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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는 북핵문제의 종속변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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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는 북핵문제의 종속변수인가?

[문제제기] 제20차 장관급회담 합의의 함정

제20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북대화의 진전이 북핵 2.13합의 이행과 맞물려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명시적으로 보여주는 합의가 나오면서 정부가 남북관계를 북핵문제에 사실상 종속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는 '6자회담과 남북대화의 병행 추진'이라는 정부의 기존 원칙이 변한 것으로서, 이같은 연계 전략은 위험하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병행 추진'이란 표현 애초부터 모호
  
  남측은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를 3월에 개최하자는 북측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4월 18일 개최를 관철시켜 2.13합의에 따른 초기조치 이행 시한인 4월 14일 후로 회의를 미뤘다.
  
  경협위는 쌀 지원의 구체적인 수준을 논의하는 회의로, 이는 초기조치의 이행을 봐서 쌀 지원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에 북한도 지난해 쌀·비료 지원 중단에 따른 반발로 중단시킨 이산가족 대면상봉을 5월 초순으로 미루면서 '쌀 지원을 봐서 이산가족 상봉을 재개하겠다'고 '멍군'을 뒀다. 이로써 2.13합의-쌀 차관 제공-이산가족대면상봉은 한 덩어리로 묶이게 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2일 장관급회담 해설자료에서 "6자회담과 남북대화를 병행 추진함으로써 북핵문제 해결과 남북관계 발전의 선순환적 진전을 강화했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이날의 합의로 볼 때 '병행 추진' 혹은 '선순환'이란 모호한 말은 '이걸 하면 저걸 해주겠다'는 연계 전략의 다른 표현임이 분명해졌다. 이는 정부의 기존 입장을 변경했거나, 그간 뚜렷하지 않았던 방침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지난 1월 8일 "기본적으로 남북회담이라는 틀 자체가 6자회담에 종속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었다. 이 장관은 그 후 '6자회담과 남북관계의 병행'이란 말을 지속적으로 했지만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인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장관급회담 개막일인 지난달 27일 워싱턴을 방문 중이던 한 정부 고위관계자가 "남북간의 쌀·비료 지원은 (…) 6자회담과 상호영향을 받는 가운데 이뤄질 것"이라고 말함으로써 지난해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후 쌀·비료 지원을 끊으면서 시작된 연계 정책이 앞으로도 계속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했다.
  
  이재정 장관도 2일 평양에서 돌아와 "6자회담의 진전 상황과 남북대화 진전상황, 국민의 이해 등을 참작해 식량지원이라는 인도적 사업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해 '종속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과거의 입장을 사실상 번복했다.
  
  속도조절인가 대세인가
  
  이처럼 남북관계를 북핵문제에 종속시키는 것은 북한이 심각한 식량난·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핵문제, 좁게는 2.13합의를 조속히 이행할 것이라는 기대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쌀·비료 지원을 끊는다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미사일을 발사하고 실제로 중단된 후에도 핵실험을 했듯이 핵·미사일 문제와 남북관계를 별도로 여기고 있는 북한에 그같은 전략이 먹히겠냐는 회의론이 만만찮다.
  
  연계 전략은 2.13합의의 이행을 강제하는 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더러 남북관계만 위축시키고, 오히려 연계 전략의 최종 목적인 북핵 해결에도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북핵 폐기로 가는 복잡한 과정과 남북관계라는 또 다른 복잡한 과정이 맞물릴 경우 어느 한 곳에서 행동의 고리가 끊어질 경우 다른 약속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이행의 연계'가 돌연 '파기의 연계'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2.13합의 이후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미국마저 대북 지원을 거론하는 마당에 남측이 경직된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 정부의 주도권을 놓치고, 결국 핵문제와 남북대화의 선순환은 공염불에 불과하게 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부가 굳이 이같은 합의를 한 것은 대북 지원에 대한 국내 여론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양상이 계속될 경우 남북간의 신뢰 구축에 악영향을 미쳐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4년 남짓 현 정부의 외교안보 핵심 라인이었던 서주석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수석은지난 22일 "앞으로 대북정책을 (핵문제를 푸는 데에) 무기화해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고 말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쌀·비료 지원을 중단한 결정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함을 사실상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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