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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체니의 분투에도 불구, '제2의 정보조작'은 실패"

지난 1년간 '이란 보고서'를 둘러싼 부시행정부 내의 암투

이란이 2003년 이후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는 미 정보기관들의 보고서(NIE)가 3일 발표되면서 조지 부시 미 행정부에 대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 기사 : 美 정보기관 "이란, 2003년에 핵무기 개발 중단했다")

특히 미국의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가 NIE 보고서의 내용을 언제 알았는지 △왜 지금 발표했는지 △행정부의 의견과 다른 정보 보고서가 과연 공개될 수 있는 건지 △보고서 공개의 다른 의도는 없는지 등에 대해 추궁을 계속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4일 부시 행정부가 NIE 보고서의 내용을 안 것은 지난 7월 말이었다며 정보기관들이 행정부의 반박에 재반박을 하느라 발표가 미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정보분석가로 있었던 레이 맥거번은 같은 날 미국 진보적 웹사이트인 <커먼드림스>에 체니 미 부통령이 2007년 초에 이미 이 보고서를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 "체니, 이란 핵 중단 사실 알고 있었다")

이같은 보도들은 부시 대통령이 지난 10월 이란의 핵개발 때문에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등 이란에 대한 강경 입장을 거두지 않은 것은 NIE 보고서의 내용을 알면서도 거짓말을 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한편으로 언론들은 부시 행정부의 기존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보고서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나 하는 의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것은 부시 행정부가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고, 단계적인 압박책을 쓰기 위해 NIE 보고서를 정책 변화를 위한 일종의 '완충장치'로 삼으려 했다는 분석이다. (☞관련 기사 : 부시 '이란 보고서' 공개한 이유는? ; "부시, 낄낄거릴 때 아닌데..." )




▲ 존 네그로폰테 전 미 국가정보국장(오른쪽. 현 국무부 부장관)은 이란 문제에 관한 체니 부통령(가운데)과의 갈등 때문에 국가정보국장직을 잃었다. ⓒ로이터=뉴시스

이처럼 NIE 보고서 작성과 발표 과정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는 가운데, 1개월 전에 쓰여진 한 편의 기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민간 통신사인 <인터프레스서비스>(IPS)가 지난 11월 9일자로 발행한 이 기사는 부시 행정부가 이 보고서의 내용을 지난해부터 알고 있었다며, 보고서를 두고 지난 1년간 행정부 내에서 벌어진 치열한 암투를 소개하고 있다.

"체니, 이란 정보 보고서 이견 배제 시도"라는 제목의 이 기사에 따르면 체니 부통령은 자신의 목적과 맞지 않는 정보가 담긴 내용을 보고서에서 빼기 위해 정보기관들에게 압력을 가했고, 심지어 이 문제로 존 네그로폰테 당시 국가정보국장을 쫒아내기까지 하는 등 각종 '공작'을 벌였다.

이 기사는 NIE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에 발표됐기 때문에 부시 행정부가 '핵심 정보 판단'을 내지 않기로 했다는 등 일부 내용이 실제 발표와 다르기는 하지만,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이 이란 공격의 근거를 만들기 위해 어떤 시도를 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 기사는 부시 행정부가 왜 '핵심 정보 판단'을 전격 공개하는 등 네오콘들의 희망과는 다른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의문도 던져주고 있다.

다음은 이 기사의 주요 내용이다.

'깨끗한 보고서' 원했던 체니

이란에 대한 국가정보평가 보고서(NIE)는 1년 이상 발표가 보류됐었다고 두 명의 전직 중앙정보국(CIA) 관리가 말했다.

미 정보기관들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행정부의) 판단에 이의(異議)를 달지 않게 하기 위해서였는데, 그것은 결국 이 보고서가 딕 체니 부통령의 공격적인 대(對) 이란 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체니는 정보 분석가들에게 노골적인 압력을 가해 보고서 초안에 이견이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보였고, 지금 백악관은 불만족스럽지만 핵심 정보 사항들이 들어가 있지 않은 NIE 보고서 초안을 공개하기로 결정한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CIA 관리는 <IPS>와의 인터뷰에서 NIE 보고서 작성 과정에 관여한 한 정보 관리가 이란 평가 보고서는 1년 전에 발표가 준비됐으나 국가정보국장이 보고서의 핵심적인 결론 특히,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결론에 관한 일치된 의견이 반영된 초안을 원했기 때문에 발표가 지연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두 명의 전직 CIA 관리들에 따르면,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 핵 프로그램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의견이 갈려 있다. 독립성이 떨어지는 일부 정보 분석가들은 체니 부통령실에서 나오는 호들갑스러운 시각을 일단은 믿으려하고 있지만, 다른 분석가들은 그런 시각을 거부한다.

반대 의견을 포함시켜 1년 전 완성된 초안은 백악관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고 그 전직 CIA 관리는 말했다. 그는 "그들(백악관)은 이견이 달린 보고서가 나가는 것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NIE 작성 과정에 관여했던 그 관리는 NIE 보고서가 부시 행정부 내에서 회람될 것인지, 회람된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 분명치 않다고 10월 초까지 말했다.

전직 CIA 관리였던 필립 지럴디도 소식통을 통해 들은 말을 토대로 비슷한 설명을 했다. 그는 <IPS>와의 인터뷰에서 정보 분석가들이 세 차례에 걸쳐 자신들이 확보한 정보 사항을 재검토하고 재작성해야 했는데, 그것은 백악관의 압력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지럴디는 "백악관은 그 보고서가 자신들의 대 이란 정책을 위한 근거로 사용되길 원했다"며 그러나 일부 분석가들은 반대 의견을 바꾸라는 백악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근거가 없다고 생각하는 결론을 따르길 거부했다고 말했다.

2006년 10월 지럴디는 <어메리컨 컨서버티브>라는 잡지에 글을 써, 이란에 대한 NIE 보고서가 이미 완성됐으나 체니 부통령실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과 이라크 내에서의 이란의 역할에 대한 보고서의 내용에 반대한다고 전했다.

지럴디는 그 글에서 백악관이 NIE 보고서를 내부에서 회람할지에 대한 결정을 2006년 11월 중간선거 후까지 미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네그로폰테의 낙마에 대한 비밀

존 네그로폰테(현 국무부 부장관)가 2007년 초 국가정보국장에서 물러난 것은 대 이란 강경책을 뒷받침할 수 있는 "깨끗한" NIE 보고서를 만들고자하는 체니의 욕망이 핵심적인 이유였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네그로폰테는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기에 충분한 핵물질을 확보하려면 1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미 정보기관들이 판단하고 있다고 2006년 4월 언론에 밝힘으로써 부시 행정부 내에 있는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을 분노케 했다.

네오콘들은 즉각 네그로폰테를 공격했다. 그들의 공격은 2005년 봄 발표된 이란에 대한 NIE 보고서를 토대로 한 것에 불과했다. 체니의 협조자였던 로버트 조지프 국무부 차관보는 네그로폰테의 발언이 나온 바로 다음 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돌이킬 수 없는 시점"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말하며 네그로폰테를 반박했다.

네오콘의 유력자인 리처드 펄(전 국방부 국방정책위원장)이 밀어주고 있는 프랭크 개프니는 네그로폰테가 어리석었다고 말했다.

그 후 부시 대통령은 2007년 1월 5일 퇴역 장성인 존 마이클 맥코넬을 국가정보국장에 지명했다. <뉴스위크>에 따르면 맥코넬이 그 자리를 수락하게 된 것은 체니의 설득 때문이었다고 보도했다. 매코넬은 네그로폰테에 비해 백악관의 입김에 훨씬 더 순종적인 인물이었다.

2007년 늦은 봄, 이란이 핵무기를 만드는 데 몇 년이 걸릴지에 관한 NIE 보고서 초안에 대해 백악관이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일이 일어났다.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산업용 핵연료를 생산하기 시작됐다고 말한지 2주 후인 4월 중순 토마스 핑거 국가정보위원회(NIC) 위원장이 미 공영라디오 <NPR>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NIE 보고서가 이란의 핵무기 보유 가능 시점에 대한 판단 때문에 완성이 늦어지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핑거 위원장은 "우리가 확보한 일부 새 정보"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나온 새로운 보고 사항을 언급하며 NIE 보고서가 "수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NIE 보고서 작성 과정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맥코넬 국가정보국장의 지시에 따른 행동이 분명한데, 그것은 백악관이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한 보다 놀라운 결론을 얻었으면 한다는 신호를 미 정보기관들에게 보내기 위한 것이 분명했다.

체니의 실패, 그러나…

그러나 지난 10월 말 나온 발언은 체니가 이란 핵 프로그램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보여줬다. 데이비드 쉐드 국가정보국 부국장은 의회에서 맥코넬 국가정보국장이 NIE의 핵심적인 정보 판단 사항을 공개하기는 것을 더 어렵게 하는 지시를 한 가지 하달했다고 밝혔다.

그것은 NIE를 발표할 때 핵심 정보 판단만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부시 행정부의 관행을 뒤집는 것이었다.

이란에 대한 핵심 정보 판단을 밝히지 않는 것은 정보에 대한 이견이 포함된 보고서를 발표함에 따라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최소화해보자는 백악관의 전략의 하나였음이 분명했다.

전직 CIA 관리에 따르면, NIE 작성에 관여하고 있는 정보 관리들은 지난 10월 초 부시 행정부가 NIE 보고서가 공개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데 대해 절망했다.

그러나 전직 CIA 분석가이자 반전단체를 설립한 레이 맥거번은 NIE 보고서가 11월 말 행정부 내에서 회람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NIE 보고서의 공개는 이란 정책에 대한 행정부 내의 쟁투를 심화시킬 게 분명하다. 만약 NIE 보고서가 핵심 이슈에 대해 일치되지 않은 시각을 포함한다면, 보고서의 내용 중 체니측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사실만 골라 언론에 흘리는 움직임이 뒤따를 것이며, 반대쪽 시각 역시 유출될 것이다.

양측 모두는 부시 대통령이 2008년 초 이란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높이도록 하는 데 체니가 또 다른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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