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통사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베테랑 조종사 두명이 손쓸 겨를도 없이 희생됐고, 추락예방기능이 장착돼 있는데도 높은 고도에서 사라진 점으로 볼 때 사고의 원인은 근본적인 기체결함"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평통사는 회견문에서 F-15K 도입 사업은 ▲남북화해시대에 대북 종심타격을 목적으로 한 무기 도입의 타당성 부족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구매 압력 ▲프랑스 라팔이 기종평가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고도 탈락한 점 등에서 추진 과정에서부터 타당성과 투명성,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말대로 국방부는 F-15K는 도입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히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F-15K는 지난 2000년 공군의 시험평가 결과 라팔 전투기에 열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국방부는 한미연합작전 등 '종합성적'을 이유로 공군의 차세대 전투기로 선정했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2003년에 실시한 감사에서 "평가가 투명하지 못하고 기종 평가가 잘못됐다"며 "경쟁 기종 선정 과정이 부적정했고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평통사는 회견문에서 "사업 결정 이후에도 보잉사의 계약 위반과 불법 로비 의혹, 그리고 랜딩기어 지시 등 오작동, 공대지 미사일 주파수 미확보, 정밀폭격 소프트웨어 미장착 등 곳곳에서 끝없이 문제점이 제기됐다"고 비난했다.
평통사는 이어 "F-15K 사업 추진과정에서 국방부는 미 보잉사(제작사)의 결함을 '한미동맹'이니 '작전운용성'이니 하며 두둔해 온 전력이 있다"며 "사고 조사에서도 보잉사의 결함을 감추려 한다면 보잉사의 이익을 위해 제 나라의 국방력을 훼손하고 천문학적인 국민혈세를 낭비하는 반역죄인의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국방부를 향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평통사는 또 사고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위해 유족대표와 민간 전문가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2009년부터 2조 원을 들여 20대의 F-15K를 추가로 도입한다는 계획도 전면 백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권오성 공군본부 정책홍보실장은 8일 사고 원인에 대해 "사고기가 추락하기 전 교신이 있었으나 조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며 "비행자료와 목격자 교신내용 등을 종합해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고가 난 전투기 조종사들은 미국 보잉사에서 30회 이상의 충분한 야간비행훈련을 했다"고 말해 이번 사고가 조종 미숙이 아닌 기체 결함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공군은 지난해 F-15K 4대를 들여온 데 이어(그 중 1대가 추락)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14대, 2008년 이전까지 나머지 22대를 순차적으로 도입하는 등 총 40대를 2008년부터 전력화할 예정이다. 또 2009년부터 2조 원을 들여 20대를 추가로 들여올 것을 추진중에 있다.
문 실장은 이날 "6월부터 12월까지 14대를 들여오는 일정에는 아직 변화가 없지만 사고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도입 일정을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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