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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감사원답지 못하다"

F15 국민감사청구, 대통령 눈치보며 감사기피

감사원이 감사원답지 못하다.

감사원(감사원장 이종남)은 29일 오후 3시부터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상임의장 홍근수목사 등 4인, 이하 자통협)가 시민 5백42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1일 제출했던 '국방부 차기전투기(FX)사업에 대한 국민감사청구'에 대해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위원장 노옥섭 감사원 사무총장)를 열고 감사 실시의 적법성 여부에 대해 논의를 했다.

세 시간의 격론끝에 도달한 결론은 일단 5월말 다시 회의를 열어 이 문제를 결정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의 감사거부, 보다 직설적 표현을 빌면 '감사 기피'였다 .

외형상 이번 결정은 공식적으로 감사를 거부한 것은 아닌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FX 기종에 대한 대통령재가가 5월 중순으로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해 보면, 감사원이 5월말로 회의 재개시기를 늦춘 것은 대통령 재가 전에 감사를 실시할 경우 감사원이 지게 될 정치적인 부담을 피하는 동시에 '국민감사청구 거부'로 입게 될 여론의 비난도 피하기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날 심의위원들은 예정된 시간인 오후 5시를 넘겨 오후 6시까지 회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심의위원들 사이의 의견차이로 인해 이번 국민청구에 대한 공식적 기각은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감사원 주변에서는 "국가기밀은 국민감사청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들어 29일 회의에서 국민감사청구를 거부할 것으로 예견됐었다.그러나 5월 중순 대통령재가 후에도 로비의혹이 계속되고 국민의 반발이 커질 경우에 대비해'국민감사청구'를 5월말 심의회의를 통해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하거나 '국민의 세금을 쓰는 예산집행사업'임을 명분으로 감사를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감사원의 이같은 태도는 그 어떤 정치적 책임도 지지않으려는 면피용이 아니냐는 비판이 강하게 일고 있다.

한편 자통협 관계자들은 회의전 오전 11시부터 감사원 현관에서 국민감사청구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의 용단을 촉구했다.

자통협은 "로비를 위해 최규선, 김홍걸씨가 국방부장관을 수차례 만난 것이 언론보도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며 감사원의 즉각적 감사 착수를 촉구했다. 자통협은 또 실전에서 운용된 적이 없는 제너럴일렉트릭(GE)사의 엔진을 F-15K의 장착엔진으로 선정한 점과 관련하여 "그 아들이 GE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여권실세 K씨의 로비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자통협 관계자들은 이종남 감사원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감사원 직원들이 절차상의 문제를 이유로 이를 거부하자 오후 3시까지 현관에서 직원들과 대치하며 연좌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감사원의 이날 결정연기에 대해 자통협의 김종일 차장은 "국민들의 85%에 달하는 F15 구매반대 여론에 감사원이 부담을 느껴 일단 기각 결정을 늦추는 선까지는 돌아선 것 같다"고 나름대로 의미를 평가하고, 이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지속적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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