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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쿠르드의 악연 '아르메니아인 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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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터키-쿠르드의 악연 '아르메니아인 학살'

아시아타임스 "중동은 갈갈이 분열될 운명"

터키-이라크 국경에 감돌고 있는 전운이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 터키 정부는 15일 이라크 북부에 근거지를 두고 터키 영토에서 테러 공격을 벌여온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 북부 지역 국경을 넘어 군사 작전을 벌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현재 터키 국내 여론으로 볼 때 의회의 승인은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에서는 터키가 지난 1984년부터 독립을 외쳐온 쿠르드족에 대해 마침내 선전 포고를 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관련기사.:터키군, 이라크 국경 넘어 폭격 감행).

터키가 이라크 북부를 침공하게 되면, 이라크에서 비교적 평온을 유지하고 있는 북부 쿠르드 자치지역마저 혼란에 빠지게 된다. 이 지역에는 우리 자이툰 부대가 파병돼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미국과 이라크 정부는 결사적으로 터키의 침공을 만류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와 미국의 외교관계는 소위 '아르메니아 결의안'으로 악화돼 부시 행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여있다. 미 의회가 최근 '아르메니아인 집단살해' 사건을 '대량학살'로 규정한 결의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관련기사:미-터키 외교관계에 먹구름 ).



'아르메니아인 집단살해' 사건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투르크가 아르메니아인 150만 명을 살해한 사건으로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이미 이 사건을 '대량학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터키는 이 사건은 오스만 투르크 제국 붕괴 당시 혼란기에 빚어진 우발적 사고로 터키인도 아르메니아인 못지 않게 죽었다며 '아르메니아인 집단살해' 사건을 터키에 의한 '대량학살'로 규정하는 것에 강하게 반발해 왔다.

이와 관련, 16일 <아시아타임스>는 이번 사태가 어떤 기원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미국 등 서방세계가 제1차 세계대전을 통해 그려놓은 중동의 지형이 왜 붕괴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 '슈펭글러 칼럼'을 통해 독특한 분석을 내놓았다.

이 칼럼은 '슈펭글러'라는 필명으로 유대-기독교적 시각에서 세계 정세를 분석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어 이를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칼럼에서 슈펭글러는 우선 터키, 아르메니아, 쿠르드라는 3자 조합에서 어느 쪽이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애매해질 정도로 얽히고 섥힌 역사를 소개한다..

터키 남동부와 이라크 북부에 주로 거주하고 있는 쿠르드족 중 이라크 북부 쿠르드는 이미 자치지역으로 준독립한 상태다. 하지만 터키 남동부에 있는 쿠르드족은 자치권을 요구하는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특히 미국과 유럽연합이 테러단체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이 터키-이라크 국경을 넘나들며 테러 공격으로 터키 정부를 괴롭히고 있다.

그런데 이 칼럼에 따르면, 쿠르드족이 독립을 요구할 권리는 '아르메니아인 집단살해' 사건에서 비롯된다. 쿠르드족은 터키의 부탁으로 아르메니아인 살해를 직접 담당했으며, 그 '피의 댓가'가 터키 동부 지역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칼럼은 터키에게 '아르메니아 결의안'보다 훨씬 더 큰 위협은 지난달 이라크를 3개 지역으로 분할하자는 결의안이 미 상원에서 찬성 75표, 반대 23표로 통과됐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슈펭글러는 이라크가 어차피 분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미 의회도 인식하게 됐다는 것인데, 터키가 매우 두려워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이라크가 분열되면 쿠르드 독립국가가 성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라크 북부가 쿠르드 국가로 바뀌면 터키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쿠르드족도 이곳으로 흡수하는 중력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은 <Turkey fears Kurds, not Armenians>의 주요 내용이다.<편집자>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미 의회가 100년 전에 일어난 사건에 대해 진실을 얘기함으로써 동맹국 터키에게 모욕을 주는 행위를 자제해줄 것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이 모든 문명세계에서는 사실로 알고 있는 것을 미 의회가 확인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광경은, 미국의 중동정책이 전반적으로 어리석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낸다.
▲ 터키인들이 쿠르드노동자당(PKK) 반군의 테러행위에 대해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로이터=뉴시스

서방 국가가 기독교인에 대해 무슬림이 저지른 학살을 외면한다는 것은 더욱 비열하다고 할 수 있다. 터키가 아르메니아인을 절멸시키려한 것이 학살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계획적인 집단살해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문서는 넘칠 정도로 많다.

터키의 불안정한 국가 토대

터키의 비극은 11세기 셀주크 투르크가 아나톨리아 반도 (지금의 터키 대부분의 영토)를 정복해 다수파인 기독교인들의 지배자가 되면서 시작됐다. 이곳은 2000년 동안 그리스 문명의 요람이자 아르메니아인들이 서기 301년에 받아들인 기독교의 전통을 고수하던 곳이다.

아나톨리아를 이슬람으로 강제 개종시킨 뒤에도 오스만 투르크는 소수파였다. 아르메니아인에 대한 학살은 터키의 국가가 근본적으로 불안정한 토대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다.

제1차 세계대전 와중에 투르크 제국은 당시 발칸반도를 잃은 뒤 아나톨리아 반도도 잃게 될 것을 두려워 한 나머지 아르메니아인들에 대해 '인종청소'를 단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쟁의 한가운데에 있어 터키가 직접 이 일을 할 여력은 없었다. 이에 따라 터키는 쿠르드족에게 아르메니아인들을 실제 살해하는 행위는 대부분 쿠르드족에게 맡겼다. 그 대가가 바로 지금의 터키 동부 지역(당시 서부 아르메니아)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미 의회는 왜 이 시기에 '아르메니아 결의안'을 밀어붙이나

부시행정부 일각에서는 현재 의회를 장악한 민주당이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저지하기 위해 아르메니아 문제를 꺼내들었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군사전문가 랠프 피터스는 지난 14일 <뉴욕포스트>에 "민주당은 (터키를 통과하는) 물자 수송 없이는 우리 군에 적절한 공급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술수는 민주당이 미군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이면서도 터키에 책임을 돌리는 탁월한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정말 충격적이다. 하지만 피터스는 큰 그림은 놓치고 있다.

'아르메니아 결의안'이 아니더라도 어차피 터키와의 갈등은 불가피하다. 터키에게 '아르메니아 결의안'보다 훨씬 더 큰 위협은 지난달 이라크를 3개 지역으로 분할하자는 결의안이 미 상원에서 찬성 75표, 반대 23표로 통과됐다는 사실이다.

이라크를 수니파, 시아파, 그리고 쿠르드 지역으로 나누자는 이 결의안에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도 지지한 것인데, 여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 칼럼에서 몇 년 전부터 '이라크'라는 메소포타미아의 괴물은 해체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런 과정은 오래도록 억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라크가 분열되면 쿠르드 독립국가가 성립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 북부에 쿠르드 국가가 등장하면 터키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쿠르드족을 흡수하는 중력으로 작용할 것이다.터키가 국가통합에 대해 우려할 충분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미 의회가 터키가 아르메니아인들을 학살했다고 비난하면(이미 22개국이 그런 조치를 취했다), 쿠르드족이 자치권을 주장할 근거는 더욱 강화된다. 쿠르드족이 아르메니아인을 직접 살해했다는 이유로 터키 동부를 지배하게 되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터키가 배출한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오르한 파묵(55)은 스위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르메니아가 집단학살이라는 것을 언급했다가 사실상 추방당했다.

"역사적으로 불안정한 중동은 분열의 길로 가게 해야"

이라크 역시 사실상 하나의 국가로서 유지된 적이 없다. 미국 상원이 비록 늦었지만 이러한 사실을 인식하기에 이르렀으니, 이제 이라크는 분열될 것이다.

오스만 투르크 제국도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최전성기 때 기독교인이 절반을 차지했으며, 근대 터키로 불리는 아타톨리아 지역도 마찬가지로 분열될 운명이다.

이란도 마찬가지다. 인구의 절반만 차지한 페르시아인의 '소규모 제국'인 이란도 통합을 유지하기 힘들다. 시리아 역시 온갖 종족들이 섞여 있어 분열될 운명이다.

미국은 중동의 혼란 자체에 대한 책임은 없다. 중동은 역사 내내 혼란스러웠다. 유럽의 열강들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식민지 정책으로 언젠가 댓가를 치를 불안정한 구조를 심어놓았다. 그러나 미국은 중동에 억지로 민주주의를 이식하려다가 무장한 종족들과 함께 살육전이 벌어지는 상황으로 몰고 갔다.

종족 갈등이 폭력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미국의 전략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한 가지 방안은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네시어스가 지난 14일 제시한 바 있다. 카터 행정부 때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신작 <두 번째 기회>에서 주창하듯, 전세계가 자유와 민주주의로 구체화된 인간의 보편적인 존엄을 추구하되, 문화적 다양성을 존중하는 길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하지만 터키의 자기표현은 쿠르드를 억압하는 것이고, 수니파의 자기표현은 시아파를 억누르는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라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오히려 그냥 내버려 두는 방안을 제안한다. 서방세계는 중동에서 끊임없이 분쟁이 벌어지는 것을 피하지 못했다. 안정을 추구한다고 나서기보다는 오히려 종착지로 가도록 불안정의 방향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라크를 쪼갠다고 안정이 촉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역사적으로 불안정한 모습을 항구적인 것으로 만들 것이다.

이라크가 분할될 경우 주된 위험은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이 이라크 시아파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 역시 이라크처럼 종족 분열에 취약하다. 미국은 그 분열을 촉진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만일 서방세계가 이라크의 핵무기 개발계획을 무력으로 제지하려고 한다면, 제1차 세계대전으로 형성한 영토구획이 허물어지는 사태가 초래될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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