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사실상의 흡수통일'과 '주한미군의 통일후 한반도 주둔'에 합의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그 합의를 바탕으로 한미동맹의 미래에 관한 초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진 한미 간의 당국자 회의를 반대하는 시민단체의 원정 시위가 괌 현지에서 이틀째 계속됐다.
시민단체인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평통사)' 소속 회원들은 14일(현지시간) 괌에 있는 수메이 미 해군기지 정문에서 제6차 한미안보정책구상회의(SPI)를 반대하고 주한미군의 철수 및 회의 내용의 공개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현지 대표단이 전해 왔다.
13일부터 시작된 SPI에 맞춰 이틀째 계속된 이날 시위에는 괌 지역 원주민인 차모르인들이 동참했고 미국의 〈ABC〉 방송과 현지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괌 시위 1,2 사진〉
제6차 SPI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미래 한미동맹 비전 연구'의 결과를 담은 문서 초안을 채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지난해 4월 당시 SPI 우리측 수석대표인 안광찬 국방부 정책본부장은 "남북관계를 화해협력-평화공존-통일단계로 나눠 한반도 안보 시나리오를 작성중이다"고 말한 바 있다. 안 본부장은 공교롭게도 15일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차관급인 비상기획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이는 이번에 나올 초안이 〈프레시안〉이 입수해 15일 보도한 '한미동맹의 미래에 대한 공동협의' 결과 보고서와 내용과 형식에서 유사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1999년 제31차 한미연례안보회의(SCM)의 지시해 의해 진행돼 2002년 제34차 SCM에 보고된 그 보고서도 남북관계의 발전을 화해협력-평화공존-통일단계로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에 채택될 초안에는 ▲한반도 안보 상황을 공동 평가하고 ▲양국의 공동 이익과 한미동맹에 대한 도전을 재정의하며 ▲동맹을 어떤 틀 속에서 운영할 것인지 명시할 것으로 보도됐다. 이 역시 공동협의 보고서와 내용과 형식이 유사하다는 것을 입증한다.
그러나 이같이 중요한 내용을 협의하는 회의임에도 불구하고 한미 당국은 이번 회의에 대한 언론의 취재를 불허하고 있어 현재 괌에는 단 한 명의 한국 기자도 취재활동을 벌이고 있지 않다.
〈괌 시위 3,4 사진〉
시위대는 이날 준비해간 대형 현수막을 신호등에 매달고 꽹과리를 치면서 시위를 이끌었다. 특히 유홍 평통사 국제연대국장은 차모르 민영방송인 〈KUAM 라디오〉에 출연해 시위의 취지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시위 현장을 지나치는 일부 미군들은 시위대를 향해 욕설을 하는 등 무례한 행동을 했지만 차모르 원주민들은 환호를 보내며 지지의 뜻을 표명했다.
밤이 되어도 시위가 계속되고 이 소식이 라디오를 통해 전해지자 많은 차모르인들로부터 지지 방문을 오겠다는 연락이 쇄도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경찰들은 시위대를 보호하겠다고 알려오는 등 이번 시위가 괌 현지인들에게도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고 평통사 측이 전했다.
차모르인들은 '자유를 달라' '전쟁을 반대한다'는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가지고 나와 평통사 시위대를 도왔고 촛불시위에도 참여하면서 국제적인 연대의식을 과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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