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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서 수백만 노동자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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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서 수백만 노동자 파업

복지삭감, 실업에 항의하는 유럽 노동자들

유럽 23개국 노동자 수백만 명이 14일(현지시간) 각국 정부의 긴축정책에 항의하는 총파업에 돌입했다.

유럽노조총연맹(ETUC)가 정한 '유럽인 행동과 연대의 날'을 맞아 진행된 이번 파업에는 그리스·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 등 남유럽국가를 비롯한 23개국 40여 개 노동단체들이 참가했다. 총파업과 더불어 유럽 전역, 특히 지중해 국가들에서는 수천에서 수만 명이 거리 시위에 나섰다.

이번 파업을 주도한 ETCU의 베르나데트 세골(Bernadette Ségol) 사무총장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남유럽은 긴급 상황이다"라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모든 정책은 불공정하고 효과도 없다"고 주장했다.

세골 사무총장의 말대로 긴축 재정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본 곳은 남유럽 지방이다. 스페인에서는 이날 0시를 기해 임금과 연금, 각종 사회복지의 삭감과 세금 인상에 항의하는 총파업을 시작했다. 파업에 참여한 스페인 노동자들은 비교적 평화적인 방법으로 시위를 벌였으나, 경찰은 곤봉으로 진압을 시도하고 고무 총알도 발사했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가디언>은 스페인에서 경찰 헬기가 마드리드 시내 중심을 낮게 비행했고, 폭동을 진압하는 경찰이 지난 수 세기동안 시위대들이 모였던 상징적인 곳인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square) 광장에 대대적으로 투입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 스페인에서 벌어진 긴축 반대 시위. 스페인 총리 마리아노 라호이(가운데)를 악마로 형상화한 피켓이 등장했다 ⓒAP=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는 이탈리아 노동자총연맹(CGIL)이 이날 시한부 전국 총파업을 벌였다. <가디언>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진 이번 파업으로 일부 선박의 운항이 중단됐고, 시위대들이 피사의 사탑을 점령하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일부 학생들도 시위에 참가했으며, 나폴리와 브레시아에서는 시위대가 철도를 점령했고 제노바에서는 항구가 봉쇄됐다고 전했다. 또 베니스의 시위대들은 "우리 부채를 이용해 돈을 벌고 있다"는 현수막으로 은행 건물을 덮어버리는 시위도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남유럽국가 중 가장 먼저 재정 위기를 겪은 그리스에서도 파업과 시위가 이어졌다. 그리스의 양대 상급노조인 노동자총연맹(GSEE)과 공공노조연맹(ADEDY)도 '긴축반대 범유럽 노조연대 파업'에 동참하여 이날 오후 12시부터 3시간 동안 총파업을 벌였다.

지난 10월에 이어 이번 달 들어서도 이미 두 차례 시한부 총파업을 벌인 그리스 노조는 그리스 정부와 의회가 내년과 내후년에 모두 135억 유로 규모의 재정 지출을 삭감하는 긴축 안을 통과시킨 것에 항의했다. 그리스의 이러한 긴축 규모는 올해 그리스 예산의 4분의 1에 달하는 것으로, 그대로 시행된다면 의료와 교육, 연금, 공공 서비스 등이 대폭 삭감될 예정이다.

왜, 누가 파업에 참가했나

이번 파업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재정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의 나라들이 긴축 정책을 쓰면서 해당 국가 국민의 생활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파업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가디언>은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독일, 프랑스의 파업 원인을 각각 분석했다.

우선 이탈리아는 현 총리인 마리오 몬티(Mario Monti)가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에 반발하고 있다. 이 노동개혁은 쉽게 고용할 수 있고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다. 쉬운 해고가 가능해지는 것에 대해 학생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가디언>은 학생들이 미래의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탈리아 노동부 장관인 엘사 포르네로(Elsa Fornero)의 발언이 학생들의 시위를 촉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포르네로 장관은 졸업한 학생들이 직업을 고르는데 너무 "까다롭게(choosy)" 고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에 이탈리아 학생들은 "까다롭게 고른다고? (차라리) 싸우는 것을 택하겠다"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스페인은 집권당인 국민당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보수적인 국민당이 1년 전 선거운동 당시 공약들을 모두 깨버렸다고 주장한다. 또 국민당이 지금의 경제위기를 공공서비스를 줄이고, 공공기관을 민영화하고 노동 권리를 약화시키려는 명분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노조는 독일에 대한 반감도 숨김없이 드러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 의해 강요된 로드맵을 스페인이 따라가고 있는데, 이 로드맵에 포함된 노동 개혁이 너무 빠른 속도로 사람들을 실직으로 내몰고 공공 서비스를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스페인 팜플로나 지역에서 근무하는 한 지역정부 관리는 <가디언>에 "스페인의 복지 시스템이 아주 싼 가격으로 팔려 나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재정 위기 이후 국민의 구매력 평균이 35%나 감소한 그리스는 135억 유로의 긴축 재정이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이 결정으로 인해 2015년까지 15만 명에 이르는 공무원이 해고될 예정이다. 그리스 내무부 노조 지부장은 <가디언>에 "지난 100년간 공공 분야에서 해고된 전례가 없다"고 반발하며 검은 깃발을 들고 파업에 참가했다.

한편 남유럽 국가가 아닌 프랑스와 독일에서도 파업과 시위가 발생했다. 독일의 노동자들은 파업의 이유로 자신들이 처해 있는 문제 때문이 아니라, 남유럽에서 파업에 참가하는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독일노동총동맹(DGB)의 베를린 지부장은 <가디언>에 "임금 삭감에 대응하고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계획을 세우기 위해 EU 전체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도 주요 5개 노조가 일제히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그리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노동자들에게 놓인 가혹한 상황에 대해 항의하며, 이것이 불공정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그런데 프랑스의 경우에는 자국의 상황도 파업에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프랑스의 실업률이 17개월째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가디언>은 프랑스가 현재 1100만 명의 사람들이 가난의 굴레에 빠져있고, 이들의 대부분은 연금 수령자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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