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지난 17일 평택 미군기지 이전 대상지역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데 이어, 23일에는 김지태 대추리 이장에게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대추분교 행정대집행을 실시할 예정이며, 대집행비용 1억8404만 원을 의무자 부담으로 한다'고 알리는 계고장을 보냈다.
또 <민중의 소리>는 21일 "평택 팽성읍 대추리 일대에 곤봉을 지급받은 특공부대 병력이 투입돼 상주할 예정임이 최근 군 관계자 등을 통해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평택 미군기지 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평택 범대위)는 24일 서울 용산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는 군 투입 계획의 진상을 당장 밝히고, 주민들과의 대화에 나서라"고 촉구하고, 그 자리에서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는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군 부대 투입할 거면, 차라리 미군을 직접 내세워라"
이날 기자회견에서 범민련 남측본부 이규재 의장은 "우리나라 군대가 창설되고 나서 국민들의 환영을 받은 것은 4·19혁명 때뿐"이라며 "윤광웅(국방부 장관)이 5.16, 5.18 때의 군대처럼 행동한다면 천추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전국민중연대 정광훈 상임의장은 "군부대를 동원해서 민간인을 진압하려는 국방부의 계획은 시대에 너무 뒤떨어진 것"이라며 "정 군부대 투입을 원한다면 우리 동포끼리 맞설 것이 아니라 미군을 직접 내세우라"고 꼬집었다.
범대위 이호성 상황실장은 "우리는 내일 (25일) 낮 12시까지 국방부 장관 면담을 요청하는 민원을 접수시켰다"고 밝히고 "그 때까지 국방부 장관이나 책임 있는 관계자가 군병력 투입 계획에 대한 해명에 나서지 않는다면, 특공부대 투입을 기정사실로 간주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황실장은 "이럴 경우 우리의 투쟁 목표는 총 4가지가 될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의 직접 사과 △윤광웅 국방장관 퇴진 △강제토지 수용 전면 중단 △평택 미군기지 확장 계획에 대한 범국민적 대화의 장 마련 등을 들었다.
범대위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시나 계엄도 아닌 상황에서 민간인을 상대로 무장병력을 투입하겠다는 것은 헌정실서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요 민주주의에 대한 유린 행위"라며 "이러한 계획의 입안자가 누구이고 누구의 결재를 받은 사안인지 국방부 장관이 책임지고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을 엄중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스스로 오만과 독선에 빠져 힘으로 국민을 짓밟으려 했던 군사독재정권의 말로가 어떠했는지를 심사숙고할 것을 노무현 정부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 이후 참가자들은 그자리에서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연좌농성에 돌입했다.
"곤봉 든 특공부대, 대추리에 투입할 예정"
23일 <민중의 소리>는 "최근 복수의 군 관계자 등과의 접촉을 통해 파악한 바에 의하면 수도권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17사단 산하 OOO연대와 7XX 특공대를 포함한 최소 2개 부대 예하의 1500명 정도 규모의 병력이 평택시 팽성읍 미군기지 수용예정지 일대에 투입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민중의 소리>는 " 이들은 일단 대추리 일대에 진입한 후 텐트 등을 치고 야영하면서 수 개월간 이 지역에 주둔할 계획"이라며 "이들 부대 중 하나 이상에서는 병사들에게 곤봉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하고, 이어 "이같은 군 당국의 계획이 실제로 추진된다면 80년 광주 이후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민-군 충돌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중의 소리>는 "그러나 국방부 시설본부 대미사업관리과 권태환 과장(대령)은 '(군 병력 투입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부인했다"고 전했다.
대추리 주민더러 "행정대집행 비용 1억8404만 원 내라" 통보
한편 국방부는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대추분교에 대해 다시 행정대집행을 시도할 것을 밝혔다. 국방부는 23일 김지태 대추리 이장에게 '대추분교 행정대집행' 계고장을 통보해 "대추분교 철거에 대한 네 차례의 계고에도 불구하고 철거가 이뤄지지 않아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행정대집행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대추분교 행정대집행 시도는 지난달 6일에 이어 두번째다.
특히 국방부는 이번 계고장에서 1억8404만 원의 대집행 비용도 함께 통보했다. 현행 행정대집행법상 행정기관은 행정대집행에 필요한 비용을 의무자에게 알리고 이후 비용납부 명령서를 보내 납부토록 할 수 있다. 현재 김 이장에게 통보한 행정대집행 비용은 용역비 1억7527만 원과 기타 경비 876만 원 등이다.
이는 국방부가 그간 네 차례에 걸쳐 주민들과의 충돌을 무릅쓰고 행정대집행을 시도한 데 더해 대집행 비용도 주민들에게 부과함으로써 주민들을 보다 강하게 압박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평택 범대위 이호성 상황실장은 "국방부는 어떠한 공식적인 대화 요청도 하지 않은 채, 주민들이 세운 대추분교의 행정대집행 비용을 김 이장 개인에게 물렸다"며 "이는 법적으로도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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