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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화요일' 앞둔 오바마 '슈퍼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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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화요일' 앞둔 오바마 '슈퍼 돌풍'

<월스트리트저널> "힐러리와 오바마, 슈퍼화요일에 승부 못 낼 듯"

미 대선 사상 가장 많은 20여개 주가 한꺼번에 예비경선을 치르는 '슈퍼화요일'(5일)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슈퍼화요일을 앞둔 마지막 주말 민주와 공화 양당 주자들의 사활을 건 막판유세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슈퍼화요일 하루에 걸린 선거인단 수가 향후 대선판도를 사실상 결정지을 만큼 많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22개 주에서 경선을 치르는 민주당의 경우 대통령 후보를 판가름하는 매직넘버인 2025명의 절반이 훨씬 넘는 1681명이, 21개주에서 예비경선을 치르는 공화당은 매직넘버인 1191명에 버금가는 1023명이 각각 걸려 있다. 특히 선거인단의 수가 441명으로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선거인단이 많은 뉴욕, 일리노이, 뉴저지의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는 통상적으로 '슈퍼화요일'에서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대선후보가 사실상 결정되어 왔다. 공화당의 경우는 슈퍼화요일을 치르기도 전에 이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대세론이 굳어져 있고, 슈퍼화요일은 대세론을 확정짓는 이벤트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슈퍼화요일' 경선을 앞두고 힐러리 대세론을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오바마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로이터=뉴시스

케네디 가문에 이어 볼커 전 FRB 의장도 오바마 지지 선언

반면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양강 구도로 좁혀지기는 했으나 슈퍼화요일 경선에서도 승부가 결정됐다는 판단은 성급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지난달말까지만 해도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를 비교적 큰 차이로 앞서고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대부분의 미국 현지 언론들은 오바마가 전세를 뒤집기에는 시간과 자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바마 진영에서는 막상 슈퍼화요일 경선이 끝난 뒤 투표함의 뚜껑을 열 때쯤에는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진영은 대체로 알려져 있는 변수인 반면 오바마에게는 극적인 지지가 이어지면서 분위기만 잘 타면 '돌풍'을 일으킬 태세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미국 최고의 정치명문 케네디 가문에서 민주당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에드워드 케네디 상원의원을 비롯해 존 F.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 등이 오바마 지지를 공개 선언하면서 오바마의 '검은 돌풍'은 '제2의 케네디 돌풍'으로 공식 전환되었다.(☞관련 기사: 오바마, "케네디와 에드워즈가 내 품에…" )

이에 뒤 이은 폴 볼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오바마 지지 선언도 무게감이 적지 않다. 볼커는 앨런 그린스펀에 앞서 1979년부터 1987년까지 FRB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1980년대 인플레이션을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중앙은행과 월스트리트, 학계에서 두루 존경받고 있는 인물이다.

볼커 전 의장은 성명을 통해 "현재 시장의 동요나 경제적 불확실성 때문이 아니라 조국이 국내외에서 직면하고 있는 도전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새로운 지도력과 참신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 오바마 의원을 지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원의장인 펠로시 의원의 복심이라고 불리는 애너 에슈, 조지 밀러, 사비에르 베세라 하원의원 등이 잇따라 오바마 지지의사를 밝히고 나선 것도 심상치 않다.

펠로시 하원의장 측근들도 잇따라 오바마 지지 선언

의회 지도자들은 당내 경선에 나선 대선 후보들에 대한 지지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는 전통에 따라 펠로시 의장도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측근들이 대거 오바마 진영에 가세함으로써 펠로시도 사실상 오바마를 지지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시민사회에서도 오바마를 지지하는 경향이 거세다. 지난 1일 미국의 진보성향 온라인 정치단체이자 대표적인 이라크전쟁 반대 단체인 '무브온'(Moveon.org)이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단체는 전체 회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30만명 가량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에서 오바마 상원의원이 70.4%의 지지를 얻어 그를 공식 지지하기로 했다.

무브온의 일라이 퍼라이저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워싱턴에 '진보적 가치'를 가져오는 것"이라며 "부시 행정부가 7년 동안 펼쳐온 '파괴적 정책'은 미국민으로 하여금 변화를 간절히 바라도록 만들어 놓았다"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는 "이라크전쟁을 반대하는 등 많은 진보적 대의를 강하게 지지해 온 무브온은 변화를 위한 '풀뿌리 운동'에 동참할 경우 대중이 무엇을 이뤄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단체"라며 크게 기뻐했다. 오바마 후보는 수백만명에 달하는 무브온 회원의 이메일 주소를 확보, 선거운동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공화당 출신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전 미국 대통령의 손녀가 2일(현지시간) 오바마 지지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고무적이다. 수전 아이젠하워는 <워싱턴포스트>에 기고할 글에서 "오바마 후보가 미국의 상처를 치유하고 양당의 진정한 협력을 추구해 나갈 수 있는 적임자"라면서 "오바마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나는 공화당원임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인 아이젠하워는 공화당 후보로 대선에 당선돼 1953년부터 1961년까지 재임했으며, 그의 손녀인 수전은 경영 컨설턴트이자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중적인 영향력이 막강한 연예계에서 오바마를 든든하게 해주는 세력은 역시 미국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다. 윈프리는 슈퍼화요일 경선지 중 대의원이 가장 많이 걸린 캘리포니아 주에서 '3각편대'의 지원유세를 펼치고 있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 오바마, 그리고 최근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케네디 전 대통령의 딸 캐롤라인과 함께 선거운동에 나선 것이다.

오바마, 힐러리와의 두자릿수 격차를 며칠 사이 4% 포인트까지 좁혀

그동안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이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오바마에게 크게 앞서갔으나 최근 들어 지지율 차이가 4%로 줄어드는 등 더 이상 힐러리의 '안전지대' 로 볼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는 지난달 31일 발표된 갤럽 조사결과 39%의 전국 지지율로 힐러리(43%)를 4%포인트까지 바짝 따라붙는 등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는 이 조사보다 블과 4일 전에 나온 발표된 조사에서는 11% 포인트나 뒤져 있었다. 오바마의 선거자금은 1월에만 3200만달러가 모여 2600만 달러인 힐러리를 앞질렀다.

게다가 캘리포니아 주의 최대 일간지인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물론 회원 65만명으로 캘리포니아 주 최대 규모의 노조인 서비스노조국제연맹(SEIU)도 오바마 지지를 선언하고 나섰다.

지난 1일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버락 오바마, 공화당 후보로 존 매케인을 각각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오바마 후보의 공약과 이라크전에 대한 입장 등을 근거로 힐러리 클린턴보다 오바마를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공화당의 매케인 후보에 대해서는 그의 낙태와 동성애 결혼, 이라크전 등 몇몇 정책에 동의하지 않지만 관타나모 기지 교도소 폐쇄와 고문 반대 입장을 높이 평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부시-클린턴 가문 집권 독식 현상 종식시켜야 할 때"

특히 이 신문은 지금은 미국이 클린턴과 부시 가문의 20년간에 걸친 통치를 종식시켜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전날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니컬러스 크리스토프도 "대선에서 많은 현안에 대한 논쟁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한 가지 매우 중요한 문제가 검증되지 않았다"면서 "부시-클린턴 가문의 집권이 이어지는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9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집권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부시-클린턴 두 가문의 계속 집권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저해하지 않겠느냐"는 의문이 있다면서 "힐러리가 집권해 연임을 하면 28년을 부시-클린턴 가문이 집권하게 돼 이 경우 미국인의 40% 가량이 일생을 이들 두 가문에서 나온 대통령 치하에서 살게 된다"고 비유했다.

그는 "물론 누구도 자신의 가문 문제로 대통령이 되는 것이 금지돼서는 안되지만 가장 저속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조차도 두 가문에서 나온 4명의 대통령이 집권을 지속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타임스>가 힐러리를 공식적으로 지지한 신문이라는 점을 의식, "힐러리는 뛰어난 상원의원임을 입증했고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두 가문에 의한 28년 집권 문제는 그것이 결정적인 문제는 아닐지라도 무시하기에는 너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오바마 후보에 대한 유리한 여론이 계속 조성되자 당초 '슈퍼화요일'에서 힐러리가 우세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월스트리트저널>도 1일 "슈퍼화요일에 힐러리와 오바마 어느 한 쪽이 압도적인 승리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져 누구도 매직넘버를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3월 4일 오하이오와 텍사스 프라이머리나 펜실베이니아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4월 22일까지도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치열하게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오는 8월25일 덴버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가 정해지지 않을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힐러리와 오바마 간의 접전으로 슈퍼화요일 이후에도 뚜렷한 선두주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당내 조율과 협상을 통해 사전 정지작업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막후에서 민주당 후보가 결정될 경우 패한 후보 진영 지지자들의 반발을 불러오면서 당을 분열시켜 공화당으로 하여금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도록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적어도 전당대회까지 힐러리와 오바마의 치열한 접전이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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