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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28년만에 모친 상봉…29일 특별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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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28년만에 모친 상봉…29일 특별 기자회견

메구미 딸 은경양도 함께 나와…기자회견 내용 주목

고교생 시절이던 1978년 전북 군산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납북된 김영남(45) 씨가 28일 북측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제14차 이산가족 상봉 4회차 행사에서 꿈에도 그리던 어머니 최계월(82) 씨와 28년만에 감격적으로 상봉했다.

김 씨는 이날 오후 2시 40분 호텔 2층에 별도로 마련된 상봉장에서 부인 박춘화(31) 씨, 딸 은경(일명 혜경, 19) 양, 아들 철봉(7) 군과 함께 남측에서 온 어머니와 누나 영자(48) 씨를 만났다.

은경 양, 김일성종합대 배지 달고 나타나…'메구미 딸'과 동일 인물

이날 관심을 모은 딸 은경 양은 1977년 납북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94년 사망)와 김 씨 사이에 태어난 딸이라고 그간 알려졌던 혜경 양과 동일한 인물이었다. 은경 양은 올해 김일성종합대학에 입학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날 이 대학 배지를 달고 나타났다. 부인 박 씨는 김 씨가 전처인 메구미의 사망 3년 후인 지난 97년 재혼한 인물로 철봉 군은 박 씨의 소생이다.

이날 김 씨 모자 상봉은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20여분만 기자들에게 공개된 이후 비공개로 진행됐다. 김 씨 가족은 이날 공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인 환영만찬도 별도의 장소에서 가질 예정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씨가 비공개 상봉을 통해 납북 경위나 전처인 메구미와 관련한 언급을 했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다.
▲ 김영남 모자 '감격의 상봉'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김 씨는 29일 30분 정도의 특별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김 씨의 회견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미뤄볼 때 북측은 김 씨의 납북 여부와 경위, 메구미의 사망 경위, 일본측에 보낸 유골의 진위 여부, 본인 및 딸 은경의 송환 희망 여부 등에 대한 내부의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와의 만남에서 밝힌대로 메구미가 우울증으로 자살했으며 일본에 보낸 유골은 메구미의 것이 맞다고 확인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구미 가족 및 일본 정부·언론 '촉각'

일본은 2004년 북측으로부터 받은 메구미의 유골에 대한 DNA 감정 결과 가짜 유골이라고 주장해오고 있고, 북측은 일본이 대북 정치공세를 위해 날조된 결과를 강변하고 있다고 반발해 왔다. 메구미 가짜 유골 논란은 2002년 북일 정상의 '평양선언' 이후 추진키로 했던 양국의 관계정상화를 가로막는 핵심 쟁점이 되어 왔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3월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는 일본 유골감정팀이 자신들의 분석이 오류일 가능성이 있다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북측은 지난 8일 김 씨의 생존 사실을 확인해주면서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포함시키겠다고 전격 결정해 일본을 당혹케 했다. 김 씨가 상봉장에 나와 일본이 제기해 온 여러 의혹을 공개리에 부정한다면 더이상 북한을 압박할 명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메구미의 부친인 요코사 시게루 씨가 그간 '언제라도 아들을 만나겠다'는 어머니 최 씨에 대해 "북한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도 이같은 우려에 따른 것이다. 시게루 씨는 최근 외손녀인 은경 양을 직접 만나는 것도 거부해 사망설의 기정사실화를 적극 차단하려 했다.

북한에 적대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보수단체들도 김 씨 모자의 상봉을 극도로 꺼려했다. 그러나 김 씨 가족들은 상봉 자체에 의미가 있다며 일본측의 그같은 요구와 거리를 둬 왔다. 특히 지난 25일에는 일본 언론들이 모자 상봉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며 취재 거부를 선언하기도 했다.

따라서 일본 정부와 납북자 단체, 언론들은 김 씨가 29일 있을 기자회견에서 무슨 말을 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이날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사무국에 수많은 취재진을 파견해 놓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일본 기자 3명은 관광객 신분으로 금강산에서 취재를 시도하고 있다.

김영남과 메구미

납북자와 국군포로 등으로 알려진 소위 '특수 이산가족'의 상봉은 14차에 이르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통해 종종 이뤄져 왔다. 남북은 이산가족 상봉에 납북자와 국군포로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남측의 요구에 따라 다른 이산가족들과 함께 '조용히' 만나는 방법을 취해 온 것이다. 그러나 김 씨 모자의 상봉이 이처럼 국내외 언론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메구미 가짜 유골 논란'이라는 국제적인 쟁점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

해류에 휩쓸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김 씨가 북한에 생존해 있다는 사실은 지난 97년 검거된 남파간첩 김광현이 "임무 마치고 북으로 귀환하던 중 김영남을 납치했다"고 진술하면서 알려졌다.

또 김 씨와 메구미가 부부 사이였다는 것은 일본정부가 '메구미의 남편이 한국출신 납북자'라는 북한 내부 소식통들과 납북 피해자들의 증언에 따라 2002년 평양에서 메구미의 딸 혜경 씨로부터 확보한 시료와 1977~78년에 납북된 고교생들의 가족으로부터 채취한 혈액과 머리카락의 DNA를 대조한 결과 확인됐다. 김 씨는 2002년 당시 '김철준'이라는 이름으로 메구미의 남편이라고 소개됐었다.

지난달 26일 우리 정부는 군산에 있는 김 씨 가족과 은경 양의 DNA 감정 결과 이들이 혈연관계라는 일본 정부의 분석이 사실일 가능성이 98.6%라며 김영남-메구미 결혼설을 사실상 확인한 바 있다.

김 씨는 북한에서 '김정일 정치군사대학'을 졸업한 후 대남공작기관에서 근무하다가 최근 한 연구소로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1. 김영남 모자 감격의 상봉 순간

"엄마, 나 맞아. 막내 맞아. 막내아들이 이제 효도 좀 할게."

28년만에 어머니를 만난 '고교생 납북자' 김영남 씨는 눈물을 속으로 삼켰다. 아들을 껴안고 "아유, 우리 아들, 아유, 우리 아들"하고 흐느끼는 어머니 최계월(82) 씨에게 김 씨는 "이렇게 좋은 날 왜 우느냐"며 어머니를 다독거렸다.

28일 금강산호텔에서 진행된 제14차 이산가족 상봉 4회차 행사에 나온 영남 씨는 오후 2시 40분부터 호텔 2층에 별도로 마련된 상봉장에서 어머니를 기다렸다.

오후 3시 최 씨가 딸 영자(48) 씨와 함께 상봉장에 들어서자 영남 씨와 가족들은 허리를 굽혀 인사를 했다. 그러자 어머니 최 씨가 아들을 껴안고 얼굴을 부비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어디 보자." 최 씨가 아들의 얼굴을 확인하려 하자 영남 씨는 "엄마, 나 맞아, 막내 맞아"라고 말했다. "(어머니) 건강하신 모습을 보니 좋구만, 기쁘구만"이라는 영남 씨의 너스레에 누나 영자 씨는 "어릴 때와 너무 똑같아. 머리카락도, 목소리도"라며 눈물을 흘렸다. "이제 죽어도 한이 없다"는 어머니의 말에 "오래오래 사셔야지. 막내아들이 이제 효도 좀 할게"라며 위로했다.

영남 씨는 이어 누나 영자 씨를 껴안으며 "누나 보고 싶었어"라고 응석부리듯 인사를 했다. 영자 씨는 혜경 양에게 "테레비로 많이 봤다"며 인사했고, 철봉 군의 머리를 만지며 "너는 아버지 어렸을 때 두상하고 똑같다"고 말했다. 혜경 양은 흰 저고리에 검은 색 치마 차림이었고 왼쪽 가슴에는 김일성종합대학 배지를 달고 있었다. 아버지와 할머니의 상봉장면을 지켜보는 혜경 양은 연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다. 며느리 박 씨와 철봉 군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 김영남 가족. 왼쪽이 메구미의 딸 은경씨 ⓒ연합뉴스

영남 씨는 양복 차림에 건장한 체격이었고 앞머리가 약간 벗겨진 것을 제외하고는 건강해 보였다. 탁자로 자리를 옮긴 영남 씨는 자리에 앉은 어머니 최 씨에게 큰 절을 올렸다. "막내아들 걱정 많이 했을 텐데, 불효 막심한 아들이 절 드리겠다. 인사 드리겠다"라는 아들의 말에 어머니는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영남 씨는 큰절을 마친 뒤 부인 박 씨를 가리키며 "막내 며느리를 소개할게"라고 했고, 박 씨는 최 씨에게 절을 올리며 "평양며느리 절 받으세요"라고 말했다. 이에 손자 철봉 군이 "할머니 김철봉입니다"라며 절했고 혜경 양도 "절 받아주세요"라며 큰절을 했다.

탁자에 앉은 영남 씨는 어머니 최 씨의 손을 꼭잡고 "이 좋은 날 울지마"라며 다독였다. 이에 아버지 언제돌아가셨어?"라고 궁금한 것들을 묻기 시작했다. 그는 "막내아들 때문에?"라고 말하며 눈가를 붉혔고, 어머니가 "그래, 막내아들 때문에"라고 타박하자 말문을 닫았다. 김 씨의 아버지는 지난 86년 사망했다.

영남 씨는 또 "형님은? 살아 있으니 다 만나자"라고 묻기도 했다. 최 씨는 이어 "딸 이쁘고, 막내도 착하고 마누라도 이쁘고, 다 잘 얻었다"라고 말했고, 누나 영자 씨는 동생을 부둥켜안으며 "딸도 이쁘고 다 이쁘다"며 영남 씨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영남 씨는 누나에게 "나 아버지 닮았지? 둘째형 닮았지?"라고 물으며 "어머니도 상당히 젊었다. 이제부터 계속 젊어지셔야겠다"고 말했다.

#2. 김영남씨 관련 일지

▲1977 = 김영남의 첫 부인 요코다 메구미(당시 13세) 일본 니가타(新渴)현에서 실종.

▲1978.8.5 = 김영남(당시 16세.군산기계공고 1년) 씨 전북 군산시 선유도 해수욕장에서 실종.

▲1986 = 김영남-메구미 평양 순안공항 인근 대양리 초대소에서 결혼.

▲1987 = 김영남-메구미 딸 혜경(19.가명, 은경) 낳음.

▲1993 = 메구미의 산후 우울증으로 가을부터 별거.

▲1994 = 메구미 자살(북한측 주장).

▲1997 = 남파간첩 김광현 "임무 마치고 북으로 귀환하던 중 김영남 납치했다"고 진술.

▲1997 = 김영남, 박춘화(31)와 재혼.

▲1999 = 김영남-박춘화 아들 철봉(7) 낳음.

▲2002.9 =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본 고이즈미 총리에게 메구미 납치 및 사망 사실 확인.

▲2004.11 = 김영남, 일본정부 대표단에 메구미 유골 직접 전달.

▲2004.12 = 日, 메구미 유골 DNA 감정 결과 가짜로 판명됐다고 주장.

▲2004.12 = 北, '메구미 유골 가짜'라는 감정 결과는 날조됐다고 주장.

▲2005.3 = 영국 과학잡지 <네이처> "日 유골감정팀, 분석오류 가능성 인정" 보도.

▲2006.2 = 北, 日정부에 '가짜유골 주장' 해명 요구.(국교정상화 회담서)

▲2006.4.11 = 日정부, 김영남의 남한내 가족과 딸 혜경의 DNA 대조해 김영남-메구미 부부 사이로 확인.

▲2006.5.16 = 메구미 아버지 요코다 시게루 씨와 김영남 어머니 최계월 씨 서울서 상봉.

▲2006.6.8 = 北, 김영남 생존사실 확인. 6월말 금강산 남북 이산가족 상봉서 어머니 최 씨와 상봉자리 마련키로 결정.

▲2006.6.28 = 김영남, 금강산 상봉장서 어머니 최계월씨, 누나 영자씨와 상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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