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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이 정도밖에 안되나? 기대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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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안철수, 이 정도밖에 안되나? 기대 무너졌다"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비례대표제 청년포럼 좌담 "선거제도 개혁 외면한 뜬구름 정치개혁"

지난 3월부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통해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다양한 정치개혁안, 그 중에서도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요함을 이야기해왔던 청년들이 8일 오전 청년유니온 사무실로 긴급히 모였다. 지난 7일 오전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정책비전을 보고 좌담회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제안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롸잇나우'하며 뛰어온 이들. 그만큼 안철수 후보가 어떤 내용을 발표할지 각자 기대하는 바가 컸던 것일까.

김경미 한림대 정치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진행으로 그동안 정치제도개혁을 주장해온 비례대표제 청년포럼 멤버들(손정욱 비례대표제 청년포럼 기획위원·국회비서관,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이안홍빈 청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조성주 경제민주화2030연대 대표, 황종섭 진보신당 서울시당 교육조직부장)이 긴급 좌담을 진행했다.

김경미 :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통해 비례대표제 확대와 이를 통한 정치개혁을 줄곧 이야기해왔다. 그런 면에서 이번 안철수 후보의 정치혁신에 대해 한번 평가를 해보자. 각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전체적으로 어땠나?

▲ 손정욱 비례대표제 청년포럼 기획위원, 국회비서관 ⓒ프레시안(최형락)
손정욱
: 안철수 후보가 그 전부터 계속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 정치시스템을 바꾸겠다"고 강조해왔고 스스로도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정책비전선언문이 나올 때 제일 기대했던 것이 과연 정치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그 정치시스템이라는 것은 기존의 정치권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굉장히 기대할 만한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너무 실망스러웠다.

양호경 :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40% 부동층이 안철수를 포함한 삼자구도가 되고나서는 10%가 되었다. 이 정도로 안철수가 정치에 희망을 주겠다고 시작했던 것인데 개혁안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정치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안이라는 느낌이 기본적으로 든다. 복덕방 할아버지들이 "저거 안 돼 안 돼." 이런 식의 톤이라서 혁신이나 비전보다는 정치 불신을 더욱 강조하는 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안홍빈 : 느낌이 비슷하다. 구조개선 없이 계속 표면적인 현상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자기 아는 사람은 기용하지 않겠다? 선거권 나이 제한을 검토하겠다,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겠다는 얘기가 하나도 없으면서 어떻게 이것이 정치개혁안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다른 경제부분에 대해서도 실망한 부분이 많았다. 안철수한테 그렇게 기대가 있지는 않았지만 구조개혁 없이 표면적인 얘기만 한 것 같다.

조성주 : 사실 실망감이 컸다. 국민들은 정치에 대한 불신을 극복하는 미래이자 대안으로서 안철수를 기대했었다. 그렇다면 정치개혁비전이라는 것은 그런 사람들의 열망을 담아내야 하는 것인데 사실 이번에 나온 정치개혁은 그냥 교과서 수준의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닌가 한다. 행정부와 의회와 사법부의 견제와 같은 삼권분립 수준의 이야기를 했다. 물론 아직 각론이 나오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처음에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정말 고등학교 교과서 수준이다. 이것이 안철수 스타일인가? 찰스 스타일?(웃음) 삼권분립과 같은 것들이 굉장히 강조된 측면이 있는데 사실 이런 것들을 깊이 들어가 보면 위험한 측면이 있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한 싶은 성찰이 없었던 것 같다.

김경미 : 모두 어느 정도 안철수 후보의 정치혁신안에 대해 기대를 했었던 것이 사실이다.

조성주 : 그렇다. 안철수에 대한 모든 세대의 기대가 있었겠지만 청년들의 기대가 굉장히 컸었다.

김경미 : '문제는 정치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정작 정치를 디스하는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어 "인터넷과 모바일로 '열린 정책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부분에서는 정당의 자리에 인터넷과 모바일을 대체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최근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그랬고, 통합진보당 비례대표후보 부정사건도 그렇고 결코 인터넷과 모바일이 우리 정치에 긍정적 영향을 준 것만은 아니지 않는가? 대의 민주주의의 약점을 보완해줄 것을 대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 아닌가?

▲ 조성주 경제민주화 2030연대 대표 ⓒ프레시안(최형락)
조성주
: 일단 어제 정말 당황했다. 그동안 정치개혁을 외치고 기존 정당시스템에 대해서 계속 비판해왔다면 정당 개혁안이 나와야했는데 정당 개혁안 중에 눈에 띠는 게 하나도 없었다. 10년 전만 해도 유시민 전 대표가 나와서 온라인정당 이야기라도 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의 정치세력을 어떻게 혁신하겠다는 것인가. 오히려 무소속으로 강력하게 기존 정당들에 대해 개혁안을 내놓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내놓지 않았다. 열린 정책, 온오프라인 플랫폼이라는 것은 10년 전 유시민 전 대표가 이야기 했던 이야기랑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김경미 : "국민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전문가가 가다듬어 정치사회가 이를 수용하는 '정책의 선순환 구조'를 실현하겠다"는 부분에서는 정치인의 역할을 국민과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것을 단순하게 대리하는 정도로 낮춰 보는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일상을 사는 시민들은 정치에 늘 관심을 가지기 어렵다. 결국 국민은 빠지고 전문가만 남게 될 수도 있는데, 문제는 전문가 그룹이 잘못 가다듬은 정책에 대해 국민이 심판할 수 없지 않나. 그런 면에서 책임 정치를 강조한 안철수 후보의 비전과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전문가에게 의존하는 정치 형태는 사실 상충하지 않는가?

양호경 : 꼼꼼히 읽어봤는데 기분 나빴던 것이 국민이 발의하고 전문가가 도와주며 정치인이 성실하게 이행한다고 한 부분이다. 이게 무슨 정치혁신안인가 그냥 행정가가 집행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이지. 국민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면 전문가들이랑 검토해보고 정치가 집행하는 방식을 고민한다는 것을 무슨 플랫폼 정치라고 했지만, 실제로 좋은 아이디어를 받아 만들어주겠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 않는가? 도대체 이게 뭔가?

이안홍빈 : 내가 안철수 후보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성공한 자본가로서 소비자들이 아이디어를 던지면 기업이 그것을 받아서 제품 만들어내고 하는 이런 사고방식에서 많이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서이다. 문제는 정치라고 계속 이야기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안철수 후보가 외부 후보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계속 그렇게 갈 확률이 높은데다 거기에 대한 약간의 자부심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정치 개혁을 원하고 합의를 원한다고 했는데 기존 정당과 어떤 방식으로 합의정치를 끌어낼 낼 것인가 의문이 든다. 기존 정당과 나는 다르다고 선 긋는 느낌이 강했다.

손정욱 : 안철수 후보 발언 자체에 모순이 있는 것이 국민이 제일 위에 있고 그 다음이 국회고 그 다음이 청와대라고 했다. 국회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발언을 했는데 그 속에는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국회가 청와대보다 더 중요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는 것이다. 정치 시스템의 개혁을 강조하면서도 실제로 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개혁하는지가 전혀 안 들어가 있다. 정치 시스템의 가장 기본은 권력구조, 정당체제, 선거제도인데 이 세 개에 대한 언급이 전혀 빠진 상태에서 그 공간이 전문가들의 지식, 그리고 시민들이 정치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되어버린 것이다. 당연히 책임정치가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 안 후보가 처음 강조했던 정치 시스템 개혁이라는 줄기와 그 줄기를 채워야 하는 컨텐츠 간의 굉장히 괴리가 있는 것이다. 그 컨텐츠를 채우기 위해서는 정치 시스템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꾸겠다고 나와야 하는데 혹은 방향성 정도는 제시되었어야 했는데 이번 비전선언문에서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조성주 : 대법원장에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을 했더라. 형식적으로는 개혁방안이 될 수 있다고 하지만 사실 국민들이 사법부에 갖고 있는 불신이라는 것은 대법원장을 행정부와 사법부의 권력의 견제와 같은 것이라기보다는 대법관이 될 수 있는 인사들이 기존의 법조계 엘리트들, 국민들의 실상을 모르는 사람들이 되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오랫동안 비판이 있었던 것인데 이런 것들은 전혀 담겨져 있지 않았다. 전형적으로 법조 엘리트들을 그냥 신뢰해버리는 것 아닌가. 심하게 보면 국민보다 전문가들을 신뢰하는 느낌들을 계속 받았다.

양호경 : 실제로 헌법에 대법관들을 임명하는 절차와 원칙이 있는데 그것을 "대법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이지만, 최대한 사법부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대법관회의에 호선을 바탕으로 후보추천을 의뢰하겠다"는 말에서 기본적으로 국회 추천권을 무시한다는 느낌이었다. 이외에도 헌법을 무시하는 발언들이 많이 있다.(웃음) 예를 들어 예산안 심의 같은 것도 빨리 주겠다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이것도 헌법의 취지나 원칙 같은 것들을 무시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김경미 : 그럼에도 안 후보가 이야기했기 때문에 그런 문제들이 크게 문제로 와 닿지 않는 것일까? 안 후보가 너무 착한 얼굴로 이야기해서 그런가?(웃음)

손정욱 :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안철수를 믿고 싶은 열망이 있기 때문에 이 정도 지지가 유지가 되는 거다. 안철수가 정치인으로서 무엇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대하는 게 아니지 않나. 그가 무엇인가 해결해 줬으면 하는 기대감 때문에 사람들이 이 끈을 잡고 있는 것인데 이런 식의 준비 안 된 굉장히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몇 차례 계속되면 그 기대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김경미 : 10대 정치혁신 의제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정치혁신 의제인데 행정 개혁 의제 같기도 하고, 뜬금없이 청와대 이전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뭐가 먼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시니컬한건가?

양호경 : 우리 아버지가 하실법한 이야기를 했다.(웃음)

손정욱 :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플랫폼 정치를 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실제로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 열망이 제일 높은 것도 젊은 층이다. 경향신문에서 오늘 설문조사를 한 것을 보면 20대가 이번 대선 이슈로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정치개혁이었다. 지금까지 대선정국에서 정치개혁 이슈가 이렇게 중요하게 다뤄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것을 안철수 후보가 착각하면 안 되는 것이 청년들이 정치개혁 이슈에 관심이 높다는 것은 모든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가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끔 해 달라는 것이다. 청년들은 정치가 아니라 그들의 삶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싶고 그들의 학교와 학업문제에 관심을 갖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거다. 정치가 제대로 못하니까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오는 게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제대로 정치를 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을 안철수에게 기대하고 있다. 거기다 대고 청년들이 직접 정치판에 나올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든다고 하면 시민들더러 다 정치하라는 것인가? 그게 아니지 않나. 대의정치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플랫폼 정치는 청년들의 이러한 열망의 흐름을 못 잡고 있는 것이다.

김경미 : 그렇다. 플렛폼이 정치 구조, 시스템, 제도를 바꾸는 것은 아닌가 했는데 온라인 플렛폼이 되어버렸다. 페이스북이랑 정치해야겠다.(웃음)

조성주 : 감사원 원장을 국회 추천을 받겠다는 수준은 감사원 자체를 국회 밑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상태에서 이것보다 더 후퇴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국회 예산안을 조기에 제출하겠다고 하는데 예산편성권을 행정부가 아니라 국회가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맞는 것이 아닌가하는 이야기들이 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것은 합리적 보수나 중도 수준보다 더 후퇴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정감사 나올 때 마다 신문, 비평을 보면 다 나오는 이야기인데...

손정욱 : 너무 무난하다. 상시국회 상시 국정감사도 여야 내부에서 늘 나왔던 이야기이다. 그것을 비전안이라고 내놨다.

김경미 : 안 후보가 "낡은 정치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습니다. 저는 빚진 게 없습니다. 그러니 갚아야 할 것도 없습니다"라고 하면서 자신의 핵심 아이템으로 정치 혁신을 맨 앞에 두었다. 하지만 빚진 게 없다는 사람치고 마치 빚진 사람처럼 정치개혁안을 소심하게 내놨다. 우리만해도 지난 3월부터 비례대표제 확대 필요성을 이야기 해오고 있지 않나. 사실 비례대표제 확대라는 것이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 정말 필요한 부분이지만 정치인들 뿐 아니라 현 기득권들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 여태껏 진전되지 못했던 문제다. 안 후보 정도면 한국정치의 개혁의 해법으로 비례대표 확대정도는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이런 게 빠져있으니까 사실 실망했다.

조성주 : 안철수 정도면 독일식 정당명부제, 전면 비례대표제 도입 이런 이야기를 해도 충분히 어색하지 않을 포지션에 있는 후보이다. 그런데 그런 얘기 하나도 없고 왜 정말 빚진 게 있는 사람처럼 행동하는지 알 수가 없다.

김경미 : 빚지지 않은 사람이 빚진 사람처럼 행동하는 이 불편한 진실! 왜 그런 걸까요? (웃음)

이안홍빈 : 우리가 모르는 빚진 것이 있겠지.(웃음)

손정욱 : 정치개혁을 한다고 하면 정치개혁으로부터 손해를 보는 기득집단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은 선뜻 이것을 내세우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지금 안철수 캠프 쪽에는 현직 국회의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 정치개혁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교수진들이 브레인으로 대거 합류했으면서도 왜 이번 정책비전에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듯한 무미건조한 개혁안이 나온 건지 알 수가 없다. 만약 이것을 안철수 캠프 내의 정치기획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로 정치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건지,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잘못된 판단이었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것은 이런 내용이 아니었는데 왜 기존 정치권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이런 비전을 들고 나왔는지 진짜 의문이다.

이안홍빈 : 무소속 후보고 또 자기를 지지하는 세력이 국민들, 대중이고 하니까 무슨 교과서 같은 상식에 호소를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내놓은 개혁안들이 하향 평준화된 것 같은 느낌이 계속 든다. 대중들한테 먹히도록 말이다. 자기를 확실하게 지지하는 정당이라든지 세력이 없으니까 계속 하향평준화 되는 느낌이고 앞으로 더 구체적인 안이 나오더라도 여기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손정욱 : 담대하고 진취적인 개혁안이 아니라 국민들의 요구에 자꾸 반응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자기가 이슈를 끌고 가거나 진취적이지 않고 자꾸 수동적인 모습이다.

김경미 : 상식이란 말이 굉장히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재 수준에서의 상식만 이야기한 게 아닌가? 하지만 우리에게는 미래에서의 상식도 있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미래, 그것을 만들어 가기 위한 정치혁신에 대해선 사실 전혀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안 캠프에 정치 개혁자들이 많이 들어가 있는 걸로 아는데 이 정도의 개혁안밖엔 못 나온 것은 결국 현실 정치와 타협했다는 것 아닌가?

조성주 : 너무 당황스러운데 정치개혁을 내면서 비례대표제 이야기가 하나도 없는 것은 도대체 어느 상식에 맞춘 것인가? 아무리 보수적인 학자들이나 정치인들이라 할지라도 비례대표제 개혁과 같은 얘기를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게 정치의 경험인가? 다양한 계층의 사회적 약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정치에 참여하라는 건가? 키보드 앞에 앉아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들로 하여금 직접 정치를 하게 만드는 것이 오히려 진정한 참여 아닌가.

김경미 : 청년실업, 반값등록금 등 전국적인 이슈를 가지고 활동하기 위해서는 지역구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정책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정치인이 매우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가 그동안 계속 비례대표제 확대를 이야기해 온 거고. 이처럼 청년들은 이미 나름 구체적인 개혁안들을 가지고 씨름하고 있는데, 정작 사회 구조 개혁을 바라는 청년들의 열망을 얻고 올라온 안 후보는 청년들을 너무 나이브하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양호경 : 정치를 정치의 방식으로 풀어서 정치로 계산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김경미 : 문제는 정치라는 말이, 정치가 문제를 풀 key가 아니라 말 그대로 그냥 Problem으로 본다는 뜻인가.

양호경 : 그렇다. 정치를 해결책으로 보지 않는다는 톤이다. 실제로 놀랐던 것 중에 하나가 국회의원의 세비, 의정보좌 인력 증감 등을 이야기하면서 국민정책배심원제 이야기를 한 부분이었는데 의회에서 배심원제 방식을 들 수는 있지만 대의정치를 하는 국회라는 곳에서 배심원제를 통해서 국민들이 직접 결정하게 하는 것은 대의제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었다. 국회의원 세비, 의정보좌 인력증감 등 국회의원 특권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어쨌든 이익 충돌이 일어나는 문제인데 말이다.

김경미 : 그런데 솔직히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시는 분들은 배심원제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대다수의 조직되지 못한 약자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똘똘 뭉친 강자들을 이길 수 없다. 비슷한 논리로 배심원제가 오히려 국회를 소수의 강자에 의해 포획 당하게 하진 않을까?

손정욱 : 청년이나 대학생 그룹 등은 그나마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룹이기 때문에 정치권에 목소리가 전달이 된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것은 50대 이상은 배제 시키는 왜곡된 제도이고, 하루하루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사는 자영업자, 비정규직, 독거노인과 같은 사람들은 이런 목소리조차 내기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그럼 이런 집단들의 목소리는 어떻게 듣겠다는 것인가.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진취적으로 정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해야 한다. 정치라는 것이 각 집단들의 이익을 반영하는 정당들이 서로 갈등하며 합의하면서 진행되어 나가는 것인데 이런 과정들에 대한 숙고가 없다.

김경미 : 새누리당 개혁쇄신파로 분류되던 김성식 전 의원이 안철수 캠프에 합류했다. 사실상 중도보수와 중도진보 간의 결합이라고 보이는데, 캠프 구성원들을 봤을 때는 합의의 정치가 가능한 구성 같다. 그런데 이 진주 알맹이들을 하나로 꿰어줄 줄이 없어 보인다. 앞으로 11월 10일 쯤에 구체적인 안을 내어놓는다고 하는데 과연 한 달 안에 진척이 생길까?

조성주 : 더 진전된 각론을 이야기 하는 것인데 힘들 것 같다. 전반적으로 나온 것을 보면 고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수준아닌가? 그리고 갈등은 나쁜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한 사회에서 다양한 사회적 약자들의 문제나 자연스럽게 생기는 여러 갈등들을 그냥 나쁜 것이라고 보는 관점을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총론대로라면 각론이 괜찮게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총론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 같다.

김경미 : 어쩌죠?

일동 : 망했다(웃음)

손정욱 : 위기상황이다. 안철수 캠프 쪽에서 인지를 얼마나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시민들이 기대하는 안이 안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이 기대를 접지는 않겠지만 이게 몇 차례 반복이 되면 이것은 굉장한 위기상황이다. 캠프가 정치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맴버들로 구성이 되어 있고 중도진보, 중도보수의 굉장히 합리적인 분들이 포진되어있기 때문에 적어도 11월 초에는 지금보다는 더 대범하고 어느 정도 스캔들을 무릅쓸 수 있는 정책들을 과감하게 내줘야 한다. 지금처럼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해서는 시민들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더 이상 안철수를 통해 기대하기는 힘들다.

황종섭 : 이 이야기가 계속 될 것 같다. 좋은 얘기의 반복 말이다. 기본적으로 대립하고 싸우는 것을 안 좋아한다. 구체적으로 디테일하게 들어가려면 사람들과 대립하고 싸워야 하는데 정치를 넘어서는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데 좋은 얘기 좋은 얘기만 반복 할 것 같다. 스캔들 될 것도 없고 그저 정치를 위에서 관망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

조성주 : 정치개혁의 전문가들이 들어갔는데도 이런 개혁안이 나왔다는 것인데 도대체 어디에 어필하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보수에 어필하고 싶다는 느낌이 든다. 보수에게 계속 "나 위험한 사람 아니다"는 것을 강조하는 느낌이라 굉장히 불편했다.

이안홍빈 : 안철수라는 사람 자체를 봤을 때 중산층 이상에서 잘 자라서 성공한 기업가라는 느낌이고 그의 주변에도 다 똑똑하고 착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이 개혁안이 절대 개혁안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생각하는데 개혁을 원하는 청년들 표를 가져가면서 내용적으로는 중산층 이상의 안정된 표도 가져가려는 것 같다. 한 달 안에 안철수가 돌아다닌다고 해도 한 달 안에 채워질 경험의 문제가 아닐 것 같다.

김경미 : 청년유니온, 경제민주화2030연대도 와 있지만, 경제민주화가 시대적 과제가 된 이 시점에서 정치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이야기 해주면 좋겠다.

조성주 : 과거보다 청년들이나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정치의 힘에 대한 학습효과는 생긴 것 같다. 과거 10년 전이랑 다르게 제도가 어떻게 활용되고, 법이 바뀌면 뭐가 되고, 정치가가 바뀌면 무엇이 바뀌어 지는지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 온도차를 경험하면서 학습효과가 생긴 것이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조건들이 정치를 통해서 달라질 수 있구나, 방향의 선회가 될 수 있구나 안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경제민주화가 이슈가 될수록 더더욱 정치개혁이 같은 이슈가 되는 상황이 온 게 아닌가 생각한다. 사실 사람들이 정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고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기고 불만도 더 생기는 되는 것은 긍정적 지점이라고 본다.

▲ 황종섭 진보신당 서울시당 교육조직부장 ⓒ프레시안(최형락)
황종섭
: 정치에 대한 청년들의 관심이 지금은 지대한 것 같지는 않다. 그런 흐름들을 만드는 과정인 것 같다. 정치효능감이라는 것은 느꼈는지 못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고 이것을 느끼게 해줘야 되는 부분인 것 같다. 자기가 참여하고 의식하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할 무언가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분명한 것은 청년세대의 문제들과 경제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잘 연결을 시키지 못하면 정치개혁 같은 것들이 일어나기 힘들다.

김경미 : 안철수 후보의 정책에서 청년문제, 경제민주화, 정치개혁 이 세 개가 따로따로 논다는 느낌인가?

황종섭 : 아직까지는 한데 모여서 움직이는 것 같지 않다.

손정욱 : 이것은 청년의 문제이면서 사실 사회경제적인 문제이다. 비정규직이 양산되고 사회로 진출하는 소수만이 안정된 직장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굉장히 힘든 사회 경제적인 구조 속으로 들어간다. 이런 것이 10년 가까이 되면서 청년 그룹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힘들어 지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정치구나, 정당이구나를 깨닫게 된 것 같다. 기존의 견고한 기득권집단으로부터 나의 목소리와 나의 인간됨의 권리를 제대로 지켜줄 수 있는 것이 결국 정치밖에 없고 정치를 욕해야 될 게 아니라 참여해야 하는구나를 깨닫게 된 것 같다.

이안홍빈 : 안철수가 이런 얘기를 했다. 개인과 기업이 함께 성공하는 사회. 이 말 자체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과 기업이 어떻게 같이 성공하나. 청년층이 겪고 있는 문제들은 이제 갈등을 넘어서 억압수준이다. 억압수준에서 이 무거운 짐을 누가 덜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자꾸 안철수한테 기대를 하는데 경제민주화를 말할 때 개인과 기업이 함께 성공한다고 한다면 결국 개인이 성공하라고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런 얘기는 60년대부터 계속 이야기 되어온 성장, 성공 담론일 뿐이다. 이 말 때문에 너무 실망했다.

김경미 : 안 후보가 이 정도까지는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는 각자의 바람을 이야기해 본다면?

조성주 : 가장 핵심적이고 혁신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포지션에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만큼 개혁적인 안들을 얘기해야한다. 예를 들어 예산편성안을 국회로 가져온다든지, 실제로 민의를 반영해서 예산을 편성한다든지, 권력구조의 개편한다든지, 심지어는 개헌 이야기까지도 충분히 던질 수 있다. 이런 사람이 정당시스템의 개혁, 비례대표제 확대, 독일식 정당명부제 도입, 지방의회 개혁 등에 대해 이야기 못 할 것이 없는 후보가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간극은 정말 충격적이다.

손정욱 : 우리가 안철수 후보에게 기대하는 것은 어떤 과격하고 급진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기존 기득권으로부터 한발 떨어져 있는 사람으로서 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합리적인 이야기를 해달라는 것이다. 그것은 캠프를 구성한 사람들처럼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를 다 품을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이 정말 강조하는 정치시스템 개혁 그 얘기를 해줘야 한다. 이번 비전선언문에서 아주 짧게나마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시스템을 개혁하겠다고 언급하긴 했다. 하지만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가장 크게 왜곡시키는 첫 번째 관문이 선거제도로 이 선거제도를 반드시 짚고 넘어갔어야 했는데 그것을 빼먹었다.

조성주 : 이해할 수 없다

손정욱 : 또한 다양한 사회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정당 시스템이 지금은 지역주의 정당 수준으로 존재한다. 이것을 사회 경제적인 이슈들을 중심으로 만들 수 있는 정당체제에 대한 이야기는 급진적이지 않는 지극히 합리적인 이야기다. 그 체제와 걸맞는 권력구조 개편도 당연히 들어가야 할 정치시스템의 개혁문제이다. 이런 합리적인 수준에서 기존 정치권과 차별되고 오히려 승부의 쟁점이 될 수도 있는 이 부분을 반드시 언급을 해줘야 된다.

양호경 : 대중에게 인기있는 정책을 하겠다고 했다면, 하다못해 정부에 청년부를 신설해 청년부장관을 임명하든지, 아니면 국회를 구성할 때 인구수에 비례해서 국회 몇 퍼센트를 청년들에게 할당하겠다든지 요즘 청년들이 열심히 일인시위, 기자회견 등을 하고 있는 투표시간 연장 등이라도 이야기했어야 했다.

황종섭 : 안철수 캠프의 여러 팀들 중에 정치개혁팀에 가장 기대를 했었다. 그런데 총론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너무 좋은 이야기만 했다. 정치개혁팀에 들어가 계신 좋은 전문가들은 도대체 뭘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가 가지고 있는 정당의 개념이 우리랑 좀 달라서, 정당을 좋아하지도 않고 정당을 중심으로 되는 정치, 선거제도에 대한 고민이 없을 수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정치개혁팀에 있는 분들이 이것을 강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각자 아는 분들도 계시지 않나. 누가 전화 좀 해라.(일동 웃음)

조성주 : 특권과 기득권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깔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줄이고 대통령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원래 사회에서는 어떤 집단의 기득권을 내려놓게 하려면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안철수가 내놓은 10가지 안 중에서 그 어느 기득권세력도 불만을 가질 만한 게 하나도 없다. 누구도 갈등할 만한 요소가 없고 어떤 기득권 세력이 과연 얼마나 타격을 볼 것인가 알 수가 없다. 딱 하나 있다. 청와대 이전한다니까 효자동에 사는 사람들에게 타격이 있을 것 같다.

양호경 : 아니다. 그 지역 개발권 풀려서 오히려 좋아할 것이다.(일동웃음)

조성주 : 어쩌라는 건가. 갈등은 외면하고 너무 안정적으로만 가는 것 같다.

김경미 : 말이 나와서 그렇지만 청와대 이전 문제는 정말 생뚱맞았다.

황종섭 : 상당히 구체적인 이야기를 갑자기 한 것이 몇 개 있다. 청와대 이야기와 동일가치노동 동일 임금 이런 멘트들은 진짜 안철수가 이것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 이건 분명 누가 꽂아 넣은 것이다. 중간 중간에 갑자기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 몇 개 있어서 너무 이상한 느낌이 있었다. 비슷한 레벨로 맞춰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하나는 너무 큰 얘기를 하고 하나는 너무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니까 당황스럽다.

양호경 : 전체적으로 통일적인 철학이나 가치관이 느껴지지 않는다. 한 문장씩 들어간 느낌이 확실히 있다.

김경미 : 복덕방에서 할아버지들이 장기두면서 할 법한 이야기를 대선 후보가 정치혁신안이라고 내어놓았다.(웃음)

조성주 : 발로 뛰는 행정 이야기를 해야겠나? 대선 후보가? 무슨 구청장 나오는 것도 아니고.(웃음)

양호경 : 박원순 시장이 이런 것으로 인기를 얻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안홍빈 : 맞다! 안철수 정치혁신안 보면서 박원순 시장 생각을 진짜 많이 했다.

황종섭 : 그렇게 보면 정치 개혁팀이 이 캠프에서 아무 힘도 없는 것 아닌가.

이안홍빈 : 안철수 후보가 기존 기득권에서 한 발 떨어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안든다. 그런 사람들을 계속 캠프로 모으고 있지 않나. 안정적으로 가겠다는 느낌이다.

조성주 : 선거제도 개혁이 없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 이정도 안은 새누리당도 낼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나중에 새누리당이 더 나은 안을 낼 수 있을 것 같다.

김경미 : 정책팀들이 이 부분을 모르는 것은 아닐 것 같은데 어디 눈치를 보는 곳이 있는 것 아닌가?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혹시 민주당 국회의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양호경 : 경제 민주화를 얘기하면서는 이 문제를 국회로 토스하는 느낌이다. 니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니들이 해결해라 하는 느낌이다.

김경미 : 사실 이번 안은 안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 후보가 이야기했다면 정말 욕먹었을 개혁안이라고 생각한다. 안 후보라서 비판이 그나마 덜한 것 같은데 정치개혁, 사회개혁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안 후보의 착한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데, 잘못 소비하는 느낌이다.

양호경 : 안철수연구소에 노동조합 있나?

조성주 : 안철수 연구소에 노조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싸움은 나쁜 거고 갈등은 있으면 안된다는 식이다.

▲ 김경미 정치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프레시안(최형락)
김경미
: 샤츠슈나이더의 절반의 인민주권에 보면 '균열의 개발은 최고의 권력 수단이기 때문에, 중요 이슈에 대한 자신들의 정의를 다른 정당보다 우위에 놓을 수 있는 정당이 정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런 면에서 대선은 우리 사회 갈등의 축을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여러 이익 집단들 간의 경쟁이라고 보여 진다. 그런 면에서 갈등을 부정적으로 보고 통합과 합의를 이야기하는 것은, 다른 의미로는 새로운 갈등의 축을 만들기 위해 자기를 걸 생각이 없다는 말 아닐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손정욱 : 안철수가 걸어야 하는 갈등의 축은 보수나 진보의 축은 아닌 것 같다. 그보다는 기득권 집단이냐 합리적 개혁 집단이냐라는 축이 적합한 것 같고 그런 생각이 있어서 중도 보수와 중도 진보에서 다 민 것 같다. 그렇다면 기득권 계층이 불편해 할 수 있을 만한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그렇게 갈등 축을 세워 전략을 짜야지 무색무취하게 전략을 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경제 민주화의 핵심도 정당들이 해결하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경제 민주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이것을 국회로 떠넘겨 버리고 정치개혁 이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기득권층과 척을 세울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이슈를 다 빼버린 이런 식의 비전 선언문은 발표 안하느니 못하다.

황종섭 : 던졌는데 던진 게 없는 상황이다.

조성주 : 페이크인가? (웃음)

이안홍빈 : 개혁안이 개혁안이 아니다. 청년 표 다 가져가고 중간층 정도 대충 안정적으로 머무르려는 것 같다.

김경미 : 이제 곧 문재인 캠프에서도 정치개혁안이 나올 건데 정치 이슈를 문 후보 쪽에서 더 세게 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후보들 간에 정책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이니 좋을 것 같다.

김경미 : 후보들간에 선의의 정책 경쟁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청년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조성주 : 문재인 쪽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만 이정도 밋밋한 정치개혁안이라면 문재인 쪽에서는 환호했을 것 같다. 어쨌든 공이 울린 것이다. 안철수 후보가 형편없는 안을 냈지만 이 공이 울려서 문재인 후보든 박근혜 후보든 다른 후보들도 정치개혁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라운드가 시작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욱 다양한 정치개혁 요구들을 적극적으로 해보는 것이 필요하고 이것을 통해 후보들을 경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은 안철수 후보가 '선빵'을 날린 건데 선빵이 너무 약했다. 그러면 다른 후보들도 그만큼 세게 안 내도 되는 것이다. 이런 식이면 경쟁이 안 되기 때문에 청년들의 요구들을 희석시킬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후보들이 혁신안을 내도록 우리가 경쟁을 시켜야 한다.

황종섭 : 정치개혁이라는 이슈를 선점했다고 했지만 상대에서 이 개혁안에 대응을 하지 않더라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다른 후보들도 그렇게 구체적인 안을 낼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찌됐든 선거제도 개혁이라는 것을 누군가는 계속 제시해야 한다. 비록 실망이 되기는 하지만 후보들이 자기 입장을 표명할 수 있도록 밖이든 안이든 끊임없이 정책 개혁안을 제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투표시간 연장에 관해서 이것은 정규직 비정규직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문제들이 청년들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앞으로 문제 제기를 계속 해야 한다.

손정욱 : 우리가 그동안 연재를 통해 했던 것의 핵심은 어쨌든 정치개혁이었다. 경제민주화도 있었고 청년운동도 있었고 비정규직문제, 여성문제, 환경문제 등의 이슈들도 있었는데 이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핵심은 정치개혁이다. 안철수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정치개혁을 제일 중요한 이슈로 뽑았다는 것에 주목해 볼만하지만 일차로 나온 것이 굉장히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이 최종안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 있는 것들을 잘 반영해서 다음번엔 조금 더 진척된 안이 반드시 나와야 한다. 다른 후보들에 있어서도 이번 대선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각이 설 수 있는 부분이 정치개혁 이슈일 수 있다. 대선 후보들은 청년들이 정치개혁을 제일 중요한 이슈로 뽑은 점에 대해 다시 한 번 주목할 필요가 있고 이와 관련된 구체적이고 세밀한 대안들이 나와줘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보수나 진보의 싸움이라기보다는 기득권대 기득권이 아닌 그룹들, 그동안 철저하게 소외된 비기득권 계층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개혁방안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되어야 한다.

▲ 양호경 청년유니온 정책팀장 ⓒ프레시안(최형락)
양호경
: 별 기대가 없다. 혁신안이라는 게 나오려면 그 사람의 철학이라는 게 필요하고 숙고와 토의 과정이 필요한 것인데 구체적인 안을 갖고 있지 않다 치더라도 이 혁신안에 안 후보의 철학이 반영했다고 하면 이번 개혁안은 총선 이후에 5월 달에 새누리당이 했던 정치개혁내용으로서 국회의원 세비반납 이상의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안철수가 갖고 있는 국민들의 열망들이 정치혁신이었는데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더 조장하고 있다는 느낌들이 있어 아직까지 안타깝다. 소개팅 나가기 전에 싸이월드 사진보고 되게 설렜는데 막상 나가서보니 깬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일동 웃음) 정치혁신이 IT 경제로 대변되는 혁신경제와 함께 안철수가 가진 두 가지 축의 자산이었다면, 실제로 그 중 하나가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혁신 경제에서는 뭘 보여줄 것인가? 한달동안 스터디하고 공부하는 것 가지고는 힘들 것이다. 지금까지 책임을 져왔고 비판을 받아왔지만 결국 정치개혁에 있어 정당정치가 더 잘해낼 수 있음을 확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안홍빈 : 청년들이 이제는 안철수한테 기대를 하지 않고 지지를 다 철회했으면 좋겠다.(일동 웃음) 안철수가 "자기가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고 정책이 없어서가 아니고 가던 길을 그대로 가는 게 가정 안정적이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 했다. 더 나올 것이 없다는 것 아닌가. 안철수한테 새로운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나온 개혁안이라고 하는 것이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고 안철수에 대한 기대를 청년들이 접는 게 맞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아니면 더 목소리를 높여야한다. 그런데 청년들이 어떤 방식으로 높일 수 있을 건지 잘 모르겠다.

양호경 : "국회인사청문회 결과를 존중하겠습니다, 국회에서 부적격판정하면 임명강행 동의하지 않겠습니다"라고 하는 부분에서 인사 청문회 같은 것이 형식적인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이것을 제시한다는 것은 실제로 새누리당이 다수당인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협상하지 않으면 삼권분립 못하는 것인데 말 그대로 의미도 없고 내용도 없는 대통합 얘기를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황종섭 : 정치를 기본적으로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자기는 짐이 없다고 이야기 하지 않나. 나는 지금까지 그 장에 진출한 적이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치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오히려 정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있는 형국이다.

양호경 : 본인 스스로로도 정치인으로서의 정체성보다 그냥 멘토 같은 느낌이고 이것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느낌보다는 셀레브레티를 지지하는 느낌이다.

김경미 : 그랬기 때문에 우리가 안 후보가 어떤 정치혁신안을 내놓을지 기대했던 것 같다. 왜냐하면 안철수 열풍 자체가 기성 정치인에 대한 불신에 기반한 것 아닌가. 그래서 안 후보는 정치인이 되겠다고 하지만 정작 정치를 마냥 긍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는 딜레마를 근본적으로 안고 출발했다. 그래서 안철수가 자신의 지지 기반이 되었던 정치에 대한 불신을 우리 삶의 핵심 동력으로 어떻게 승화시켜 나갈지 그 방안을 보고 싶었던 거다. 그런데 헛방이었다.

김경미 : 이제 좌담을 마무리하면서 뉴질랜드 선거제도 개혁 과정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뉴질랜드가 소선거구 일위대표제에서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바꾸는 과정에 국민들이 정치권을 적극적으로 견인했다. 국민당과 노동당이 서로 선거제도 개혁을 국민투표에 붙이겠다고 경쟁하게 하면서 결국 선거제도 개혁을 관철시켰다. 그런 면에서 우리도 안캠이든 문캠이든 박캠이든 어떤 형태로든지 대선 후보들로 하여금 정치혁신 과제, 그 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을 가지고 경쟁하게 하는 구도를 만드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나 민주당이나 경제민주화를 가지고 경쟁한 것처럼 말이다.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이 생각난다. 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결국 우리가 선택할 사람은 "Stay Hungry. Stay Foolish"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정치세력이 아닐까라는. 그런 면에서 얼마 전 변영주 감독이 자유인 인터뷰에서 이야기한 '이제 나는 이렇게 영화를 만들 것이고, 더 단단해질 것이고, 더 뜨거워지고, 더 정교해지겠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우리도 우리가 바라는 한국 사회, 한국 정치는 이런 것이고, 우리는 이렇게 사회를 만들 것이고, 더 단단해질 것이고, 더 뜨거워지고, 더 정교해질 것이다라는 것을 보여줘야 할 것 같다.

일동 : 맞다. 이 정도 안(案)을 가지고 절대 만족할 수 없다.

김경미 : 그럼 이제 좌담회 마치고 대선 전까지 각 대선후보들을 긴장시킬 작전을 한번 짜보는 것 어떤가?

▲ 8일 청년유니온 사무실에서 진행된 비례대표제 청년포럼 좌담 ⓒ프레시안(최형락)

(정리 : 정치경영연구소 김경미, 손어진 연구원)



[취지문]

비례대표제 청년포럼은 비례대표제 포럼의 청년그룹으로서 한국 정치 발전을 위해 비례성이 높은 선거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라는데 동의하는 개인, 청년단체, 시민사회단체, 언론사, 정당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비례대표제 포럼에서는 청년들이 다양성이 인정되는 속에 합의의 정치가 이루어지는 한국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례성, 다양성, 공정함이 보장될 수 있는 선거제도를 얼마나 열망하는지, 이를 위해 비례대표제 확대를 얼마나 고대하는지, 조금은 거칠지만 생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열망을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기로 하였습니다. 정치의 해인 2012년에 비례대표제 확대가 우리 사회 주요한 사회적 아젠다로 자리매김하는데 청년들의 이 작은 몸짓들이 마중물이 되어주길 간절히 소망하며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연재를 시작해봅니다.

비례대표 청년포럼 홈페이지 바로가기 http://prforum.tistory.com

[청년, 정치개혁을 말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슈퍼스타K가 아니다
-구럼비 파괴되던 날, 나는 비례대표제를 고민했다
-이게 선거인가! 이게 사는 건가!
-그래서 결국 경제 민주화는 누가,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야권연대 '협박의 정치'를 끝내라
-국회의원 복지부터 스웨덴식으로 바꾸는 건 어떨까?
-통진당 사태는 선거제도의 슬픈 자화상
-국회의원 특권만 줄이면 좋은 정치 되나?
-"투표 2030" 목소리는 왜 실종됐나?
-이재오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고?
-기초의회, '풀뿌리 정당제'가 답이다
-통진당 사태가 한국 정치에 남긴 긍정적인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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