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22일부터 이틀간 하와이에서 2007년 이후 한국이 주한미군의 방위비를 얼마나 분담해야 하는지에 대한 1차 고위급 회담을 시작해 그 결과가 주목된다.
정부는 지난해 4월 타결된 '2005∼2006년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우리측의 분담액이 원화 기준으로 1991년 방위비 분담 이후 처음으로 줄어들었던 선례에 따라 '적절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합의'를 공약하고 있다.
그러나 방위비 분담에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은 한미 양국이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함에 따라 한국방어라는 주한미군의 주둔 근거가 없어져 '퍼주기식 협상'은 용납할 수 없다고 벼르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3분의 1 이상 더 필요하다"
미국은 '2005∼2006년도 분담금'이 원화 기준으로 사상 처음 감액된 만큼 2007년 이후의 방위비 분담금은 반드시 증액되어야 한다고 거세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와 올해의 분담액은 2004년 7469억원에 비해 8.9%가 줄어든 연 6804억원이었다.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 3월 미 상원 군사위 청문회에서 "한국이 공평하게 적절한 방위비 분담을 할 용의가 있느냐가 미군의 한국 주둔을 원하고 존중하느냐에 대한 확고한 징표"라며 향후 협상에서 분담금 증액을 강력히 압박할 것임을 예고했다.
벨 사령관은 특히 2005∼2006년도 한국의 분담액이 2004년에 비해 줄었다며 "이는 주한미군이 불가피하게 중요한 전투태세 문제에 관한 어려운 결정을 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라며 "현재 주한미군은 기존의 예상보다 3분의 1 이상의 돈이 더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한 듯 외교부는 지난 18일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정부는 방위비 분담금이 한미 연합방위력 유지를 위한 재정적 부담 공유라는 취지에 따라 한미동맹의 강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되 우리의 부담능력과 주한미군 재배치 추진 상황 등에 비추어 적절하고 합리적인 수준의 부담액이 합의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는 따라서 미국측의 증액 요구에 대해 주한미군의 주둔경비가 실제 어느 정도인지를 꼼꼼히 따져 이를 기초로 협상을 통해 증액 또는 동결, 감액을 결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시민단체 "주한미군 감축 상황서 분담금 늘릴 이유 없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지난 1월 19일 한미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합의됨으로써 주한미군이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명시된 '한국 방어를 위한 주둔'이라는 목적을 벗어나 세계 어느 지역이든지 출동할 수 있는 '신속기동군'으로 지위와 역할이 근본적으로 변했기 때문에 방위비 분담협정의 법적 근거가 상실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은 22일 오전 외교부 청사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방위비 분담 협정의 전면 폐기를 요구하고 "폐기 이전이라도 방위비 분담금은 대폭 축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평통사는 기자회견문에서 1991~2006년 동안 국방비는 200% 증가한 데 반해 같은 기간 동안 방위비 분담금은 534% 증가했다"며 "2008년까지 주한미군의 3분의 1인 1만2500명이 감축되고, 추가 감축도 예상되고 있으며 한국인 노무자의 감원에 따른 방위비 축소가능 규모도 상당한 것인 만큼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축소하는 협상을 추진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안보정책구상 회의…미군기지 환경 치유 부담금 최종 타결 전망
방위비 분담 협정에 이어 한미 양국은 25일부터 양일간 미국 워싱턴에서 제8차 미래안보정책구상(SPI) 회의를 열고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이양, 반환될 주한미군기지의 환경치유, 한미동맹 비전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이번 회의에서 양측은 전시작통권 이양을 중심으로 올해 10월 열리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 보고하기로 한 한미동맹 공동연구 결과에 대한 중간점검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우리측 수석대표인 권안도 국방부 정책홍보본부장이 22일 밝혔다.
특히 양측이 첨예한 입장차를 보여 왔던 반환기지 환경치유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정부의 정리된 안을 미측에 제시해 최종 타결한다는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권 본부장은 "지난 회의에서 받은 미측안과 주독·주일 미군의 환경치유 수준보다 나은 형태의 우리안을 기초로 협의할 것"이라며 "일본은 일본 정부가 부담했고 독일은 해당시설을 매각한 비용에서 서로 상쇄하는 방법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권 본부장은 그러나 구체적인 협상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권 본부장은 2008년까지로 예정되어 있는 주한미군 기지이전과 관련해 양측은 추진상황 및 향후 추진절차와 방법 등 주요 사안에 대해 협의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오는 9월로 작성이 늦춰진 시설종합계획(MP, 마스터플랜)으로 인해 2008년 말로 예정된 이전 완료시기가 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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