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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테크'는 헤즈볼라의 힘!

이란으로부터 '기술이전'…"파괴력의 평준화"

유엔의 중재로 휴전에 들어가기까지 34일간 계속된 레바논 전쟁에서 일방적인 공습을 가한 쪽은 이스라엘이었지만 그 공습을 탁월하게 막아내며 주목을 받았던 쪽은 그 단위가 몇 천에 불과한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였다.

미국의 전격적인 군수 지원을 받았던 이스라엘이 군수물자의 유입에 제한을 받았던 헤즈볼라를 굴복시키지 못한 것을 두고 현대 전쟁의 대가인 가브리엘 콜코는 "'파괴력의 민주화'가 이뤄졌다"고 평하기도 했다. '최상의 군사력'은 더 이상 미국과 그 동맹국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미국이 전쟁에 나서면 며칠 만에 상대국 초토화되던 시대도 막을 내렸다는 풀이였다.

이처럼 이번 레바논 전쟁이 '파괴력의 민주화'의 한 증거로 여겨지는 가운데, 특히 현대전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정보전에서는 헤즈볼라가 오히려 이스라엘보다 앞서 있었다는 분석이 나와 눈길을 끈다.

"헤즈볼라, '통신기술'면에선 이스라엘보다 나아"

<아시아 타임스>이 11일자에서 다수의 군사 및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의 거센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던 비결을 '군사상 정보통신 기술의 우위'로 판단했다.

오랫동안 <UPI> 통신에서 통신기술 분야 편집장을 맡아온 리차드 세일은 "이스라엘의 '정보전' 기술은 베이루트에 있는 이란 대사관의 정보 시스템을 교란시키지도, 헤즈볼라가 레바논에서 시리아에 있는 군사시설까지 보내는 정보의 접속로를 차단하지도 못하는 수준"이라며 "그러나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바락 함대공미사일을 막을 수 있었고 교전 중 이스라엘의 작전 통신을 도청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작전통신만이 아니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 보충병들이 개인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내용을 도청할 수 있는 기술력도 지녔다. 세일은 "이스라엘 군인들이야 통화를 하다 가족이나 친구에게 무심코 하는 말이었지만 최근 전략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는 헤즈볼라 군인들에게는 그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정보의 금광'이었다"고 말했다.

통신기술의 우위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디어전(戰)'의 우세로 이어질 수 있었다. 이스라엘이 수시로 외신을 통해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할 때마다 헤즈볼라 지도부는 이를 즉각 입수하고 그 반론을 자체 방송국인 알 마나르 TV를 통해 전달할 수 있어 아랍 동맹국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서방 세계에서도 우호 여론을 형성할 수 있었는데 이 역시 진보한 통신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美 군사력 세계최강' 공식 뒤집힐 수도

군사대국인 이스라엘에 로케트포로 맞서더니 통신을 도청하고 교란시키는 면에서는 오히려 우위를 자랑하는 헤즈볼라의 이 놀라운 '하이테크'는 어디서 비롯됐을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대척점에 서 있으며 이스라엘의 군사행동을 주목해 온 이란이 헤즈볼라에 이같은 최첨단 기술을 이전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이스라엘 정보매체인 '데브카(www.debka.com)'는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가 전쟁 내내 베이루트에 있는 이란 대사관 지하 전쟁 상황실에 있었다고 주장하고, 포로로 잡힌 게릴라들도 이란에서 훈련을 받은 사실을 자백하는 등 이란이 헤즈볼라 편에 서 이번 전쟁에 개입했다는 증거는 여러 곳에서 포착되기 때문이다.

이에 로버트 프리드만 발티모어 헤브루 대학교 정치학 교수 역시 "시리아와 이란에서 전수한 기술은 이미 러시아와 중국을 경유한 것"이라며 "이 같은 과정은 향후 다른 전쟁에서도 차용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냉전시대 미국과 군비경쟁을 벌이던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이 시리아와 이란 등 아랍 국가들에 이전됐고 아랍 국가 선에서 좀 더 진화된 기술이 헤즈볼라와 같은 저항단체에까지 전파됐다는 것이다.

이에 한 중동 전문가는 "헤즈볼라가 보여준 '기술적 돌파'는 더 이상 미국과 이스라엘이 항상 최상의 군사력을 유지하고 전쟁을 좌지우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쟁 현장은 갈수록 '평준화' 돼 가고 있으며 이는 '민주화'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파괴력의 집중화'를 의미할 수도 있다"고 평했다.

지난 11월 이란과 시리아는 공동 방어를 강화하는 계획의 일환으로 최첨단 장비를 사용하여 신호를 포착하는 '시진트(SIGINT: signal intelligence)'를 함께 개발하기로 협약을 맺는 등 이미 양국의 기술력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판단된다.

그간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의 패권은 미국과 그 동맹국이 적의 통신을 도청하고 교란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있을 수 없다는 전제 아래 행사돼 왔지만, 이제 그 전제가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이 이번 레바논 전쟁을 통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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