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18일(현지시간)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는 이란 핵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이란의 술책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올메르트 총리는 헤즈볼라가 레바논을 국경을 넘어 자국 병사 2명을 납치하고 8명을 살해한 것은 이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란이 헤즈볼라의 후원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총리가 이번 사태의 배후조종자로 이란을 공개적으로 지명함으로써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특히 지난 5월까지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을 고려하고 있었던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미국 <뉴요커>의 지난 4월 보도에 따르면 부시행정부는 당시까지 이란 핵시설에 대해 전술핵무기를 포함한 공습을 계획하고 있었으나 지난 5월말 이란과의 직접대화로 정책방향을 바꿨으며 현재 협상안을 이란측에 제시해 놓은 상태이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이번 사태의 배후에 시리아가 있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부시 대통령은 "시리아는 레바논에 오랜 기간 주둔한 군대를 철수시킨 뒤 1년이 넘은 시점에서 레바논에 대한 영향력을 되찾으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레바논 정부가 이번 위기에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레바논을 시리아의 영향력에서부터 벗어나게 하는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당초 하마스ㆍ헤즈볼라 대 이스라엘간의 군사갈등으로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과 시리아를 배후세력으로 지목함에 따라 앞으로 이번 사태가 중동전역으로 확대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아가 미국의 군사개입 여부도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일부 관측통들은 이라크 점령이 수렁으로 빠져들어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영향력을 잃기 시작한 미국의 네오콘들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다시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면서 이들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번 사태를 의도적으로 확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한편 1주일 넘게 레바논을 공습하고 있는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지상군 투입까지 경고하고 나섰다.
18일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위 군 관계자는 "이스라엘은 대규모 지상군을 레바논에 배치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지형에 훨씬 익숙할 뿐 아니라 18년간 레바논 남부를 점령했다가 헤즈볼라의 반격에 밀려 지난 2000년 철수한 기억 때문에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꺼려왔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또다시 수렁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이번 작전이 몇개월씩이나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작전의 분명한 목표를 완수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우리의 공격은 몇주간 더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아비 디히터 내무장관도 "우리의 병사들을 구출하기 위해 레바논측과 포로 교환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군사작전이 끝난 뒤에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AP 통신은 "이스라엘 당국의 이같은 입장으로 지금까지 260명 이상의 사망자를 내고, 50만명이 대피하는 사태를 초래한 전투를 즉각 중지시키려는 국제적인 노력에 의문을 드리우고 있다"고 전했다.
이 통신은 "이스라엘은 이번 전투가 길어질 것을 시사하고, 부시 대통령이 이스라엘이 휴전에 응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분명하다"면서 "2주째에 접어드는 이번 사태가 조기에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가 희박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레바논에 거주하고 있던 미국과 유럽인 수백명이 이미 선박을 이용해 철수했고, 다른 외국인들도 철수 준비에 들어갔다. 많은 미국인들은 미국 정부가 너무 늦게 조치를 취했다는 불만을 제했으며, 철수 비용을 지불하라는 요구에 분통을 떠뜨리기도 했다.
푸아드 사니오라 레바논 총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지옥과 광기의 문'을 열었다"고 비난햇다. 그는 또 시리아와 이란의 지원을 받고 있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납치한 2명의 이스라엘 병사를 풀어줄 것을 촉구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대응은 균형을 상실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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