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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통일부 장관, 시험대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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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통일부 장관, 시험대에 서다

북핵문제보다 '반 발짝' 앞서게 된 남북대화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여 있던 북한 자금의 송금 문제로 북핵 2.13합의 이행이 지연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13 이행시간표'에 맞춰 짜 놓은 남북간의 일정에도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나온 합의가 북핵 진전 상황에 남북관계를 종속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던 터라 정부의 향후 결정은 그 비판이 타당한 것이었는지를 가를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남북관계를 담당하고 있는 통일부의 상황 돌파력이 주목된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이 진정한 시험대에 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장관급회담 합의 '송민순의 승리, 이재정의 패배'

지난 2월 27일~3월 2일 열린 20차 장관급회담에서는 대북 쌀 차관을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회의인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를 4월 18일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2.13합의에 따른 초기조치 이행 시한(4월 14일) 4일 뒤로 잡은 것이다.

그러자 정부가 늘 얘기해 온 '북핵문제와 남북관계의 병행발전'이란 원칙이 사실은 남북관계를 북핵문제에 종속시키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근 외교안보 정책의 헤게모니를 잡은 외교부가 남북관계 복원에 적극적인 통일부를 누르고 자신들의 구도로 밀어붙여 '승리'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 송민순 외교부 장관(왼쪽)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 이번엔 누가...ⓒ연합뉴스

물론 2.13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고 그에 따라 남북관계의 복원도 시간표대로 됐다면 결과적으로 큰 문제가 아니었을 수 있다. 핵실험 이후 악화된 남한 내 여론을 감안할 때 정부가 남북관계를 북핵문제에 일정 기간 연계시킬 수밖에 없었고, 남북관계의 자율성은 향후 순차적으로 확대하려 했다는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BDA 송금 문제가 불거져 초기조치가 4월 14일까지 이행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이에 따라 북핵문제 보다 '반 발짝 뒤에서(a half step behind)' 따라가기로 되어 있는 남북대화, 즉 경협위가 '반 발짝 앞서서' 열리게 됐다.

통일부 차관 "드라이버들 질주 원하니 쌀은 준다"

이에 신언상 통일부 차관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경협위는 예정대로 열리고 쌀은 예정대로 줄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통일부의 입장이냐, 정부의 입장이냐'는 질문에 "정부의 입장"이라고 확언하기도 했다.

2.13합의 이행 지연은 BDA라는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라서 남북관계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신 차관은 "북핵 해결은 6자회담 틀이 있고, 남북관계가 발전해야 한다는 우리의 당위가 있다"며 "때로는 전자가 반 발 앞서고 때로는 후자가 앞설 수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한반도 상황의 안정·발전이고 남북관계 발전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아야 한다는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BDA 문제가 지체와 서행을 반복하다가 병목현상이 있는데, 병목만 풀리면 질주할 수 있고, 드라이버들이 질주를 원하고 있다"고도 말했다. 2.13합의 이행이 확실하니 경협위에서 쌀 지원을 결정해도 된다는 얘기다. 통일부가 적극적으로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묻어났다.

그는 이어 "지원방침은 확실하다. 경협위에서 최종 합의를 해야겠지만 식량문제도 인도적 문제라는 걸 알아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정 앞에 놓인 '산' 어떻게 넘을까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 쌀 차관을 제공키로 결정했다는 신 차관의 확언에도 불구하고 경협위에서 구체적인 지원 규모와 시기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난해 7월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장관급회담 개최 문제, 10월 북한의 핵실험 이후 대북 수해복구 물자 지원,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 등에서 사사건건 갈등해 온 외교부와 통일부가 구체적인 지원 내용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는 게 우선 부딪히는 문제다.

한나라당의 경우 경협위 자체를 연기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고, 이재정 장관의 과거 발언을 들이대며 쌀 차관을 저지할 공산이 커 보인다.

이 장관은 지난달 5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2.13합의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장관급회담에서 나온 대북 지원 내용이 실천되기 어렵다는 말을 딱 부러지게 말하면 하나의 원칙이 세워지지 않겠냐'는 박진 한나라당 의원의 말에 "분명히 원칙이고 대전제다"라고 답했었다. 이 장관은 어어 '내 말에 동의하냐'는 박 의원의 질문에도 "예"라고 답했었다.

물론 이 장관은 이같은 발언에 앞서 "대북지원은 핵문제도 있지만 국민여론, 남북대화 진전 상황과 발전도 영향 미친다. 이런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해 경추위가 논의하리라 본다"고 했지만 한나라당이 말꼬리를 잡을 경우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6자회담 답보시 남북관계에서 타개책 찾겠다"던 이재정 장관

이에 이 장관은 신 차관과 마찬가지로 2.13합의 이행에 대한 확신을 피력하는 것으로 상황 돌파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지난해 쌀 지원 중단에 대한 반발로 중단됐던 이산가족 대면상봉의 구체인 날짜가 쌀 지원이 합의되기도 전에 잡혔다는 등의 논리로 펼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차 장관급회담에서 경협위에서의 쌀 지원 논의를 보고 이산가족 대면상봉을 하겠다는 계산속으로 상봉 행사를 '5월 초순'으로만 합의했었다. 그러나 이후 남북은 5월 9일부터 14일까지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이는 북한 역시 2.13합의와 그에 따른 남북관계의 진전에 대한 확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됐었다.

이재정 장관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관계를 핵문제에 종속시킨 게 아니냐는 문제제기 "6자회담이 본격 가동되는 상황에서 적절한 조율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6자회담이 답보상태였다면 (오히려) 남북관계에서 타개책을 모색했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BDA 문제로 2.13합의 이행이 답보상태에 놓인 지금, 이 장관이 과연 남북관계를 통한 타개책을 찾으려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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