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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참여 결단코 없다고? 이미 참여해왔다!

[정욱식의 '오, 평화'] 미사일과 MD, 그리고 안보딜레마 <下>

10월 7일 발표된 한미 미사일 지침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는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 반대급부로 미사일방어체제(MD) 참여를 밀약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이면 합의의 존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는 "결단코 MD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다만 MB 정부는 미국과 협력해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를 기반으로 하층방어체계 구축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미사일 사거리 연장을 대가로 MD와 관련된 이면 합의를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면 합의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MB 정부는 미국 주도의 MD에 참여해왔다는 것이 실체적 진실이다.

이는 미국 고위 관료들의 최근 발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차관보는 9월 10일 "한국과 MD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캐슬린 힉스 국방부 정책담당 수석부차관의 발언은 더욱 구체적이다. 그는 9월 24일 "미국이 추진하는 MD에 한국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를 놓고 (한국 정부와) 대화하고 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이 MD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굳이 미사일을 사용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레이더망을 통해 기여할 수도 있다."

힉스가 말한 '레이더망을 통한 기여'란 두 가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하나는 최신형 MD용 레이더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이지스함에 장착된 SPY 계열 레이더를 미국 MD 작전에 통합·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이지스함 레이더의 미국 MD로의 통합은 미래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이는 미국 주도의 한-미-일 해상 MD의 핵심적인 요소이기도 하다.

MB의 MD 참여, 임기 첫해부터 이뤄졌다!

MB 정부는 한사코 부인하고 있지만, MB 정부의 MD 참여는 임기 첫해부터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전문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11월 4일 주한 미대사관이 작성한 비밀문서에는 2008년 9월 10일 서울에서 열린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그들(SPI 한국 측 파트너들)은 MD 프로그램 분석팀 창설에 동의했다"고 나와 있다. 이 분석팀에는 양국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육·해·공 3군의 미사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그해 10월 한미 양국은 워싱턴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 폴란드 MD 기지개념도 ⓒ프레시안 자료사진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2009년 7월 한-미-일 국방회담 결과를 담은 주일 미국 대사관 외교 전문 내용은 더욱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측 수석대표인 마이클 쉬퍼 국방부 동아태 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의 향후 도발은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DMZ)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괌을 겨냥할 수 있다"며, 3자 대화에는 이러한 시나리오도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 측 수석대표인 김상기 국방부 정책실장은 "쉬퍼의 평가에 동의한다면서 한국을 겨냥한 위협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현명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때다 싶었던 미 태평양사령부 전략기획(J-5) 참모장 랜돌프 알레스 중장은 2009년 12월 9일 하와이 인근에서 예정된 MD 실험에 한일 정부가 참관할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혔고, 김 실장은 한국으로 돌아가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상식적인 얘기이지만, 북한이 일본이나 괌을 겨냥한다는 것은 탄도미사일을 이용한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공동 대응은 한-미-일 3각 MD 구축을 의미한다. 이는 곧 한미간의 MD 협력이 한국 방어를 위한 하층방어체계에 국한된다는 MB 정부의 해명이 거짓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일본이나 괌을 향해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는 상층방어체계인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이미 한미 양국이 해상 MD 실험을 했다는 것이다. 양국 해군은 2010년 7월 초 합동 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했는데, 그 내용은 한국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레이더로 적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그 위치정보를 미국 해군에 제공하자 미국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을 발사해 명중시켰다는 것이다. 앞서 힉스 부차관이 말한 "레이더망을 통한 기여"가 이미 훈련 단계로 격상되어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미 MD가 하층방어는 물론이고 상층방어 수준으로 논의되어왔다는 것은 <신동아> 2011년 6월호 보도로도 강력히 뒷받침된다. 이 매체는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괌이나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에도 한국군이 이를 대신 요격해주는 콘셉트가 여러 차례 도출됐다"고 보도했다.

일체화·지역화되는 한미 MD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 전문은 2010년 2월까지이기 때문에 그 이후에 한미, 혹은 한미일 간에 MD 논의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 MB 정부도 MD 논의를 은폐하는데 급급해왔고,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면 철저하게 부인으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2011년부터 한국을 대표적인 MD 참여 국가로 분류해왔다.

급기야 한미, 혹은 한미일 간의 MD 대화는 '포괄적인 연합 방어'로 귀결되고 말았다. 2012년 6월 14일 발표된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 공동선언에는 "북한의 점증하는 미사일 능력에 대응하여, 양측 장관들은 미사일 위협에 대한 포괄적인 연합 방어태세(comprehensive and combined defenses)를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를 두고 국방부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는 '미국의 MD 체계'와는 분명히 다른 별개의 체계이고, 이를 통합할 계획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이미 한미 양국은 통합을 전제로 KAMD와 주한미군의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기획·운용해왔다. 우선 지난 6월 한미 외교·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의 작전통제소와 KAMD의 작전통제소(AMD-Cell)를 군사정보 교환 네트워크인 링크-16으로 2013년까지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2012년까지 한국의 패트리어트 시스템도 PAC-2 미사일에서 PAC-3로 대체하기로 했다고 <내일신문>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는 2+2 회담에 담긴 '연합'의 의미가 패트리어트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한미 하층방어체계를 '일체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2+2 회담 공동성명에 명시된 '포괄적(comprehensive)'이라는 표현은 일본을 포함한 '지역 MD' 구축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12년 초부터 한국,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과 '동아시아 지역 MD'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동아시아 지역 MD의 핵심은 상층방어체계인 ABMD이다.

아마도 미국은 MB 임기 내에 한국의 MD 참여에 쐐기를 박으려고 할 것이다. MD에 대한 한국민의 부정적인 여론과 한국 대선을 고려해, "뼛속까지 친미"인 MB 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고 믿을 것이기 때문이다. 10월 중순에 열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는 이를 위한 더 없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주목할 것은 MB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따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MD에 편입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선택했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인수위원회 시설부터 MD 참여를 적극 고려했었다. 이명박 캠프의 핵심 브레인이었던 김우상 연세대 교수는 2007년 12월 말 "굳이 MD 체제 참여에 문을 닿아놓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 대외전략비서관으로 발탁되었던 김태효 역시 "이명박 당선자가 외교 환경 및 국내 여론을 고려하면서 MD 참여를 전향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MB 정부는 주변국과 국회 및 국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은밀히 참여하는 길을 걸어왔다. 이와 관련해 <신동아>(2008년 3월호)가 보도한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핵심관계자의 아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대단히 크다.

"이름을 반드시 MD라고 붙일 필요도 없고, 명시적으로 참여를 선언할 필요도 없다. '작은 MD'건, '포괄적 MD'건 간에 우회적인 방식으로 미사일 방어에 관한 기술을 습득하고 그 장점을 취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 역시 북한이나 주변국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돼 있으므로 어떤 식으로든 대비책이 필요한 것 아닌가. 잠정적으로 미국의 MD 네트워크에 협조하면서 외형적으로는 '자체적인 대비책'이라는 명분을 세우면 주변국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 등의 반대도 마찬가지다."

이미 필자가 여러 차례 주장한 것처럼, MB 정부의 MD 참여는 대한민국 미래에 대못질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미국 군산복합체에의 호주머니에 넣어주면서도 그 효과는 극히 회의적이다. 북한은 물론이고 중국과 러시아의 강력한 반발을 야기하면서 동북아 군비경쟁과 신냉전이라는 족쇄를 한국의 발목에 채우게 될 것이다. '새로운 100년'을 꿈꾸는데 반드시 필요한 평화적 통일이 더욱 요원해질 것이라는 점도 자명하다. 휴전선에 더해 '21세기 철의 장막'이라고 할 수 있는 MD까지 덧씌워지면 말이다.

* 필자 정욱식 블로그 '뚜벅뚜벅' 바로가기
* 필자가 <프레시안>에 연재한 글을 엮어 만든 책 <핵의 세계사>가 발간되었습니다. 책 소개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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