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미국에 대한 9.11동시다발 테러 5주년이 되는 날입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뉴욕 시민을 비롯한 미국 국민들은 아직도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미국 국민들과는 다른 의미에서 911테러의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대다수 선량한 이슬람 신도들입니다. 그들은 단지 무슬림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시와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최근 부시 미국 대통령은 무슬림 전체를 파시스트라고 싸잡아 비판하면서 커다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무슬림에 대한 근거 없는 감시와 차별은 한국 국내에서도 일부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은 국내에서 활동하는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의 에르한 아타이 원장을 초대해서 911테러의 또 다른 희생자인 무슬림들의 삶을 조명해 보고 왜 서구와 이슬람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것인지, 갈등해소의 길은 없는지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 에르한 아타이 원장입니다.
에르한 아타이 원장은 1974년 터키의 수도 앙카라 출생으로 96년 앙카라 중동 공학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로 유학해 99년 서울대 기계우주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후, 경희대학교 경영학과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고 99년부터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장 겸 태평양 국가 문화교류재단인 파시아드 한국 지점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인류사의 대전환점이라고도 얘기되는 911테러 5주년이 됐습니다. 무슬림의 한 사람으로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시겠어요. 어떠십니까?
에르한 아타이 : 911테러의 비행기들이 건물에 충돌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거 첫 번째 느꼈던 건, 이 사건 뒤에는 또 우리 이슬람인들이 큰 피해를 받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원인을 밝히기도 전에. 왜냐하면 세상에 어떤 큰 일이 있으면 꼭 뒤에서 이슬람 테러나 지하드라는 말이 나오기 때문에. 그때로부터 한 5년 지나갔는데 제 예상과 같이, 물론 많은 미국인들이 피해를 입었지만 그보다 정신적인 피해는 전 세계의 이슬람인들이 입었고 아직도 입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911테러가 나던 2001년 9월에 아타이 원장은 한국에 계셨죠? 그 당시에 무슬림이라는 이유 때문에 혹시 한국 정부로부터 감시나 소환, 조사를 받으신 경험이 있습니까?
에르한 아타이 : 그 당시에는 없었고, 그냥 신앙자로서 변화를 알고 있었습니다.
박인규 : 별다른 피해를 입으신 건 없다..
에르한 아타이 : 피해는 전혀 없었습니다.
박인규 : 그 뒤에 이라크에서 우리나라의 김선일씨가 테러세력에게 죽음을 당한 다음에 상당히 국내에 사는 이슬람 신도들이 어려웠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어땠습니까?
에르한 아타이 : 일단 한국에서 김선일씨가 희생자였지만, 이슬람 국가인 터키에서도 아직까지 계속 20명 이상의 희생자가 있습니다. 김선일씨와 똑같은 형태로 목숨을 잃은 분들이 있는데, 한국 분들은 너무 멀리 계셔서.. 그 안타까운 사건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지만 사실은 이라크와 가까이 있는 터키에도 많은 희생자가 있었습니다. 그런 아픔을 가지고 있으면서, 사실을 잘 모르시는 한국 분들이 그 사건의 원인이 이슬람 종교라고 느끼신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 말씀을 주변에서 들어본 적도 많이 있거든요.
박인규 : 한국 정부에서 이슬람 신도라는 이유로 특별히 감시한 건 없었지만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이상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받으신 적은 없으시다는 말씀이신가요?
에르한 아타이 : 그렇죠. 예를 들어 대화하다 보면 터키에서 왔다고 말하면 종교가 이슬람이냐고 묻고, 그렇다고 하면 바로 나오는 얘기가 그 종교는 테러종교 아닌가? 그러면 기분 나쁘죠 사실은.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만나자마자 당신은 테러를 일으키는 사람 아닌가 하는.. 그 의식이 좀 아직도 남아있다고 봅니다.
박인규 : 이슬람 신도로서 이슬람은 이런 종교다.. 하고 소개를 좀 해주시죠. 아무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슬람 종교는 곧 테러종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에르한 아타이 : 사실 종교는 별다른 거 없이 사람들 마음에 있는 선행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체계죠. 이슬람도 마찬가지로, 이슬람은 원래 아랍어로 평화라는 뜻이에요. 상상도 하지 않으셨던 뜻이죠. 이슬람의 목적은 한 마디로 이 세상이 왜 어떤 목적으로 만들어졌는지 이해하고,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하나님.. 우리가 알라라고 표현하는 하나남이 계시고, 하나님이 우리한테 원하시는 게 뭔지 알려고 노력하고 자기 마음속에 있는 악행과 항상 싸우면서 선하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체계입니다. 그 체계 그 속에서, 기독교에 성경이라는 책이 있듯이 이슬람에는 쿠란이라는 책이 있고, 또 하나님께서 보내주신 마지막 선지자라고 우리가 주장하는 모하메드가 있습니다. 그래서 쿠란과 모하메드의 말씀을 따라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슬람입니다.
박인규 : 지금 국내에 이주노동자가 약 40만 이상 되는데, 그 중에 이슬람 신도들은 몇이나 됩니까?
에르한 아타이 : 대부분 이슬람 신도들일 겁니다. 왜냐하면 파키스탄 노동자들만 해도 15만 명 정도로 알고 있고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다 합쳐보면 25~30만 명 정도 될 겁니다.
박인규 : 사실 서방과의 무장투쟁을 하는 신도들은 대부분 중동지역에서 오신 분들인데, 중동에서 한국으로 와서 활동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좀 있습니까?
에르한 아타이 : 제가 알기론 별로 없고 이란에서 오신 분들이 좀 있고, 나머지 이슬람 신도들은 너무나 착하고 선하신, 얼굴만 봐도 이 사람한테 무슨 나쁜 일이 생기겠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분들입니다.
박인규 : 혹시 국내에서 활동하는 이슬람 신도 이주노동자들과 만나시거나 소통하시는 경우가 있습니까?
에르한 아타이 :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아무래도 이 나라에서 사는 외국인들이라서 가끔 얘기 나눌 때도 있고. 여기저기서 만날 때도 좀 있습니다.
박인규 : 그 분들이 한국에 살면서 이슬람 신도라는 것 때문에 불이익을 겪는다는 말씀을 하시는 경우가 있었나요?
에르한 아타이 : 일단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는 것이 힘들죠. 피부색이든... 그런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차별을 약간 받을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그 위에는 이슬람이라는 종교의 에티켓도 붙이니까 얼마나 힘들겠어요. 일단 외국인 노동자고 테러로 알려져 있는 한 종교의 신앙자라고 하면 일반 외국인 노동자의 두 배로 고통을 받고 계시겠죠.
박인규 : 차제에 한국의 일반 국민들이 이슬람 신도들을 어떻게 대했으면 좋겠다고 할지...
에르한 아타이 : 우리는 특별한 대우를 받고 싶은 욕심도 없구요. 이슬람에는 '사람들 중에서 평범한 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이 있습니다.
박인규 : 최근에서 영국에서 비행기를 이용한 동시다발 테러를 모의했다고 여러 명이 잡혀 들어가면서 부시대통령이 이슬람 파시스트라는 말을 했고, 또 한 언론보도를 보니까 스페인에선가 아랍 사람이 비행기를 타려고 했더니 아랍사람이만 이유만으로 승객들이 저 사람들 안 내리면 우리가 못 가겠다 해서 내렸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런 것, 특히 부시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에르한 아타이 : 사실 정치인들이 세계 역사를 보면 계속 여러 말씀을 하고 계신데, 1년 있다가 다른 대통령이 와서 완전히 다른 말씀을 하시니까 저는 별로 신경 안 쓰고 있어요.
박인규 : 그렇지만 지금 이슬람을 테러와 동일시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른바 '지하드'라고 해서 성전을 내세워서 서방을 공격하는, 말하자면 알카에다 같은 조직이 그런 게 아니냐는 겁니다.
에르한 아타이 : 사실 지하드라는 말의 뜻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큰 지하드. 큰 지하드는 자기 마음에 있는 악행과 싸우는 것. 작은 지하드는 자기가 공격받는 자로... 그런 전쟁인데요, 불행히도 자기 자신 안의 악행을 이기려고 하는 지하드보다는 남과의 지하드가 알려져 있구요. 작은 지하드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공격당할 때. 내가 가만히 앉아 있는데 누가 와서 나를 죽이려고 했을 때 내가 자기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는 행동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미국에 있는 테러사건을 보면 그 분들이 거기 앉아있었는데 반대로 비행기를 타고 오는 빈 라덴 알카에다 조직이 공격을 했지 않습니까. 그것은 지하드가 아니고 그냥 욕심으로부터 시작하는 전쟁입니다. 우리 이슬람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는 전쟁이죠.
박인규 : 911테러가 나고 나서 아프간을 포함해서 중동지역에서만 전쟁이 세 번이나 일어났습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긴 하지만 사실 미국과는 상당히 가까운 동맹을 맺고 있는 국가라서 입장이 다를 수 있겠지만 미국의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중동정책을 어떻게 보십니까? 제대로 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에르한 아타이 : 중동문제든 팔레스타인 문제든 한국에서 멀리 봤을 때는, 이슬람과 유태, 아니면 이슬람과 기독교와의 분쟁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저희가 현장에서 사는 사람들을 보니까 그것은 이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하나의 정치문제로 보이거든요. 왜냐면 지금 전쟁을 유태인의 이름으로 하는지는 모르지만, 이슬람과 똑같은 종교를 믿는 팔레스타인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그들은 자기 나라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것뿐이죠. 그런 일이 없어야겠지만 누가 한국을 공격했는데 한국이 한국을 보호하려고 싸우고 있다. 그러면 그 싸움을 불교 이름으로 하겠습니까, 기독교 이름으로 하겠습니까, 한국 민족의 이름으로 하겠습니까? 민족의 이름으로 하겠죠.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비롯해서 레바논이든, 중동에 있는 민족들은 자기 나라를 지키려고 자기 민족 이름으로 하지만 그들의 머리에 붙어있는 이슬람이라는 에티켓 때문에 외부에서 볼 때는 이슬람 전쟁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는 미국이 이라크에도 들어가고 아프가니스탄도 들어갔고 지금도 분쟁이 일어났는데, 테러를 없애주려고 갔다고는 생각을 안 하고 있습니다. 왜냐면 후세인은 이라크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사담이 다스렸을 때 이라크에서 일어났던 분쟁과 지금 현재 이라크에 있는 분쟁을 비교해 보시면 지금이 훨씬 많다는 결과를 누구라도 보실 수 있습니다
박인규 : 후세인 통치 때보다도 지금이 더 분쟁과 갈등이 많다.
에르한 아타이 : 게다가 외국인까지 희생하는 사건들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뭔가 정치적인 이유, 이익이 있으니까 그런 테러라는.. 지하드라는 개념들을 쓰는 게 아니냐 하는 의심도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 이 문제가 종교간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 민족의 독립을 위한 정치적 싸움이라고 보시는 건데... 예를 들면 냉전이 끝난 다음에 새뮤얼 헌팅턴이 문명의 충돌이라고 해서 이슬람이 폭력에 의존하는 경향이 남보다 높다고도 얘기했고, 최근 부시대통령이 이슬람을 두고 파시스트라는 말도 하고, 이렇게 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인 미국의 지도자나 학자들이 자꾸만 이슬람이 문제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어요. 이걸 교정할 수가 있나요?
에르한 아타이 : 교정하는 것은.. 사실은 우리 잘못이라고 봅니다. 왜냐. 첫 번째, 이슬람 나라들은 제대로 교육을 제대로 못 받고 있으니까 이슬람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이슬람 사람들은 아직도 가난하게 살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는 외국인들은 이슬람은 저런 종교라는 의식을 갖고 있고. 또 이슬람인들은 자기 나라 안에서 분쟁을 일으키고 평화라는 개념을 스스로 없애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이슬람은 저런 종교라고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좀 고쳐야 되지 않을까.. 좋은 교육을 받고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운동을 시작해야 된다는 마음이 있고, 또 한 문명을 바라볼 때는 마지막 부분을 보는 게 아니거든요. 예를 들어 한국이란 나라를 판단할 때 오천년 한국사를 보십니까 아니면 20년 동안 한국이 만든 경제개발을 보시고 판단하시겠습니까. 제대로 보려면 전체적으로 봐야 되잖아요. 이슬람이라는 문명을 볼 때도, 이슬람이 시작한지 1500년 정도 됐는데 마지막 20년 전 사건들보다는 그 전의 이슬람문명을 만든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을까. 그것도 봐야 되지 않겠냐 하는 질문입니다.
박인규 : 이슬람 전체를 봐달라는 말씀과 함께 이슬람인들도 스스로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911테러 5주년을 맞아서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의 에르한 아타이 원장과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박인규 : 한국생활 하신지 만 십 년째인데, 어떻게 오시게 됐습니까?
에르한 아타이 : 모든 친구들은 미국이나 유럽을 배우려고 유학을 가는데 저는 반대로 왔습니다.
박인규 : 특별히 한국을 택한 이유는?
에르한 아타이 : 특별하게 택한 이유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신 할아버지들이시죠. 우리 동네에 살고 계시던.. 어렸을 때부터 한국은 이런 나라라는 말씀을 마음속에 심어주셨던 할아버지들 때문입니다.
박인규 : 지금 문화원장을 하시는데, 대개 문화원장이면 문과 계통 학문을 하셨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이과계통을 하셨어요.
에르한 아타이 : 그쪽 세상을 한 번 바라보고 별 거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 인문사회로 왔습니다. 별로 재미가 없더라구요.
박인규 :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은 터키 국가에서 만든 겁니까?
에르한 아타이 : 아니요. 민간문화재단입니다.
박인규 : 어떤 목표로 만들어진 거죠?
에르한 아타이 : 자기 조국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터키를 사랑하는 한국 분들한테 제대로 좀 알려보자는 목적으로 만들었죠.
박인규 : 이슬람권에서 국내에 들어와서 활동하는 문화원들이 터키 외에 다른 나라도 있나요?
에르한 아타이 :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런 것들이 한국인들이 이슬람을 제대로 모르게 되는 이유 중 하나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에르한 아타이 : 그렇죠. 소개해야 제대로 알 수 있는데 아직은 없으니까..
박인규 : 전 세계 이슬람인들이 10억이라고 들었는데, 이슬람 국가들이 아직은 자신들의 문화를 해외에 알리기 위한 재원 같은 게 부족해서 그런 건가요?
에르한 아타이 : 이슬람 나라들은 사실 자기 나라 안에 있는 문제들도 제대로 이기지 못해서, 외국까지 나가서 문화활동하는 게 아직까진 힘들 거라는 느낌을 가집니다.
박인규 : 터키 이스탄불 문화원은 주로 어떤 분들이 많이 이용하십니까?
에르한 아타이 : 보통 터키 여행가시고 싶은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작년에 한국에서 1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터키로 갔습니다. 이스탄불, 터키 중앙 쪽, 지중해 에게해변... 그 분들이 가시기 전에 문화원에서 오리엔테이션 좀 하고, 간단한 터키어도 가르쳐 드리고. 보통 젊은 분들이 많이 오세요.
박인규 : 한국사람들이 터키에 대해서 상당히 관심이 많은 모양이군요?
에르한 아타이 : 네. 한 10만 명 정도 가니까 많겠죠.
박인규 : 터키는 6.25전쟁 때 군대를 보내주시기도 했고,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는 우리와 같이 3,4위전도 하고 상당히 모양이 보기 좋지 않았습니까?
에르한 아타이 : 사실 한국이 3등을 했습니다. 터키는 4등 했구요. 왜냐면 터키를 지지하시는 많은 분들이 다 한국 분들이셨기 때문에. 한 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계속 지지하니까, 터키가 이겼지만 한국 분들은 온 세계에서 너무 착하신 3등이라는 상을 받았죠.
박인규 : 한국에서 10년 사시면서 한국사람들을 겪어보니까 장단점이 어떻던가요?
에르한 아타이 : 한국 분들은 일단 너무 바쁘고 여유가 없게 삽니다. 그건 제가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만나서 차 한 잔 할 때도 약속 잡으려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되고. 좋은 것은, 한국 분들은 열심히 일하시고 맡으면 완수할 때까지 합니다. 그런 면에서는 참 존경합니다.
박인규 : 한 해에 10만 명의 한국사람이 터키를 방문한다고 하셨는데 지난 6월에는 터키 앙카라에서 국제 터키어 올림피아드 대회가 열렸는데 우리나라 학생이 참가해서 은상을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소개 좀 해주시죠.
에르한 아타이 : 부산에 있는 UN묘지에 터키희생자들... 터키어로 그 분들 이름으로 적혀있는 추모시가 하나 있습니다. UN묘지에 간 고등학생이 그 시를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파서 꼭 외워야겠다고 생각해서 부산에 있는 터키 유학생들한테 터키어를 배웠습니다. 배워서 터키어 올림피아드를 보냈는데 마침 거기서 너무나 잘 하셔서 2등을 받았구요. 그 학생의 시.. 한국전쟁 때 목숨을 잃으신 군인들에 대한 시를 들으신 터키 국민들이 50년 후에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리게 됐고, 아직도 한국의 젊은 학생들까지 우리를 잊지 않았구나 하는 의식을 갖고 있구요. 외교관들이 많은 노력을 하시지만 외교관보다도 외교관답게 너무나 한 국민의 마음속까지 들어갈 수 있는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박인규 : 부산 남일고등학교 3학년 최민철군이라고 들었는데 그 학생이 터키병사 묘비에 적혀있는 시를 암송한 거군요. 대략 어떤 내용인지 간단히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에르한 아타이 : 엄마 나는 지금 부산에서 편히 쉬고 있다. 나를 걱정하지 말라. 나는 죽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나라 국민들의 가슴속에 묻혀있다. 나는 지금 온 세계에서 온 군인들과 함께 있다. 우리가 다 같이 누워 있으면서 하늘을 바라보고 이 나라를 위해서 기원과 기도를 하고 있다. 그런 내용입니다.
박인규 : 10만 명의 관광객 말고 한국과 터키간의 의미있는 교류가 되고 있는 게 좀 있습니까?
에르한 아타이 : 2007년이 한국과 터키의 외교관계가 시작한지 50주년입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양국간의 문화공연활동도 시작하면서 좀 활발해질 것 같습니다.
박인규 : 특별히 계획하고 계신 게 있으면 소개해 주시죠.
에르한 아타이 : 문화원에서는 문화기행프로그램인데요, 지금까지는 그냥 가서 호텔에서 머무르셨는데 이번에는 터키 깊숙이 모시고 가려고.. 터키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해주시는 밥도 먹고 터키의 결혼식도 참석해 보고. 그런 재밌는 여행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진자 터키를 느껴볼 수 있는 프로그램. 세계의 각 종교와 문명이 서로 잘 이해하고 공존했으면 딱 좋겠는데 사실은 아직도 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하느니 마느니, 세상은 상당히 어지러운 것 같습니다. 무슬림으로서 각 민족이나 종교가 공존하기 위해서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 하는 말씀, 마지막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에르한 아타이 : 전쟁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무기를 파는 사람들도 많구요. 그 분들은 돈을 벌고 이익을 얻으려고 많은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데, 평화를 위해서 노력하고 세상을 평화스럽게 만드는 사람들이 최소한 무기를 파는 상인들만큼은 노력해야 되지 않겠냐.
박인규 : 무기를 파는 정성만큼은 노력해야 된다. 앞으로 계속 한국에서 활동을 하실 계획이십니까?
에르한 아타이 : 네. 그런 질문을 받습니다. 언제 돌아가실 겁니까 터키에? 전 이렇게 대답합니다. 터키에 돌아갈 건지 한국으로 돌아갈 건지 모릅니다.
박인규 : 앞으로도 한국과 터키의 상호 이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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