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공습을 피해 시리아로 피난한 레바논 주민들은 하나같이 "이스라엘의 폭격이 헤즈볼라만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고 증언했다. 헤즈볼라와는 관련이 없는 일반 주거지나 사회 기반시설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휴가차 머물렀던 레바논 휴양지에서 폭격을 목격한 한 덴마크 소녀는 "누군가 이 광기를 멈춰 세워야만 한다"고 했다. 소녀는 "한 나라가 이런 식으로 폭격을 당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으며, 또한 어떻게 아무도 이 일을 멈추려 들지 않을 수 있냐"며 전쟁을 멈추기 위한 국제 사회의 '간섭'을 요구했다.
공습 현장에서 막 빠져나온 레바논 북부 국경지대 피난민들의 목소리를 레바논계 미국인이자 독립 언론인인 다르 자마일(Dahr Jamail)이 전했다. 원문은 http://www.ipsnews.net/news.asp?idnews=33978에서 볼 수 있다.
이스라엘, 팔레스타인·헤즈볼라와 '2개의 전선'
폭격을 피해 국경을 떠나던 레바논 사람들은 이스라엘의 공격목표가 헤즈볼라의 거점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일반 시민들의 주거공간이나 주요 기반시설까지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17일 현재까지 이스라엘의 폭격에 죽은 레바논 시민들은 100명이 넘는다.
레바논에서 시리아로 넘어가는 국경 지대 몇 곳으로는 피난민들이 밀어닥치고 있다. 레바논의 동과 남, 그리고 북쪽은 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곳으로 밀려온 피난민들은 여행객을 포함한 레바논 사람들이다.
베이루트에서 휴가를 보내다 국경으로 밀려온 한 미국인 교사는 "모든 것이 폭격당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것은 테러이고 우리는 문자 그대로 테러를 당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사회 과목을 가르쳤던 압둘 라흐만(25) 씨는 피난을 떠나기 직전까지 베이루트 시내에서, 그것도 유엔 지부 인근에서 가족과 함께 살았다. 그는 "우리는 이스라엘이 모든 것을 쳐부수기 전까지는 폭격을 그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사흘 동안 단 한 순간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이스라엘이 헤즈볼라를 치기 원했다면 헤즈볼라만 공격하고 일반 시민들은 그냥 뒀어야 한다"며 "그러나 그들이 공격한 것은 죄다 일반 시민이었다"고 말했다.
그의 어머니는 피난길에 두고 와야 했던 96세 아버지 안부 걱정에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녀는 "그이는 너무 쇠약해서 함께 움직일 수 없었다"며 "이스라엘이 무고한 사람들에게 분풀이 하는 동안 우리가 그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걱정뿐"이라고 말했다.
16일에는 이스라엘 군대가 팔레스타인의 가자 지구에 재진입하기도 했다. 현지 통신에 의하면 이날 아침 베이트 하눈으로 들어온 이스라엘의 블도저와 탱크에 하마스 조직원 세 명이 사살 당했다고 한다.
이스라엘군의 폭격과 포화는 이들뿐 아니라 75세 노인도 죽인 것으로 전해진다. 부상자 10명 중에는 아기도 포함돼 있다.
공습도 병행됐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그들이 자빌리아 난민촌에 있던 하마스 작전 캠프를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가자지구에서 작전을 실시한 이스라엘의 공식 목표는 하마스에 붙잡힌 이스라엘 군인, 샬리트 상병을 구해내는 것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 작전을 하는 동안 이스라엘 병사 하나가 죽었고 팔레스타인에서는 무려 82명이 죽었다.
하마스는 샬리트 상병을 석방하는 대신 이스라엘 감옥에 있는 수감자들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이스라엘은 현재 두 가지 전선의 충돌로 뒤얽혀 있다. 레바논과의 전쟁의 여파는 시리아에서 넓게 감지되는 편이다.
베이루트에서 국경을 건너 시리아에 온 아부드 아지즈 씨(31)는 레바논인으로 제빵사다. 그는 물과 음식을 찾아 옷가방만 들고 국경을 넘었다. 베이루트에는 15일부터 물과 전기조차 끊겼다고 한다.
그는 "어제 병원 두 곳이 폭격당하는 것을 봤다"며 "베이루트에서는 누구도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건설 노동자인 하마드 씨(25) 역시 베이루트의 병원에 전투기가 폭탄을 떨어뜨리는 광경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그들은 집이며 카지노, 주유소, 교각 할 것없이 모든 것에 폭격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즈볼라도 이스라엘 공격, 5일간 로켓포 500여 개
그 사이 16일에는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 하이파에 20개가 넘는 로켓포를 떨어뜨려서 8명이 죽고 최소 12명이 다쳤다.
이로써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저항할 만한 수단을 갖추고 있음은 분명해 졌다. 정치적으로, 또한 군사적으로 잘 조직된 시아파 군대가 레바논에 주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5월,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고 있던 이스라엘군은 (80년대초 이후) 헤즈볼라의 끈질긴 공격을 견디지 못해 이 지역에서 자진 철수한 바 있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모든 레바논인으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380만 레바논 인구 중 60% 가량이 무슬림이고 그들 중 대부분이 시아파에 속한다. 이들은 헤즈볼라를 지지하는 성향이 강한 편이다.
나머지는 모두 기독교계다. 레바논 내 기독교인들은 1991년까지 15년 간 무슬림들과 내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자신들이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여긴다.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침공의 결과로 이스라엘 정부는 48시간 계엄령을 선포했다. 지난 5일 동안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에 떨어뜨린 로켓포는 400개가 넘고 적어도 16명의 시민이 죽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로켓포 공격이 심각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레바논에 경고했다. 이스라엘 군 측은 이것이 일반 시민들에게 레바논 남부에서 떠나라는 경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사방이 위협, 베이루트엔 구급차도 소용없어"
레바논을 떠나온 많은 이들이 그곳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전해왔다. 하스나 씨(26)는 "이스라엘이 공항으로 가는 다리에도 폭탄을 떨어뜨렸고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며 "다른 사람들이 부상자를 돕기 위해 다리 위로 올라가면 전투기가 날아와 또 다시 폭격을 가했다"고 말했다.
사방이 위협인 탓에 구급차는 거의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가 제일 막바지에 그곳을 떠났다"며 "당시에도 그 곳의 거리는 텅 비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덴마크인인 알함 아라스 씨는 그녀의 아이 여섯과 함께 레바논 트리폴리에서 휴가를 보내다 차를 몰고 국경까지 왔다. 그녀는 대사관의 지시에 따라 피난을 오게 된 경우다.
그녀는 "전투기가 트리폴리에 있는 팔레스타인 난민촌에 폭탄을 떨어뜨렸다"며 "전투기는 해안을 오르내리며 공격을 해댔고 트리폴리에 있는 항구 역시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녀의 14살 난 딸은 "누군가 이 광기를 멈춰 세워야만 한다"고 했다. 그녀는 "한 나라가 이런 식으로 폭격을 당하는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으며, 또한 어떻게 아무도 이 일을 멈추려 들지 않을 수 있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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