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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부처라던 오바마-롬니 3차 토론, 뚜껑 열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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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승부처라던 오바마-롬니 3차 토론, 뚜껑 열어보니…

미 대선후보 마지막 토론, 오바마 우세 속 흥미 없이 끝나

"이번 토론에서는 심지어 시리아 문제도 지루했다"

<뉴욕타임스>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화 배우이자 감독인 알버트 브룩스가 남긴 트위터 메시지를 인용하며 미 대선후보의 마지막 토론이 유권자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국제정치전문가 앤 매리 슬러터의 트위터 메시지도 인용했다. 그는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동안 자신의 트위터에 "이 문제(대외정책)에 많은 관심을 가졌는데 이번엔 지루하다"는 메시지를 남겼고, 그의 아들은 이 메시지에 동의하면서 몇 분 후 같은 시간에 열린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경기의 스코어를 확인하고 있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역시 시청자들이 대선후보의 토론 대신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경기와 미식축구 경기에 더 주목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토론의 주체였던 오바마와 롬니가 몇몇 외교 쟁점들에 대해 쉽게 동의한 것도 흥미를 끌지 못한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토론에서 오바마와 롬니는 발언 제한 시간을 어기지 않았고, 이전에 했던 두 번의 토론과 비슷한 수준의 이야기를 반복했다. 사회자인 CBS의 밥 시퍼도 평범한 질문을 제기하고 뒤로 빠져버리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SNS를 비롯한 인터넷에서의 시들한 반응을 통해 이번 토론이 유권자의 흥미를 끌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토론 시간 동안 집계된 트위터 메시지 건수는 650만 건으로, 첫 번째 토론에서의 1000만 건, 두 번째 토론에서의 720만 건에 한참 모자랐다. 신문은 조지아주 맥도너에 거주하는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토론은 지난주에 충분히 봤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 22일(현지시간) 마지막 대선후보 토론을 마친 오바마 후보와 롬니 후보 ⓒAP=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이번 토론에서 "우리에게는 기마병과 총검도 부족하다"라는 오바마의 발언 외에는 인상적인 '한 마디'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 발언은 롬니가 1917년 이후로 미 해군 군사력이 줄었다며 오바마의 군비 삭감에 대해 비판하자, 오바마가 군비 삭감이 곧 군 능력을 위협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롬니의 주장을 비꼬면서 한 말이다. 한편 이 날 토론의 TV 시청률은 23일(현지시간) 오후까지 공개되지 않는다.

"포괄적이고 강력한 전략 필요" vs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켜야"

토론에서는 이란, 리비아, 중국을 비롯한 대외문제와 국제사회 속에서의 미국 역할에 대해 오바마와 롬니의 설전이 오갔다.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오바마는 '테러리스트 네트워크'를 꼽았고 롬니는 이란 핵 프로그램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라크에 주둔군을 남겨두느냐는 문제에 대해 롬니는 오바마와 동의했다고 한 반면 오바마는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두 후보는 리비아 영사관 피습 사건을 예로 들며 공방전을 벌였다. 롬니는 "우리는 포괄적이고 강력한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비판했다. 이에 오바마는 "최고사령관으로서 나의 첫 번째 임무는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라며 "당신(롬니)의 전략은 미국 국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반격했다.

롬니는 오바마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한 뒤, 그럼에도 미국이 리비아, 이집트, 시리아 등에서 도전받고 있고 전혀 안전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바마는 자신의 재임 기간에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마감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진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두 후보는 모두 이스라엘에 대해 "진정한 친구", "최고의 동맹"이라는 수식어를 쓰며 발언을 시작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의견이 일치했다.

그러나 롬니는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사죄 여행(apology tour)'을 다녔기 때문에 이란이 미국의 약점을 봤다"며 이란의 핵개발이 오바마 정부의 무기력한 대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바마는 "내가 미국 대통령으로 있는 한 이란은 단 한 개의 핵도 보유하지 못할 것"이라며 미국이 이스라엘을 배제하고 이란과 직접 대화에 나섰다는 언론 보도는 오보라고 해명했다.

▲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 ⓒAP=연합뉴스

시리아 내전 사태와 관련해서도 두 후보는 군사 개입 반대에 뜻을 모았다. 그러나 롬니는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끝내기 위해 직접 개입하지는 않더라도 더 많은 것을 해야 했다며 코피 아난 아랍연맹 공동 특사에게 시리아 문제를 떠넘겨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고 공격했다. 이에 대해 오바마는 시리아 사태는 가슴 아픈 일이지만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문제에 대해서 롬니가 "우리가 (중국에) 항복하면서 매년 일자리를 잃을 수 없다"고 주장하자 오바마는 "우리가 자동차산업에 대한 당신의 충고(자동차산업 구제정책 반대)를 받아들였다면 아마 중국에 차를 파는 게 아니라 사야만 했을 것"이라고 받아쳤다.

오바마는 중국이 규칙을 따른다면 국제사회에서 잠재적 동반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롬니가 미국 제조업 일자리를 중국에 수출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롬니는 "중국이 책임 있는 자세로 나오면 함께 일할 수도 있고 협력할 수도 있다"며 종전보다 다소 완화된 입장을 보였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역할과 관련해 롬니는 미국이 세계 평화를 신장할 책임과 특권을 갖고 있지만, 국내문제가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오바마처럼 국방비 지출을 줄이지 않을 것이며 국제 동맹 관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오바마는 전쟁의 개념도 바뀌고 주요 장비도 바뀌었는데 롬니가 군이 요구하지도 않은 2조 달러를 더 쓰려 한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토론에서 북한 및 북핵과 관련한 한반도 문제는 언급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전에만 해도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로 다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났다. 토론에서는 롬니 후보가 오바마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면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Kim Jong-il)과 북한(North Korea)을 한 차례씩만 언급했다.

토론은 오바마 우세, 전체 판세에는 큰 영향 끼치지 못할 듯

한편 토론 직후 여론조사에서 오바마가 롬니보다 잘했다는 반응이 더 많았다. <CNN>이 ORC인터내셔널과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가 오바마를, 40%가 롬니를 승자로 지목했다.

<CBS>의 여론조사에서도 전체 응답자의 53%가 오바마가 승리했다고 답한 반면, 롬니가 승리했다고 한 답변은 23%에 불과했다. <뉴욕타임스>도 오바마가 승리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라며, "롬니가 첫 번째 토론에서 승리한 것과 같이 이번 토론은 확실한 (오바마의) 승리였다"라는 <타임>지의 조 클레인의 발언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번 토론이 전체 대선 판세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 전문가들은 역대 선거를 봤을 때 대선 후보 토론회가 지지율 변동에 미치는 효과가 2.5%가량에 불과하다고 본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동률을 기록하는 등 박빙의 승부를 펼치고 있는데다가 이날 토론이 그다지 높은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기 때문에 토론의 효과는 더욱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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