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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서 실적을 보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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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이번 정기국회서 실적을 보여야

[남재희 칼럼] 안철수가 꼭 문재인과만 단일화 하란 법은 없다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 결말이 어떻게 될지, 누가 승자가 될지에 대한 전망이 잘 서지를 않는다. 야측 후보 간의 단일화가 될 것인지, 된다면 문재인 후보 쪽인지, 안철수 후보 쪽인지도 잘 내다보이지 않으며, 더 나아가 누가 승리할 것인지까지도 그렇다. 본래 앞날을 예측하기 어려운 게 정치현상이다. 정치인들의, 그들이 자부하는 정치는 그래서 창조행위라고 내세울 수도 있으며 그러기에 신기하기도 하고 묘미가 있기도 하다.

대선 투표 날에 이르기까지 당면할 문제를 두 측면으로 나누어, 먼저 그 가운데 새로운 이야기부터 생각해보자.

민주통합당 측은 통합진보당 측이 비례대표 선출 투표 부정에 휘말리고, 또한 당내에서 종북 운운의 시비에 빠져서 온통 망가지는 듯하자 앞으로 통합진보당 측과의 후보단일화를 단념하겠다는 태도를 밝혔었다. 그런데 이정희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자 한때 4%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정도의 표라면 선거에서 당락을 가를 만하기도 하다.

만약에 끝내 단일화를 단념한다면 나중에 "땅을 치며 후회할 사태"가 올지도 모를 일이다.

특히 종북 운운으로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 당의 후보가 선거전에 임하여 공약을 발표하는 등 당의 정책을 선전하다 보면 국민들의 그런 오해도 씻어질 것으로 내다보인다. 또 종북 운운은 자체 안의 다툼에서도 나왔지만 거대한 보수언론이 확대 재생산한 면도 있는 것이 아닌가. 문 후보는 전에 "(이석기 의원) 본인 스스로 종북주의가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가 그렇게 단정할 만한 자격은 없는 것이지요"(6월 27일 서울프레스센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라고 말한 바 있는데 해결의 단서를 암시하는 것 같다.

▲ 왼쪽부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 ⓒ프레시안(최형락)

그 다음은 안철수 후보가 제기한 '정치개혁', '새 정치'의 문제이다. 사실 우리 정치는 부패와 비능률의 늪에 빠져 있다 할 것이다. 안 후보가 제기 안 했어도 우리가 생각해볼 명제이다. 매우 어려운 문제인데 몇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① 우선 정치행태의 문제이다. 부패를 몰아내고, 진정 국민을 위한 효율적인 정치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 분위기, 작풍(作風)의 쇄신 차원이라 할 수도 있다. 지도층이, 특히 대통령이 강력한 기강을 세워 정치를 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문제이다.

② 사람을 바꾸는 인적 쇄신이다. 지금 부패분자들이 정당 안에 똬리를 틀고 있음을 국민들은 대충 알고 있다. 옛날 그리스에서는 도자기 조각에 이름을 써서 그들을 추방했다고 하는데(ostracism) 우리는 어떻게 제거할까, 난감하다. 정치 결정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그들을 배제하는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③ 제도적 문제이다. 여러 가지 방안이 있겠지만 우선 가장 간단한 제도적 개혁으로는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의 도입, 그리고 비례대표 의원 수 증원 등을 통해 다변화된 국민 계층을 보다 균형 있게 반영해야 함을 말하고 싶다. 결선투표제는 국민통합에 한발 더 접근할 수 있는 선거제도임이 틀림없다. 주먹구구로 말하여 3분의 1 정도의 통합에서 과반수의 통합이 되는 것이다.

④ 이미 선거전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복지, 경제민주화 등을 진전시키는 일이다. 그것이 '새 정치'의 중요한 측면이 아니겠는가.

그 다음 큰 문제는 후보단일화이다. 이 단일화가 우리 정치 예술의 꽃이 피는 시점이다. 문 후보로 연대가 되느냐, 안 후보로 연대가 되느냐가 지금 관심사인 것 같은데 연대가 안 되고 계속 3파선으로 가는 상황도 생각해야 하고, 좀 엉뚱한 이야기처럼 들릴지 모르겠으나,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할 가능성을 이론상은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놀랍게 들릴지 모르겠다.

단일화가 성공한 사례로 모두들 DJP(김대중-김종필) 방식을 말한다. 전라도 지지 기반과 충청도 지지 기반을 합치는 데 목적이 있었는데 일종의 권력 나눠 먹기로 그쳐 아름답지는 못했다. 가장 중요한 정책의 연대가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총리를 나눈 데서 시작하여 각료를 분할하고, 청장급과 공사장까지도 배분한 것 같은데, 거기에 많은 흉측한 스캔들이 따랐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줄 안다.

노무현-정몽준 연합은 마지막 순간에 깨진 경우이다. 자유당 정권 시절 신익희-조봉암의 연합협상이 있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표면상 깨진 것으로 되어 있으나(독재 치하에서 암살 같은 예측 불허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조봉암 측에서는 투표일이 임박해서 조봉암이 사퇴하기로 밀약이 되어 있었다고 흘렸었다.

이번에 단일화가 된다면 DJP연합보다는 더 진일보하여야 할 것이다. 우선 국민 모두가 알 수 있도록 정책의 연합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그래야만 정치인들의 연합을 넘어 국민연합까지 가능할 것이다. 자리 나눠 갖기, 좋게 말하여 참여의 기회 제공 문제는 그 다음이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많이 다르다. 우선 지지 정당 유무의 차이이고, 배경이나 노선, 지지기반에서도 차이가 난다.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연합이 아닌가. 그리고 다른 한편 그러기에 서로 양보 없이 경합할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약간 엉뚱한 전망이라고 했는데, 박 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 할 수도 있다. 박 후보는 새누리당 세력이란 확고한 큰 덩어리 지지기반을 갖고 있고, 안 후보는 구체적 지지기반이 고정되지 않은, 뜬 인기 위에 있는 것이기에 만약에 손을 잡는다면 박 후보 중심이다. 안 후보의 지지층을 보다 보면, 인상파 화가 클로드·모네의 아름다운 수련 그림을 연상하게 된다. 수면 위는 아름답게 구도가 짜여 있는데, 실은 수면 아래는 공허한 게 아닌가.

안 후보는 "범야권 후보냐"는 언론의 질문에 계속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이른바 NCND(핵무기 문제에 확인도 부인도 않는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로 나왔다. 문 후보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묘만 참배했는데 안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 묘까지도 참배하였다. 요는 중도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또한 "현 집권세력이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을 반대한다"고만 하였으니 박근혜는 이명박과 다르다는 변명의 길도 열어 놓았다. 그러나 또 한편 안 후보는 박 후보와 연대할 수 있는 길을 치밀하게 생각하여 넓게 열어 놓았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투쟁경력이 약한 율사(律士) 중심의 참모진은 의뢰인의 '용역'에 익숙한 습성이 혹시나 있는 것은 아닌지 아울러 고려해 볼 일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승자는 누구일 것인가. 정치학자들에 물어보면 그들은 분석을 할지언정 예언은 하지 않는다고 예측을 가급적 피한다. 그렇지만 스스로 우직함을 자처하며 이야기한다면 몇 가지 말할 수가 있겠다.

첫째, 야권의 경우 문·안 후보가 단일화 되고, 거기에다가 이정희 후보까지 합쳐진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다.

둘째, 정권에는 사이클(순환 주기)이 있는 것 같다. 김대중·노무현의 개혁정권이 10년이었다. 거기에 대한 반작용도 있고 하여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다. 보수정권의 사이클이 5년으로 끝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길 것만 같다.

셋째, 이명박 정권의 부자에 치우치고, 서민을 경시하는 정책에 서민들의 분노는 쌓여왔다. 그러나 아직 폭발점에 이르지는 않은 것 같다. 정권이 바뀌려면 그 분위기가, 싸이에 흥분하듯 혁명적까지는 안 되더라도 준(準)하는 열기까지는 가야만 한다. 앞으로 유세를 통하여 분위기가 고조되겠지만 아직은 아닌 것 같다.

그러면 이번 대선의 의미는?

복지의 증진과 경제민주화의 실천이다. 그리고 막혀 있는 남북한 관계에 숨통을 트고 활로를 찾는 일이다. 이미 대선의 큰 명제는 나와 있다. 앞으로는 각론의 구체적인 전개이다. 거창하게 그것을 독일 철학 용어에 따라 시대정신이라고 한다면 그 시대정신이 역사를 움직이고 진전시킨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공약만 내걸 것이 아니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기국회에서 실적으로 국민에게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아직 남아 있지만 문자 그대로 레임·덕이고, 새누리당은 의석 과반수의 막강 정당이다. 민주통합당도 약간 의석수가 뒤지나 유례가 드문 강력한 야당이다.

예산에서 복지에의 의지를 보여줄 수 있다. 맛이 아니라 그보다 더 구체적으로 알맹이를 보여야 한다.(예산 증액에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나 그런 제약은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하겠다고 합창하고 있으니 경제민주화의 법제는 만들 수 있다. 국민은 어느 쪽이 진짜이고, 어느 쪽이 가짜인지 지켜보아야 한다.

남북관계는 대통령이 문자 그대로 대권을 갖고 있는 것이지만 국회에서 여야의 압력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다. 뚫을 수 있다.

마침 최근에 나온 외지(外誌)를 보니 "한국의 정치인들은 대체로 재벌들의 주머니 속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영국 <이코노미스트> 9월 28일 자, 아시아 문제 전문인 반얀(Banyan) 칼럼 "Sorry for the dictatorship part")고 쓰여 있다.

전날 장터에서 북 치고 나발 불며 만병통치약을 판다고 선전하던 약장수처럼 복지다, 경제민주화다 하며 폼만 잡지 말고, 제스추어(gesture)만 쓰지 말고, 무언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보여주어야만 할 줄 안다. 국민들도 압력을 강하게 넣어야 한다. 그런 성과가 없을 때 공약들은 선거를 위한 꼼수 취급받을 것이다.

새누리당의 김종인, 민주통합당의 이정우, 안철수 진영의 장하성 박사 등 모두 명성 있는, 존경할 만한 학자들이 전면에 포진하게 되었는데 그들은 재벌들의 압력에 저항하는 교두보여야 한다. 그들은 재벌을 해체하는 등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합리적으로 민주적 법칙에 따라 재벌을 다스리려 하는 (민주적 통제) 방향일 것이다. 그들의 책임은 무겁다. 역사적 사명을 느껴야 할 것이다.(김종인 박사는 현재 큰 결심을 하고, 당이 방향을 분명히 정하라고 사퇴 불사 의사를 갖고 압박하고 있는데 박 후보로서는 김 박사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그만큼 '경제민주화'는 거역할 수 없는 시대의 대세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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