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라디오는 뉴스채널로 전환한지 3년을 맞아 이번 한 주간 집중기획 "2006 한국사회를 말한다"를 방송하고 있는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는 <차별과 편견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우리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 때문에 차별받고 살아가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시각장애인 국회의원 정화원 의원, 이주노동자방송 뚜라 공동대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한울노동연구소 하종강 소장을 만나봤는데요, 오늘은 마지막 시간으로,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시인 신현림씨를 초대했습니다.
지난해 <싱글맘 스토리>를 펴내면서 이혼 후에 아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과정을 당당히 밝혔던 신현림씨...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있기까지 힘든 일이 많았다고 하는데요,
우리사회에서 싱글맘으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편견은 무엇인가. 이들이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해 우리사회는 어떻게 변화돼야하는가. 오늘 박인규가 주목한 이 사람은 시인 신현림씨입니다.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신현림씨는 1961년 경기도 의왕에서 태어나 아주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상명대학교 디자인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했습니다. 1990년 『현대시학』에 「초록말은 타고 문득」 외 9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고 4년 뒤 첫 시집 『지루한 세상에 불타는 구두를 던져라』를 펴냈습니다. 풍요로운 우정을 가꾸고, 사랑이 넘치는 삶을 위해 상상을 즐기고, 서정이 흐르는 만화, 영화보기를 즐겨합니다. 아픈과거이기도 하지만, 8년 전 이혼했고, 여섯살짜리 딸과 함께 세상을 헤쳐나가며 살고 있습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시집 「세기말 블루스」, 영상 에세이 「나의 아름다운 창」 사진 에세이 「빵은 유쾌하다」「신현림의 굿모닝 레터」, 현대미술 에세이 「너무 매혹적인 현대미술」, 박물관 기행 산문집 「시간창고로 가는 길」, 옮긴 책으로 「블루데이 북」「왜 우리는 개를 사랑하는가」 등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박인규 : 작년 말에 '싱글맘스토리'라는 책으로 상당히 화제를 불러모으신 걸로 알고 있는데 책을 내기 전과 후에, 살아가는 데 차이가 좀 있으십니까?
신현림 : 많이 알려져서 굉장히 부담스럽더라구요. 싱글맘들이 알아보기도 하고 딸이랑 같이 TV에 나간 적도 있기 때문에 다니면 알아보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박인규 : 엄마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얘기를 쓰는 게 어떻게 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는데, 이걸 책으로 내겠다고 마음먹으신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신현림 : 저의 얘기는 소외받고 있는 사람들의 얘기일 수도 있지만 우리 모두의 얘기거든요. 사랑해도 모자랄 시간에 편견으로 사람을 상처주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저 나름대로 책임감을 갖고 썼어요. 이게 꼭 싱글맘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사회에서 점점 증가되는 독신층도 많잖아요. 싱글맘 싱글즈 스토리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박인규 : 혼자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런 사람들이 사회에서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떤 게 필요하다.. 그런 얘길 하고 싶었다. 싱글맘도 있지만 싱글대디도 있어서 엄마나 아빠 혼자 아기를 키우는 경우가 우리나라에 꽤 많다고 해요.
신현림 : 점점 늘어났고, 늘어날 겁니다.
박인규 : 통계를 보니까 엄마나 아빠 혼자인 가구가 124만 가구라는데.. 싱글맘이 아기를 키우려면 경제적인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4년을 혼자서 키워오시면서 겪은 어려움이나 사회적인 편견을 털어놓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신현림 : 애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운 건 애를 맡기는 문제.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에요. 가르치고 싶은 건 많은데 모든 걸 다 혼자 담당하는 입장에서는 손이 못 가니까 가슴아플 때가 많고. 요즘도 사람을 좀 두고 아이를 봐주는 도우미가 필요한데 경제적인 것들이 좀 아껴야 되는 입장이라 전혀 못하고, 피아노 정도 밖에 못 가르치고 있습니다. 보람은 느끼고 있어요. 뭔가 결핍된 상태에서는 열심히 하는 것도 있더라구요.
박인규 : 여섯 살 까지면 항상 데리고 다녀야 되는 거 아닙니까?
신현림 : 네. 여행을 못 다녀요.
박인규 : 예전에는 친정에서 많이 도와주셨는데 가족들의 도움도 거의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신가보죠?
신현림 : 어머니가 너무 아프시구요, 형제들도 전부 따로 떨어져있고. 가까이 살면 괜찮은데 그렇지 않으니까 도와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고. 처음으로 이번에 독도문학축전 때문에 2박 3일 애랑 떨어져 있었습니다.
박인규 : 그때는 누가 봐주셨나요?
신현림 : 여동생이 굉장히 바쁜데도 봐줬습니다.
박인규 : 요즘 젊은 여성들 보면 남편이 있어도 아이 키우기가 무서워서 못 낳겠다고까지 얘기하는데요..
신현림 : 저는 그 심정 이해가 가요. 우리나라에서 애를 키우는 건 3중고? 굉장히 많은 고통을 안고 살아야 됩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람들이 키워도 힘든데 경제적으로 불안한 상태나 비정규직인 사람도 굉장히 많은 사회에서 애를 키운다는 건 너무나 힘들어요. 사회보장제도도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박인규 : 그래서 젊은 부부들은 공동휴가를 하기도 하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사회적 탁아시설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하는데, 싱글맘으로 애를 키우다 보니까 사회에서 지원이 좀 있던가요?
신현림 : 저 같은 경우는 전혀 없는데요, 아주 빈민층에 한해서는 혜택이 있는데 저는 최빈곤층이 아니고.. 우리동네 근처에 청와대 직원들이나 공무원들 자녀들 대상으로 200명 수용하는 어린이집이 있더라구요. 너무 좋아요. 그래서 저도 거기 소문 듣고 가서 맡기고 싶다고 했더니 전혀 안 된대요. 공무원 자식만 된대요. 시인은 안 되냐고 했더니 전혀 안 된대요. 증서가 있어야 되고. 그런 데서 오는 박탈감이나 소외감 같은 걸 굉장히 느끼죠.
박인규 : 그런 경제적 문제, 또 애를 계속 혼자 봐야 되는 문제도 있지만..
신현림 : 네, 어디든 데리고 가야 되고. 최근에 제가 경복궁 앞의 한 카페에서 내리 3일 간 것도 문제였지만 3일째 간 날 문전박대를 당했어요. 비감스러웠어요.
박인규 : 어떻게 보면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일 수도 있는데, 경제적 어려움이나 혼자 키우는 어려움 말고도, 제가 여쭤보고 싶은 건 싱글맘을 바라보는 사회적인 시선 때문에 가슴이 아팠을 때도 많았을 것 같아요.
신현림 : 지금보다는 오히려 초등학교 들어가면 아이들이 그런 걸 인식하기 때문에 거기서 오는 갈등들이 굉장히 크대요. 그리고 제가 우연히 잘사는 집 엄마를 만나서 애를 한 번 맡긴 적이 있는데 아이한테 한달에 들어가는 돈이 150만원 정도 되는 엄마였어요. 과외 같은 비용들. 그런데 같이 안 놀려고 하더라구요. 그런 것도 느끼고. 싱글맘이라 그런지 어떤지는 모르겟지만 그런 것도 있고. 우리 애가 굉장히 밝은데, "애가 밝으네?" 이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들어요.
박인규 :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애는 그늘이 있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오히려 그게 이상하다?
신현림 : 예. 그럴 때는 그 사람 다시 안 보고 싶어요 저도. 이런 것들이 사회적인 고정관념 때문에..저는 저대로 거기서 우리 애를 지키고 제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는 그런 사람들과 또 담을 쌓게 되는 불행한 일들이 생기는 거죠. 저는 그래도 시인이다 해서 차별대우가 아직은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요. 그런데 그렇지 않은 가정들은 아예 말도 안 꺼내는 경우가 무척 많대요.
박인규 : 따님이 싱글맘 밑에서 자랐는데 의외로 밝다는 소리를 듣는 건, 엄마가 밝게 키워서 그런 건가요?
신현림 : 예. 저는 어디든 데리고 다니면서 사람들 속에서 같이 있게 만들었어요. 사회성 있게 키웠어요.
박인규 : 따님은 부모가 이혼했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신현림 : 저는, 우리 얼굴이 전부 다르듯 사람마다 사는 모양이 다르다. 어떤 애는 할머니랑 다니고 어떤 애는 아빠엄마 따로 다니고, 엄마아빠랑 같이 있는 경우도 있고 전부 다르다. 그것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라. 그렇게 다름으로써 세상이 얼마나 재밌냐. 이렇게 얘기했어요.
박인규 : 여러 가지 형태가 있으니까 비정상으로 보지 말자..
신현림 : 네. 다르니까 얼마나 세상이 재밌니.. 이런 식으로 긍정적으로 얘길 했어요.
박인규 : 그렇지만 앞으로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좀 걱정되는 측면도 있다고 하셨는데..
신현림 : 워낙 씩씩하게 키우기 때문에, 저는 좀 터프하게 키우는 편이에요. 그래서 그런 일이 닥치더라도 굳세게 일어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어서, 그런 부분은 위기가 오더라도 금방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모르죠. 닥쳐봐야 알겠지만.
박인규 : 작품 쓰랴 애 키우랴 전쟁하듯이 따님을 키우고 계신데, 그렇다고 해도 딸이 있어서 삶의 의미가 있다고 할까요.. 그런 면도 많이 있으시죠?
신현림 : 애를 키우면서 인생을 배우는 것도 있고, 인생을 더 깊고 넓게 파헤쳐 들어가는 기쁨도 있고, 또 한편으로는 애를 통해서 나의 어릴 때 부모님이 어땠을까.. 이런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성찰 같은 것도 있어요.
박인규 : 딸을 통해서도 인생을 배울 수 있는..
신현림 : 그럼요. 가장 큰 걸 배우지 않나요?
박인규 :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KBS 1라디오는 뉴스전문채널로 전환한지 3년을 맞아 집중기획 '2006 한국사회를 말한다'를 방송하고 있는데요, 박인규의 집중인터뷰에서도 "차별과 편견에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는 주제를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우리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화 편견은 무엇인지에 대해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함께 하고 있는 분은 싱글맘 스토리의 저자인 신현림 시인인데요, 지금부터는 신현림씨가 싱글맘으로서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왔는지, 또 싱글맘을 위해서 사회분위기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싱글맘 스토리'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홀어머니 이야기'인데, 많은 사람들이 싱글맘 스토리라고 하면 뭔가 씩씩한 것 같고, 홀어머니 이야기라고 하면 청승맞고 서글프게 느낍니다. 그건 말하자면 미국사회에서 싱글맘을 바라보는 눈과 우리사회에서 홀어머니를 바라보는 눈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사시면서 우리 사회에서 싱글맘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서 안타까운 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신현림 : 맞는 말씀이에요. 이것도, 아직은 애가 초등학교에 가지 않아서 그런데 초등학교에 가면 이런 것들이 분명히 있대요. 애도 스트레스를 받고, 엄마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거기서 오는 설움이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다들, 피는 피끼리 노는 분위기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저 자체가 고정관념이 없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것들을 별로 신경 안 쓰고 사는데 가끔 그런 얘길 하는 사람이 있으면 저 사람이 잘못된 거니까 만약에 저랑 가까운 사람이 그랬다면 저는 설득시켜요. 저는 주변에서 싱글맘들이 해야 될 일 중 하나가, 뭔가 웅크려 있거나 자기의 이혼이 결점인 것처럼 여기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해요. 주변에서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면 따지고 싸워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박인규 : 그 질문을 좀 하고 싶었던 건데요, 신현림시인은 이혼을 통해서 싱글맘이 됐는데, 이혼했다고 하면 결혼생활에 실패했다고 얘기하거든요. 신현림 시인은 이혼이 결혼생활의 실패일지는 몰라도 인생에서까지 실패는 아니라는 마음가짐이신 것 같아요
신현림 : 저는 실패가 아니라 실수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결혼의 실패라는 생각도 안하고. 물론 굉장히 심각한 일이긴 하죠. 되도록이면 한부모가정에서 애를 잘 키우는 게 가장 바람직하지만 우리 현실은 바람직하게 흘러가지만은 않으니까. 그런데 제게 주어진 여건 하에서 이혼을 했더라도 사랑이나 내 인생을 포기하는 건 아니거든요. 또 내가 굉장한 실패를 했다고 생각한다면 살기 참 힘들어질 거예요. 긍정적으로 바라보라는 거죠.
박인규 : 아마도 많은 싱글맘 싱글대디들이, 사회가 자기를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스스로 주눅들기도 하고 뭔가 결함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될 것 같아요.
신현림 : 저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가 뭐냐면, 우리는 교만할 시간이 없어요. 교만하거나 오만할 수 있는.. 인간이 승승장구하다 보면 굉장히 자기도 모르게 오만해질 수도 있는데, 그게 한편으로는 삶을 더 겸손하게 만들고 진정한 삶이 뭔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고. 우리는 어떻게 보면 각자의 삶을 예술로 이끌어 가야될 의무가 있어요. 라이프아티스트라고 생각하게 되면.
박인규 : 많은 싱글맘들이 자기가 결함 있는 것처럼 살아가는데, 신현림 시인은 좀 당당하게 맞서서 살아가셨단 말이에요. 그런 세상의 차별과 편견에 당당하게 맞설 수 있기까지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그런 개인의 경험담 같은 것도 얘길 해주시면 전국의 많은 싱글맘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신현림 : 워낙 제 직업상 책을 많이 봐야 되잖아요. 자기단련, 훈련을 할 필요가 있어요. 신앙이라도 좀 있든가. 아니면 좋은 책들을 많이 골라 보고, 시간이 없다면 자기개발을 위해서...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라도, 라디오를 통해서, 아니면 TV도 골라봄으로써 내 스스로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양을 키우는. 그런 식으로 자기의 시선을 좀 자기개발적으로 많이 가봐라.
박인규 :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기개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게 상호적인 건데, 예를 들어 신현림 시인같은 경우는 그런 당당함을 통해서 책도 내시고 하면서 떳떳하게 애도 잘 키우고 있지만, 사회에서 자꾸만 바라보는 눈이 문제있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사회의 시선이나 사회에서 이런 걸 했으면 좋겠다 하고 바라는 점이 있나요?
신현림 : 사회제도 안에서 이슈화시켜서, 이런 프로도 굉장히 바람직한 건데, 이슈화 시킴으로써 의식을 바꿔갈 수가 있죠. TV의 100분토론도 있을테고, 대통령이나 정치인이나 누구나 한 마디.. 바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런 얘기들을 자꾸 이슈화시켜서 사람들의 의식을 바꿔갈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가슴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자꾸 만들어 가야 된다는 거죠. 가정문제나 친구와의 문제들은 결국 대화의 결핍에서 오는 걸 수도 있어요. 대화를 많이 하고, 가슴을 터놓고 얘기하고.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폼생폼사하는 거. 편견이라는 것도 폼생폼사 아닌가요? 우리나라라 성형공화국이라는 것도 남한테 잘 보이고 멋지게 보이려는 거잖아요. 자신감이라는 건 외모나 외부에 보여지는 게 아니라 내면으로부터 오고 나의 당당한 자신감이나 삶의 태도에서 오는 건데, 우리나라의 근본적인 가치관의 불안한 상태에서 오는 여러 사회문제들이 나오는 거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기본적인 교육제도나 사회전반의 가부장적인.. 오래되고 잘못된 풍습에서 온 것일 수도 있거든요. 이렇게 깨부숴나가야 될 것들을 우리가 조목조목 따져서 매스컴이나 각 분야에서 진지하게 공론화시켜서 얘기하고. 그렇게 나가야만 사람들도 속이 후련해질 거예요. 싱글맘 뿐 아니라 모든 소외계층의 아픔들을 우리가 전면화 시켜서 얘기할 필요가 있어요. 그리고 세상의 많은 전쟁이나 폭력이나 살인사건들도 어떻게 보면 그 밑바닥에는 편견이나 잘못된 의식들, 교육제도의 문제들, 뿌리깊은 곪은 구석들이 터져 나오는 거거든요. 우리 인성의 문제들을 뭔가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면 공론화시켜서 햇빝에 내어 말리는 거죠. 비가 오는 날에는 곰팡이 슬잖아요. 활짝 개인 날에 다 드러내서 말려아 된다는 거죠.
박인규 : 우선 편부 편모의 문제를 다 솔직하게 얘기를 해보자... 이런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되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싱글맘으로 살아가시면서 사회에서 편부 편모로서 자식을 키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제도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이런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
신현림 : 편부 편모가정을 위한 어린이집이나... 아니면 각 어린이집에 경제적인 지원을 함으로써 그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할인혜택을 받는 게 좀 있었으면 좋겠어요.
박인규 : 지금 따님이 여섯 살인데 앞으로 성인이 되려면 15년 가까이 더 키우셔야 되고, 굉장히 개인적인 질문이지만 혹시 계속 싱글맘으로 살아가실 생각이십니까?
신현림 : 그런 생각은 없어요. 제가 사람도 소개받아 본 적은 있는데, 애가 어리다는 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어요. 그리고 경제적으로, 제가 교사나 교수라면 안정적으로 결혼을 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경제적으로 약간 불안정한 상태에서는 결혼도 힘들다는 자각 같은 것들이 제게 있었어요. 애가 좀 더 크고 경제적으로 지금보다 나아진 상태가 되면 재혼을 할 확률도 많아지고, 그럴 생각도 있죠.
박인규 : 시인이시기도 하고 사진작가시기도 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상당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쓰셨어요. 지금 또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현림 : 저의 삶을 통해서 오는 치유의 문제들을.. 상처나 상실감, 인간본연의 고독감을 치유할 수 있는 것들을 제 삶 속에서 살펴보는 책을 한 권 내요. <내 서른 살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는데, 서른 살이라는 건 상징이거든요.
박인규 : 지금 서른 한참 넘으셨잖아요..
신현림 : 네. 중년인데 제가 나이가 더 들어서 늘 감성나이 30대로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거든요. 나이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지금도 여전하잖아요. 솔직히 나이 50넘으면 잘 놀아주지도 않는다는 얘길 들었어요. 그런 것들, 좀 깨부숴 나가야 할 것들을 제 책에서 좀 다뤄요. 멋있게 사는 50대 여자들의 모습을 제가 다루면서, 감성나이 30대로 사는 사람들이 꽤 있거든요. 저는 그런 사람들을 너무 좋아해서 나이 먹은 언니들과도 얘길 많이 하고 그럴 때가 있어요.
박인규 : 물리적 나이는 4,50대라도 정신적인 나이는 30대로 살고 싶다?
신현림 : 네. 그런 것들을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힐링 포토그래피'라는, 작아지고 멀어지고 사라지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다루는 사진 전시가 8월 16일부터 29일까지 있습니다. 인사동 나우갤러리에서 합니다.
박인규 : 아이 키우면서 책도 쓰시고 사진도 하시고 참 슈퍼우먼이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싱글맘을 대표해서 나오셨으니까 우리 사회에 대해서 하시고 싶은 말씀이 남은 게 있다면 해주시죠.
신현림 : 제가 봤을 때는 제가 살아온 세월이 쏜살같이 흘러갔는데,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인생인데 너무나 우리는 사소한 것들에 너무 얽매입니다. 그런 주변적인 것들에 얽매이다 보면 인생의 핵심도 잃고 목표의식도 잃게 되거든요. 그런 것들을 명확하게, 라이프 아티스트로서의 자기 삶을 냉철히 살피면서 좀 더 아름답고 뜻깊게 살아가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할 때 우리는 적어도 남한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돼야 되거든요. 영감을 주고 사랑을 먼저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려면 그런 소소한 편견이나 사회적으로 오래된 관습에 얽매여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진짜 멋지게, 멋있는 삶을 꾸려 가려면 내 스스로 상처가 오더라도 바로 극복해야 되고 절대 타인한테 상처주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 좀 더 거시안적으로 넓게 세상을 열린 시각으로 봅시다. 이런 얘길 하고 싶어요.
박인규 : 서로 다른 생활방식도 인정해주는 삶.
신현림 : 타인을 인정하는 삶.
박인규 : 그런 사회가 빨리 왔으면 좋겠구요. 쓰고 계신 책, 또 전시회.. 무엇보다도 따님을 예쁘게 키우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신현림 : 고맙습니다.
*〈박인규의 집중인터뷰〉는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30분부터 3시까지 KBS 1라디오(97.3MHz)에서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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