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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남북이 멀어진 사이 중국이 움직인다"

북·중 접경지역 최근 동향과 남-북-중 삼각관계 전망

지난 14일 중국의 통신사 <중국신문사>는 북한과 중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황금평 경제특구가 실질적인 건설 단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신문사>는 황금평 경제특구 등 양국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개발·건설 사업들이 양국 관계를 더 밀접하게 만들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북한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 이후 북·중간 경제협력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북한과 중국의 경협은 2010년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이후 본격화됐다. 황금평 경제특구 외에도 위화도 개발사업, 신압록강대교 건설, 무산 철광 개발, 훈춘(琿春)과 나선을 잇는 고속도로 건설 등 굵직한 사업들이 공동으로 추진되고 있다. 중국 정부의 경협 움직임과 더불어 중국 기업들의 북한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이 북한과 활발한 경협을 추진하는 것과는 반대로 우리와 북한의 경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중국의 대북교역액은 1999년 3억 7000만 달러에 불과했지만 2011년에는 56억 2000만 달러로 약 18배 증가했다. 반면 남측과 북한의 교역액은 2010년 19억 1200만 달러에서 2011년 17억 1400만 달러로 오히려 약 2억 달러가 줄어들었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중경협이 남북경협을 대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남북경협이 북·중경협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 이는 곧 북한에 대한 남한의 영향력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향후 남북 간의 통합에도 부정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갈수록 가까워지는 북한과 중국, 반대로 멀어지는 남한과 북한의 관계망 안에서 발전적 남북관계를 위해 우리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한반도 평화포럼은 지난 14일 '북·중 접경지역 최근 동향과 남-북-중 삼각관계의 전망'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는 정세현 원광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이 주제 발표를 하고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사회를 맡았다. 정세현 전 장관과 이종석 전 장관 등은 지난 8월초 단동에서 방천까지 북중 접경 약 1300km를 직접 답사 한 바 있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적 협력관계, 2008년 이후 가속화

정 총장은 최근 북·중 접경지역의 동향에 대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표면적인 것은 동북 3성의 경제발전을 위한 것이지만, 북한이 시장으로서 잠재력이 크지 않은 곳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중국이 동북아전략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관리를 본격화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한반도 평화포럼 9월 월례토론회 ⓒ한반도평화포럼

그는 북한과 중국 관계가 강화된 것에 대해 "2008년 이후에 남북화해협력 무드가 사라지기 시작하고 한미동맹의 강화와 한중외교의 마찰이 심화되면서 북·중관계가 자연스럽게 강화되는 분위기로 흘러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2009년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에 대한 UNSC의 대북제재 결의까지 동참해놓고 같은 해 10월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북한을 방문하고 이듬해 2월에는 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신 압록강 대교 건설을 합의했다"며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이 본격화 된 과정을 설명했다.

정 총장은 또 "중국뿐만 아니라 북한의 움직임도 변화했다"며 "북한이 한·미·일과 관계 정상화를 중시하는 이른바 '남방정책'에서 러시아와 중국에 집중하는 '북방정책'으로 외교 전략을 전환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도 북한의 외교 전략 변화를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냉전 이후 20년 동안 남방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최근 4~5년 동안 우리 정부와의 관계가 대부분 정지되면서 다시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한 북방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장관은 이어 나선시의 부두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현재 중국은 나선에 3개의 부두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은 이 부두의 50년 사용권을 얻었다. 부두를 확보해 동해를 통한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한 것이다. 이는 중국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프로젝트이다. 이를 북한과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외교전략을 변화한 이유

북한이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게 된 것에 대해 정세현 총장은 북한의 외교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외교사, 특히 대 중국, 대 소련 관계를 보면 북한이 작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큰 두 나라를 갖고 노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 대목이 있다. 특히 중소대립시기에 그러했다"며 "그 당시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지금도 중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하게 활용하기 위한 카드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총장은 "북한 외교채널의 인적구성도 많이 안 바뀌지 않았나. 기본적인 외교 전략은 중소대립 시기의 그것과 많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이이제이(以夷制夷)의 발상으로 중국과의 협조를 계산해가면서 이를 갖고 미국과의 협상을 진행하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이 전 장관은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미국과의 협상을 위한 수단으로만 활용하기에는 (북한의 외교에서) 북·중 관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 부수적으로 그런 효과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는 효과)를 노릴 수도 있지만 100%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이후 김정일은 북한의 생존과 자신의 사후 김정은이 이끌어갈 북한의 체제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필승카드'를 중국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이것이 중국과 북한의 관계가 현재까지 오게 된 이유"라며 북한 내부의 필요에 의한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는 것과 관련하여 정 총장은 "북한이 개혁개방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북·중관계가 좋아지는 것은 나쁠 것이 없다"며 "다만 정치적으로 북한의 대남 의존도를 떨어뜨리기 때문에 이런 차원에서 우려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영향력을 높이기 위한 우리의 역할은?

정세현 총장은 북·중관계의 진전이 중국 중심의 동북아질서 구축을 가속화 시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총장은 "중국이 (경제협력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확립하면 한중관계에서나 미·중관계에서 중국의 레버리지가 커진다"며 "중국이 북한과의 영향력을 확립해 놓고 12월 대선 이후 새롭게 탄생할 한국 정부와 한중관계도 발전시키고, 이와 더불어 미국의 대중 포위 전략에 대처하면서 향후 중국 중심의 동북아질서 구축을 하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2011년 6월에 열린 북중 합작 황금평 경제특구 착공식 ⓒ연합뉴스

정 총장은 "나선지구 개발도 이미 중국이 주도하고 있다"며 "황금평과 위화도 개발과 관련하여 역할과 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중국과 북한 간 이견이 있으나 결국 중국이 정치적 결단을 내려 모든 것을 떠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정 총장은 이처럼 높아지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 속에서 우리가 북한에 대한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남한이 북·미간 조정자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북 지원을 통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이를 통해 미국에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야기하는 그림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총장은 차기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차기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 이후에 남북관계를 해결한다든지, 또는 북핵 문제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풀어야 하는 문제니까 우리는 남북교류만 하겠다든지, 이렇게 한쪽 문제만을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정부는 북한에 대한 화해협력과 더불어 가장 시급한 안보문제인 북핵 문제를 해결한다는 병행 전략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것이 분단을 극복해나가야 하는 한국의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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