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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비밀문서 "1968년부터 이스라엘 핵 보유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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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비밀문서 "1968년부터 이스라엘 핵 보유 알았다"

가디언 "이란에 들이댄 잣대, 이스라엘에도 적용하라"

핵무기를 보유할 국가의 자격은 따로 있는가? 그 자격 심사는 누가 하는가? 특히 '세계의 화약고'가 되고 있는 중동 국가들에 대해 미국의 이중잣대는 너무 심하다는 것이 지난해 비밀해제된 미국의 비밀문서에 의해 드러났다.

영국의 진보정론지 <가디언>의 칼럼니스트이자 <도둑맞은 세계화> <사로잡힌 국가> 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저자인 조지 몬비오는 미 국방정보국(DIA)의 문서를 근거로 "이란에게 들이댄 잣대는 이스라엘에도 적용되어야 하지 않느냐"고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해 주목된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수십년 전에 알았으면서 지금까지 모르는 체 해왔으면서, 이란에 대해서는 핵프로그램 개발 단계에서부터 강력하게 제재를 가하는 것이 너무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다음은 최근 <가디언>에 게재된
'The Middle East Has Had a Secretive Nuclear Power in Its Midst for Years'의 주요 내용을 번역한 것이다.<편집자>

"중동에 핵무기가 존재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한 조지 부시 대통령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의 말은 옳다. 중동은 핵전쟁이 일어날 위험이 세계 어느 곳보다 큰 곳이다.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는 강력한 외교적 대응을 각오해야 한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언제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일까?

나도 이란이 핵무기를 가지려고 한다고 믿고 있다. 또한 경제제재나 회유책을 써서 이러한 시도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군사적인 대응은 재앙을 부를 것이다. 부시와 브라운은 남에게 이래라 저래라 할 입장은 못된다. 핵무기 비확산조약(NPT)을 무시하고 핵무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핵무기 확산의 주범은 부시").
▲ 이스라엘과 이란의 적대관계는 중동에 지속적인 불안을 드리우고 있다. <가디언>은 이스라엘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란도 핵무기를 보유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우려된다고 지적한다. ⓒ로이터=뉴시스

핵무기 확산이 세계평화에 위협이 된다면, 이스라엘이 60~80개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다는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비밀문서에 적혀있는 사실에 대해서는 왜 입을 다물고 있는가?

이스라엘 정부는 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문제를 연구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시피, 그런 입장을 취하는 목적은 단순하다. 미국 법에 따르면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한 나라에 대해서는 원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법을 계속해서 위반할 구실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86년 이스라엘의 핵기술자 모르데차이 바누누가 영국의 <선데이타임스>에 이스라엘 핵시설을 찍은 사진을 제공했을 때, 바누누는 이스라엘 정보부 모사드 요원들에 의해 납치됐다. 비밀 재판으로 그는 18년 형을 선고받았으며, 독방에 12년이나 갇힌 뒤 석방됐으나 석방되자마자 또다시 6개월 동안 수감되기도 했다(☞ 관련 기사: 이스라엘 총리, 하룻만에 발언 번복했으나… ).

"닉슨, 이스라엘 핵보유 알면서 전투기 판매 강행"

지난해 미 국가안보기록보관소(NSA: National Security Archive 국가안보 관련 기록을 수집·연구하는 비영리·비정부 단체. 편집자)가 공개한 놀라운 자료들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미 1968년에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당시 미국이 몰랐던 것은 이스라엘이 이미 핵무기 한 개를 보유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미국이 보여주고 있는 노력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미국의 외교관들도 처음에는 F-4 팬텀 전투기 50대를 판매하는 조건으로 이스라엘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촉구하는 입장이었다. 1968년 10월 미 국무부의 근동국에서 보낸 문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이러한 압력을 가하는 것은 시급한 문제였다. 당시 프랑스가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는 중거리 미사일 일부를 이스라엘에 판매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해 11월 미 국무부 차관보는 당시 주미대사였던 이스라엘의 이츠하크 라빈을 만났다. 라빈은 핵무기 보유 여부에 대해 논의 자체를 거부했다. 며칠 뒤 라빈은 "미국의 제안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해 11월 27일 린든 존슨 행정부는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핵무기를 보유한 첫 국가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수용했다.

해제된 비밀문서에 따르면 미국도 이스라엘의 약속이 이미 깨진 상태에서 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1969년 7월 헨리 키신저와 또다른 이스라엘 관리와 전화통화한 기록에 따르면, 리처드 닉슨은 이스라엘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아도 "팬텀 전투기 판매를 중단하는 것을 매우 꺼리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전투기 판매에 관한 협상은 진행됐고, 이후 미국 정부는 이스라엘의 거짓말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 관료들을 기만해왔다.

1969년 8월 이스라엘의 디모나 핵발전소를 사찰하기 위해 미국의 관료들이 파견됐다. 하지만 미 국무부 문서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사찰팀이 적절한 질문을 직접 하거나, 기록 등을 보겠다고 요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사찰팀은 여러 미묘한 경로를 통해 논란을 일으키지 말고 ,"신사적으로 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닉슨은 당시 이스라엘의 골다 메이어 총리와 나눈 대화록 공개를 거부했다. 메이어와 닉슨은 이스라엘 핵 프로그램의 비밀이 유지되는 한 계속 진행할 수 있다는 데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대량살상무기 평가대상에서 제외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이 비밀을 지키고 있다. 반면 미 정보기관들은 6개월마다 다른 국가들이 획득한 대량살상무기 기술에 대한 평가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이들 보고서는 인도, 파키스탄, 북한, 이란 등의 프로그램에 대한 것을 다루지만, 여기에 이스라엘은 빠져 있다.

다른 나라들이 이스라엘도 NPT에 가입하라는 압력을 넣으려고 하면 미국과 유럽 정부가 가로막아 왔다. 이스라엘은 생화학무기 협정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런 조약들에 서명하는 것은 거부하면서 이스라엘은 사찰을 받을 필요도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이란의 공장들을 돌아다니며, 우라늄 탱크를 보인하고, 협조를 하지 않으면 경고를 하고 있지만, 이스라엘을 시찰할 법적 권한은 없다.

이런 실정인데도, 이스라엘 정부는 IAEA 사무총장이 이란의 핵프로그램에 대해 '모래에 머리를 처박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으니, 그 뻔뻔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이스라엘은 감히 자기를 건드릴 강력한 국가가 없다는 것을 믿고, 이란에 대한 공격 분위기를 끊임없이 몰아가고 있다.

"이스라엘도 이란만큼 위험해"

물론, 이란은 위험하고 예측하기 힘든 나라이다.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존속에 반대하며, 홀로코스트에 대해서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시 위험하고 예측하기 힘든 나라이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9월 이스라엘은 시리아의 한 공장을 폭격했다. 이 공장이 어떤 곳인지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는 데 말이다. 지난해 이스라엘은 레바논을 침공했다. 또한 팔레스탄을 점령하고 있다.

영국의 <BBC> 방송에 따르면, 2001년 2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했다. 심한 경련으로 180명의 주민들이 병원에 실려갔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손 안에 있는 핵무기는 이란의 손에 놓여진 핵무기와 마찬가지로 위험하다.

이미 중동에 핵보유국이 있으며, 주변국들에 실존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영국은 언제 인정할 것인가? 중동에서 이란이 핵무기를 처음으로 획득하려고 하는 게 아니라, 뒤늦게 핵무기를 가지려 한는 것임을 언제 인정할 것인가? 이란에 적용하는 규칙이 이스라엘에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요구를 언제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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