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미국과의 전쟁은 게릴라전이 될 것"

김영길의 '남미 리포트' <102>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자국의 군 현대화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 5월 러시아와 구매계약을 체결한 무기 가운데 1차로 3만 정의 러시아산 개인용 자동화기와 3대의 M-17, MI-26, MI-35 헬기 등의 인도를 2~3주일 앞두고 미국과 베네수엘라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이 무기들이 콜롬비아 반군을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력하게 제기하고 있는 가운데 차베스 대통령은 "이 무기들은 미국과 향후에 있을지도 모르는 전쟁에 대비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차베스는 "만일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침공한다면 이 무기를 들고 산으로 올라가 게릴라전을 벌일 것"이라고 밝히고 "우리는 미국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나는 전군 지휘관들에게 손에 무기를 놓지 말고 전쟁 가능성에 항상 대비하라고 명령을 해 놓고 있다" 고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생방송으로 진행된 '헬로 프레지덴트'라는 라디오와 TV프로그램 자리에서였다.

차베스는 이 프로그램에서 "미국과의 전쟁은 게릴라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우리는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칠 각오가 돼 있다"며 "반세기 동안이나 미 제국주의 헤게모니 쟁탈전에 대항한 쿠바처럼 중남미 좌파 지도자들을 결속시키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차베스의 이와 같은 대미 항전 각오는 이달 초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 윌리암 M. 아킨이 "미군은 베네수엘라에 대해 군사력을 행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한 후 나온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차베스 대통령은 이 프로그램 말미에 미 플로리다에 본부를 둔 선교단체가 베네수엘라 남부와 브라질 아마존 접경의 고립된 인디오부족 선교를 위해 대규모 시설물을 설치한 데 대해 '미 중앙정보국에 의한 침투'라고 규정하고 이들 단체들을 향해 90일 내에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국경지역에서 떠나라는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 국영 ABN통신은 지난 16일 아마존 주지사와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시장은 "우리 국경 내 아마존 정글 속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33개의 아마존 인디오 부족을 상대로 선교사업을 하고 있는 미국계 선교사들이 소유한 6개의 대규모 불법 시설물을 공식 접수한다"고 관보를 통해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ABN통신은 또 양국 국경지역의 부족들을 상대로 선교사업을 하고 있는 모든 미국 선교사들은 90일 내에 아마존 국경지역에서 떠나라고 공식 통보를 했다고 전하고 양국 정부의 허락 없이는 이 지역에서 원주민들을 향한 어떤 종교활동도 불법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행정령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정부는 아마존 정글 속에 설치된 이들 종교적인 시설물들에 대해 최소한의 가격을 지불하고 지역 내 부족들을 위한 교육시설로 활용할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역 내 항공감시망을 가동해 불법적인 미국인들의 캠핑이나 시설물 구축, 개인 입산 등을 철저하게 감시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문제가 발생한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인접 아마존지역은 카마-타마 지역과 아카-나냐 지역, 그리고 코쇼-로와-테리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아마존 북부지역에서 미국과 베네수엘라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선교사 파견이나 특집 촬영, 혹은 오지여행 등을 위해 이 지역을 들어갈 때는 필히 브라질 아마존 주정부나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시장의 허가를 얻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 같다.