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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 제재, '3차 핵실험' 유발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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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리 대북 제재, '3차 핵실험' 유발할 수도…

[정욱식의 '오, 평화'] 결의안의 실효성과 결과는 글쎄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에서 대북 제재 결의안을 추진키로 했다. 안보리 결의는 가장 강력한 수준의 대응이다. 결의안 채택이 성사될 경우 북한의 강력한 반발과 맞물려 한반도 정세를 '시계 제로' 상태로 몰고 갈 위험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북한 외무성이 12일 "미국은 지난 4월 위성발사때에도 적대적인 과잉반응을 보여 우리로 하여금 핵문제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지 않을수 없게 만든바 있다"고 비난하면서 "모든 유관측들이 리성과 랭정을 견지하여 사태가 본의아니게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 방향으로 번져지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고 선제적으로 경고하고 나선 것은 그 예고편에 해당된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대응 수준에 따라 북한이 3차 핵실험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을 강력히 암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는 국내 정치의 연장"

일각에서는 미국이 안보리 결의를 강력히 밀어붙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지만 필자의 견해는 좀 다르다. 북한의 위성 발사 성공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문턱까지 도달했다는 기술적 평가와 함께 미국 국내 정치적 요인도 오바마 행정부가 안보리 결의를 강력하게 추진할 동기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는 국내 정치의 연장'이라는 말을 상기해본다면,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수전 라이스 유엔 대사를 국무장관 후보로 부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바로 대북 제재 결의 채택이다. 라이스 대사는 오바마 행정부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후임자로 가장 선호하는 인물이다.

▲ 수전 라이스 미 유엔 대사 ⓒAP=연합뉴스

그러나 공화당의 상당수 상원의원들은 라이스 대사의 리비아 벵가지 테러 사건에 대한 발언을 문제삼으면서 그의 인준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라이스는 지난 9월 11일 발생한 리비아 테러 사건과 관련해 그 원인이 "유튜브에 올려진 이슬람 모독 영화이며 성난 현지 시위대의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말해 공화당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의 로켓 발사는 오바마 행정부가 반전을 도모할 수 있는 카드이다. 라이스가 중국을 설득해 사상 최초로 북한 로켓 발사에 대해 안보리 결의 채택에 성공한다면 그에 대한 공화당의 반감을 희석시킬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안보리 결의 추진 입장을 밝힌 MB 정부의 대응 역시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북한의 로켓 발사 이슈를 장기화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방법은 안보리 결의 추진이다. 이를 통해 대선을 앞두고 안보 문제를 부각시키는 한편, 북한의 로켓 발사 징후도 포착하지 못한 MB 정부의 안보 무능 비판을 희석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용적 관점에서 판단해야

안보리 결의가 오바마에게는 라이스의 입지를 강화시켜주고 MB에게는 안보 무능론을 감춰주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 실효성과 결과는 역효과를 수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우선 공정성의 관점에서 따져봐야 한다. 위성을 발사했다는 이유로 안보리에 회부되고 결의안까지 추진되는 사례는 북한이 유일하다. 핵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이라면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은 차치하더라도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은 왜 예외인가'라는 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들 나라는 수시로 위성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해오고 있고 이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나라가 안보리에 또 다시 회부된 사례는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안보리 결의 채택이 북한의 로켓과 핵무기의 결합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크다는 점에 있다. 북한이 로켓에 핵탄두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수차례의 추가적인 핵실험이 필요하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그런데 안보리 결의 채택은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강행할 강력한 구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추가 제재의 실효성도 의문이다. 북한이 로켓을 쏘고 핵실험을 할 때마다 제재의 수위는 높아져왔지만 이 사이에 북한의 핵과 로켓 능력은 계속 강화되어왔다. 대북 제재가 북한 지도부의 핵과 로켓에 대한 전향적 판단을 강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6자회담을 포함한 대화가 진행되는 기간 동안에 북한은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를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물론 북한의 로켓 발사를 아무런 일이 없었던 것처럼 넘어갈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과잉대응은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이것이야말로 지난 20년 동안 지겹도록 반복되어온 한반도 문제의 핵심적인 패턴이자 교훈이다. 그 패턴을 끊는 길은 관련 당사국들이 진짜 협상다운 협상에 나서는 것밖에 없다. 이를 위해서 유엔 안보리는 의장 성명으로 북한의 로켓 발사를 규탄하는 수준에서 자제해야 한다. 그래야 냉각기를 거쳐 내년에는 대화의 문을 열 수 있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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