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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은 학부모ㆍ교사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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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은 학부모ㆍ교사로부터"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8/31] 2년 임기 마치고 퇴임하는 서울시 교육위원회 김귀식 의장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전교조 위원장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했던 김귀식 의장이 오늘 퇴임합니다. 김의장은 퇴임을 앞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전교조의 투쟁일변도 활동을 비판하고 "우리 교육 대안은 없는가"라는 장문의 글을 통해서는 성적과 입시위주 교육에 매몰돼 있는 교사와 학부모의 자성을 촉구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오늘 퇴임하는 서울시 교육위원회 김귀식 의장을 초대했습니다.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소감은 어떤지 그가 국내 교육의 문제점으로 꼬집는 '집어넣는 교육'의 폐해는 무엇이고, 대안으로 마련한 입체수업과 물음학습은 또 어떤 것인지 말씀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시 교육위원회 김귀식 의장입니다.

김귀식 의장은 1934년 전북 장수 출생으로 서울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58년부터 교사생활을 시작해 경복고, 혜화여고, 경기여고 등을 거쳤습니다. 1997년부터 1999년까지 전국교직원 노동조합 7대 위원장을 역임했고 2002년에는 서울시 교육위원로 선출됐습니다. 2004년 9월 1일부터 서울시 교육위원회 제4대 후반기 의장으로 활동했고, 오늘 퇴임합니다. 저서로 '교사는 진실을 가르치는 자유인'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58년부터 2002년까지 거의 50년간 교육가로, 교육행정가, 운동가로 활동해 오시다가 오늘자로 퇴임하시게 됐는데, 만감이 교차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어떻습니까?

김귀식 : 저는 한 마디로 평생 교육과 함께 살았다. 교육 인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2년간의 의장 임기를 마쳤습니다만 참으로 보람이 큽니다. 우리 사회는 갈등이 좀 심해요. 서울시 교육위원회 인원이 15명인데 각자의 교육철학이 똑같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의장이라는 자리는 각각 다른 의견을 잘 조화를 이루고 서로 대화를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해야 됩니다. 다행히 우리 15분들은 저의 뜻을 잘 이해하고 비교적 조화 속에서 마쳤다는 점에서 역시 보람을 느낍니다.

박인규: 퇴임을 앞두고 기자간담회를 하시면서 전교조가 친화력 포용력 정치력을 발휘해야 되는데 너무 투쟁일변도가 아니냐는 말씀을 하셨고, 또 최근에 이런 비판이 많이 나오다 보니까 일부 신문에 대서특필 됐고. 아무래도 김귀식 의장께서는 전교조 위원장까지 하셨기 때문에 애정 어린 비판이라고 생각되는데, 본의랄까 진심은 어떤 겁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귀식 : 잘 지적하셨습니다. 언론보도가 나왔는데, 과장되고 왜곡된 보도라고 확실하게 얘길 합니다. 그날 주 내용은 제가 평생 준비했던 나의 교육구상을 발표하는 자리에요. 주로 그 얘길 하고 간담이 끝날 무렵 여담으로 요즘 전교조가 집중공격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좀 얘길 해달라고 해서 했습니다. 제가 위원장을 그만둘 당시에 남긴 말을 그대로 했어요. 이제 합법화가 되는데 난 비합법적인 위원장이었으니까 투쟁 하나만 했다. 그런데 앞으로 합법화 돼서 지도하는 분들은 친화력과 협력과 정치력 그리고 투쟁력 네 카드를 조화롭게 써야 된다는 얘길 했어요. 그런데 부정적인 단어만 확대해서 마치 전교조는 다른 건 아무 것도 안 하고 투쟁만 한다는 말을 강조한 것 같아요. 보도의 공정성이 좀 부족한 게 아닌가. 그래서 이렇게 보도하는 태도는 앞으로는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인규: 전교조라는 단체가 기본적으로 참교육, 교육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시작했는데, 아직도 그런 활동으로써 전교조가 역할을 할 부분이 있다고 보십니까?

김귀식 : 교육처럼 어려운 게 없지 않습니까. 제가 짧은 간담회 시간에 다 얘기는 못했지만 지금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교조가 뚜렷하게 바꿔 놓은 건... 물론 있지만 아직은 입시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큰 틀은 여러 가지 있지만 구체적으로 입시문제는 아직 해결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준비를 많이 해 놨어요. 참교육실천대회라든가 교과별 연구회가 있습니다. 그 자료를 보면 교육부에서 많이 참고를 해야 됩니다. 그런 걸 다 준비해 놨는데 현실에 접목이 안 됩니다. 왜냐, 입시제도 일변도의 현실에 뿌리를 내리기 어려워요. 그래서 저는 그 뿌리 내리는 터전을 만드는 역할을 하려고 합니다. 위원장 출신으로서. 자세히 얘기하면, 모든 단체 또는 인간은 장단점이 있어요. 그런데 장점이 9개고 단점이 하나인데 하나만 얘기하면 전부 단점으로 보여요. 그런 점에서, 신문보도가 앞으로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또 각 단체의 장점 중심으로 보도했으면 좋겠습니다.

박인규: 약 50년 가까이 교육 분야에서 활동해 오시면서 생각하신 교육구상.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된다고 보십니까?

김귀식 : 아이들이 너무 공부에 짓눌려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어린 아이들은 창을 열고 구름을 보면서 상상도 해 봐야 돼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학교 끝나면, 보충, 심야학습, 잠 잘 시간도 없습니다. 이걸 1년 내내 반복하게 되면 사고력을 키울 기력이 없습니다. 체력도 망가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걸 가리켜서 속성으로 집어넣는 교육이다. 집어넣는다는 개념이 강합니다. 강제로 넣는다는 겁니다. 자기 의사와는 관계없이 부모가 가라고 하고, 학교에서 남아서 하라고 하면 안 됩니다. 속성으로 집어넣는 교육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걸 바꾸지 않고는 아무 것도 못 합니다.

박인규: 어떻게 바꿔야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김귀식 : 이제는 제가 여러 나라를 다녀 보고 국내도 모델이 될 만한 여러 좋은 학교, 대안학교 등을 가봤습니다만, 이미 선진교육을 하는 나라에서는 아이들의 학습활동을 정규 교과에 집중하지 않고 방과 후나 여유있는 시간에 아이들의 취미활동, 스포츠, 여행.. 이런 것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그래야 소위 전인적 인격으로서 균형있는 인간이 된다는 거죠. 정규과정 프로그램과 비정규과정, 방과 후 프로그램을 잘 조화시키면 지금 집어넣는 교육에서 기를 수 없는,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특성, 적성을 만개시킬 수 있습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박인규: 지식만 집어넣는 교육에서 취미활동이나 스포츠 등 입체학습을 하자는 말씀이시죠?

김귀식 : 또 거기서 그 사람의 적성이 나오고 창의력이 나오고. 한 마디로 달을 달이라고 가르치지 말고, 너는 달을 보고 무슨 생각을 했느냐. 이걸 끌어내는 거죠.

박인규: 김의장께서 또 강조하시는 것 중에 물음학습이란 것도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어떤 겁니까?

김귀식 : 낯선 말입니다만, 제가 나름대로 개발을 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문제학습과 물음학습이 있는데, 한 마디로 얘기하면 문제학습은 점수 1점을 따기 위해서 아이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공부합니다. 거의 강제죠. 이렇게 되면 학습에 대한 싫증이 납니다. 재미가 없고, 심할 때는 죽고 싶다는 얘기가 나와요. 문제학습은 남이 만들어 놓은 문제를 푸는 거예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물음학습이라는 건 인생, 종교, 청춘에 대해서 이런 궁금한 것을 스스로 만들어서, 모든 활동에서 친구와 나누고. 또 교사도 만들어서 선생님이 만든 것도 같이 해보고. 이런 과정에서 학습에 대한 갈증, 욕구가 생겨요. 이건 엄청난 변화를 가져옵니다. 그래서 물음학습은 사고훈련, 창의력 계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인규: 남이 낸 문제를 푸는 것보다는 자기가 문제를 내서..

김귀식 : 그렇죠. 또 선생님이 낸 것과 합해서 토론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 문제집이 출판사에서 나와요. 그러면 제주도에서도 서울과 똑같은 문제를 풉니다. 이것은 붕어빵식이죠.

박인규: 굉장히 좋은 얘깁니다만, 문제는 교사나 학부모들이 결국은 좋은 대학에 많이 가는 것, 성적이 중요한 거 아니냐. 과연 그런 게 우리나라 교육현실 구조 속에서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들을 많이 가질 것 같아요.

김귀식 : 예. 그래서 물음학습을 연구하면서 교사와 학부모를 얘기했습니다만, 제가 기회 닿는 대로 새로운 교육방향에 대한 관심이 있는 대학교수도 만나려고 합니다. 대학이 보통교육, 정상교육을 유도해야 되는데 지금 그 역할을 못 합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원하는 대학이 좋은 대학으로 개념을 바꿔야 됩니다. 내가 원하는 전공과가 뭐냐, 내가 원하는 전공과를 들어가면 그게 좋은 학교다. 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좋은 학교. 점수로 잘라주는 대로. 그러면 가서 적성에 안 맞아서 재수를 하거나 다른 공부를 해요. 그건 국가적 낭비입니다. 그래서 좋은 대학 개념에서 나의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하는 것이 대학에 가는 하나의 방식이 돼야 됩니다.

박인규: 제가 굳이 비관적으로 보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대학이 바뀌어야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대학에서는 나름대로 자기 개성대로 입시문제를 내고 싶은데 여러 가지 제한들이 가해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들이 문제가 안 됩니까?

김귀식 : 간단하게 비유를 하자면, 가을에 배추장사가 잘 된 밭은 밭뙈기로 삽니다. 그러듯이 대학은 고등학교가 정상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또 사고력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는지 수시로 관찰해서 우리 학교는 이 학교 아이들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 학교가 연계하는 역할을 앞으로 해야 됩니다. 그래서 보통교육이 독립해야 됩니다. 대학은 그렇게 독립을 할 수 있도록 선택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학에 점수로 맞춰서 들어가니까 나쁘죠.

박인규: 선생님의 오랜 교육구상을 발표하시면서, 어느 글에선가 '대한민국의 학부모와 교사를 고발한다'라는 상당히 강경한 표현을 쓰셨는데, 학부모와 교사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김귀식 : 지금 교육의 중심은 장관도 교육감도 교장도 아닙니다. 정말 중심은 아이들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적성이 있어요. 가장 아이의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이 부모와 교사입니다. 그 아이가 가장 잘 한다는 것은 그 적성을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지금은 적성이 무시된 총점주의로 나가기 때문에... 그래서 이제는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관, 자녀관을 새롭게 바꿀 시대가 왔다는 뜻으로 강력한 표현을, 고발한다고 했습니다. 그만큼 책임이 크다.

박인규: 어떤 틀에 맞춘 점수로만 평가할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특성을 살려주는 교육이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현재의 입시제도 하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제도를 바꾸는 게 먼저입니까 선생님이 바뀌는 게 먼저입니까?

김귀식 : 그동안에는 제도를 바꾸자고 교육부의 각성을 촉구하고 그랬습니다만 60년 동안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마지막에 구상한 게 밑에서 바꿔나가는 것. 교사는 교사의 사명이 있어야 되고 부모는 자식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있어야 됩니다. 가령 내 자식이 평생 빵굽을 걸 행복으로 안다고 하면 믿어줘야 됩니다. 그리고 교사가 그걸 발견하면, 너는 축구를 해라, 너는 법률을 공부해라, 이런 것을 판별해 줄 수 있을 때 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게 되죠. 지금은 제주도에서 서울까지 똑같은 교육을 하니까 전문가가 아니죠.

박인규: 입시제도의 변경을 통해서 교육주체라고 할 수 있는 선생님과 학부모가 생각을 바꾸고 개인차원에서 시작해야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김귀식 : 그렇죠. 예를 들어 오리는 오리교육을 받아야 되고 타조는 타조교육을 받아야 되는데 우리는 그냥 다 똑같이 교육을 받지 않습니까.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이달 말 퇴임을 앞두고 있는 서울시 교육위원회 김귀식 의장과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박인규: 지금부터는 지난 2년간의 교육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우리 교육의 문제점과 대안에 대해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장으로 2년간 활동해 오셨는데요, 교육위원회라는 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소개를 해주시죠.

김귀식 : 교육위원회는 교육청의 집행기관을 감사, 감시하고 정책에 대한 시정도 촉구하고 또 예산도 심의 의결하고, 이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실 대단히 중요합니다. 교육정책이 잘못됐다고 하면 우리 교육위원회의 책임이 상당히 크다고 보아집니다.

박인규: 4기 후반기로서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장 역할을 하셨는데 애초에 의장을 맡으시면서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교육청에 전달하고, 그것이 정책에 이어지도록 역할을 해보겠다고 다짐하셨는데 2년 지나고 보니 어떻습니까?

김귀식 : 기대에 많이 미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걸 교육청에 요구해서 잘 합의해야 되는데 더러는 되고 안 되는 것도 있고. 그것을 숫자로 표시하자면 40%는 되지 않았는가. 낙제점수죠 솔직히. 제가 임기를 마칩니다만 마무리 60%는 뒤를 이어갈 후배 교육위원들이 이뤄 가리라고 기대합니다.

박인규: 모든 부분이 그동안 행정부 집행 위주로 가다가 최근에 와서 입법이랄까 의견을 모으는 부분이 강화되고 있는데, 교육행정 부분에서도 교육위원회의 역할이 좀 더 커져야겠다고 생각하십니까?

김귀식 : 지금 제도상으로는 권한이 부여돼 있는데 문제는 어떤 제도를 교육청과 협의해서 만들어서 일선에 내려보내도 실천이 안 되는 게 있습니다. 예를 들면 사교육 문제나 입시교육은 결과적으로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인성교육을 굉장히 강조합니다. 그런데 일선학교에서는 입시교육이 블랙홀이 돼서 전부 무산돼 버려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 좀 더 종합적으로, 학부모와 교사와 대학교수와 여러 교육관련 단체들이 뜻을 모아서 이제는 입시교육에서 탈피하자, 방안을 세우자는 운동을 전개해야 될 것 같습니다.

박인규: 지난 2년간 서울시 교육위원회 의장을 맡으셨기 때문에 지금 서울시에서 교육현안이 되는 것 중에 한두 가지 질문해 볼까 합니다. 국제중학교를 서울시에 설립한다는 문제. 학부모들이 원하는 부분도 있지만 교육당국에서는 원칙의 문제도 있어서 쉽게 허가할 수 없는 부분인데. 실제로 올 봄에는 사설학원들에서 국제중학교 입시설명회도 했고. 지금 국제중학교 설립 문제는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귀식 : 답답합니다. 부모들이 입시라든가 내 자녀의 출세에 대한 생각, 사랑이 강렬합니다. 가급적 내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야겠다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 교육풍토가 뭐가 문제냐 하면, 가령 내신성적을 대학입시 교육자료로 삼겠다고 한 번 교육부에서 발표하니까 내신준비 학원이 생깁니다. 또 논술을 중시한다니까 논술학원이 생깁니다. 영재학교 세운다니까 영재학원이 생깁니다. 국제중학교도 틀림없이 학원설립을 유발시켜요. 그러면 사설학원에서 공부를 열심히 하면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사교육은 역시 집어넣는 교육이 됩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두뇌개발에 엄청난 지장을 줘요. 그리고 아이들이 국제중학교가 생겼을 때 거기 입학해도 그렇습니다. 영어로 수업을 한다고 돼 있는데, 그 수업을 못 따라가면 영어 과외를 안 받을 수가 없습니다. 결국 사교육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처음의 특성화를 위해서 했다지만 결과는 사교육의 번성만 가져오고 여전히 아이들은 입시풍토 속에서 시달리게 된다...

박인규: 언론보도를 보면 교육부는 설립을 반대하고 서울시 교육청은 허가할 것처럼 나오던데, 어떻게 풀어야 됩니까?

김귀식 : 상당히 첨예하고 대립되고 있는데, 양쪽의 얘기를 들어보면 교육청은, 아이들이 자꾸 조기유학 등으로 외국으로 빠져나가니까 그걸 붙들어 매자는 겁니다. 그 뜻은 좋습니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아니라는 거죠. 제가 얘기한 대로 사교육을 유발하는 것이고, 그게 생겨도 조기유학 안 간다고 장담 못한다...

박인규: 어쨌든 자식들한테 좋은 교육을 시키고 싶다는 걸 비난할 수는 없는 것 같고. 문제는 교육부와 서울시 교육청이 교육의 원칙 같은 걸 나름대로 합의를 이뤄야 될 것 같은데요, 이런 식으로 어긋난다면 문제가 있는 거 아닙니까?

김귀식 : 그렇죠. 그래서 사교육이 많이 융성하게 된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리고 청소년기에는 전문화쪽 보다는 인성을 먼저 잘 닦아야 됩니다. 대학 가고 학자 되고 먼 장래를 위해서, 그런 인간적 소양을 잘 닦아 놔야 됩니다. 그런 것 없이는 국제활동에서 나중에 올바른 평가를 못 받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아이들을 쪼개고 나누다 보면 나머지 학교는 아주 형편없는 학교로 전락해 버립니다. 전문적인 교육은 조금 세월이 가야 됩니다.

박인규: 서울시 교육위원회에서는 혹시 이 국제중학교 설립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입장을 발표했습니까?

김귀식 : 15분들의 토론이 좀 격렬했어요. 제가 의장석에 앉아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습니다. 첨예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결론 내리기 어렵고, 시간적 여유를 갖고 학부모와 교원단체, 많은 교육관계자들과 충분한 사전협의 과정을 거친 후에 해도 늦지 않으니까. 그 과정이 빠지면 발표된다고 해도 잡음이 있다. 이렇게 매듭은 지어 놨는데, 지금 4기와 5기 사이에 그 문제가 불거졌기 때문에, 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교육관이 다 다릅니다.

박인규: 마지막으로, 지금 교사와 학부모간의 관계에도 굉장히 문제가 많은 것 같습니다.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는 경우도 있고, 둘 다 교육의 주체인데 그들간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요...

김귀식 : 자꾸 그런 일이 일어나는데, 결국은 대화 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의 교육철학과 교사의 교육철학과 아이의 욕구가 각각입니다.

박인규: 그걸 좀 모아가자..

김귀식 : 그렇죠. 우리 사회가 소통이 막힌 사회 아닙니까? 잘 된 면도 있지만 비교적 소통이 부족합니다. 역시 아이와 부모의 소통, 교사와 학생의 소통,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 저는 한 테이블 대화를 강조합니다. 학생, 부모, 교사가 함께 충분하게. 자녀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에요. 충분히 자기 주장을 얘기하고, 이런 한 테이블 대화가 교육의 면이기도 해요. 그런 대화가 부족하다....

박인규: 48년간 교육현장에 계시다 떠나십니다. 물론 계속 교육문제로 활동하실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앞으로의 계획을 좀 간단히 말씀해 주시죠.

김귀식 : 저는 제도권에서 오랫동안, 또 교육운동, 교원단체에서 오래 활동해 왔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시점에서는 그런 것을 다 물러나는 건데, 우리 사회가 교육의 빈자리가 있습니다. 빈자리라는 건, 마을이면 마을, 일반 국민이면 국민. 하나하나의 공간에서, 현장에서 그들과 대화를 통해서 저의 구상을 얘기하고 호소하고 뜻을 같이 하고, 이런 운동을 계획합니다. 저는 '교육 쏘시기'운동이라고 이름 붙였습니다. 쏘시는 불이 되겠다. 밑에서부터 하나씩 불을 피워가겠다. 저는 현장의 실천가.. 이론만 가지고는 교육이 안 됩니다. 실천하는 교사 찾기 운동도 벌일 생각입니다.

박인규: 김귀식 의장님 같은 선생님들이 많이 나와서 우리 교육현실이 좀 더 인간답게 바뀌었으면 좋겠습니다. 계속 노력해 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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