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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극복, 온 사회가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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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실업극복, 온 사회가 나서야 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9/06]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대표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최근 부산에서 열렸던 제14차 국제노동기구 ILO아태지역 총회에서는 가장 심각한 노동문제로 "청년층의 실업증가"를 꼽았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청년실업으로 인한 소득손실액이 최대 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최근, 나날이 심각해지는 청년실업을 해소하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 8년간 인터넷 모임으로 활동해왔던 전국백수연대가 지난 7월 서울시로부터 정식 사회단체로 인정받고 본격 활동에 나섰습니다.

정부대책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실업당사자가 직접 실업극복활동을 펼치겠다는 전국백수연대... 최근에는 실업극복국민재단으로부터 청년실업네트워크인 희망청의 위탁운영까지 맡았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대표를 만나 시민단체로 인정받은 전국백수연대의 활동계획을 들어보고 최근 문을 연 희망청의 역할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전국백수연대 주덕한 대표입니다.

주덕한 대표는 1993년 성균관대학교 역사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던 중 1996년 7월에 직장을 휴직하면서 직장생활을 잠시 접어야했습니다. 그러나, 97년 5월에 <백수생활가이드북> 을 출간하면서, 직장을 잃은 수많은 사람들과 연락이 닿게 됐고, 1998년 6월 전국백수연대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이후, 2004년에는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고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지난 7월17일 서울시로부터 NGO 등록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인 희망청의 소장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우선 백수연대가 정식 시민단체가 된 걸 축하드리구요, 왜 시민단체로 등록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셨나요?

주덕한 : 저희가 사실 자율적인 소모임이라서 단체운동을 하자고 하진 않았는데, 하다 보니까 어떤 정책제안도 하게 되고 간담회도 가게 됐는데, 이를테면 기관쪽에 팩스를 보내면 응답이 없어요. 장난으로 보낸 줄 알고. 그래서 뭔가 좀 체계적이고 공신력 있는 단체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구요. 실제로 가장 큰 계기는 저희 단체에서 2004년에 일본을 갔다 온 적이 있었습니다. 해외청년실업극복해소현장 탐방이었는데요, 실제로 우리가 가서 한 번 보고, 목적은 우리가 돌아와서 한국에서 어떤 걸 해볼 수 있을까를 배워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가서 많이 배웠구요, 40일 동안 갔다 왔는데 일본에는 NPO라고 비영리단체가, 특히 실업문제에서 다양한 NPO와 활동가가 있었고, 그들의 활동을 보면서 굉장히 자극을 받았구요. 그렇게도 할 수 있겠구나, 단체라는 게 꼭 틀에 박힌 건 아니구나 해서 일본의 지자체나 정부쪽의 활동을 보고 돌아와서 단체준비를 2년 동안 해왔습니다.

박인규 : 백수라는 명칭이 좋은 의미로는 안 쓰이는데, 그 이름을 고집한 이유는 뭔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주덕한 : 정체성의 문제긴 한데요, 일반인 분들은 잘 이해 못하실 수도 있지만 청년실업자라고 하면 사람들이 잘 안 모이더라구요. 우리끼리는 청년실업자라고 얘기 안하고 그냥 백수라고 하거든요. 그게 좀 더 친근하고. 또 청년실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대해서 도전해 본다. 그냥 우리는 청년실업자가 백수다. 지금까지는 백수에 대한 게으른 이미지가 있었는데 사실 이제는 누구나 백수가 될 수 있는 시대기 때문에 더 이상 나쁜 의미로 쓰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박인규 : 서울시에서 NGO로 등록을 해주면서 백수라는 이름 때문에 혹시 담당 공무원 같은 분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표명하지는 않았습니까?

주덕한 : 있었습니다. 처음 단체등록하기 전에 미리 관계자 미팅을 하게 되는데, 이런 이름의 단체가 있었냐고 좀 어리둥절해 했고. 그래서 한동안 단체활동을 소개하는 데 애로점이 있었는데요, 막상 저희 단체의 활동을 보시고 실사를 오셔서 많이 공감을 하고 필요성이 있다고 인정하셔서, 그동안의 공익성 활동도 있었고, 그래서 승인받게 됐습니다.

박인규 : 지금 회원 규모는 어느 정도 됩니까?

주덕한 : 온라인에서 9천명 정도 되구요, 상시로 활동하는 경우는 한 100명 정도가 좀 넘습니다.

박인규 : 자체 사무실도 갖고 계신가요?

주덕한 : 현재 희망청 사무실을 겸해서 쓰고 있습니다.

박인규 : 청년실업을 극복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알아주지 않아서 시만단체로 등록하게 됐다고 했는데, 그것 말고 다른 혜택이 좀 있나요?

주덕한 : 사실 혜택보다는 그만큼 책임감이 많이 생긴 것 같습니다. 제안 같은 것도 예전의 저희끼리 모임과는 다른 고민도 해보게 되고. 구체적으로, 실제로 대안을 모색할 수 있는, 유럽이나 일본에서 NPO들이 하는 것처럼 좀 더 현장에 접근하고 뭔가 실제로 변화를 이끄는. 그런 민간차원에서 대안을 만드는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우리나라의 청년실업자가 몇 명이나 되는지 실태 같은 게 나와 있습니까?

주덕한 : 그건 보도가 돼서 많이 아실 텐데 공식적인 실업률은 3.7%로 나와 있긴 합니다. 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은 경우가 많거든요. 이를테면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구직포기자. 니트족이라고 하는데, 진학도 하지 않고 고용도 되지 않고 직업훈련도 하지 않고. 공식적인 실업자를 80만으로 잡는다면 그 수치 외에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경우가 올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나온 보고에 의하면 120만 명까지 추산하고 있거든요. 기존 실업자 외에 추가로. 왜냐하면 현재 실업통계수치 기준에 의해서는 잡히지 않죠.

박인규 : 구직의사가 없는 사람은 실업자로 분류가 안 되니까..

주덕한 : 예. 그런 문제를 일본에서 굉장히 심각하게 바라보는 이유가 뭐냐면, 개인도 문제가 많거든요. 그렇게 됐을 때 3개월 6개월 장기간으로 접어들게 되면 굉장히 자포자기하고,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는 안 되니까 구직활동 자체를 접게 되고, 방에서 혼자 자기 스스로를 유폐하고 관계를 끊어버린다든가. 최소한 관계를 유지해야 나중에 취업이든 창업이든 할 수 있을 텐데 스스로 끊어버리고 게임에 빠진다든가 요즘 많이 얘기되는 사행성게임이나 사회범죄화 된다든가. 굉장히 불행한 일이지만 죽고 싶다든가. 굉장히 많거든요.

박인규 : 경제적 능력 뿐 아니라 사회적 능력까지도 잃어버리게 되는..

주덕한 : 그렇습니다. 가족간의 불화도 많이 생기게 되고. 개인적으로는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사회나 국가적으로 크게 보면, 일본이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 전까지는 정부나 사회적으로 그 문제에 대한 대책을 크게 마련하지 않았다고 하더라구요. 그건 개인의 문제다. 그런데 3년 전부터 그 문제를 열심히 해결하려고 하고 있거든요. 정부와 대학, 모든 할 수 있는 단체가 다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실업자 수가 점점 늘어나니까, 개인도 문제지만 10년 후 일본사회의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거나 아르바이트, 프리터족이라면 일본이라는 나라를 떠받치는 국민은 과연 어디로 가느냐. 그리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정부가 운영되는데 세금을 낼 수 없는 거죠. 그러면 국가재정에 위기가 오는 거고. 그래서 이 문제는 겨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인식변화가 굉장히 많이 이뤄졌습니다.

박인규 : 일본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제활동을 합니까?

주덕한 : 굉장히 유기적으로 하더라구요. 도쿄시 정부와 요코하마 정부와 중앙단위의 노동행정기구라고 법인이 있는데 그쪽에서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중앙청이 할 수 있는 건 하고, 시에서도 각 구역별로.. 굉장히 긴말한 네트워크를 하더라구요. 또 민간. 학교나 기업들도 인턴제나 구직을 포기하지 않게 하는 활동을 굉장히 많이.

박인규 : 전국백수연대에서 제안해서 실업극복국민재단 안에 희망청이라는 게 생겼어요. 희망청의 역할을 좀 설명해 주시죠.

주덕한 : 희망청은 청년실업네트워킹센터라고 하는데요, 해외의 사례를 보고 이런 걸 하면 어떨까 생각했구요. 때마침 재단에서 흔쾌히 기획을 하셔서 운영을 시작했고 지금까지 청년실업문제에서 우리가 가장 부족했던 부분.. 저희가 판단하기에는 청년실업자 스스로가 목소리를 많이 못 냈던 것 같아요. 정부에서 정책을 만들면 열심히 제안과 요구를 해야 정부에서 담당자가 그걸 받아들이고 좀 더 좋은 정책을 할 텐데. 정부에서 청년실업 정책을 만들면 디테일한 부분을 제안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부분이 많이 없었어요. 사실 정책이란 게 정부에서 한 해에 5천억이든 얼마를 쓴다고 해도 청년실업자 전체를 다 커버할 수 없거든요. 그러면 나머지는 사실 민간에서 담당해야 되는데, 그런 부분에서.. 그럼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그런 고민이 좀 적지 않았나. 그래서 센터는 실제로 그런 실험들을 해보고 구체적인 민간차원의 대안프로그램이 과연 뭘까를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시도하고 평가해 보고 도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희망청이 문을 연지 두 달 조금 넘었는데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습니까?

주덕한 : 아직까지는.... 기본적으로 우리 회원들 스스로가 사실 잘 나오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사회적인 인식이 좀 바뀌어야 되는 부분도 있긴 한데, 저희는 주로 초점을 어디에 맞추고 있냐면, 구직포기를 한 경우.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인데요, 나름대로 준비기간을 가졌는데, 해보니까 가장 필요한 게 뭐냐고 여쭤봤더니 일단 자기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거예요. 가족과도 친구와도 얘기가 어렵고. 굉장히 고민이 많고 나오고 싶은데 자기 얘길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그럼 일단 얘기를 들어주자, 상담을 열심히 하고 있구요. 청년실업자가 80만이라고 뭉뚱그려서 얘기하지만 굉장히 다양한 케이스가 있거든요. 그들이 세상과 관계를 끊지 않게 하려면 얘기를 들어주고 도움을 요청했을 때 손을 잡아줘야 하고, 그런 부분을 하고 있구요. 두 번째는 실업이 장기화 될 때는 사회적 능력이 떨어지거든요. 그런 걸 유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몇 가지 있어서 현재 시도하고 있는데, 좀 더 보완해서 하다 보면 청년 니트층에 대한 한국만의 프로그램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희망청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인원이나 예산은 충분합니까?

주덕한 : 현재 상근간사가 두 명 있구요, 자원봉사활동가가 10명 정도 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사업비도 기초적인 지원을 받고는 있지만 저희 바람은, 열심히 해서 성과를 많이 내서 서울 뿐 아니라 부산이나 지역별로 좀 더 촘촘하게.. 각 지역별로.

박인규 : 희망청이 아직은 많이 알려지고 있지 않은 것 같아요. 이 활동에 동참하고 싶고 궁금한 사람들은 어떻게 알아보면 됩니다.

주덕한 : 네이버에 희망청이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cafe.naver.com.thehopecenter'라고 돼 있는데 네이버에서 희망청을 검색하시면 카페로 오실 수 있고. 저희가 청년백수 회원들의 온라인 접속 뿐 아니라 사실은 일반시민참여를 유도하고 있거든요. 청년실업에 대한 헤드라인이 신문에 나오면 답답하지 않습니까. 지금까지는 답답하기만 하고 참여가 없었어요. 그러지 마시고 카페에 오시면 참여방법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최근 비영리민간단체로 인정받게 된 전국백수연대의 주덕한 대표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96년도에 휴직을 하셨다고 했는데, 왜 하셨는지 여쭤보면 너무 개인적인가요?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주덕한 : 1년 반 동안 정보통신회사쪽 일을 했는데 자의 반 타의 반이라고 할까요? 저는 그만 뒀다고 하고 회사는 잘랐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한 6개월 동안 쉬고 싶다. 너무 열심히 일해서. 제가 설정한 기간은 6개월이었는데 막상 해보니까 쉽지 않더라구요. 한 달이 넘으니까 생활비가 더 드는 거예요. 회사 다닐 때는 회식도 있고, 그런데 백수가 되니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다 내 돈으로 하다 보니 생활비가 두 배 상승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래선 안되겠다.

박인규 : 백수연대가 모이게 된 계기가.. 주덕환 대표가 97년도에 펴낸 책. 백수생활가이드북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왜 이런 책을 쓰시게 됐나요?

주덕한 : 정식명칭은 굉장히 깁니다. 캔맥주를 마시며... 이런 긴 제목인데 츨판사 사장님이 그걸로 내면 안 된다고 해서. 그 당시에 백수라는 말 자체가 들어갈 수 없었어요. 제가 백수생활을 3,4개월 하다 보니까.. 제가 서점에 많이 갔거든요. 그런데, 백수생활을 막상 해보니까 정보가 많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으면 생활이 굉장히 뒤죽박죽이 되는데 왜 가이드북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명 안 가는 오지탐험 책도 있는데.. 그래서 한 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우연한 기회에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모임이 생겼고, 처음에는 정말로 참여를 할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분들이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98년도에 모임을 전국적으로 결성했고, 하다 보니 굉장히 좋았어요 저희끼리는.

박인규 : 97년도 말에 IMF위기가 나면서 굉장히 실업사태가 많았고 많은 사람들이 실업사태는 일시적인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주덕환 대표나 많은 분들은 지금 이 청년실업이라는 게 굉장히 구조적인 것이고 개인의 능력과는 다를 수도 있는 거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어떻습니까?

주덕한 : 보통 실업률을 따질 때 완전고용률까지 따지는데, 일단 100명 중 5 명 정도가 실업상태에 있다면 그건 자연적인 상태라고 보거든요. 그런데 그 숫자가 늘어나서 10명이 되고 15명이 넘어갔을 때 과연 그 상태에 있는 사람들 개인의 문제로만 볼거냐, 그건 아니라는 거죠. 유럽이나 다 마찬가지고. 그런 부분에서는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는. 실업문제가 범죄를 만들 수 있고 국가재정을 악화시키는 사회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 부분에 국가가 개입해야 된다. 지금까지는 3년 5년 동안 경기가 좋아지고 일자리가 늘어나면 실업문제가 해소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IMF가 생긴지 10년이 넘었지만 따져보면 실업문제는 계속 악화돼 왔고 중간에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크게 봤을 때는 예전에 비해서 고실업사회로 가고 있거든요. 이건 한국 뿐 아니라 일본도 유럽도 그렇고. 세계적 흐름이나 마찬가지인데, 중요한 건 흐름이기 때문에 놔두는 게 아니라 대처를 해야 되거든요. 이걸 완화시킨다든가 아니면 다른 돌파구가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좀 구조적인 부분을 보게 된 거죠

박인규 : 매년 12월 4일이 세계 인권선언의 날이죠. 2004년도에서 백수연대에서 백수인권선언문을 발표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 중에 백수로서의 마음가짐이랄까? 제 5조가 상당히 중요하다던데 소개해 주시죠.

주덕한 : 사실 백수가 된 게 올림픽 나가서 금메달 딴 것처럼 자랑스러운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누구나 다 백수가 될 수 있는 시대기 때문에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사회적인 분위기가... 조금 편견이 있습니다. 개인이 정말로 게을러서 그렇다면 질타를 받아야겠지만, 그렇지 않고 열심히 하는데도 취업이 안 되는 걸 수도 있고. 그런데 그걸 뭉뚱그려서 비화시킨다든가. 쳥년백수 하면 방송에 나오는 이미지가, 트레이닝복 입고 만화방 가는 걸로 생각하는데 사실 그렇진 않거든요. 대다수 회원을 보면 그런 경우는 드물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구직활동도 하고, 하려는데 안 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저희가 2004년에 인권선언을 하면서, 그런 규정을 했습니다. 백수는 편견에 시달리지 않을 권리가 있다. 백수도 시민사회의 일원으로 사회적 천민이 아니다. 일부 방송이나 언론에서는 아직까지도 백수의 이미지를 희화화 한다든가 단지 동정의 대상으로 바라보는데, 그건 좀 문제다,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해서 선언을 했습니다.

박인규 : 백수연대가 시민단체로 등록해야겠다. 희망청 같은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 가장 큰 계기가 일본에 갔다 오시면서인 걸로 압니다. 사실 청년실업문제는 유럽 같은 데가 더 심각할 수도 있거든요. 백수연대에서 외국의 청년실업극복사례를 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소개를 좀 해주시죠.

주덕한 : 2차로 유럽쪽을 갈 예정이구요. 올 하반기쯤에 실제 청년실업자 분들을 포함해서, 희망청에서도 지원을 일부 할 예정이구요. 독일이나 영국이나.. 유럽에서 많이 갖고 있는 노하우들을 벤치마킹 해오자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예전에는 무능하거나 게을러서 백수라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본인의 능력보다 사회구조적인 측면이 더 크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께서는 부지런하면 왜 직장을 못 얻느냐고 말씀하실 것 같아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청년실업을 없애기 위해서 당사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되는지 마지막으로 말씀해 주시죠.

주덕한 : 그 전에 말씀드리고 싶은 건, 그런 이슈가 늘 청년실업 얘기가 나올 때 나왔었는데.. 몇 년간의 추이를 보면, 지난 7월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보고에 의하면 지난 몇 년간 일자리를 추적해 보니까 괜찮은 일자리가 30만 개에서 15만 개로 줄어들고 있고, 악화되고 있고. 그리고 고졸실업문제가 사각지대에 놓여있거든요. 청년실업이라면 늘 대졸자를 대상으로 했는데 고졸자들도 어렵습니다. 예전에는 고졸자들에게도 선택의 옵션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은 부분에서 쫓겨나고 있어요. 아예 대졸자를 뽑아 버리기 때문에.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든가, 굉장히 악화되고 있는데 그런 부분을 방치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서 개인적인 것 못지 않게 사회적인 접근이 필요하구요. 그렇지만 정책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라 시간이 걸리는 부분이고. 그동안 청년실업자 개인은 뭘 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 부분인데.. 제가 백수생활을 10년 동안 해온 경험에 의하면 굉장히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백수라는 게 그냥 할일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니까 진짜 할 일이 없어지더라구요. 아침부터 저녁가지 뒤죽박죽이 되고. 같은 말이지만, 백수는 할 일 없는 사람일 수도 있지만 미래에 할 일을 준비하는 사람이라고 규정을 하니까 그렇게 부끄럽지도 않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배우는 것도 많아지고. 그런 부분들... 현실은 굉장히 어둡고 우울하지만 그런 부분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하다못해 웃는, 명랑한 백수가 돼야 아르바이트 자리도 스카우트 제의가 오더라구요. 우리가 구조적인 부분에 대해서 요구할 건 요구하지만 백수를 탈출하기 위해서는 당장 나 스스로가 조금 더 밝게, 사회적 관계를 끊지 말고 방 밖을 나와서 뭔가 관계를 맺고 열심히 하려는 노력을 보여주자.

박인규 : 백수란 할 일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미래를 위해서 준비할 게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는 낙관적인 마음을 갖자. 청년실업이 없어지는 그날까지 많은 활동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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