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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인 '반미동맹' 꿈 깨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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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러-인 '반미동맹' 꿈 깨졌나

[진단]"이란 핵문제 앞에서 불협화음 노출"

아시아의 '반미동맹' 구축을 모색하는 전단계로 주목받은 '중국-러시아-인도' 외무장관 회담이 3번째 모임에서 사실상 와해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같은 분석은 중국·러시아· 인도 3개국 외무장관들이 지난 24일 중국 하얼빈에서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주도하는 미얀마 제재에 대해 반대입장을 담은 '하얼빈 선언'을 채택하면서 '반미전선'을 과시했다는 일각의 기대감과는 다른 진단이다.

인도의 고위급 외교관 출신의 외교안보전문가 바드라쿠마르는 31일 <아시아타임스> 기고문에서 "지난주 중국의 하얼빈에서 열린 중국-러시아-인도 외무장관급 3자 회담은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한 자리가 아니라 붕괴되는 조짐이 드러난 자리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일방주의에 대항하는 전선 구축이라는 가장 중요한 동기가 인도의 애매한 입장에 따라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면서 "인도는 미국-인도 핵협정이 가져다줄 이익과 러시아, 중국과 함께 참여하는 3자 구도 사이에 저울질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미-인도 협정 반드시 폐기돼야").

다음은
'A velvet divorce in China'의 주요내용을 번역한 것이다.<편집자>

중국-러시아-인도의 전략적 3자 회담은 지난주 중국의 하얼빈에서 시험대에 올랐으나 48시간도 못돼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다음날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란의 혁명수비대를 테러단체로 지정하는 사상 초유의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중국-러시아-인도의 3자 회담이 추구한 것은 국제문제에서 일방주의적 정책에 대항하려는 것이었다. 3국 외무장관이 국제사회가 직면한 현안들에 대처할 국제기구로 유엔의 위상을 강조한 것도 이때문이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또다시 유엔을 배제했다.
▲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중국-러시아-인도 외무장관 회담. ⓒ로이터=뉴시스

중국과 러시아는 즉각 미국의 조치를 비난했다. 반면 인도는 침묵했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최근 부시에 대해 인도 역사상 가장 가까운 미국의 대통령이라고 표현했다. 미국-인도 핵협정 협상이 민감한 단계에 있기 때문에, 인도가 이란의 정권교체를 촉구하는 이스라엘의 강력한 로비가 전개되는 미국을 자극하고 싶지 않는 것은 이해할 만하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전략적 파트너 되자고?

인도는 현상황에서는 핵협정이 가져다 줄 이익과 비교해 볼 때 이란과의 관계는 덜 중요하다고 약삭빠르게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 핵 문제에 대한 3국의 불협화음은 중국-러시아-인도 3각 동맹의 틀을 벗어난 것임을 명백히 보여준다. '하얼빈 선언'을 보면 이 점을 드러낸 묘한 내용이 담겨있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공통의 기반을 확대하는 것을 추구한다"는 대목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추구하면서 전략적 파트너가 된다는 게 어떻게 가능한가? 2005년 6월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 지난 2월 인도의 뉴델리에서 열렸던 3국 외무장관 회담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 노출된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블라디보스토크 회담 이후 3국의 동맹 구상은 질적으로 약화되는 과정을 거쳤다. 회동이 거듭될수록 탄력을 받는 일반적인 다자회담과 달리 반대의 과정을 거쳐온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보스토크 선언'에서는 "인도, 러시아, 중국은 21세기 세계 주요 현안에 대해 공동대응하고, 국제법 준수와 평등, 상호존중, 다극체제를 지향한 협력과 진보에 기반을 둔 공정한 세계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국제관계의 민주화를 지지한다"고 천명했다.

뉴델리에서는 "국제관계의 민주화가 주권과 영토에 대한 존중, 국제법과 상호존중 등 국가평등의 원칙에 기초한 다극적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데 가장 중요하다는 확신"이라는 표현으로 이미 약화되었다.

하얼빈에서는 전혀 다른 관점이 제시됐다. '하얼빈 선언'에서는 "중국, 러시아, 인도의 발전은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것이고, 세계 다극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3국은 각자의 국내 상황과 과거 경험에 맞추어 각각의 발전과정을 선택했다"고 천명한 것이다.

즉 3국은 국제현안에 대해 그들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기대 속에서, 각자의 독특한 환경에 맞추어 국제무대에서 독립적인 선택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강조됐던 '공동대응'은 어떻게 된 것인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 계획에 대한 3국의 입장 차이

결국 하얼빈 회담은 아시아 안보의 중대현안들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은 공동의 관점을 취하지만, 인도는 이들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입장임을 보여주었다. 첫번째 현안은 미국이 아시아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하얼빈 회담 전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미사일 방어 계획과 관련해 일본이 미국과 협력하는 것에 대해 공동의 우려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는 "많은 전문가들은 그러한 미사일 방어 시스템이 러시아와 중국의 전략적 무기에 대항하는 목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증국의 양제츠 외교부장도 미국이 중부유럽에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구축하려는 계획을 비난했다. 그는 "이 계획은 세계 안보위협을 줄이는 게 아니라,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깨뜨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인도의 무크헤르지 외무장관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에 대해 협력할 계획이 없다"고만 말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미국과 협력 범위에 대해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인도 의회에서 인도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시인했다.

또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해 군사적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인도에 대해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인도에게 중국의 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부여할 것이기 때문에 지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일본-호주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군사적,정치적 3국 동맹'과 관련해서도 러시아, 중국, 인도의 입장이 다르다. 인도는 미국-일본-호주의 '전략적 대화'에 참여해 왔다. 최근 인도는 이들과 벵골만에서 미국의 항공모함와 잠수함까지 동원된 대규모의 해상합동훈련을 가졌다. 인도가 이처럼 다국적 합동군사훈련을 갖기는 처음이다.

인도, '아시아판 NATO'에도 기웃

인도의 한 분석가는 인도와 미국-일본-호주의 관계에 대해 '4자동맹' 또는 '아시아판 NATO'라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라브로프는 이러한 '폐쇄적 구도'는 지역안보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러한 군사적, 정치적 동맹은 여기에 참여하지 않는 이웃국가들에게 누구를 위해 누구를 겨냥해 만들어졌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도 이러한 동맹의 존재 이유에 대해 미국, 일본, 호주, 인도 측에 외교적 항의 표시를 했다.

아시아 안보에 대해 인도와 러시아의 관계가 이처럼 심각하게 부딪치는 경우는 전례없는 것이다. 러시아는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에 대해 중국의 편에 선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갖고 있다. 인도-러시아의 불협화음도 바로 중국의 힘이 커지는 것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러시아는 중국의 힘이 강해지는 것이 아시아 지역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상하이협력기구(SCO)를 통해 러시아와 중국의 다각적인 군사협력이 증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하다(☞ 관련기사: "미국 1극체제, 에너지 전쟁으로 붕괴 중").

반면 인도는 현정부 들어 미국과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러시아는 감지하고 있다. 영어에 친숙한 인도 엘리트들은 세계화가 진행될수록 미국과 서구권에 친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군사협력 분야는 이미 문제가 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인도 핵협정이 인도의 무기시장에 미국이 진출하는 완벽한 배경을 제공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을 것이다. 전통적으로 인도의 무기공급자 역할을 해온 러시아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러시아가 특히 불쾌감을 느끼는 이유는 미-인도의 전략적 파트너십이 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시점에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와 중국의 관계가 최근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러시아-중국-인도의 3자 구도에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인도 핵협정과 전략적 파트너십이 아시아의 전략적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인도는 러시아, 중국과 함께 3자 구도에 참여하는 것이 미국의 세계전략에 대한 도전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그 어느 때보다 애를 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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