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레바논 분쟁에 대한 외교적 해결을 도출하기 위해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이 중동을 순방하는 가운데 2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릴 예정인 '중동평화 유럽-아랍 국제회의'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회의는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격이 계속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레바논에서 휴전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서방과 아랍권이 처음으로 함께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과 라이스 장관,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연합(EU) 주요국, 이스라엘과 레바논, 그리고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의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아난 사무총장은 18개 국 300여 명의 대표단이 참가할 회의에 앞서 "이스라엘-레바논 분쟁 중단과 항구적 평화를 보장할 중재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중재안에는 휴전과 국제평화유지군 배치, 헤즈볼라에 납치된 2명의 이스라엘 병사 석방 등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이번 회의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적지 않다. 미국-이스라엘과 레바논 간의 입장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미국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이스라엘 국경에서 8마일 가량(약 28km)의 '완충지대'에서 철수할 것을 휴전과 국제평화유지군 배치의 전제 조건으로 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무장해제와 자국병사의 석방이 우선되어야 휴전을 논의할 수 있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레바논은 휴전부터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국제평화유지군 배치도 각 국의 입장이 달라 구성 자체가 현실화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AP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나토 중심의 평화유지군이 구성될 경우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영국 역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등에 이미 군대를 파병한 상태에서 추가 파병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특히 독일과 프랑스 등 나토 주요 회원국들은 현재도 여러 분쟁 지역에 파병을 하고 있어 추가 파병 여력이 없을 뿐 아니라, 국제평화유지군 파병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편드는 것으로 비쳐 헤즈볼라의 공격 표적이 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프랑스 정부는 25일 휴전 등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정치적 합의가 이뤄진 뒤에야 국제평화유지군이 배치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1983년 이스라엘과 전쟁 중이던 레바논에 군대를 파견했다가 헤즈볼라의 자살폭탄 테러로 56명의 병사가 살해되는 피해를 입고 철수한 바 있다. 독일도 헤즈볼라가 공격을 중단하는 것을 파병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다.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도 파병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했다.
이 때문에 AP 통신은 지난 22일 아미르 페레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처음 제시한 '나토 중심의 다국적군' 구상에 대해 "나토 관계자들은 나토의 역할을 논의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25일 제임스 아파투라이 나토 대변인은 "지금까지 나토에게 어떠한 요청도 제시된 적이 없다"면서 "국제사회가 다국적군 논의를 하고 있으나, 구성 가능성, 위임의 범위, 임무의 기간 등 어떠한 사항에 대해서도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대변인도 "로마에서 열리는 중동평화 회의에서 평화유지군 구성에 대한 원칙에 합의가 이뤄졌으면 한다"면서도 다국적군 구성 등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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