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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후 대학생들의 관심도 '사회'에서 '개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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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이후 대학생들의 관심도 '사회'에서 '개인'으로"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8/18] 서울대 앞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 김동운 대표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과거 대학가에는 가치관을 세우고 새로운 세상을 설계하는데 나침반이 됐던 인문사회과학서점이 반드시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념이나 사상 철학 등 인문학적 교양보다는 당장 취직에 필요한 실용적 지식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이들 인문사회과학서점들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게 됐는데요,

최근 전국 유일의 정통 인문사회과학서점으로 남아있는 서울대학교 앞 <'그날이 오면'>이 대표 김동운씨를 중심으로 인문사회과학서점의 새길 열기에 지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그날의 오면의 김동운대표를 초대해서,

현재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처해있는 현실을 알아보고, 과거 인문사회과학서점이 우리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왜 아직도 인문사회과학서점이 필요한지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서울대학교 앞 인문사회과학서점 '그날이 오면'의 김동운 대표입니다.

김동운 대표는 대학시절 우리 사회의 개혁에 대해 고민해오다 대학을 떠난 뒤 인천에 있는 공장에 노동자로 취직해,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을 전개했습니다. 노동현장에서 노동자가 당하는 부당한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해고됐고, 이후 해고노동자 신분으로 노동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했습니다. 1993년부터 서울대학교 앞 인문사회과학전문서점인 <'그날이 오면'>의 경영을 맡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츨판가에서는 사실상 '그날이 오면'이라는 서점이 사실상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은 인문사회과학서점이라고 얘길 하던데요, 일반서점과 뭐가 다른지 설명을 해주시죠.

김동운 : 일단 일반 서점들은 취급하는 책들이 다양합니다. 여러 가지 실용적인 책들, 수험서, 교재 등을 취급하는데, 저희는 주로 인문사회과학. 인문사회과학이라면, 주로 이 사회의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해서, 그런 문제의식을 갖고 쓰여진 책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분야로는 문학, 역사, 철학, 정치, 경제, 사회학 등 제반의 인문사회과학을 포괄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단순히 현상에 대해서 평면적으로 분석하는 게 아니라 심층적으로 구조적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책들이 주가 되죠.

박인규 : 다양한 책들을 다루기 보다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서적을 전문으로만 다룬다는 특징이 있다. 지금 대학교 앞에 서점들이 많은데 서울대 앞에 있는 '그날이 오면'이 유일한 인문사회과학서점이라고 하면 다른 대학 앞의 서점들이 약간 섭섭하겠어요.

김동운 : 그건 인문사회과학서점의 경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일단 과거 인문사회과학서점으로 시작해서 현재도 여전히 소중하게 남아있는 곳들이 몇 군데 있고, 큰 범위에서는 저도 그런 곳들이 인문사회과학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과거 인문사회과학 서점이라고 했을 때, 150개 이상의 서점이 대학가 앞에 있었는데, 그 서점의 본래적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그대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그런 의미로 협소하게 설정했을 때는 저희 서점이 그런 성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서, 그런 점에서 약간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노동운동을 하시다가 13년 전부터 그날이오면 운영을 맡으셨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김동운 : 일단 노동운동을 하던 중 생활상 문제가 컸구요. 아무런 수입이 없는 상태, 그런 상태에서 이왕이면 좀 더 진보적인 운동에 도움되는 일을 하면서 생활문제도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90년도에 우연히 이 서점을 인수했고, 처음에는 제 처가 운영하다가 제가 93년부터 운영하게 됐습니다.

박인규 : 부인 되시는 유정희씨는 최근까지는 관악구 지방의회 의원이었다고 들었습니다.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동운 : 예. 지역에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 추천을 해서 98년에 구의원 당선이 됐고, 2002년에 다시 재선을 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여러 가지 기초의회에도 정당공천이 적용되고 또 선거구도 변화하면서 낙선했습니다.

박인규 : 그래도 부인과 같이 책방도 보시고, 여러 가지로 좋으시겠습니다.

김동운 : 그런데 계속 지역에서 환경운동을 해왔고 여전히 운동을 하고 있어서 직접적으로 같이 하지는 않습니다.

박인규 : 지금 '그날이 오면'도 상당히 경영상 어려움이 많은 모양이죠?

김동운 : 다른 서점이 어려울 때도 저희 서점이 굉장히 운영이 잘 되는 걸로 알려졌었고 실질적으로도 그랬는데, 2000년대 들어서면서 어려움이 서서히 가중되기 시작했습니다. 급작스럽게 어려워지진 않았지만 조금씩 계속 감소하는 매출이 누적되면서 2,3년 전부터는 굉장히 어려운 상태로 접어들었죠.

박인규 : 지금 전국적으로도 그런 현상이 있는 모양이죠?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잘 안 본다든지..

김동운 : 그런 현상은 90년대 들어서부터 시작됐죠. 90년대에 여러 가지 세계사적 변화와 한국사회에도 변화가 있었지만. 90년대 들면서 점차 사회변혁을 위한 학생들의 열의가 많이 줄어들고 개인적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사회 전체의 분위기도 그렇게 변하고. 그러면서 서서히 인문사회과학서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고, 90년대 말 들어서면서 몇 개 남아있지 않은 서점들마저도, 연대 앞 '오늘의 책'이나 고대 앞 '장백', 성대 앞의 '논장서점' 같이 상당히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곳들마저도 문을 닫게 됐습니다.

박인규 : 아예 문을 닫았군요. 서울대 앞에도 '그날이 오면' 외에도 인문사회과학서적을 취급하는 서점들이 꽤 많았다고 알고 있구요. 이해찬 전 총리가 운영했던 책방도 있다던데요..

김동운 : 이해찬 총리가 운영했던 곳이 광장서점이라고, 처음에 인문사회과학서점으로 시작했구요. 지금 경기도 도지사로 당선된 김문수씨가 운영하던 대학서점도 사실 인문사회과학서점으로 시작했습니다. 또 '그날이 오면' 서점이 인수해서 확장했던 전야서점도 현재 환경부의 이치범장관이 운영하던 곳이었구요.

박인규 : 그 서점들은 아직도 운영을 하고 있나요?

김동운 : 대학서점은 없어졌고, 광장은 고시서적이나 일반 학생들 대상으로 수험서나 교재, 그리고 아이들 참고서, 문구를 취급하는 종합적인 서점으로 바뀌었습니다.

박인규 : 요즘 온라인으로 책을 할인판매하는 것도 인문사회과학서점에 사람이 적어진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요?

김동운 : 그런 요인도 일정하게 저희 서점의 경영을 어렵게 하는 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도서정가제라는 게 결국 책의 문화적 가치를 일반적인 자본주의 사회의 상품으로 취급하는 거고. 그런 과정에서는 당연히 좋은 책을 내려는 사람들과 팔려는 사람들, 또 서점을 소박하게 운영하는 사람들이 자본의 힘에 밀려서, 결국은 그런 데에 맞설 수가 없기 때문에 더 어려움을 겪게 되는 거죠.

박인규 : '그날이 오면' 같은 경우에는 책을 사러 왔다가 원하는 책이 없어서 그냥 가시는 분들도 꽤 있겠어요.

김동운 : 가끔 저희 서점의 성격과 맞지 않는 책을 찾으러 오는 분들도 계시죠. 일반 실용서나 교재, 수험서라든지... 그런 분들은 저희가 어떻게 할 순 없고, 다만 저희 서점이 전문으로 취급하는 책들에 대해서는, 시중에 있는 한 어떤 형태로든 최대한 구해드리고. 그래서 그런 점에서는 '그날이 오면' 서점이 인문사회과학 책들을 가장 많이 갖고 있고 그런 책들에 대한 정보를 잘 구할 수 있다는 얘길 항상 들어왔죠.

박인규 : 80년대까지만 해도 민주화가 국민 모두의 열망이었는데, 최근에 와서는 그런 사회 전체의 개혁과제들이 일단은 이뤄진 게 아니냐, 그러다 보니까 젊은이들이 취직걱정을 하고, 어떻게 보면 그런게 당연하지 않느냐, 실용적 지식으로 옮겨가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동운 : 눈앞에 나타나는 절박성, 강도 면에서 약간의 변화가 있을 수는 있겠죠. 80년대 군사독재 시절에 비해서 민주화가 진행된 건 사실이지만, 그 민주화라는 것도 단순히 정치적인 제도상의 일정한 변화만이 아니라 정말 다수의 민중들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느낄 수 있고 생활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런 것들을 당연히 경제적인 문제, 군사적인 것까지 포함된 개념들이기 때문에 그런 과제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굉장히 크고 어려운 문제로 남아있구요. 비정규직 문제, 신자유주의물결의 문제, 또 끊임없이 군사적인 위험성이 생기는 문제들은 여전히, 그런 핵심적인 내용들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제도적인 민주화는 됐지만 핵심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고 인문사회과학서적을 더 읽어야 된다. '그날이 오면'이 어려운 상황이라서, 최근 '그날이 오면'의 살 길, 활로를 찾기 위해서 여러 분들이 모여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십니까?

김동운 : '그날이 오면' 서점은 그동안 제가 개인적으로 어려움들을 감당하는 형태로 이끌어 왔고. 그건 제 성격의 측면도 있는데, 이 상황을 걱정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았고 그런 문제들을 단순히 개인적인 노력, 짐으로만 가져가서는 유지가 어렵다고 판단되고. 그래서 그런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구요, 그런 분들이 그동안 두 번 모임을 가졌고 이번에 19일에 세 번째 모임을 가지려고 합니다. '그날이 오면' 서점의 제일 어려운 문제는 그 공간에 대한 세 문제가 굉장히 큰 압박으로 다가오는데, 현재 매출로는 세나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는 구조여서, 그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틀을 만들어내자는 게 1차적 목표입니다. 또 그런 것들을 통해서 단순히 현재의 서점을 유지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 서점을 다양한 형태로 운영해서 더 활력있게 이끌어가자는 취지를 갖고 있습니다.

박인규 : 새롭게 후원회원을 모집해서 좀 더 조직적으로 운영한다는 건가요?

김동운 : 구체적인 계획은 다 서지 않았지만 최소한 200~300명 정도의 후원회원들을 모집하자는 논의도 나오고 있고, 또 그런 것들을 발전시켜서 좀 더 큰 기금을 만들어서 단순히 서점 뿐 아니라 종합적인 기능을 같이 할 수 있는 센터같은. 진보적인 사회운동, 학생운동의 센터같은 걸 구축하는 것도 논의가 됐죠.

박인규 : 아무리 후원회원들이 많아지고 새로운 형태의 운영을 한다고 해도. 결국 서점인 이상 책이 웬만큼 팔려야 굴러갈 수 있을 텐데, 전망이 어떤가요?

김동운 : 지금 후원회원 얘기가 나오는 것도 사실은 회원들이 일정한 액수를 후원해서 서점 운영에 도움이 되는 측면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그 논의를 하는 과정 속에서 많은 분들의 생각은 후원회원들이 80년대 초반 90년대 초중반 학번들이 많거든요. 그 분들이 나름대로 굉장히 학교다니는 시기에 열심히 학생운동을 하고 사회에 진출해서도 그런 문제의식을 나름대로 발휘해서 살고자 하는 마음들을 가졌던 사람들인데, 현실적인 삶에서는 거기 미치지 못하고 일상적인 것에 많이 파묻혀 살고. 그런 것을 본인 스스로들도 굉장히 안타까워하고. 그래서 서점의 후원회원을 매개로 해서 보다 인문사회과학 책들을 더 많이 읽고, 그래서 서점과 유기적으로 소통되고 서점 운영에도 도움이 되고, 또 본인 스스로도 그런 계기 속에서 보다 자신의 삶을 처음 가졌던 문제의식.. 사회를 정말 좋은 세상으로 바꾸고자 하는 것들을 자기의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도 나름대로 실현시켜 나가는 데 지침을 만들어 가고자 하는 문제의식도 굉장히 크게 갖고 있죠.

박인규 : 좋은 결론이 나오길 빌겠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전국 유일의 인문사회과학서점인 <'그날이 오면'> 에 김동운 대표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지금부터는 과거에 '그날이 오면'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또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그날이 오면'을 운영하신지 13년 되셨는데 최근 2000년대 들어서 90년대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씀하셨어요. 90년대에는 '그날이 오면'을 비롯한 인문사회과학서점들이 단순히 책을 파는 것 이상으로 문화운동이나 문화의 구심점이 됐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하는데, 어땠습니까 그 당시에는?

김동운 : 처음에 인문사회과학서점들은 거의 모든 대학 앞에 최소한 한 군데 이상 있었고. 또 그 서점은 그 당시 열심히 학생운동을 하던 학생들의 투쟁이나 생활 등 여러 영역에서의 하나의 보급기지였습니다. 사랑방 역할을 했죠. 항상 가두에 집회가 있을 때 가방을 맡기고 쇠파이프를 맡기고. 또 항상 모여서 같이 여러 가지 이론적 문제들을 논의하고 세미나 할 책들을 찾아보고. 또 서점에서 만나서 하루의 일과에 대한 다음 계획도 세우고. 그런 진보적인 학생운동을 하는 학생들과 항상 함께 숨쉬는 곳이었죠. 떼려야 뗄 수 없는.

박인규 : 13년 동안 서점을 운영해 오시면서, 어떤 책이 제일 많이 나갔나요?

김동운 : 제가 운영하는 동안 제일 많이 나간 책은 단연 전태일 평전입니다. 90년대 같은 경우에는 총학생회나 선배들이 단체로 전태일 평전을 구입해서 새내기들에게 하나씩 선물로 주기도 했고. 또 그냥 자발적으로도 굉장히 많이 책을 사서 읽었죠.

박인규 : 이 책이 사실 70년대에 돌아가신 조영래 변호사가 익명으로 쓴 책이었는데.. 사실 '그날이 오면'이라는 이름도 전태일 열사를 기리는 노래 제목에서 온 거죠?
▲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동운 : '그날이 오면'은 사실 처음은 상록수의 저자 심훈의 ''그날이 오면''이라는 시가 있었는데 그것이 처음이고. 80년대에 노찾사가 ''그날이 오면''이라는 노래를 만들어서 많이 보급이 됐구요. 그런 내용 속에 전태일 열사의 뜻이 담겨져 있죠.

박인규 : 전태일 평전이 그렇게 많이 나간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김동운 : 저도 80년대에 그 책을 잃고 그 책이 진로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던 책이기도 한데요. 특히 한국사회에서 그 당시에 대학생으로서, 전태일 평전은 굉장히 여러 면에서 커다란 충격과 앞으로의 살 방향에 대한 문제의식과 고민을 던져줬거든요. 그 책의 내용 자체가 한국사회의 정말 핵심적인 단면을 드러내고 있고, 또 거기서 전태일 열사가 대학생 친구가 하나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마음. 이런 것들이 정말 대학생들이 노동현장에 들어가야 된다는 당위적인 생각을 갖도록 만들었기도 하고. 학생들에게 그런 자신의 현실적인 존재조건과 자기가 감당해야 할 시회적 역사적인 짐과의 일정한 괴리가 있었던 걸 전태일 평전을 통해서 느끼고. 좀 더 하나의 전체적인 인간으로서 전체적인 사회를 바라보고 자신의 삶을 생각할 수 있는 것으로서는 전태일 평전만한 책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들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게 된 이유인 것 같습니다.

박인규 : '그날이 오면'이 한참 잘 될 때는 북카페도 운영하고 자체 잡지도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김동운 : 예. 다른 서점들이 굉장히 어렵고 문을 닫던 시기였는데, 저희 같은 경우는 그런 상황들을 좀 더 공세적으로 극복해보자는 생각을 하면서 98년부터 '그날에서 책읽기'라는 매체를 매춸 발간했고, 한 달에 1000부, 1200부 무료로 발간했습니다. 150페이지 정도의 책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굉장히 여러 사람들에게.. 이용하는 사람들도, 저희가 발송했던 분들도 굉장히 많은데, 많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리고 98년 말에 저희 서점 2층에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들 무렵에야 나래를 편다'라는 긴 제목의 카페를 냈었고. 그것도 역시, 그당시 한참 세미나가 활성화되지 않고 점차 약화되는 시점이었고. 그래서 그런 것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학생들이 책읽고 세미나할 공간을 만들고 싶었고. 또 저희가 학생들이 관심있는 책의 저자들을 초청해서 같이 얘기를 나누는 자리도 여러 번 마련했고, 또 토론회나 학술대회도 거기서 주회를 하면서 전반적인 인문사회과학의 고양을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했죠.

박인규 : 지금은 북카페도 안 하고 잡지도 안 나오는 상태입니까?

김동운 : 그렇죠. 그나마 그때는 서점이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서 어렵지만 시도를 했는데, 점차 서점의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그런 것들을 같이 이끌어나갈 수 있는 조건이 안 됐고. 그러면서 '그날에서 책읽기'도 2000년 들어서 중단됐고 카페도 2004년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박인규 : 지금도 그때 생각이 많이 나시겠어요.

김동운 : 그렇죠. 그때 굉장히 활발하게, '그날이 오면' 서점을 매개로 해서 다양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이뤄졌고. 그런 자연발생적인 인문사회과학의 쇠퇴의 흐름들을 나름대로 일정하게 막지 않았나 생각을 하지만. 어쨌든 굉장히 안타깝고 아쉽습니다.

박인규 : 요즘 대학생들이 아무리 취직을 가장 우선시하고 공동의 가치에 관심이 덜하다고 해도, 또 그런 부분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많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학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시도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운영측면에서 어떤 구상 같은 걸 하고 계십니까?

김동운 : 일단 현재는 최소한의 형태랄까요.. 신영복 선생이 말씀하셨지만 추운 겨울에 나무가 자신을 유지하기 위해서 낙엽을 다 떨어뜨리고 앙상하게 남아있는 모습으로 새 봄을 기다리듯이. 그런 최소한의 형태로 유지하는 것에 일단은 1차적 목표를 두고 있고, 그런 것들이 지금 저희가 추진하고 있는 모색들이 일정하게 성과를 거두고 그런 토대 하에서 좀 더 다양한 활동들을 할 수 있다면... 여러 가지 과거에 했던 것들을 이어가는 활동들이라든지. 또 지금 사실 오프라인에서 알정하게 서점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 역할에 걸맞는 역할을 온라인에서는 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런 부분도 좀 더 활발히 할 생각도 갖고 있구요.

박인규 : 요즘 젊은이들은 사이버 공간에서 많이 만나기 때문에 그걸 잘 용하는 게 중요할 거란 생각이 듭니다. 어쨌든 13년 동안 '그날이 오면'을 이끌어오셨고 앞으로도 계속 이끌어 나가실 텐데, 지금까지 말씀 못하신 게 있다면 마무리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김동운 :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개인적인 나름대로의 행복과 삶을 위해서.. 과거에는 많은 학생들이 사회 전체적 문제에 대한 고민을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살아왔던 것에서 지금은 개인적인 문제로 되돌아가고 있는데. 그런 개인적인 문제라는 것은, 사실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전체적인 문제들을 다 같이 해결하지 않고서는 절대 개인 하나만의 행복이 올 수 없는 구조기 때문에. 소박하게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도 당연히 인문사회과학에 대한 인식을 가지고, 또 자기가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서 사회의 보다 나은 변화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 해도 그렇게 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서 일정하게 이해를 하고 호응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 또 그런 것들이 이 사회를 조금이나마 더 나은 사회로 만들 수 있는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말 우리가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한다면 당연히, 그것은 단순히 실용적인 책을 잃고 기능적인 인간으로서가 아니라 전체적인 문제들에 대한 인식을 갖고 구체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될 때 모든 사람의 행복과 개인의 행복이 같이 이뤄질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사실 지금 인문사회과학 출판사들도 굉장히 어렵다고 합니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겨울인 것 같은데, 참고 기다리시면 봄도 여름도 올 거라고 기대합니다. 계속 열심히 일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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