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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모자 상봉에 '뜨악한'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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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남 모자 상봉에 '뜨악한' 일본

<분석> '메구미 생존설' 등 일본측 주장 허구로 드러날 수도

북한이 6.15공동선언을 기념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납북 고교생 김영남 씨 모자의 상봉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8일 발표하자 일본이 난처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김영남 씨가 모친과의 상봉에서 자신의 아내이자 납북 일본인인 요코다 메구미의 사망을 기정사실화 할 경우 납치 문제가 일단락되어 일본으로서는 북한을 압박할 근거가 빈약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남북교류를 십분 활용해 북일관계의 개선을 꾀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 씨는 메구미와 결혼해 딸 혜경 양을 낳았다. 북한은 메구미가 우울증을 앓다가 지난 1994년 자살했다면서 일본측에 유골을 돌려줬다. 그러나 일본은 그 유골이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고, 이 문제로 인해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평양 방문 이래 추진해 온 북일 관계 정상화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일본과 한국 정부는 최근 혜경 양과 김영남 씨의 남한 내 가족들의 DNA가 일치한다고 발표해 김영남-메구미 결혼설을 증명했다. 이에 양가의 가족들은 한국와 일본을 오가며 김 씨를 송환하는 등 납북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고 양국 정부를 압박했다. 일본 정부도 한국과 공동전선을 구축하려고 노력했으나, 납북자 처리에서 정치공세보다 '인도적 접근'을 선호하는 한국 정부와는 입장차가 있었다.
  
  메구미 문제 정리되면 '곤란'
  
  그런 와중에 북한이 김영남 모자의 상봉을 마련하겠다고 전격 선언하자 일본 정부 당국자은 메구미 논쟁이 제2의 '데라코시 사건'이 되는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데라코시 사건은 납치 피해자인 일본인 데라코시 다케시가 2002년 일본으로의 귀환을 거부한 채 그의 모친이 수차례 평양으로 오가며 납치 문제와 관련한 북일간의 '사절' 역할을 했던 일이다.
  
  일본의 대북 강경파들은 이 사례가 납치 문제에 대한 대처에서 최대 실패작이라고 평가하면서 메구미 사건에는 절대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그간 베일에 싸여 있던 김영남 씨가 많은 취재진과 이산가족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일본이 주장하는 '메구미 생존 의혹'과 '가짜 유골설'을 반박한다면 일본으로서도 북한을 몰아붙일 근거가 약해질 수 있다.
  
  메구미의 부친인 요코사 시게루 씨가 최근 북한에 가서라도 아들을 만나고 싶다는 최계월 씨(김영남 모친)에 대해 "북한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것도 최 씨의 방북을 통해 메구미 사망설이 굳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게루 씨는 최근 외손녀인 혜경 양을 직접 만나는 것도 거부해 사망설의 기정사실화를 적극 차단하려 했다.
  
  시게루 씨는 이날 김 씨 모자의 상봉 소식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만약 딸이 사망했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증거가 없으면 북한이 지금까지 해 왔던 주장과 같은 것으로 여기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이에 대해 "메구미 건이 데라코시와 비슷해지는 것에 대해 일본 강경파들이 그간 노심초사했다"며 "북한도 그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김영남 카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상봉을 결정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김영남 문제는 남북의 문제지만 실은 김 씨를 매개로 한 북-일의 문제가 본질이기 때문에 남북관계를 이용해 북일관계를 풀어보려는 의도가 있다"며 "이번 모자 상봉으로 메구미 관련 의혹은 사라질 수 있고 북일 관계 개선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한 관계자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영남 모친이 북한에서 아들과 상봉하거나 혹시 북한에 가서 살게 되면 일본 정부로서는 일본인 납치 피해자이자 김 씨와 결혼한 메구미 씨의 문제를 추궁할 동력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일본의 우려를 선명하게 설명했다.
  
  일본 보수 세력이 메구미 문제가 해소되는 것을 탐탁찮게 생각하는 것은 더이상 납치 문제를 쟁점화해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일본 우익들은 납치 문제를 가지고 '반북 여론몰이'를 하면서 그간 '재미'를 너무 많이 봐왔다"며 "메구미 문제가 해결된다면 일본 내 반북 여론도 수그러들 수 있고, 그간 보수적인 여론에 밀려 북일 관계개선을 추진하기 어려웠던 고이즈미 정부도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남한 납북자 가족들도 일본과 선 그어
  
  한편 일본이 우려하는 또 한가지는 이번 모자 상봉을 통해 북한의 납치 문제에 대한 한일간의 공조가 깨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의 태도는 아베 신조 관방장관의 이날 회견에서 잘 드러난다. 아베 장관은 김영남 모자 상봉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며 양국의 정보를 교환하고 연대하고 싶다"고 '한일공조'를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근식 교수는 "최 씨가 아들을 만나면 북한에 대한 그간의 분노가 어느 정도 풀릴 수 있고 그렇게 된다면 남한 내부에서는 일본처럼 납북 문제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의 공동전선을 막기 위한 북한의 의도가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석은 남한내 납북자 가족들의 공식 입장을 통해서도 뒷받침된다. 납북자 가족모임의 최성용 대표는 이날 "일본 보수단체들이 교과서를 왜곡하듯 납치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통일부의 고위 당국자도 이날 일본의 납북자 단체와 언론 등에서 김영남 씨의 모자 상봉시 동행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인도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거나 정치 캠페인으로 활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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