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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北, 공격모드로 전환…미국 책임론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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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던 北, 공격모드로 전환…미국 책임론 제기

"10.3합의 이행 우리가 제일 앞서 있다" 주장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2단계 조치(10.3합의)가 지난달 31일로 설정된 이행 시한을 넘긴데 대해 북한이 공세 모드를 취하기 시작했다.

합의를 많이 이행한 쪽은 북한이며, 이행 지연은 미국 등 6자회담 참가국들 때문임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신고 지연 때문에 시한을 넘겼다'는 한미일 3국의 유감 표명에 대해 침묵하던 북한이 이처럼 미국 책임론을 본격 제기하면서 10.3합의 이행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경전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불능화 및 경제지원 관련 주장은 사실과 가까워

북한은 4일 북한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통해 10.3합의에 따른 핵시설 불능화는 현재 마지막 공정이 진행중이라며 "그러나 다른 참가국들의 의무사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중유와 에네르기(에너지) 관련 설비, 자재 납입은 절반도 실현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의 의무사항인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와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도 이행되지 않았다며, 6자회담 참가국 중 북한의 의무 이행이 제일 앞섰다고 말했다.

10.3합의에 따라 북한은 지난달 31일까지 3대 핵시설을 불능화하고 핵 프로그램을 신고해야 했다. 이에 6자회담 참가국들은 중유 95만톤 상당의 대북 지원을 하고,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및 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 조치를 '병렬적으로' 취해야 했다.

북한의 핵시설 불능화는 기술적인 문제로 2~3월에 끝날 예정이지만 핵 신고는 신고서 내용에 대한 신경전 때문에 시한을 넘겼다. 대북 에너지 제공도 현재 20만톤 정도만 되어 있고,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를 위한 미국 내 법적 절차는 시작되지 않았다.

"美에 수입 알루미늄관 이용 군사시설 참관시켰다"

그러나 외무성 대변인은 "최근 일부에서 그릇되게 여론화되고 있는 핵 신고 문제와 관련하여서도 우리는 사실상 자기 할 바를 다한 상태"라며 한중일 3개국의 입장과는 상반된 얘기를 했다.

그는 "우리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핵 신고서를 작성하였으며 그 내용을 미국 측에 통보하였다"며 "미국 측이 신고서의 내용을 좀 더 협의하자고 하여 협의도 충분히 진행하였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우라늄농축프로그램(EUP) 문제에 대해 "우리는 그들의 요청대로 수입알루미늄관이 이용된 일부 군사시설까지 특례적으로 참관시키고 시편(시료)도 제공하면서 문제의 알루미늄관이 우라늄 농축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성의있게 다 해명해 주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시리아로의 핵 이전설에 대해 "이미 10.3합의문건에 '핵무기와 기술, 지식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명문화한 것이 우리의 대답"이라며 "이것 역시 미국측과의 사전협의에 따라 취해진 조치"라고 주장했다.

"모든 합의 이행은 '행동 대 행동' 원칙으로"

외무성 대변인의 말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해 11월 핵 신고서의 초안을 작성한 뒤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바로 제출하지 않고 미국과 그 내용을 협의했다. UEP 의혹의 진원인 수입 알루미늄관도 샘플을 미국에 넘겨줬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도 사실로 확인됐다.

그렇다고 해서 북한의 의무 이행이 완료된 건 아니다. 신고서가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외무부 대변인도 핵 신고와 관련해 할 일을 "사실상" 했다고 표현함으로써 신고서가 제출되지는 않았음을 간접 확인했다.

그러나 그는 "6자회담에서 이룩된 모든 합의들에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관통되어 있다"고 말했다. 자신들은 미국 및 6자회담 참가국들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대변인은 또 불능화 작업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는 북한 내각기관지 <민주조선>의 같은 날 보도를 확인하면서도 "다른 참가국들의 의무 이행이 늦어지고 있는 조건에서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그런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시리아 핵 이전설에 대해서는 더 이상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이는 북한이 "미친놈들이 만들어낸 것"이라며 반발했던 과거의 태도를 고수하며, 신고서에 담을 내용조차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난 9월 이스라엘의 시리아 핵개발 의혹 시설 폭격 후 불거진 이 의혹은 현재 뚜렷한 근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미국에 준 알루미늄 샘플에서 우라늄 농축 흔적이 발견됐다는 <워싱턴포스트>의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그 보도에 대해서는 현재 6자회담 참가국 어디도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美 회의론 차단용? 판 깨기 수순?

이처럼 10.3합의 이행 지연의 책임을 미국과 6자회담 참가국에 돌린 외무성 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는 6자회담의 모든 참가국들이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공동으로 신의있게 노력한다면 10.3합의가 원만히 이행되리라는 기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북한이 각종 언로를 통해 밝혀온 것처럼 판을 깨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외무성 대변인까지 나서 그런 입장을 재확인한 것은 미국에서 들려온 회의론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2일 "북한과 수년 동안 협상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우리가 회의적(skeptical)이라고 말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미국 내 회의론을 차단하는 동시에 대북 강경파들의 추궁에 협상파들이 버틸 명분을 주기 위해 합의 이행 의지를 밝힌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그간 물밑 협상에만 치중하며 10.3합의 이행의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던 북한이 이날 공개리에 대미 비난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신호라는 시각도 있다.

북한이 향후 6자회담 불참이나 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하기 위해 명분 쌓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 전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대변인은 6자회담 10.3합의 이행과정이 지연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4일 다음과 같은 담화를 발표하였다.

6자회담 10.3합의의 시한부인 2007년 12월 31일이 지나갔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핵시설의 무력화(불능화)를 제외한 나머지 합의사항들의 이행은 미달되었다.

무력화는 지난해 11월 초에 시작되어 합의된대로 12월 31일까지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의 작업들이 완료되었다.

현재 마지막 공정으로서 약 100일간으로 계획된 페연료봉을 꺼내는 작업이 진행 중에 있다.

그러나 다른 참가국들의 의무사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대한 중유와 에네르기(에너지) 관련 설비, 자재 납입은 절반도 실현되지 않은 상태이다.

월별 중유납입 일정이 계속 늦어지고 있으며 에네르기 관련 설비, 자재 납입과 관련한 실무적 공정도 계속 늦어지고 있다.

'테러지원국명단'에서 우리 나라를 삭제하고 우리 나라에 대한 '적성국무역법' 적용을 종식시킬데 대한 미국의 의무사항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

돌이켜보면 6자 중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의무이행이 제일 앞서있다고 말할 수 있다.

최근 일부에서 그릇되게 여론화되고 있는 핵신고문제와 관련하여서도 우리는 사실상 자기 할바를 다한 상태이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11월에 핵신고서를 작성하였으며 그 내용을 미국측에 통보하였다.

미국측이 신고서의 내용을 좀 더 협의하자고 하여 협의도 충분히 진행하였다.  

미국측이 우라니움농축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하여 우리는 그들의 요청대로 수입알루미니움관이 이용된 일부 군사시설까지 특례적으로 참관시키고 시편도 제공하면서 문제의 알루미니움관이 우라니움농축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을 성의있게 다 해명해주었다.

수리아(시리아)와의 핵협조설과 관련하여서는 이미 10.3합의문건에 '핵무기와 기술, 지식을 이전하지 않는다'는 공약을 명문화한 것이 우리의 대답이다.

이것 역시 미국측과의 사전협의에 따라 취해진 조치이다.

제반 사실은 현재 10.3합의 이행과정이 지연되고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

9.19공동성명을 비롯하여 6자회담에서 이룩된 모든 합의들에는 '행동 대 행동'의 원칙이 관통되어 있다.

다른 참가국들의 의무이행이 늦어지고 있는 조건에서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라 최근 핵시설의 무력화작업 속도도 불가피하게 일부 조절되고 있다.

우리는 6자회담의 모든 참가국들이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공동으로 신의있게 노력한다면 10.3합의가 원만히 이행되리라는 기대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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