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차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리고 있는 금강산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고교생 시절이던 지난 1978년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김영남 씨가 남측의 어머니 최계월(82) 씨와 누나 김영자(48) 씨를 만나는 제4진 상봉이 오는 28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북측은 김영남 씨가 이번 상봉에서 일본인 납북자 요코다 메구미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혜경(18) 양을 비롯해, 메구미 사후 재혼한 부인과, 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데리고 나올 것이라고 남측에 통보했다.
가족 3명 동반할 듯…'김혜경'과 이름은 달라
남측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자녀 2명 중 한명은 혜경 양과 나이가 비슷한데 이름(은경)은 달라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북측 관계자는 "혜경 양이 나올 것이다. 이번에 남측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모두 털고 갈 것"이라며 "혜경 양은 김일성종합대학에 막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남측 관계자들도 북측의 태도로 보아 혜경 양이 상봉장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김영남의 입을 통해 할 말이 많을 듯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어머니 최 씨와의 대화나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남측과 일본을 향해 많을 얘기를 할 것 같다는 설명이다.
북측 관계자들은 기자들에게 "남측 언론은 김영남 상봉을 어떻게 보도할 예정이냐"고 묻는 등 남측 보도 태도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남북은 김영남 모자의 좌석 배치 문제를 두고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측은 김 씨가 하는 얘기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별도의 방에서 상봉하기를 원하고 있지만, 남측은 다른 이산가족들과 같은 식으로 상봉하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4진 상봉은 남측 신청자 100명이 북측의 가족들을 만나는 형식으로, 금강산호텔에서 북측이 주관한다. 따라서 북측이 융통성을 가지고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어떤 식의 상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가족들 "일본 언론의 납치문제 정치화에 크게 실망"…취재 거부 선언
김 씨는 자신보다 1년 먼저 북한에 온 메구미와 결혼해 혜경 양을 낳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측은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평양 방문 때 납치 사실을 시인한 후 메구미가 우울증을 앓다가 지난 1994년 자살했다며 일본측에 유골을 돌려줬다. 그러나 일본은 그 유골이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 문제로 인해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이래 추진해 온 북일 관계정상화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본과 한국 정부는 최근 혜경 양과 김 씨의 남한 내 가족들의 DNA가 일치한다고 발표해 김영남-메구미 결혼설을 입증했다. 이에 양가의 가족들은 한국와 일본을 오가며 김 씨의 송환 등 납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양국 정부를 압박했다. 일본 정부도 한국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려고 노력했으나, 납북자 처리에서 정치공세보다 '인도적 접근'을 선호하는 한국 정부와는 입장차가 있다.
일본은 김 씨가 이번 상봉에서 많은 취재진과 이산가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 일본이 주장하는 '메구미 생존 의혹'과 '가짜 유골설'을 반박한다면 북한을 몰아붙일 근거가 희박해질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김 씨의 남측 가족들은 25일 모자 상봉 문제를 정치화하려는 일본 언론에 대해 취재 거부를 선언하며 상봉 자체에만 의미를 두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납북자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이날 "누나 영자 씨를 포함한 김영남의 가족이 일본의 납치문제 정치화에 크게 실망했다"며 이같은 입장을 전달했다.
최 대표에 따르면 모친 최 씨 등 가족이 지난달 29일 일본 중의원 납치문제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했을 때도 납치문제를 대북 압박을 위해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일본 측은) 가족이 북한에 가지 말라는 식이었다"고 비판했다.
최 대표는 "김영남 가족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북한에 가겠다는 입장"이라며 제3국 만남을 주장하는 일본측과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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