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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여, '미국의 빈라덴'이 되려는가"

미국이 이란 공격하면 세계는 '테러의 천국' 될 것

미국이 이란에 대한 핵공격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세이무어 허시의 폭로기사가 나온 이후, 과연 60여 년만의 핵무기 사용이 지구촌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올지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허시 기자의 폭로에 대해 즉각 '터무니 없는 억측(wild speculation)'이라고 부인했지만, 이란 정부는 우라늄농축 사실을 발표하면서 현재 164개에 불과한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를 5만4000개로 늘이겠다며 허세가 섞인,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미국 내의 반핵활동가 조지 허시는 부시행정부가 2주일내에 이란을 핵공격 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는가 하면, 영국의 옐로페이퍼 〈선데이 타임스〉는 만일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받을 경우 4만 명의 테러리스트들을 동원할 것이라고 다소 허황한 보도를 하기도 했다. 또 한편에선 미국의 이란 공격은 이미 결정됐고 다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공격 시기를 예측하는 전문가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 및 중동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란이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님을 강조하면서 이란 공격으로 아흐마디네자드 정권이 붕괴하기는커녕 지금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침공 3년이 되도록 수습이 되지 않는 이라크에서보다 훨씬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對)이란 공격 계획의 좌절 : 클린턴 행정부의 경우**

9.11 테러 당시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테러담당 조정관을 맡았던 리처드 클라크와 스티븐 사이몬 NSC 선임보좌관은 16일자 〈뉴욕타임스〉 공동기고문을 통해 이란과의 군사적 대결이 미국의 국익에 미칠 위험을 경고하고 나섰다.

클라크와 사이몬은 "미국이 이란의 지하 핵 시설에 대해 공격을 가할 경우, 이란 공군을 우선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수십 개의 이란 공군기지와 레이더 시설, 미사일 등을 파괴해야 하고, 미 함대와 걸프지역의 배를 향한 보복공격을 막기 위해 해군 기지와 미사일 기지 역시 파괴해야 한다"며 공격이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들은 특히 1990년대 중반 NSC에 있으면서 이란을 상대하던 때를 회고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옵션이 쉽지 않음을 지적했는데, 그들의 경험담은 이렇다.

1996년 당시 뉴트 깅그리치 하원의장은 이란 정권을 전복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란 공격을 위한 예산 1800만 달러를 조성했다.

그러자 이란 의회는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차단키 위해 정보기관 활동비로 2000만 달러를 투여했다. 이란 정보기관들은 세계 각지의 미국 대사관과 미국 관련 기관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그 후 이란 이슬람 혁명군의 비밀 행동조직인 '코즈'는 1996년 6월 사우디에 있는 호바르 미 공군기지 관계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를 폭격해 19명의 미국인들이 사망했다.

당시 클린턴 행정부와 국방부에서는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심각히 고려했다. 그러나 오랜 논쟁 끝에 보복 폭격이 미국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공격 논의를 접었다. 그 대신 미국은 이란 정부에 강력한 위협을 가하는 동시에 전세계에서 활동중인 이란 정보기관들을 무력화하는 전략으로 결국 이란의 테러리즘을 잠재웠다.

미국-이란 양측은 군사적 대결 대신 적대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1997년 개혁주의자인 모하마드 하타미가 대통령으로 당선됨으로써 대결 국면을 누그러뜨렸다는 게 이들의 증언이다.

***이란의 보복 시나리오 세 가지**

클라크와 사이몬은 미국의 공격이 실제로 시작될 경우 이란의 '보복'이 세 가지 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첫째, 이란은 1980년대 중반 실제로 그랬던 것처럼 페르시아만의 석유 시설물에 폭격을 가해 유가를 배럴당 80달러 이상 치솟게 할 것이다.

둘째, 이란은 전세계 테러 네트워크를 가동해 미국 본토를 포함해 세계 곳곳의 미국 시설물들을 공격할 가능성은 더욱 크다. 이란은 국제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보다 훨씬 우수한 테러 조직을 갖고 있다. 과거 이란을 위해 일했던 레바논의 테러조직 헤즈볼라도 전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헤즈볼라는 현재 정당으로 거듭나려고 하기 때문에 미국과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위험한 희망사항'일 뿐이다.

셋째, 이란은 이라크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란에 의해 훈련받은 바드르 여단을 비롯한 이라크 내 시아파 민병대들은 미국의 이란 공격에 맞서 봉기해 이라크 주둔 미·영군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것이다.

이들은 부시 행정부가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란 민중들이 정부를 전복시킬 것이라는 최근의 시나리오는 '희망사항'에 불과하다며, 실제로는 현 정권의 수명을 수십 년 연장할 뿐이라면서 이란의 폭격이 미국에 가져올 이익에 대해 지난 10년간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유가상승, 반미감정 확산, 헤즈볼라 보복 등은 공통 우려 사항**

이란 보복 공격의 위험성과 이란 공격에 필요한 군사력의 규모를 지적하는 건 이들만이 아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군에 대한 미사일 공격 확대, 미국 민간 항공기의 격추, 미국 주요 도시에서의 자살 폭탄 테러, 반미주의의 확대, 외교적인 고립과 석유·가스 가격의 상승 등 미국이 처하게 될 위기가 한두 가지가 아님을 입을 모아 우려하고 있다.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핵심 참모였던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CFR) 회장은 "이란과의 군사적 대결이 규모가 작고 신속하게 끝난다는 건 가장 위험한 착각"이라며 이란의 핵 능력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크루즈 미사일과 전투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스는 최근 발표한 분석 글에서 "이란은 헤즈볼라와 하마스 같은 테러 단체를 동원하면서 보복해올 게 분명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미·영군을 공격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미국의 이란 공격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스는 또 그같은 군사 공격이 유가를 배럴당 100달러까지 끌어 올리고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까지 야기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또 유럽에서의 반미가 더욱 고조되고 아랍과 무슬림 세계에서 미국에 대한 공격이 더욱 심해질 것이며 미-러, 미-중 관계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킹스 연구소의 중동전문가인 케네스 폴락은 최근 한 포럼에서 "부시 행정부가 핵무장을 한 이란과 같이 살수 없다고 진정으로 믿는다면 군사적 옵션이 유일한 길이 될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미국에 대한 오사마 빈 라덴의 공격과 비견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웃나라들을 공격한 적이 없는 이란을 미국이 공격할 경우, 이란 국민들의 반응은 2001년 9.11사태 당시 미국인의 그것과 똑같을 것이라는 얘기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비확산국장인 조지프 시린시온은 캐나다 일간 〈토론토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은 이란판 '진주만'이 될 것이고 전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란 국민들의 분노를 초래해 전세계에서 미국인에 대한 테러가 자행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만일 이란과의 전쟁이 시작된다면) 전쟁의 시기와 장소는 이란에 의해 결정될 것이며, 이라크전쟁은 연습게임에 불과한 것처럼 비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공격할까?**

〈토론토 스타〉는 그러나 이같은 우울한 전망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에서는 이미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이 과연 언제 시작될까 하는 논쟁이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다며 전문가들의 전망을 전했다.

시린시온은 미국이 비밀리에 먼저 폭격을 한 후 부시 대통령이 사후에 발표하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폭격 시점에 대해 시린시온은 이란을 공격할 경우 석유 가격이 치솟는다면 11월 중간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에 대한 의회 승인은 선거 전에 얻되 실제 행동은 선거 후로 미룰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거 전에 의회 승인을 받는 것은 공화당이 상하 양원의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고, 선거 결과 민주당이 다수 의석을 확보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군사 전문기관인 글로벌시큐리티의 분석가인 존 파이크는 미 대선 1년 전인 2007년에 공격을 감행해 공화당의 정치적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크는 이라크 공격 결의안에 대해 의회가 과장되게 후회하고 있고 반전 세력을 비밀 사찰했던 일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높음에도 불구하고 부시가 다른 전쟁을 시작했을 때 그의 권한을 깎아내릴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미 국민의 여론은?**

부시행정부의 이란 공격 여부와 시기는 미국의 국내정치, 특히 여론의 향배와 깊은 관련이 있다. 그런데 최근 여론의 향배는 부시행정부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 미국의 경제전문 통시 〈블룸버그〉와 〈로스앤젤레스타임스〉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지지하는 미 국민의 비율은 지난 1월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이란이 핵활동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군사행동을 취해야 한다'는 질문에 찬성하는 비율이 지난 1월 57%에서 4월에는 48%로 감소한 것이다. 또 이란과의 전쟁과 관련해 부시 대통령의 판단을 믿는다는 비율은 42%로 '믿지 못하겠다'의 54%보다 훨씬 적었다. (4월 8-11일 성인 1357명 대상 전화여론조사, 신뢰도 오차는 ±3%)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부시행정부가 이란과의 전쟁을 강행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인 셈이다. 그러나 이라크전쟁의 곤경을 비롯해 잇단 스캔들로 국내정치에서도 궁지에 몰려 있는 부시행정부가 어떤 도박을 감행할지는 아무도 자신있게 예측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지금 세계는 부시행정부의 선택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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