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조지 부시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낮음에도 불구하고 이란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부시 대통령의 말을 더 존중한다는 뜻으로 이란에 대한 미국인들의 뿌리 깊은 혐오감을 보여준다.
부시 대통령은 NIE 보고서가 발표되기 전 그 내용을 알고 있었지만 이란이 핵을 개발하고 있다는 주장을 거두지 않아왔다.
진보성향 응답자도 29%만 이란 보고서 신뢰
미국의 여론조사기관인 라스무센이 NIE 보고서 공개 직후 전국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이란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고 믿는다는 의견은 18%였던 반면 그렇지 않다가 66%로 훨씬 더 많았다.
이 조사에서는 심지어 진보성향 유권자들도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29%에 불과한 반면, 개발을 계속 하고 있다고 믿는 의견은 54%에 달했다.
또 미국인 유권자의 67%가 이란은 여전히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답했고, 19%가 그렇지 않다, 14%는 잘 모르겠다고 각각 응답했다.
또한 미국이 이란에 대해 계속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믿는 의견은 59%로 절반이 훨씬 넘었고, 그렇지 않다는 20%에 불과했다.
체니, 보고서 내용과 상반된 주장 계속
부시 대통령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미 정보기관들의 보고서에 미국인들이 이처럼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것은 부시 행정부가 군사공격을 배제하지 않는 대(對) 이란 전략을 그대로 가져가는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위원장인 존 새틀러 해병대 중장은 국방부가 이란에 대한 비상 계획을 변경할 것을 논의하고 있지 않다며 "NIE 보고서에 따른 전략 수정이나 속도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8일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간 이란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강조하면서도 군사 공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새틀러 중장의 발언은 그같은 전략은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대 이란 강경책을 이끌어왔던 딕 체니 부통령은 더 나아가 NIE 보고서와 상반된 견해를 계속 밝혔다.
체니 부통령은 지난 7일 "우리는 우라늄을 여전히 농축하고 있고 테러지원국의 선두에 있는 나라와 상대하고 있다"며 "그것은 미국의 커다란 우려사항"이라고 말했다.
체니는 또 "이란 등의 나라가 핵 확산에 얼마나 위협이 되는지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아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와 우리의 동맹국들은 그 위협을 알고 있고 우리는 핵 확산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볼턴 "정보기관들이 정치한다"
재야에 나가서도 대 이란 강경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NIE 보고서가 정치적이 목적을 가졌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볼턴 전 대사는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그것(NIE 보고서)은 정보를 가장한 정치"라며 정보기관들에 의한 "일종의 반란(quasi-putsch)"라고 주장했다.
그는 NIE 보고서가 이란에 대한 최신의 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며 정보기관들이 정책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시도라고 깔아뭉갰다.
볼턴은 과거 "이란이 핵 능력을 갖지 못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체제 전환이나 무력의 사용"이라는 강경한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도널드 커 국가정보국 부국장은 정보기관들이 이번 정보 분석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볼턴의 주장을 반박했다.
커 부국장은 "NIE 보고서는 미래에 일어날 일과 그에 따른 미국의 정책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기관들의 조율된 판단이 담겼다"라며 "정부기관들의 임무는 객관적이고 검증된 진실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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