰 볼 때 '메드베데프의 반란'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옛 소련 시절 콘스탄틴 체르넨코 전 서기장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된 고르바초프가 공산당을 배신하고 급진 개혁으로 소련 해체를 불러왔던 것처럼 메드베데프 역시 푸틴을 밀어내고 친서방 개혁을 이끌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역사를 보면 꼭두각시가 때로 강력한 지도자라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곤 한다"며 이런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향후 러시아 정부는 부패와 경제 민영화 실패, 부실한 사회 간접자본 등 푸틴시대가 남긴 고질병을 해결해야 하는 데다 중산층의 민주주의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는 것도 과제"라며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밀월관계가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러시아 물가 상승률이 정부 목표치 8%를 훨씬 초과한 11.9%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우려가 최대의 경제현안으로 떠오르면서, 그 해법과 결과에 대한 책임을 둘러싸고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현재 러시아 정가에서는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끈끈한 관계를 고려할 때 메드베데프가 푸틴에 대해 독립적인 행보를 쉽게 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푸틴과 메드베데프는 고향(상트페테르부르크)과 출신대학(레닌그라드 대학 법대)이 같을 뿐 아니라 17년 전 푸틴이 상트페테르부르크시 정부의 부시장으로 일할 무렵 메드베데프가 그 밑에서 법률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정치적 인연을 맺었다. 이후 둘은 메드베데프가 푸틴을 보좌하고, 푸틴이 메드베데프를 끌어주는 식으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메드베데프, 딥 퍼플 등 록음악에 심취

메드베데프는 오랫동안 정부 요직과 러시아의 '돈줄'을 쥔 '실세 중의 실세'로 교육·보건·의료·주택 등 민생 관련 요직을 거쳐 지난 2005년 제1 부총리직에 올랐고, 지난 2000년부터 러시아 최대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의 회장직을 겸임해 왔다.

특히 그는 가스프롬의 회장으로서 미국과 유럽의 기업인·정치인과 자주 접촉하면서 서방에 대해 보다 유연한 태도와 자유주의 성향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에 능통할 뿐 아니라 지난 2월 초 영국의 록 그룹 딥 퍼플을 크렘린에 초청해 열린 콘서트에서 노래를 따라 부를 정도로 록음악에 심취한 모습을 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