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전, 서울역 인근에 여성 노숙자를 위한 '일, 문화 카페'가 마련됐습니다. 이곳은 노숙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노숙인 생활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여성노숙인들... 숫자가 남성 노숙인보다 훨씬 적기 때문에 그동안 사회적 관심이나 정부의 지원도 적었는데요,
올해 초 여성 노숙인이 길거리에서 아이를 낳아 숨지게 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사회에 충격을 안겨주었고 정부지원의 문도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노숙인들은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데요
오늘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여성노숙인 쉼터인 열린여성센터 김진미 소장을 초대했습니다.
우리사회에 여성노숙인은 얼마나 되고, 이들은 얼마나 많은 위험 속에 살고 있는지.. 여성노숙인들의 실상을 파헤쳐보고, 여성노숙자들의 보호대책에 대해 얘기 나눠봅니다.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열린여성센터 김진미 소장입니다. 김진미 소장은 노동상담소에서 상담사로 일하면서 노동자들의 고민을 함께 나눠오던 중 IMF 위기를 계기로 악화되고 있는 노숙자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직장동료와 함께 노숙인 돌보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비참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노숙자들을 만나면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취득했습니다. 올해 3월부터는 여성노숙인들의 소중한 쉼터인 열린여성센터 소장으로 일하면서 아직도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여성노숙자의 실태를 알리기 위해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노숙인 문제가 사회문제가 된 지는 상당히 오래됐지만 여성노숙자가 있다는 걸 모르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아요. 우선 열린여성센터라는 게 언제 생기고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소개해 주시죠.
김진미 : 저희 쉼터는 2004년에 용산구 서계동에 개소했습니다. 단신으로 노숙하는, 또 아동을 동반한 엄마들이 생활하는 쉼터구요, 현재 한 30명 정도 생활하고 있고 특성이라면 주로 정신질환이니 정신지체 같은 정신장애 여성들이 많다는 겁니다.
박인규 : 아동을 동반한 엄마들도 있고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들도 있다는 걸로 봐서는, 거기까지 이르게 된 배경이 남성노숙인들과는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김진미 : 아무래도 빈곤문제가 생겨서, 겹쳐서 노숙에 이르는 건 공통적이지만 실직문제가 큰 남성들에 비해서 여성들은 정신질환이나 오래된 가정폭력으로 무기력해졌거나, 이런 이유로 노숙에 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인규 : 열린여성센터 같은 경우는 여성노숙인들이 스스로 오시는 겁니까? 아니면 센터쪽에서 택해서 보호하시는 겁니까?
김진미 : 거리상담을 통해서 저희가 쉼터로 가자고 설득해서 모셔오는 분들도 있고, 대부분은 현장에 있는 노숙인 상담소나 여성응급전화 1366. 혹은 지역사회의 경찰을 통해서 오신 분들도 있구요.
박인규 : 대체로 쉼터를 선뜻 따라오십니까? 아니면 꺼려하시나요?
김진미 : 처음엔 굉장히 낯설어 하죠. 특히 거리노숙 하시는 분들은 사람에 대한 불신이나 시설에 대한 부정적 경험이 있는 분들이 많아서. 과거 7,80년대의 경험도 있고 그래서..
박인규 : 여성노숙인들이 대략 전체적으로 얼마나 되는 것으로 추산하고 계세요?
김진미 : 정부 공식통계로 보면 노숙인 쉼터생활 하시는 분들과 주요노숙지역에서 집계된 노숙인을 합해서 숫자로 발표하고 있구요. 전국 전체 노숙인은 한 4500명 정도. 그 중에 여성은 315명 정도로. 노숙인들은 서울에 많이 집중돼 있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정보와 서비스가 많다 보니까. 그래서 서울의 전체 노숙인이 한 3000명 좀 넘구요, 여성이 300명 내외입니다. 그 중에서 우리 눈에 띄는 노숙인들은 전국에 한 1000명. 서울에 한 700명 정도. 여성은 상대적으로 굉장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박인규 : 노숙인과 거리노숙인이란 말씀을 하셨는데, 거리가 아닌 다른 곳에도 노숙인이 있나보죠?
김진미 : 눈에 띄는 건 주로 숙박장소를 중심으로, 거리에서 자니까 노숙인이라고 얘기하는데, 자기 개인적 주거지가 없고 갈 가정이 없는 분들을 포괄해서 외국에서는 '홈리스'라고 하고 우리는 노숙인이라는 이름으로 통괄되고 있죠. 사실은 범위가 좀 더 넓어져야 된다고 얘기가 되고 있습니다.
박인규 : 말하자면 자기의 고정된 주거자가 없는 사람들은 다 노숙인으로... 찜질방을 전전하면서 잔다든가 이런 분들도 다 노숙인이다?
김진미 : 예. 실제로 노숙인 보호시설 운영규칙의 노숙인 정의도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이라고 돼있거든요.
박인규 : 사실 저도 서울역 같은 곳에서 노숙자들을 많이 보지만 여자 노숙자들은 본 적이 없거든요. 여성분들은 대개 어디서 어떻게 생활하시는 겁니까?
김진미 : 상담을 해보면 공원에서 숨어있었다는 분들이 많구요. 극히 소수를 제외하면 남성분들이 많은 곳에 있는 걸 두려워하고 무서워합니다. 숨어서 노숙하시는 분들이 많고, 거리는 아니지만 굉장히 불안정한 주거지. 예를 들면 교회의 철야에배장소에서 날을 샌다든지, 병원로비에서 생활했다든지..
박인규 : 아무래도 노숙인들 자체가 사회적 약자라지만 여성은 그 중에서도 사회적 약자라서 여러 가지로 피해가 많을 것 같아요.
김진미 : 일단 거리에 있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일반인들은 그 분들이 범죄를 많이 일으킬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노숙인들이 시민들한테 폭언을 당하는 경우도 많이 있거든요 상담을 하다 보면.. 그 중에서도 여성분들은 거리생활이 워낙 삭막하고 피폐하다 보니까.. 밤에는 남성분들이 술마시고 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구요. 그런 과정에서 그 공간을 함께 공유해야 되는 여성 입장에서는 너무 두려운 거죠. 실제로 위협을 당하기도 하구요. 술을 함께 마시자고 요청했다가 싫다고 해서 맞았다는 사례도 있고. 특히 여성 같은 경우는 성추행이나 성폭력 위험이 늘상 존재하기 때문에.. 제가 상담해 보면, 무섭고 어디 나가서 얘기하기 힘들어서 잘 얘길 안하는데, 쉼터에 들어와서 상담하다 보면 나중에야 그런 얘길 합니다. 사실 거리에서 노숙하게 되면 한 곳에서 계속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해요. 계속 추근대고 하니까 잠자리를 계속 이동해야 된다고 하거든요. 그만큼 일상적이죠.
박인규 : 그런 걸 막을 방안은 없나요?
김진미 : 일단은 거리에서 노숙하는 것에 대한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할 것 같구요. 강제로 어떻게 할 순 없지만 사실 원해서 거리노숙을 하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거든요. 그런데 뭔가 그 분들의 욕구에 맞는 곳에 없는 거거든요. 특히 약자라고 할 수 있는 아동을 동반한 가족이나 여성 같은 경우 지속적인 현장상담을 통해서 보호시설로 연계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할 것 같구요.
박인규 : 아동을 동반한 여성노숙인들이 많이 있습니까?
김진미 : 아동을 동반한 상태로 거리에서 노숙하는 사례는 그리 흔한 사례는 아니구요, 시설로 직접 보호요청을 하러 오시는 분들은 많죠.
박인규 : 열린여성센터에도 그런 경우에 해당하는 분들이 있나요?
김진미 : 단신여성도 모자가족도 올 수 있는데 모자가족은 현재 세 가족이 있구요.
박인규 : 모자가족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기초적인 사항은 보호해 줘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그런 데에 대한 정부의 방침 같은 게 있나요?
김진미 : 사실 위기상황에서 노숙인쉼터로 연계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보호조치는 없구요. 노숙인쉼터의 보호형태가 일단 먹이고 재우는 거라서, 사실 지역사회에서 당장 갈 곳이 없는 경우에, 혹은 거리노숙을 하는 경우에 우연히 거리상담을 나갔다가 확인되거나 경찰에 발견되면 모를까, 즉각적으로 발견되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박인규 : 노숙인쉼터라고 하더라도 모자가족 같은 경우에 장기간 보호하기는 어려운 거 아닌가요?
김진미 : 전문 가족노숙인쉼터가 있구요, 그런 곳은 6개월 이상 보호하기도 하는데 응급시설로 인계됐을 경우에는 계속 있을 순 업죠. 사실 모자가족 같은 경우에는 모자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쉼터로 빨리 보내드리려고 하구요, 보다 장기적으로 있을 수 있는 데가 모자원 같은 곳이거든요. 그런데 모자원은 평균 1년 이상은 대기를 해야 하고, 1순위가 최저생계비에 미달되는 가족.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의한 수급권자 가족이나 보호자 가정으로 지정된 가족이어야 들어갈 수 있어요. 그래서 이혼이 안 된 상태에서 나왔다면 모부자가정으로 지정이 안 되거든요.
박인규 : 서류상으로 증명이 디는 사람들만..
김진미 : 그냥 가정폭력 때문에 일단 피해서 나온 경우에는 서류상 남편이 있는 것으로 돼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안정적인 모자원에 입소할 수 있는 자격조건에 미달되죠.
박인규 : 대체로 동반하는 아동들이 나이가 어느 정도 되나요?
김진미 : 아주 영아부터 청소년까지 굉장히 다양하구요, 저희 시설의 경험만으로 보면 제일 어렸던 친구들은 4개월짜리. 그리고 좀 큰 경우는 중학생까지 오는 경우가 있구요, 모자가족 쉼터가 저희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다른 시설도 보면 청소년 정도 된 친구들을 함께 데리고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인규 : 열린여성센터 같은 경우에 세 가족이 있으시다고 했는데 어떻게 거기까지 오시게 됐나요?
김진미 : 처음에는 가정폭력을 피해서 가정폭력쉼터로 가게 됐는데 그곳의 난점은 기간이 굉장히 제한돼 있다는 겁니다. 최대 6개월 정도까지 생활할 수 있거든요. 가정폭력쉼터의 목적이 일단 가정폭력의 피해를 최소화 하고 치유하는 데에 초점이 있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에 자립대책이 없는 분들은.. 갈 주거지나 없거나 생활능력이 없는 분들은 노숙인쉼터로 오는 경우가 있구요. 그 다음 가정폭력피해 때문에 나오긴 했는데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가정폭력쉼터가 보호를 굉장히 힘들어 하세요. 의료적인 연계 같은 게 갖춰져 있지 않다. 또 다른 분들한테 정서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이 있을 수 있어서 함께 보호하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분들은 갈 데가 없어서 우왕좌왕하다가 노숙인쉼터 쪽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구요. 그리고 꼭 남편이나 아버지의 폭력이 아니어도 불우한, 혹은 빈곤가정에서 어렵게 살다가 여기까지 오는 경우도 있고.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에 가족들이 장기간 보호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사회적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병원비를 대면서 계속 보호하는 게 사실 굉장히 힘든 일이거든요. 그러다 보면 가족연계가 끊겨서 오시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박인규 : 참 여성노숙인들의 경우도 여러 가지고 생각보다 심각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 오늘은 여성노숙인들의 쉼터인 열린여성센터 김진미 소장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여성노숙인들을 방지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방안이 있는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우선 김진미 소장께서는 어떻게 하다가 여성노숙인들 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게 되셨는지 궁금하네요.
김진미 : 제가 노숙인들을 지원하는 일을 하게 된 건 꽤 오래됐구요. 99년도에 노숙인들이 갑자기 급증하면서 문제가 될 때 관심을 갖고 시작을 했는데 일을 하다보니 사실은 여성문제가 상대적으로 훨씬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수적으로 적다는 이유 때문에 정말로 관심이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노숙인 시설면에서만 봐도, 여성분들은 갈 곳이 없어서 저도 그 전에 거리에서 상담도 하고 여성노숙인을 지원하는 일을 하다 보면 보낼 곳이 없어서 굉장히 애로사항이 많았거든요. 그래서 여성시설이 많이 확충되고 지원을 많이 끌어들일 수 있는 일들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구요. 또 제가 같은 여성이다 보니까 공감되는 면도 있고.
박인규 : 여성노숙인들이 쉴 수 있는 쉼터가 남성노숙인데 비해서 상대적으로 적은가요?
김진미 : 많이 부족하죠. 전국적으로 보면 남성들이 갈 수 있는 쉼터가 100개가 넘거든요. 여성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모자가족이 갈 수 있는 데를 포함해서 10곳 정도구요. 서울은 남성시설에 54개, 여성이 단신은 3곳, 모자가족이 갈 수 있는 데가 3곳.
박인규 : 최근에 여성가족부에서 노숙여성들을 위해서 마련한 공간도 있다고 하던데요?
김진미 : 예. 제가 일하고 있는 쉼터 운영법인인데요, 사단법인 노숙인복지회에서 위탁을 받아서 낮 프로그램을 하는 공간입니다. 주간센터고 노숙여성의 거리탈출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는 곳이구요. '일, 문화카페'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그게 서울역 있는 데에 생겼다는..
김진미 : 서울역에서 도보로 한 5분 거리..
박인규 : 낮 프로그램이라고 하시니까.. 쉼터라는 곳도 하루 종일 있는 곳이 아닌가 보죠?
김진미 : 쉼터는 저희같이 보호에 목적을 둔 곳이 아니면 낮 시간에는 일을 하기 위해서 비우도록 돼있습니다. 대부분이..
박인규 : 잠자는 곳만 제공하고, 낮에는 나가서 일을 해라.. '일, 문화카페'는 말하자면 기술 같은 것을 배우는 곳인가요?
김진미 : 두 공간으로 나눠져 있는데 성교육도 받고 건전한 문화활동도 할 수 있는... 성교육은 임신이나 피임에 대한 건강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 제공되고 있구요. 2층에는 작업공간이 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일을 배울 수 있구요. 지금은 판매를 목표로 인형만들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기타 날에는 간단한 부업 같은 걸 하고 있습니다.
박인규 : 처음에도 남성과 여성이 노숙인으로 이르기까지의 과정에서 차이가 크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많은 시민들은, 언제까지 노숙자들을 보호하기만 하고 재워만 줄거냐.. 말하자면 자활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식의 생각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그렇게 혼자 나가서 자기생활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해주는 프로그램이 좀 되고 있나요?
김진미 : 사실 시민들이 굉장히 의구심을 갖고 불만스러워하는 것에 비해서 자립을 위한 정부나 민간의 지원이 많지 않습니다. 실은 노숙인이 되기까지는 굉장히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분들이구요. 그 정도로 일반직장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능력이 많이 부족하신 분들이거든요. 일찍 집에서 나와서 정규교육의 기회도 잘 갖지 못했구요, 학력이나 기술이 없으세요. 경험도 경력도 없고. 이런 분들이 사회로 나가기 위해서는 굉장히 지원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일정기간 보호된 일자리를 제공해서 기능을 익힐 기회를 준다든지, 직업기술을 익힐 수 있는 교육기회를 많이 제공한다든지, 이런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의 지원형태는 먹이고 재우는 데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경우가 많구요. 저희가 민간의 여러 후원 등을 동원해서 직업교육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희 시설에 와서 간병인 교육을 받고 간병인으로 취직해서 지금 잘 살고 계신 분도 있고. 또 정신질환이 있었는데 정신과상담치료를 받고 많이 회복돼서 지금은 봉제공장에 취업해서 잘 생활하고 계신 분들도 있고.
박인규 : 그렇지만 김진미 소장이 보시기에는, 우선은 노숙인들을 제대로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분들이 자활하고 재립하기 위해서는 사회나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한데 그게 부족하다.
김진미 : 단박에 일자리를 얻기가 쉽지도 않을뿐더러 그럴 정도의 자원이나 능력이 되는 분들이 많지 않으세요. 중간다리로 기능을 향상시키고 치료할 분이 있으면 치료하거나, 자신감을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거든요. 시간과 예산, 애정이나 관심도 필요한 거거든요.
박인규 : 좀 더 구체적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어떤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김진미 : 일단 사회적으로는 이 분들이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 노숙을 했다. 혹은 개인적인 게으름 때문에 노숙을 했을 거라는 편견을 좀 완화해 주시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똑같은 사람이고 사실 어려우면 누구나 노숙을 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특히 이 분들은 노숙하기 전까지 굉장히 빈곤한 가정에서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살아왔던 분들이 많다는 것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구요. 제도적으로는 노숙인들이 여성을 포함해서 자립할 수 있는 지원법도 제정돼야 될 것 같구요. 자립지원법에는 노숙인들이 노숙을 하게 됐을 때 이 상황을 빨리 모면할 수 있는 응급보호가 명시돼야 될 것 같고, 응급보호를 위해서는 보호시설이 많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여성노숙인 같은 경우 지금 보호시설이 부족해서 갈 곳이 없거든요. 보호시설을 확충하는 문제부터, 그리고 노숙에 이르기까지는 집도, 도와줄 가족도, 자원도 없는 거거든요. 자립에 이르려면 취직자리도 필요하고 잠잘 곳.. 영구적인 주거가 필요한데, 주거를 지원하는 보다 더 폭넓은 지원까지,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할 것 같구요. 그걸 위한 별도의 지원법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인규 : 우선 노숙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별적이어선 안 되겠다. 체계적인 구호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여성노숙인들에게는 특히 쉼터가 필요하다. 어떻습니까? 열린여성센터는 재정적으로 어렵지는 않습니까?
김진미 : 실은 많이 어렵구요, 저희는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정신질환이 있는 분들이 많다보니까 이분들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많이 필요하거든요. 지금 정부의 지원형태는 최소한 먹고 자는 정도기 때문에 재활이나 회복을 위한 프로그램비는 온전히 기관의 책임으로..
박인규 : 지지난주인가요? 무슨 행사도 하셨다구요..
김진미 : 저희가 여성노숙인의 안정적인 프로그램과, 그걸 진행할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 기금확보를 위한 후원음악회를 쭉 운영하고 있구요. 사실 주체는 저희지만 도와주는 분들이 계서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관에 오셨다가 어려운 사정을 알고 도와주겠다고 하신 분들이 '희망의 메아리'라는 팀을 꾸려서 정기적으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음악회를 꾸려 주고 계세요.
박인규 : 당장 급한 구호까지는 정부에서 해주는 것 같고, 보다 장기적인 부분은 그쪽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알아서 하는 수준인 것 같아요..
김진미 : 그리고 정부가 재우는 시설, 기초시설이라는 곳들이 굉장히 많이 열악합니다. 환경개선이 많이 필요한데 이것 역시도 실은 지금은 기관의 책임으로 넘겨져 있는 상황이거든요.
박인규 : 아까 통계를 보니까 4500명. 물론 이보다 많겠지만, 우리사회의 경제나 능력이 이 분들을 제대로 보호할 정도도 못 되나.. 그런 느낌도 드는데요, 마지막으로, 여성노숙인들이 없는 사회를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말씀해 주시죠.
김진미 : 정부가 무엇을 해야 되느냐고 한 가지만 대답해야 한다면 저희는 응급보호시설이 좀 더 많이 생겨야 된다고 생각하구요. 그리고 전문재활쉼터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드리고 싶구요. 사실 노숙인 문제가 정부지원만으로 다 될거라는 생각은 옳지 않구요. 굉장히 사회적인 애정이나 관심이 필요한 문제입니다. 저희를 지금 후원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십시일반 도움들이 모여서 이분들이 장기적인 자립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 같구요. 이 분들이 게을러서 아프게 된 게 아니라 사실 아파서 이렇게 된 거거든요. 그런 데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박인규 : 우리가 정말 인간적인 사회를 지향한다면, 이런 사회적 낙오자라고 할 수 있는 분들도 보듬어 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많은 노력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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