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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일본 언론의 메구미 취재를 추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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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왜 일본 언론의 메구미 취재를 추진할까

6개 주요 언론사 4일부터 방북…'자신감'의 표현?

북한이 일본의 주요 언론사를 평양에 초청해 납북 일본인으로 지난 1994년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요코다 메구미씨에 관한 취재를 허용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최근 일본의 <아사히>와 <요미우리>, <NHK>, <교도통신>, <TBS>, <NTV> 6개 언론사에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언론사들은 오는 4일에서 8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다.

2년간 '자기주장'만 하던 북한이 왜?

북한이 일본 언론을 평양으로 초청한 것은 지난달 29일 금강산에서 있었던 메구미 남편 김영남 씨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그의 사망설과 유골의 진위 논란 등 각종 의혹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짜 유골 논란이 시작된 2004년 11월 이후 2년여가 지나도록 유골이 진짜라는 주장만 할 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던 북한이 왜 지금에 와서야 일본 언론의 방북을 스스로 추진하며 적극적이 되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 첫번째 이유로 북한은 지난달 29일 김영남 씨의 기자회견이 북일 양국의 관계정상화 논의를 재개하는 시발점이 되기는커녕 실타래만 더 꼬이게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김 씨의 기자회견이 나가자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짜여진 각본에 의한 한 편의 연극'이라며 의혹의 시선을 보냈고, 그에 따라 일본 사회의 대북 감정은 2002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를 시인했을 때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북한은 일본 언론들이 김영남 씨를 인터뷰하도록 하는 한편, 메구미의 무덤과 생존 당시의 거주지를 공개하고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듣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의 취재를 허용해 메구미가 진짜로 사망했고 일본에 건네준 유골도 진짜라는 주장을 굳히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이 일본 언론의 방문을 최소 3주 전부터 추진했다는 사실로 미뤄볼 때 이번 결정이 김 씨 기자회견에 대한 일본의 반응을 보고 나온 후속조치라기보다는 준비된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힘을 얻고 있다.

그렇게 볼 때 북한은 김 씨 기자회견 전에 이미 일본 언론들의 반응을 간파했고, 따라서 김 씨의 기자회견과는 별도로 일본 언론을 위한 '의혹 해소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나아가 북한은 '29일 금강산 기자회견은 남한 언론용, 별도 방북은 일본 언론용'으로 상정했을지도 모른다는 추론도 나오고 있다.

'남한 여론은 돌아섰다' 판단도 작용한 듯

북한이 일본 언론의 방북을 추진하는 또하나의 이유는 김 씨의 기자회견이 메구미 문제에 대한 대남(對南) 설득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판단에서 나온 자신감도 한몫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남한의 납치 피해자 단체들은 여전히 '김 씨의 돌발 입북 주장은 거짓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그 초점은 어디까지나 '납치냐 아니냐'에 대한 것일 뿐, 김 씨 기자회견의 진짜 핵심인 메구미 문제에 있어서는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북한으로 하여금 메구미 문제에 있어서만은 남한의 여론이 어느 정도 돌아섰고, 이제 일본에만 '성의'를 표하면 된다는 판단을 내리게 한 것으로 관측된다.

김 씨의 누나인 영자 씨는 2일 기자회견에서 메구미 문제와 관련해 "동생이 '그 분(일본측)들이 진실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 내 얘기를 부인하고 있다'며 '이제 나를 놓아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 씨 가족의 이같은 전언, 북한에서 남부럽지 않게 살고 있는 김 씨에 대해 가족들이 나타낸 안도감, 감격적인 모자 상봉 장면 등은 실제로 남한내 여론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게다가 남한 내 납북 피해자 단체들이 일본의 일부 단체가 납북 문제를 '왜곡·날조'해 더이상 공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북한의 '자신감'을 더 키웠을 수도 있다.

물론 북한이 일본 언론에 메구미의 사망을 증명하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을지, 그리고 그를 통해 일본의 여론이 돌아설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북한 스스로가 일본 언론사의 취재를 '유치'하는 것은 극도로 악화된 일본인들의 대북 이미지 개선에 적잖은 기여를 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9월 퇴임 전까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라는 외교적 성과를 거두려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운신할 폭이 생길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일본 언론사의 방북이 메구미 문제를 푸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통일부의 한 당국자는 3일 "북한이 김영남씨의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메구미 문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 것으로 본다"며 "일본 언론이 방북했을 때에도 그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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