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북 쌀·비료 지원이 어렵다는 이종석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북한에 대한 지렛대를 잃게 된다'는 전문가의 우려가 제기됐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22일 <KBS> 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이몽룡입니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고 "정부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식량·비료는 인도주의적인 지원이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실장은 "북한에 대해 어떤 제재를 하면 통쾌하지만 결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렇게 되면 핵과 미사일 문제 해결에서 우리가 점점 설 자리를 잃어버리고 국제적으로도 발언권이 약화된다"며 "지원을 끊게 되면 남북관계에 굉장한 어려움이 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얼마나 많은 고충 속에서 (이 장관이)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우리 정부는 북한과 대화 채널을 유지하고 북한의 어떤 행위를 가능하면 통제할 수 있는 지렛대를 확보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뭔가 조그만 계기라도 만들어 놔서 이것을 가지고 미국, 일본을 설득하는 적극적인 사고방식을 가져야 된다"며 "우리도 제재 쪽으로 나간다면 자승자박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백 실장은 미국의 북한 미사일 요격 가능성에 대해 "실제로는 어렵다고 본다"면서 "무수단리 발사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전쟁의 위험을 안고 있고, 실제로 요격에 나선다고 해도 만일 실패했을 경우 미국정부가 국내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쌀·비료의 인도적인 지원이 남북관계를 이끌어온 것이 사실이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촉매제'라는 제한적인 역할이었다"며 "그걸 미사일과 연계시키는 것은 보수층에서 주장하는 상호주의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장관 스스로 (쌀·비료를 안 준다는) 자신의 말에 발목을 잡히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며 "입장을 이해 못하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말이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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