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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美 '북한 카드'에 무릎 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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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참여정부, 美 '북한 카드'에 무릎 꿇다"

〈기고〉 작년 '5월 위기설'과 '전략적유연성 조사 종결'

이종석 통일부 장관 내정자의 청문회 및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된 최근의 논쟁에는 보다 중요한 개념에 대한 얘기가 빠져 있다.

열린우리당 최재천 의원은 한·미 외교장관이 지난달 19일 전략대화에서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이라는 이슈에 묻혀 한국의 PSI 참여는 어물쩍 넘어가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라크 파병 문제로 시끄럽던 2004년 당시 전략적 유연성의 뿌리가 되는 용산기지이전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 협정이 국회에서 별다른 저항 없이 통과됐던 상황과 닮아 있다. 허나 아직도 일부 전문가나 의원들은 용산기지이전과 LPP협상은 미국의 전략변화와 무관한 것으로 믿고 있는 사람도 있다.

장관급 전략대화에서 나온 공동성명 하나만을 놓고 보아도 몇 가지 중요한 사항들이 슬그머니 넘어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짧은 성명이었지만 거기에는 수많은 의미가 숨어 있는데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하는 한 가지 개념에만 너무 치우쳤다고 본다.

***장관급 전략대화, 핵심은 무엇이었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한 공동성명의 문구는 이렇다. "한국은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충분히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영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전략적 유연성의 이행에 있어서 미국은 한국이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 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영문으로는 "The ROK, as an ally, fully understands the rationale for the transformation of the U.S. global military strategy, and respects the necessity for strategic flexibility of the U.S. forces in the ROK. In the implementation of strategic flexibility, the U.S. respects the ROK position that it shall not be involved in a regional conflict in Northeast Asia against the will of the Korean people."이다.

중요한 것은 앞부분이다.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한국이 동맹국 자격으로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미국이 추구하는 모든 군사적인 전략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해 앞으로 지불해야 할 대가가 얼마나 클지를 암시해준다.

이에 비해 전략적 유연성은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그 논리의 커다란 개념에 포함되는 하나의 가지에 불과하다. 전략적 유연성은 엄밀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주둔하는 주한미군이 미국의 국익을 위해 미국이 필요한 지역에 언제든지 투입하겠다고 하는 한 개의 개념일 뿐이다.

왜 외교부가 'fully'라는 단어를 '충분히'로 번역을 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보기에는 '전폭적으로'라는 단어가 더 적합하다고 본다. 이는 나중에 엄청난 해석의 차이를 낳을 수 있고 앞으로 한국이 미국에 대해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양보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주고 있다.

'fully'는 '모든 것'과 '최고로' 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만 '충분히'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위의 뉘앙스가 있는데 이것이 그동안 외교부가 국민을 우롱한 전형적인 수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을사늑약 당시의 '不可不可'를 보는 것 같다.

***전략적 유연성의 전사(前史)와 개념**

필자는 오래전부터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은 하루아침에 나온 개념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 전략적 유연성은 탈냉전 시대로 접어든 아버지 부시 대통령 때부터 준비되어 온 전략 개념이다. 미 합참의장이 1992년 아버지 부시에게 보고한 평가보고서(Joint Military Net Assessment)를 통해서다.

미 국방 당국은 당시 전략적 민첩성(Strategic Agility)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가 이후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으로 바꿨는데 미군의 전력을 언제 어디서라도 사용할 수 있게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군의 배치 개념이 전방주둔(Forward deployment)에서 전방배치(Forward presence)로 바뀌면서 나온 것으로 2004년 5월에 미 의회 예산국(CBO)이 발표한 해외 주둔 미 육군 기지의 변환 개념에도 잘 설명되어 있다.

현재의 주한미군 2사단처럼 한 개의 지역에 주둔하면서 특정한 적에 대해 대응하는 것이 '전방주둔'이라면 '전방배치'는 배치 지역과는 상관없이 어떠한 지역에서라도 싸울 수 있게 준비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극한지방에 주둔하던 병력을 열대사막지역에 투입할 수도 있고 열대 사막지역에 주둔하던 부대를 극한지역에도 투입할 수 있도록 미군을 유지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위해 분산된 병력은 이동하기 쉽게 한곳에 모아두어야 하고 장비는 경량화 해야 한다. 또한 어떤 조건에서도 싸울 수 있도록 병사들을 훈련시켜야 하고 필요한 여러 장소에 필요한 만큼의 병참선을 미리 확보해 둔다는 것이다. 주한미군의 모든 전력을 오산, 평택 기지에 모으겠다는 계획은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오산과 군산에는 미군 비행장이 있고 평택과 군산에는 커다란 항구가 있어 미군은 언제든지 이동이 가능해진다.

결국 우리 정부는 2004년 용산기지 이전 협정과 LPP협정을 합의함으로써 미군의 변화된 전략 개념을 위해 필요한 가장 중요한 기반을 제공하고 승인한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전략적 유연성을 위한 물적 토대를 확보한 것이기 때문에 답답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을 왜곡하는 이종석 장관 내정자**

필자가 구한 정보에 의하면 미국은 개념상의 순서대로 전략적 유연성 협상을 먼저 할 것을 원했던 반면에 정부는 용산기지 이전과 LPP에 관한 협상을 먼저 할 것을 원했다. 따라서 미국은 한국이 용산기지 이전과 LPP를 인정해 주면서 이미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서는 합의해준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외교안보라인이 미국의 전략 변화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거나, 비용이 많이 드는 부분을 먼저 해결함으로써 미국의 요구를 쉽게 들어주기 위한 국민 기만의 방법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자건 후자건 국민에 대한 직무 소홀은 마찬가지다.

이종석 내정자는 6일 인사청문회에서 용산기지 이전은 노태우 정부 시절부터 우리 정부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관계를 너무나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노태우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놨던 당시의 이전 개념은 주한미군의 전투전력을 그대로 두고 사령부만을 서울 도심 밖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침략의 역사로 얼룩진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용산기지 이전과 LPP 협상은 탈냉전 시대를 맞아 미군의 변화된 세계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배비(배치 및 대비)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으로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이 내정자가 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동안 그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맡았던 것은 우리 국민의 불행이다. 만약 알면서 그렇게 답했다면 그는 국민을 기만하고 있으므로 장관이 되어서는 안 될 사람일지도 모른다.

노태우 씨가 선거공약으로 사용하기 전 연합사에 근무하는 한국군 장교들은 용산기지 이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측이 이전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므로 차라리 모르는 척하고 있었다는 것을 필자는 당시에 연합사에 근무했던 장교들의 증언을 통해 알 수 있었다.

***2005년 '5월 위기설'과 전략적 유연성 합의**

미국이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수단은 뭐니뭐니 해도 북핵위기다. 2005년 '5월 위기설'이 퍼지면서 미국이 한국에 B-117전폭기를 전개하자 한국의 언론들은 그것이 북한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때로는 전쟁이 곧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위기설까지 퍼뜨렸다. 그러나 B-117전폭기의 전개는 북한이 아니라 노무현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과의 협상이 불리할 때면 한미동맹관계가 악화되고 있음을 대대적으로 알려 왔고 위기설을 퍼뜨려 왔다. 그때마다 한국정부, 특히 소위 '동맹파'들은 한국의 주권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려 왔다고 본다. 1994년의 북핵 위기도 집권하자마자 하나회 척결 등 개혁적인 시도를 하는 김영삼 정부에게 압박이 되어 결국 미국의 뜻에 따르도록 했던 것도 그런 맥락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2005년 봄 그렇게 심각하게 퍼지던 위기설이 왜 하루아침에 잠잠해졌을까? 노무현 정부가 미국의 요구에 순응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따라서 당시 NSC 사무차장이었던 이종석 내정자가 미국이나 보수 세력이 판단하기에 운동권 출신 자주파였다가 자주동맹파로 돌아선 것은 미국의 집요한 북한 카드가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역사는 반복돼도 실수는 반복돼선 안돼"**

미국의 군사변환의 핵심은 냉전이 붕괴된 상태에서 저비용 고효율의 군대를 만들겠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평시 50만밖에 되지 않는 미 육군 전력으로 전 세계의 위협에 대처하려니 세계적 차원의 전쟁이 발생하여 군사력을 재구성하기 전까지 전 세계의 위협에 신속히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지상군 병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주한미군 전력도 순환시키면서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군 병력을 미국에 둔다면 당장 미국에 군사기지를 건설해야 한다. 그리고 평상시에 모든 군대 유지비용을 미국이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 배치하면 한국에게 방위비 분담금을 전가시킬 수 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에 미군 유지비용의 75%를 떠넘기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공동성명에서 이러한 미국의 전략 개념을 한국이 동맹국으로서 완전히 이해했다는 것은 너무나 부적절했고, 동국대 이철기 교수의 주장처럼 미국에 백기를 들고 무조건 항복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외교안보라인은 국민들은 더 이상 기만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공개하고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묻고 잘못된 것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바로잡을 수 없다면 실상을 바로 알려서 다음에는 그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한다고 했다. 그러나 역사는 반복되더라도 실수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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