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삼가 부시 독트린의 명복을 빕니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삼가 부시 독트린의 명복을 빕니다"

월러스틴 "이란 보고서는 백악관과 조율된 것"

미국의 16개 정보기관들이 지난 3일 국가정보평가(NIE) 보고서를 발표, 이란이 2003년 이후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까지 이란의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군사공격까지 주장했던 조지 부시 미 행정부는 국내외의 비난에 직면해 있다.

그런 가운데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석학 이매뉴엘 월러스틴 예일대 석좌교수가 NIE 보고서는 불량국가와 테러지원국에 대한 선제공격을 천명한 이른바 '부시 독트린'의 종말을 고한 것이라고 주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월러스틴 교수는 지난 15일 '페르낭 브로델 센터' 홈페이지에 올린 논평문을 통해 "NIE 보고서는 '부시 독트린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말을 품위있게 한 것에 불과하다"라며 "미국은 이제 이란에 (군사공격 대신) 말뿐인 공격만 계속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체니 부통령(왼쪽)에게 쏠려 있던 부시 대통령의 마음을 현실주의로 돌린 게이츠 국방장관(오른쪽) ⓒ로이터=뉴시스

"대반전이라고? 반전은 이미 끝났다"

월러스틴 교수는 NIE의 의미에 대해 "체니(미 부통령)와 그의 친구들, 그리고 이스라엘 정부와 그 친구들 등 이란에 즉각적인 군사공격을 가해야 한다는 세력이 군사행동은 현명치 못한 것이라고 여기는 보다 큰 세력과의 긴 토론에 패배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배경에 대해 "즉각적인 전쟁을 반대하는 세력이 미 합동참모본부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미 행정부 내 전쟁 반대 세력이 체니파보다 더 강한 힘을 발휘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NIE 발표 직후 보고서의 내용을 일주일 전에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후 부시 대통령이 올 초부터 이미 그 내용을 알고 있었다는 전직 정보관리들의 증언이 나오며 그같은 해명도 거짓임이 드러났다.

또한 체니 부통령은 자신의 뜻과 다른 정보 사항을 바꾸기 위해 존 네그로폰테 전 국가정보국장(현 국무부 부장관)을 경질시키는 등 지난 1년간 각종 공작을 일삼아 왔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후 <로이터> 통신은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8월부터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알았다고 폭로했다.

월러스틴 교수는 이같은 논란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NIE가 부시나 체니, 네오콘(신자유주의자)에 대한 쿠데타라고 부른다"며 "그러나 나는 그 보고서가 이미 부시 행정부 내에서 토론된 것이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월러스틴은 이어 "그 보고서는 부시 대통령의 동의를 받은 후 공개됐다"며 "보고서는 (이란 정책의) 반전(反轉)을 가져오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반전이 나타났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美, 이라크·아프간 신경쓰느라 딴 일 못한다"

월러스틴 교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對) 이란 추가 제재에 대해 러시아, 중국, 독일이 주저하고 있기 때문에 이란과 관련해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대신 미국은 이란에 대해 '말뿐인 공격'만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가 내놓는 (이란에 대한 비난의) 말은 팔레스타인 독립국가가 2008년 말까지 건설되는 것을 지지한다는 약속처럼 공허하다"라며 "그러나 그런 말에 대해 누구도, 미국의 대통령 후보들조차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 말들은 그야말로 말뿐이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파키스탄이 붕괴될 수 있다는 매우 실질적인 가능성을 걱정하느라 다른 데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다는 걸 반드시 인식해야 한다"라며 "이란이 10년 후에나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다른 정책 과제들의 우선순위가 바뀔 수 없다는 것에 대해 부시 대통령조차도 고마워하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는 2009년 이후, 아마도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민주당 소속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중동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 때가 되면 이란이 중동에서 유일하게 안정된 나라라는 사실이 분명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란에는 국내적인 갈등도 있고,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 세력이 차기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라며 "그러나 이란은 거대 산유국으로서, 시아파의 맹주로서, 중동 지역 내 군사 및 인구 대국으로서 중요한 중동의 국가다. 많은 나라들은 이란과 대항하기보다 이란 편에 서는 것을 더 선호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