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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직원들, '울포위츠 퇴치 리본' 착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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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직원들, '울포위츠 퇴치 리본' 착용

이사회 의장국 독일 "자진사퇴" 공개 요구

사나흘 전부터 워싱턴 본사에 근무하는 세계은행 직원들이 가슴팍에 낯선 리본을 달고 출근하기 시작했다. 세계은행에 근무하는 여자친구에게 연봉인상과 승진 혜택을 베푼 폴 울포위츠 총재의 사임을 요구하는 의미에서 직원협의회가 '파란 리본 달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으로 붉은 리본이 '에이즈 퇴치'를 의미하는 데서 착안한 리본이라고 하니 '울포위츠 퇴치 리본'이 수백여 직원들의 옷깃을 수놓고 있는 셈이다.

민영통신사인 <IPS>는 22일 이 캠페인을 "확연해진 내부 반란의 징후(clearer display of rebellion inside the Bank)"라고 풀이했다.

울포위츠 총재가 일으킨 스캔들이 개인의 오명에 그치지 않고 세계은행 업무 효율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안팎의 사임 압력을 외면하고 있는 그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분위기다.

전직 간부 42명 "울포위츠, 조직 위해 물러나 달라"

은행 내 익명의 소식통은 <IPS>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0일 세계은행 모든 직급 간 긴급 회동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 회동은 중간급 간부들이 울포위츠 총재의 거취와 관련한 부하 직원들의 반응을 살피고 협의를 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렇게 취합된 1만여 세계은행 구성원들의 의견은 고위급 간부들과 부총재단에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세계은행의 전직 고위간부 42명이 울포위츠의 해임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신문사에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세계은행의 더 많은 임무 수행을 위해서 울포위츠가 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일은 사임"이라는 것이 그 골자였다고 한다.

워싱턴의 본사는 울포위츠 총재의 사퇴를 요구하는 일반인들의 항의 전화로도 몸살을 앓고 있다.

네티즌들이 동영상을 자유롭게 올리고 관람하는 <유튜브>에 울포위츠 해임 요구를 풍자적으로 표현한 동영상이 랭킹 수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울포위츠의 거취에 주시하는 여론의 눈길을 읽을 수 있다.

국제적 온라인 조직인 아바즈(www.AVAAZ.org)가 제작한 이 동영상은 울포위츠가 취임 연설에서 "불행하게도 직원을 해고하는 일이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다"며 조직혁신을 강조한 부분 아래에 "울포위츠를 해고하라"란 팻말을 달아 놓았다.

"백악관, 후임 물색 中" 주장도
▲ 여자친구에게 연봉 인상과 승진에 관한 특혜를 베풀었다는 이유로 사임 압력을 받고 있는 폴 울포위츠 세계은행 총재.ⓒ로이터=뉴시스

울포위츠 총재는 24개국 대표로 구성된 집행이사회의 결정을 기다리겠다는 말로 이 모든 압력을 방어하고 있다.

이사회는 지난 19일 저녁에 회의를 열어 20일 새벽 2시께까지 울포위츠 총재의 거취를 논의했지만 이사회 산하 행정경영위원회에 내부경영에 대한 마지막 자문을 받은 뒤 최종 결정하겠다는 어정쩡한 결론을 냈을 뿐이다.

회의 직전 백악관이 "울포위츠 총재가 자리에 남아 있기를 기대한다"고 못 박은 마당에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없었던 것이다.

부시 행정부 내 네오콘 그룹이 국방부 부장관 출신 울포위츠를 세계은행 총재에 앉히려고 갖은 노력을 다한 것은 사실이나 언제까지나 울포위츠의 바람막이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19일 저녁 회의에 참석한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울포위츠 총재를 지지하는 발언을 전혀 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제시하며 "이미 부시 행정부가 울포위츠 후임을 모색 중"이란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이에 이사국들 사이에서도 노골적인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사회 의장국인 독일의 하이데마리 비초렉 초일 개발부 장관은 <파이낸셜타임스 도이칠란드(FTD)>와의 인터뷰에서 울포위츠 총재의 거취와 관련해 "현재 같은 상황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면서 "울포위츠 스스로 결론을 내려야 하며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는 것이 내 생각"이라고 말했다. <FTD>는 이 기사의 제목을 "독일 정부, 울포위츠 사임을 기대한다"로 뽑아 보도했다.

<IPS>는 이밖에도 110여 개 회원국들이 울포위츠 사임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복수의 소식통이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들 회원국 대표 중 여럿은 지난 18일 열린 연례총회 자리에서 울포위츠를 만났으며 이 중 4개 국가 대표들은 공식적으로 그의 사임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들은 울포위츠를 만난 뒤 그램 윌러 전무이사와 제프 거트맨 부총재를 만났고 100명 이상이 모인 이 자리에서 바로 전 날 울포위츠의 사임을 공식 요구했던 윌러 전무이사는 "대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울포위츠 스캔들, 은행 일상 업무에도 지장"

울포위츠가 논란 중에도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것이 세계은행의 앞길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울포위츠의 등을 떠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최근 부각된 심각한 운영의 문제로 인해 세계은행의 발전 효율이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국제평가그룹(IEG)'의 전망을 소개했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융자를 주업무로 하고 있는 세계은행은 돈을 빌려준 정부에 책임성과 투명성, 성실성을 강조하기 마련인데 현재 돈을 빌려간 많은 국가들이 세계은행이 자신들의 국가 운영에 왈가왈부하는 상황을 비웃고 있다는 풀이였다.

IEG는 "외부에는 반부패 정책을 요구하는 세계은행 총재가 자신의 내부 정책을 위반한 것을 묵과하는 것이 이중 잣대 논란을 촉발하고 있다"며 울포위츠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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