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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후보 사형수, 끝내 형장의 이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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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후보 사형수, 끝내 형장의 이슬로

슈워제네거 주지사 감형 청원 기각

갱단의 두목으로 시민 4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 구속된 뒤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수감 중 청소년들에게 폭력조직에 가담하지 말 것은 가르치는 책을 써내 노벨 평화상과 문학상 후보에 6차례나 올랐던 사형수 스탠리 윌리엄스가 끝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미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12일(현지시간) 윌리엄스의 사형을 면제해달라는 각계의 청원을 기각하고 연방 법원의 결정대로 13일 새벽 0시 1분 사형을 집행한다고 발표했다.

***슈워제네거 "살인 증거 확실"**

이에 따라 스탠리 윌리엄스는 24년간 자신의 집이자 반폭력 운동의 진지였던 샌프란시스코의 샌퀜틴 교도소에서 독극물 주사 방식으로 사형에 처해 진다. 그에게 이승에서 주어진 시간은 이제 몇시간 남지 않았다.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이날 "윌리엄스의 회개가 완전하고 진실한가? 아니면 단지 거짓 약속에 불과한가?"라고 물으며 "그는 자신이 무죄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4명의 살인 희생자들에게 사과하거나 속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비이성적이고 잔인한 살인에 대해 사과와 속죄가 없다면 회개도 있을 수 없다"며 청원 기각의 이유를 설명했다.

윌리엄스는 그간 1971년 갱단 '크립파'를 조직한 것에 대해서는 반성했으나 그를 감옥에 가게 했던 1979년의 로스앤젤레스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무죄를 주장해 왔다. 윌리엄스는 당시 2건의 강도행각을 벌여 모텔에서 일하던 아시아계 일가족 3명과 편의점 직원 1명을 각각 살해한 혐의를 받고 체포돼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그의 변호인들은 로스앤젤레스 검찰이 흑인 배심원들을 모두 배제해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지 못했고 그가 유죄를 자백했다는 증언은 조작된 것이라며 항고를 거듭했다.

이에 대해 슈워제네거 주지사는 "여러가지 증거들의 무게로 볼 때 (살인에 대한)법원 판결에 재고의 여지가 없고 사형 판결을 의심할만한 이유도 없다"며 무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앞서 윌리엄스의 변호인단은 연방법원에 사형 집행 중지를 또다시 신청했으나 연방법원 항소심은 이날 오전 이유 없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감형 청원운동 수포로 돌아가**

슈워제네거의 기각 결정이 내려지자 윌리엄스 청원운동에 앞장섰던 단체와 인권 운동가들은 실망감과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앨리스 후프만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ACP) 캘리포니아 지회장은 "우리는 주지사의 결정에 매우 슬플 따름"이라며 "우리는 이것이 조직 폭력단과의 싸움을 더 어렵게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윌리엄스의 변호사였던 피터 플레밍은 "윌리엄스가 감형을 받을 자격이 없다면 감형 제도는 왜 말들었나"고 따지며 안타까워했다.

윌리엄스는 24년간 교도소에서 수형생활을 하면서 자신의 철없던 행동을 뉘우치고 반폭력 운동가로 변신, 청소년들에게 폭력조직을 멀리 할 것을 촉구하는 책과 아동들을 위한 동화책 등을 저술했다.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2006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총 6회 노벨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또 그의 이야기는 제이미 폭스 주연의 TV 영화 '구원'을 통해 영화화되기도 했는데, 이같은 이유로 미국의 인권 단체, 반폭력 단체들은 그에 대한 청원운동에 열을 올렸다. 영화 주인공으로 인연을 맺은 제이미 폭스, 팀 로빈슨, 수잔 서렌던 같은 영화배우들은 물론 데스먼드 투투 대주교와 민권운동가 재시 잭슨 목사 등도 청원운동에 앞장섰다.

***정치적 고려가 기각 결정 좌우한 듯**

외신들은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기각 결정을 내린 데에는 정치적인 고려가 크게 작용했다고 분석하는 분위기다.

〈로이터〉는 그가 감형 결정을 내릴 경우 최근 민주당 인사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해 가뜩이나 악화된 공화당 내에서의 입지가 더욱 좁아져 다음 달로 예정된 지역 보궐선거에서 주도권을 잃을 수 있는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AP〉 통신도 그가 너무 많은 민주당 인사들을 기용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소개했다.

윌리엄스는 지난달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형이 두려운 사람이 아니다"며 "나는 믿음이 있고 안 되면 할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AP〉와의 최근 인터뷰에서는 "사형이 두렵다"며 "이게 나한테 무슨 좋은 일이겠는가. 내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내가 사형을 받을 거라면 이 모든 야단법석이 다 무슨 소용이겠는가"라며 자포자기의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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