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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애니메이션의 산업화 가능성을 보여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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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국 애니메이션의 산업화 가능성을 보여줬죠"

박인규의 집중인터뷰[07/24] 탄생 30주년 맞는 '로봇 태권 V"의 김청기 감독

안녕하십니까? 박인귭니다..

1976년 7월24일.. 전국의 초중고등학교가 일제히 여름방학을 시작하던 날.. 당시 서울 충무로 대한극장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극장에서 상영된 영화는 만화영화 로봇 태권V...

서울에서만 28만여 명이 관람을 했고, 연일 매진 행진을 기록했습니다.

일본에서 온 마징가 Z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한국 로봇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장을 열었던 로봇 태권V가 오늘로 탄생 30주년을 맞았습니다.

태권 V는 2년 전부터 필름 복원작업이 진행돼, 지난 5월 서울 국제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발에서 공개되기도 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로봇 태권V를 제작, 감독한 김청기 감독을 초대했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환경이 열악했던 당시 상황에서 로봇 태권 V는 어떻게 제작됐는가? 로봇 태권 V는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가? 또 김감독의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김청기 감독입니다.

김청기 감독은 1963년에 서라벌 예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단행본 만화작가로 활동하다가 1966년부터 만화영화 손오공 제작에 원화 작가로 일하면서 애니메이션계에 발을 들여놓게 됐습니다. 1970년대 초부터는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CF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기록영화와 문화영화를 촬영해오다, 1976년, 극장용 애니메이션인 로봇태권V를 탄생시켰습니다. 그 후 태권V시리즈 1,2,3편과 슈퍼태권V 등을 제작했고, 1980년대 중반에는 심형래 주연의 우뢰매 시리즈를 10탄까지 제작했으며 실사 SF영화로 영화배우 박중훈이 출연한 바이오맨을 제작했습니다. 2년 전부터는 로봇 태권 V 부활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했고, 최근에는 광개토대왕 등 은퇴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오늘로 딱 로봇태권V가 세상에 나온 지 30년이 됐네요. 로봇태권V를 세상에 선보이신 주역스로서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김청기 : 무척 감회가 새롭구요, 30년이라는 세월, 참 숫자로 봐도 긴 세월인데 이렇게 지금 돌이켜보면 참 엊그제 같아요. 그 상황들이...

박인규 : 로봇태권V를 보면서 열광하던 어린이들이 지금은 아마 30대 후반 40대 초반 이렇게 됐을 것 같아요. 76년도면 사실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아직 높은 단계라고 보긴 어려운 시절인데, 김감독님께서 제작이나 감독을 스스로 다 하셨다구요. 그 당시에도 상당히 모험이란 생각이 드는데, 로봇태권V라는 만화영화를 꼭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이유같은 게 있으십니까?

김청기 : 만화작가 생활을 하면서 좀 답답한 감을 느꼈어요. 60년대 디즈니의 피터팬이니 백설공주 같은걸 보고 너무나 경이롭고 정말 놀랐던 게 지금도 생각나는데, 그걸 보고 '내가 가야 할 길이 이 길이 아닌가..' 하는 열망, 이런 꿈에 부풀어 있었죠. 그런 게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저 같은 경우는 60년대에 아톰이라는 만화책을 보고 자랐는데, 로봇태권V 나오기 전에 마징가제트가 국내에 유행하지 않았습니까?

김청기 : 그랬어요. 그게 1975년도 이때 흑백TV를 통해서 마징가가 전국 어린이들에게 큰 붐을 일으키고, 또한 물의도 많았었죠. 권선징악, 단순 스토리로 해서 너무 폭력적이라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물론 어떤 가능성은 거기서 봤어요. 이제 나도 해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하는. 우리 것을 한 번 만들어 보자는 게 그때 애니메이션계에 있는 친구들 또는 후배들의 공통된 마음이었고, 그게 76년도 오면서 로봇태권V가 탄생하는

박인규 : 그것 때문인지 몰라도 일부에서는 로봇태권V가 마징가제트를 모방한 게 아니냐 하는 얘기도 있습니다.

김청기 : 그런 얘기를 요즘 듣고 있는데, 글쎄요.. 앞선 문화라는 게 사실 물흐름같이.... 영향을 부정하는 건 아니에요. 더구나 흥행이라는 걸 우선시해야 하는 작업들이, 정말 어떻게 하면 흥행할 수 있는가 하는, 그래서 모티브도 여러 방향에서 영향을 받고 가져오게 되죠. 그런데 사실 그때 일본문화라는 건 우리한테는 굉장히 터부시 되고 배타적이었고. 그랬을 때니까 그걸 담기 위해서 했다고 하는 건 참 있을 수 없었던 얘기고. 자연스럽게 어떤 문화적인 흐름이 이렇게 로봇태권V에 물들어졌다고... 글쎄 그렇게 얘기할 수 있을까요? 정말 담지 않기 위해서 애썼어요.

박인규 : 로봇태권V를 만들게 되는 데 자극제나 하나의 계기가 될 수는 있어도 전부 모방했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만화영화를 보면 저희는 작가들이 상상으로 그릴 것 같은데, 대개는 실제 모델을 두고 많이 그린다고 하더라구요. 로봇태권V같은 경우도 모델이 이순신 장군이라는 말이 있던데요, 맞습니까?

김청기 : 글쎄요. 그런 캐릭터를 디자인 할 때 어차피 제목에도 태권이 들어가고, 그러다 보면 우리 것에 대한 이미지가 표현돼야 한다는 건 작가가 갖는 양심이고 또한 그게 자세고. 물론 그때 우리 스튜디오가 광화문 네거리에 있었기 때문에 늘 이순신동상을 봤었고. 또 그때가 박정희 시대였으니까 이순신 장군이 우리의 상징이었고. 또 어려서부터 이순신장군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듣고 좋아했었고. 기왕이면 중후함과 그런 모습을 이순신장군에서 한 번 가져와 보자라는 걸로 해서, 아마 비슷할 거예요 로봇태권V의 자세나 캐릭터를 보면.

박인규 : 30년 전 영화긴 하지만, 혹시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로봇태권V 첫 번째 작품의 줄거리가 어떻게 되는지 간단히 소개가 가능합니까?
▲ 김청기 감독(로봇 태권V).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청기 : 요즘도 많이 회자되고 있는 얘기가, 하나의 적을 악인으로 해서 몰락시키는 것으로만 가는 이 시대에, 악인을 어떤 인간적인 면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이런 쪽의 얘기를 많이 해요. 카프박사라고 나오는데, 자기의 왜소한 체구, 열등의식에서.. 또 그걸 조소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왕따당한 걸 복수한다는 의미에서 탁월한 두뇌로 세계정복의 야욕을 꿈꾸는데, 결국 후반에 자기 스스로 사고로.. 절벽에서 죽게 되는.. 주인공 훈이는 그걸 말리려고 했지만, 그렇게 사고로 떨어져 죽는.. 이런 것들이 많은 팬들의 심금을 아직도 울리는..

박인규 : 선과 악의 단순대립 보다는 뭔가 악인이라도 인간적 측면을 많이 부각시키는

김청기 : 그렇죠. 사람마다 약점들이 다 있잖아요. 용서받고 싶은... 그런 걸 드러냈다고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스스로 제작자가 돼서 만드셨는데, 개봉하던 첫날 굉장히 긴장하셨을 것 같아요. 개봉 첫날 어땠습니까?

김청기 : 그 전날 밤은 잠을 못 자죠. 긴장되고 첫 작품이고, 많은 돈을 투자했고, 투자를 받은 게 아니라 이웃이나 집사람의 친정, 남의 사채 써서 만든 작품이라 참 긴장했어요. 개봉하는 날 아침에 딱 나가보니까 이미 줄들이 대한극장 뒤 코리아 하우스 쪽까지 뻗쳐있고, 지금 삼성병원 있는 거기까지 가있고. 육교까지 인산인해, 발 디딜 틈 없이. 아침부터.. 그래서 이젠 됐다라는... 지구 땅덩이가 주먹 만하게 생각이 들고..

박인규 : 굉장히 기분 좋으셨겠네요.

김청기 : 기분 좋고.. 그때 순간적으로, 사람이 이래선 참 망가지겠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고만장하면 사람이 어떻게 됩니까.. (웃음)

박인규 : 하늘로 붕붕 뜨는.. 첫날 보고 나온 어린이나 관객들과도 말씀 나눠보셨습니까?

김청기 : 들어가서 같이 관람하고, 어린아이들이 노래를 어떻게 그렇게 잘 외우는지.. 바로 같이 부르면서 박수 치면서.... 반응은 참 지금도 아주 생생해요. 너무나 좋아하더라구요.

박인규 : 한국의 어린이들한테 토종의 꿈이랄까.. 만화영화를 심어주신 셈인데, 그 당시 21일 상영을 했는데 28만 관객. 70년대 중반에 그 정도면 요즘으로 치면 거의 몇백만 되는 거 아닙니까?

김청기 : 그렇죠. 지금으로 치면 500만 이상의 관객동원 숫자가 나올 겁니다. 21일간인데 대한극장 한 군데서 다 수용을 못해서, 지금 서울극장.. 그쪽에 일주일을 다시 양쪽에서..

박인규 : 굉장했군요. 요즘 500만이면 속된 말로 돈방석에 앉을 수도 있는 건데, 실제로 김감독님은 그렇게 관객을 모으고도 오히려 빚을 지셨다구요?

김청기 : 그때 제작여건이라는 게 시나리오 나오면 지방판권 업자들한테 미리 선매를 해서 그 돈으로 제작을 하는데, 그때 일반영화도 마찬가지였고. 애니메이션은 그 당시만 해도 이건 안 된다고 해서 제값을 못 받았어요. 이를테면, 한 2000은 거둬들여야 됐는데 한 1000도 안 됐을 거예요.

박인규 : 나중에 관객이 얼마나 드는 것과는 관계없이 미리 돈을 계산하는 거군요..

김청기 : 미리 계산해서.. 그런데 작가 입장에서는 하다보면 자꾸 욕심이 생기잖아요. 12장 그릴 거 24장 그려야 되고.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자면. 동작의 유연성 이런 것들 때문에. 이를테면 12000장으로 끝내야 할 것을 한 3배 정도 그려서 매수가 많았던 거죠. 예상된 제작비의 비례로 한 3배 정도 더 들었다..

박인규 : 어떻게 보면 그 해의 최대 히트를 하시고도 빚을 떠안았다. 상당히 기막혔을 것 같습니다.

김청기 : 이해가 안 갈 부분이겠죠. 그 때 제가 가졌던 집이 1800만원 짜리였는데 그게 없어지더라구요. 지방 흥행사.. 판권을 사간 곳들이 돈을 많이 벌고, 극장 좋은 일을 한 거죠 이를테면.

박인규 : 극장이나 지방 흥행사 보다도 우선 어린이들에게 좋은 일을 하셨고... 그 뒤로도 상당히 많은 시리즈를 만드셨는데 계속 빚을 지신 겁니까?

김청기 : 많이 나아졌죠. 이름도 알려졌고, 판권료도 올라가고

박인규 :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76년도에 나온 첫 번째 태권브이가 우리나라 애니메이션 역사로 쓴다면 어떤 위치, 의미라고 생각하십니까?

김청기 : 그때만 해도 만화영화라는 게 흥행이 안 된다는 게 지배적이었고, 그런데 로봇태권V가 나옴으로써 이게 흥행이 가능하다..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들이 보편화되기 시작하는.. 그런 게 우리나라 애니메이션계의 하나의 기폭제가 됐어요. 된다 하니까 저 뿐만 아니라 많은 애니메이터들이 규합하고 투자가 되고. 그래서 1년에 두세 편씩 꼭 나오는...

박인규 : 말하자면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가능성을 최초로 입증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 문제는 필름원본이 지금 없다면서요?

김청기 : 그대 1,2,3편까지 미국으로 수춭을 했는데 그때 제작비에 필름이 갖는..

박인규 : 필름 복사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거죠? 그래서 원본을 보낸 겁니까?

김청기 : 예. 그걸 다시 들여오려니까, 원판을 들여온다는 건 이를테면 외화쿼터로 걸리는 거예요. 외화로 규정이 돼서 수입을 하는..

박인규 : 참 기막힌 시절이었군요. 그렇지만 최근에 복원작업을 해서 거의 비슷하게 됐다는 얘길 들었습니다.

김청기 : 예. 영화진흥위원회에서 큰 돈 들였습니다. 애도 많이 쓰고.. 한 10억 들여서, 다 망가진 쪽을 다시 컬러복원하고 사운드트랙도 살려보고 재녹음도 하고. 한 2년여 굉장히 고생을 했어요.

박인규 : 영화진흥위원회에서 10억을 들여서 복원할 정도면 역사적 의미를 굉장히 인정한 거라고 볼 수 있겠네요..

김청기 :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자부심도 들고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됐든 국가 돈 10억을 들여서.. 그 당시에는 만화영화 이게 전부 공공의 적이었는데, 공부만 우선했던 시대에... 이 시대에 국가돈으로 그걸 복원했다는 게 참 문화적인 면에서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인규 : 원본필름은 사라졌지만 국가기관에서 10억을 내서 복원했다는 건 애니메이션사에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인정된 것이기 때문에 본인으로서도 상당히 감회가 새로우실 것 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만화영화 '로봇 태권 V' 탄생 30주년을 맞아 김청기 감독과 말씀 나누고 있습니다.

박인규 : 로봇태권V 주제가를 들으셨는데, 오랜만에 들어보시니까 감회가 어떠십니까?

김청기 : 뭐 늘 들어도 참 흥겹고 기분 좋습니다.

박인규 : 혹시 가사도 직접 쓰신 거 아닙니까?

김청기 : 아니요, 그때 최창곤씨와 같이 연구를 했죠. MC박인규 사실 김감독님이 90년대에는 활동이 뜸하셨어요. 그래서 은퇴하신 게 아닌가 하는 말도 있었는데, 다시 활동을 시작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다시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습니까?

김청기 : IMF 이후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거기에 따른 투자도 아울러 많이 이뤄지고. 또 만화영화를 수용할 수 있는 매체도 많이 생겼지 않습니까? 이런 환경이,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이 일어났어요. 그리고 네티즌들, 세계 팬클럽이 생기고 마니아층이 생겨나서 로봇태권V에 대한 인식을 자꾸 고양시키고 국민적 캐릭터 이런 얘기도 나오고 하니까. 정말 로봇태권V를 다시 부활시켜야 되겠다는... 팬들 사이에서도 다시 부활시키라는 요구가 많았었죠. 이런 데서 용기를 갖게 되고, 정말 이제 뭔가 몸을 낮춰서 좋은 작품 좀 만들어야겠다..

박인규 : 서라벌예대에서 회화과를 졸업하셨는데, 만화, 애니메이션을 해야겠다고 하시게 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셨습니까?

김청기 : 단행본 작가생활을 한 6년 하다가... 좀 전에 말씀드렸지만 피터팬, 백설공주, 걸리버 여행기 같은 만화영화를 접해보고, 답답한 단행본이 아니라 사운드트랙이 들어가고 음악, 효과, 대사, 움직임이 있는 애니메이션을 해야 되겠다. 이를테면 살아있지 않습니까? 그때 그걸 보고... 정말 이제 내가 가야할 길이 이 길이 아닌가 해서, 꿈을 이룬 거죠.

박인규 : 어쨌든 7,80년대에는 만화영화로 국내 영화계를 풍미하신 경험이 있으신데, 다시 활동을 시작하시면서 지금 새로 준비하시는 작품이 있습니까?

김청기 : 물론 로봇태권V 부활프로젝트. 컴퓨터시대에 오고 3D시대, 다시 말해 입체적인 그림이 구현되지 않습니까? 로봇태권V는, 정말 로봇이라는 걸 3D로 가면 참 효과적일 것 같다. 그런 걸로 봐서 정말 하고 싶은..

박인규 : 말하자면 디지털시대의 태권브이를 새로 만드시는 거군요.

김청기 : 아날로그시대에서 디지털시대로 와가지고,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돼있잖아요 지금..

박인규 : 훨씬 멋있고 자연스러운 영상을 만들 수 있으니까.. 혹시 언제까지 제작을 완료하신다거나, 계획 같은 게 있습니까?

김청기 : 글로벌마케팅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조금 시간은 걸릴 겁니다. 기획은 이미 끝났고 스토리, 시나리오 수집을 하고. 캐릭터는 거의 그 상태에서 좀 더 업그레이드 하는 쪽으로..

박인규 : 내년 여름방학쯤이면 볼 수 있나요?

김청기 : 한 2년 착실히 걸릴 겁니다.

박인규 : 아주 작심을 하시고 만드시는 것 같습니다. 굉개토대왕이라는 작품도 기획하신다구요?
▲ 김청기 감독(로봇 태권V). ⓒkbs 1라디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김청기 : 네. 그건 2000년도 스타프로젝트에 선정된 작품인데, 지원도 받고. 그런데 미국하고 합작..MOU까지는 다 됐는데, 세계의 배급권을 갖고 있는 회사들과 얘기중입니다.

박인규 : 기대가 되구요. 중간에 약간 공백기가 있었지만 76년부터 따지면 30년 동안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을 끌어 오셨다고 말할 수 있을 텐데요, 76년 당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의 수준이나 상황을 지금과 비교해 보면 많이 달라졌죠?

김청기 : 참 하고 싶다는 의욕이 생기는 것도, 이제는 어떤 내용과 아이디어라도 표현이 가능하고 구현이 된다는 데에 용기가 생겼어요. 그때는 제작비도 그렇고 기술도 미천하고, 아이디어는 있는데 그걸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 답답한 시절이었는데 이제는 뭐든지 좋은 이야기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영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시대니까. 그래서 광개토대왕도 그런 의미에서 의욕을 갖게 됐어요. 큰 전투씬 같은 걸 일일이 사람 손으로 하는 건 참 힘들어요. 그런걸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다면 어떠한 큰 장면도 그려낼 수 있겠다는.. 그래서 의욕이 생깁니다.

박인규 : 흔히들 일본을 애니메이션의 대국이라고 얘기하고, 미야자키하야오 같은 감독은 세계적인 명성까지 얻고. 우리가 생각하기에 한국사람도 일본사람에 비해서 재능이 모자란다고 생각지는 않거든요. 그런데 그런 세계적인 감독, 작품이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거기까지 가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한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청기 : 물론 조건은 많이 좋아졌지만.. 제작비도 아직 일본에 비해서 극장용 한 편 만드는 걸 기준으로 하면 제작비가 10분의 1정도 밖에 안돼요. 산업이라는 게 다 투자의 크기만큼 좋아지듯이 영화도 사실 마찬가지에요. 애니메이션은 특히 많은 시간과 많은 사람의 손끝을 요하니까 그런 투자를 병행하지 않으면 안 되고. 가장 결정적인 건 역시 오리지널, 창조력으로 봐서는 일본한테 조금 떨어지지 않느냐. 연출이나 캐릭터 디자인이라든가.. 또 기획력, 스토리 발굴이 그네들 보다 좀 뒤떨어진 감이 있습니다.

박인규 : 기술적으로 그리고 이런 부분은 손색없지만 스토리텔링이나 기획력에서는 우리가 아직 좀 더 공부를 해야 되겠다.

김청기 : 손끝에서 이뤄지는 건 세계적인 수준에 와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박인규 : 오늘이 김감독님이 제작 감독한 로봇태권브이의 만 30세 되는 생일입니다. 혹시 생일잔치 같은 게 준비돼 있습니까?

김청기 : 오늘 저녁 7시쯤 예술의 전당에서 상영도 하고 이벤트도 가집니다.

박인규 : 상영이라는 건 처음에 만들었던 작품이 복원된 것으로.. 축하드리구요, 아마 우리나라 3,40대 중에 김청기 감독님을 좋아하고 로봇태권V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을 것 같은데, 팬들에게 앞으로의 계획 같은 걸 말씀해 주시죠.

김청기 : 지금까지 30년이 흐르도록 잊지 않고 사랑해 주시는, 그 당시 어린이들이 지금 학부모가 되고 그 학부모들이 또 자녀들을 데리고 와서 봐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야 되겠는데, 정말 한 세기가 흘러도 지구상 어디선가 돌아가는 월트디즈니 영화처럼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게 꿈이고. 그렇게 해야 되겠죠.

박인규 : 아마 오늘 30주년 기념 영화상영회에도 당시에 봤던 어린이들이 이제는 자식들을 데리고 갈지도 모르겠네요.

김청기 : 예. 많이들 올거예요. 지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 번 했는데 그때 어린아이들 데리고 많이들 왔는데 아주 좋아하는 걸 봤습니다.

박인규 : 앞으로도 몇 십 년을 두고 계속 상영할 수 있는 좋은 애니메이션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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